180628 이룸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by.소원

이룸 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6월 28일 대망의 두 번째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시간에 논의하기로 했던 글을 미리 읽지 못한 터라, 먼저 도착해서 읽으려고 퇴근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이룸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열일하고 있던 이루머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두 번째 모임 참석 회원들 모두 비 오는 날인데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우리 모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이 감사하게도 라면과 김밥을 제공해주어서 세미나 시작 전에 다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혜진이 라면 여러 개를 한번에 끓이면서 물 조절에 성공하는 솜씨를 발휘해준 덕분에 삼양라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 참치김밥, 치즈김밥, 보쌈김치도 맛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처음 온 레나, 소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이룸 자료집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대출’에 주목했습니다. 성형대출의 세 가지 축인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만 드러날 뿐이며, 이러한 연결고리들은 종래의 선불금과 달리 규제 법망에서조차 빠져나갑니다. 결국 여성을 성산업으로 빨아들이는 구조와 그 책임을 물을 주체들은 증발되고, 빚을 떠안은 여성만이 파산과 개인회생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됩니다. 유나는 이룸 상담 중 개인회생과 파산 절차에 대한 설명과 지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면서, 이 분야를 이렇게 잘 알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학자금, 주택자금 등 요즘 사람들에게 대출은 일반화된 삶의 양식이고, 빚을 지지 않고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사람들로 하여금 구조적으로 대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업 자체가 너무나도 쉽게 허가된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고 추심 방법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아예 추심을 불법화하고 상환만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주희의 토론문을 같이 읽으며 역사적으로 신용은 언제나 성별화되어 있었고 여성에게 ‘대출’은 쟁취하고자 하는 권리이기도 했음을 환기하면서, 여성이 신용시스템 안에서 경제적 주체로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와 신용시스템 바깥의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소위 ‘신용의 민주화’라던가 ‘정상적인 경제인’ 만들기가 성별화된 자본축적 속에서는 또 다른 여성 약탈로 이어지고 나아가 이를 은폐한다는 점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례를 살펴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소액대출을 장려하고 추심율을 극도로 높인 뒤 이를 빈곤 퇴치 성공으로 포장하는 것은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용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경계할 때, 다시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게 됩니다. 혜진은 대출을 매개로 한 억압적 구조의 분쇄를 지향하는 동시에 당장 현실에서 마주하는 채무 해결 지원 역시 놓을 수 없는 이룸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금융화나 경제적 정상화라는 자유주의적 해법에 동의하지 않고 체제로부터의 탈주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면 신용부조와 탈주가 아닌 무엇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뻗어나갔습니다. 현우는 결국 근본적으로 신용산업을 정지시켜야하고 단계적으로는 자본에 대한 공적 통제 수준을 높여가며 직접적인 복지를 늘려가는 방식이 떠오르지만, 이는 대출 일반에 대한 대응이므로 성형대출이나 성매매와 연결된 사채시장은 다른 결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쌩은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상품으로 존재할 수 있고 사용가치로 이해되는 사회가 가부장제인데 어떤 것이 상품이다, 어떤 것이 생존의 유지에 필요하다는 전제 자체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해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복지나 공공부조라는 국가 중심의 접근에 우려가 들기 때문에 자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소규모 모임을 이루고 그 구성원들이 돈을 모아 자금을 융통하는 공동체 은행 빈고가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나 공적 해결에 대해 떠올릴 때, 여전히 국가 혹은 국가를 재조직하는 형태 이외에 다른 방식을 상상하는데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데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다음으로 ‘성형’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성형을 부추기는 의료업계와 성형을 해주는 의사에게도 분명 책임을 물어야하지만, 의료법상 브로커에게 수수료 주고 환자를 사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수료를 받았음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규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또한 미용을 위한 성형은 몸의 어딘가가 아파서 내과나 외과에 가는 것과 달리 일종의 기호성 상품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미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는 구조 역시 드러내야합니다. 그러나 성형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는 이러한 성형산업의 약탈적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게 가로막습니다. 소윤은 이에 대한 저항으로 일체의 미용을 외모 꾸밈노동으로 규정하고 긴 머리 자르기, 화장품 버리기, 브라 안 하기 등을 실천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는 탈코르셋 인증이 올바른 페미니스트 되기 경쟁이라는 개인적 실천에 그칠 뿐 성형산업과 같은 구조를 타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해 아쉽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욕망 자체가 죄가 된 것 같아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레나는 심지어 탈코르셋 화장품까지 등장했다며 자본주의가 탈코르셋 운동마저 상품화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조직화 정치화되지 않고 파편화된 주체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면 구조를 바꾸는 운동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어서 쌩이 제시한 토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성매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반성매매운동의 논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성폭력의 경우 정조에 대한 죄를 깨려고 하지만 형식적으로 남아있고 법적 기본 형태가 강간죄에서 파생되는 형태이며 판례에서만 성적 자기결정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와 대비해서 성매매특별법 상의 성기삽입 중심적 성매매 규정을 극복하려는 논의에는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우는 일본에서 캬바걸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인 캬바쿠라 유니온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유흥업소 종사자의 권리 증진의 측면에서 접근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유나는 활동가마다 성매매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며 그것을 법으로 새기는 것에 대한 입장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고, 혜진은 성매매특별법 역시 성기결합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성매매의 법적 정의와는 별개로 문제시 삼는 성매매는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는 성상품화라고 생각하며 반성매매는 반성상품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모델 등 연예계와 성산업은 어떤 관계일까이었습니다. 모델 회사가 성형대출과 성매매 유입 통로로서 작동하는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불법촬영회 사건에서 보듯 성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윤은 아이돌 업계도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습생 때는 데뷔하기 위해서 성형을 포함해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다하고 걸그룹이 되더라도 데뷔 초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 수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할 뿐만 아니라 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혜진은 모델 에이전시가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산업 종사자를 구하는 경로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촬영회, 벗방을 방치하는 아프리카TV, 몰카가 주요 수입원인 웹하드 업체 등이 전혀 규제받지 않고 영업하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습니다. 만약 법으로 규제할 뿐만 아니라 전문수사대가 도입된다면 또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도 고민거리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풍성한 이야기로 두 시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룸 활동과 회원들의 경험과 지식이 교차하면서 이룸이 벼려온 문제의식이 담긴 글들을 더욱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에게서 활동하는 가운데 만나는 딜레마를 우회하기보다 직면하려는 치열함이 느껴졌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가끔 술을 마시며 살고 있는 저에게는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하기를 미뤄왔던 질문들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 부스, 집회 등에서 이루머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습니다. 공부모임을 통해 이룸 활동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더 커졌습니다. 연말까지 매월 첫째주 목요일을 설레면서 기다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