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한꼭지] 청량리 왁자지껄 반상회_고진달래

 [청량리 왁자지껄 반상회]
-고진달래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는 이제 어둠만이 내려앉아 죽음의 도시같은 을싸함이 느껴진다. 언제 강제집행 될지 몰라 발 동동 구르며 재개발 상황을 지켜보던 불과 2개월 전과 다르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개발 이야기는 조용하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재개발은 올 10월로 미뤄졌다는 소식만이 들린다.

 

‘우린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어 내가 가족이 있길해 친구가 있길해. 30년을 여기서 살았는데 여기가 고향이나 다름없어. 나를 누가 받아줘. 이 나이에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야’ 쪽방 여성들의 한결같은 푸념이였다. 푸념을 듣고도 ‘그렇지요. 그러게요’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그녀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이 곳에 있었던 이유 자체가 흩어지는 느낌이라 내 마음 또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하지….

 

2009년 청량리 집결지 현장지원센터를 할 때 우린 그녀들과 반상회를 했었다. 그 때는 집결지 안에 사무실이 있었던 터라 일을 하는 중간중간에 여성들이 사무실을 찾았고, 사무실 평상은 그녀들의 담배 연기와 시끌벅적한 수다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잠든 아이를 등에 지고 사무실로 오는 그녀,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사무실 계단을 오르던 그녀, 그녀의 손을 잡고 드나들던 사무실이 든든했던지 학교 수업 마치고 숙제를 가지고 오던 아이, 가게 골목에서 원수로 소문이 난 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딱하니 마주치며 싸우던 그녀들….그 풍경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면서 이번에도 흩어진 여성들을 모아내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반상회가 떠올랐다. 우리가 매달 모인다는 소문이 돌면 여성들이 모이겠지.

 

2017년 1월, 재개발로 심란해하던 여성들에게 무작정 밥을 먹자고 했다. 누가 시간을 내서 여길 올라나…. 청량리 시계탑 아래에서 넋놓고 기다리던 우리에게 저기 멀리 그녀들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래 모였다!’ 3명이 모였다. 그 뒤 우리는 매달 한번씩 반상회를 하면서 밥을 먹고 안부를 나누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3명이던 여성이 4명이 되고 5명이 되면서 처음으로 청량리를 떠나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사전 모임을 두 번이나 했고 그 안에서 반장도 뽑고, 준비물도 나누고, 일정도 미리 공유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필요하거나 제안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자유롭게 그녀들이 결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반장이 선출되고, 그녀들끼리 만나는 시간을 정해서 청량리에서 김포공항까지 지하철을 타고 제 시간에 도착을 했다. 아침 식사도 같이 준비하고, 여행 하는 동안 누가 다리가 아픈지, 걷는 속도가 빠르진 않은지 서로 서로 챙기면서 우리는 한껏 가까워졌고 편안해졌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반상회에 또 한 명의 여성이 함께 했다. 의례 한 달에 한 번씩은 얼굴 보면서 밥을 먹는다고 알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청량리 재개발 관련 이룸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공유하였고, 제주도 여행 평가나 그 후 우리 모임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묻고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다. 제주도 여행이 우리를 더욱 깊게 연결했고 결속력을 만들어주면서 그녀들은 우리에게 먼저 두 번째 여름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그녀들과 반상회를 함께 하면서 공을 들이면 만들어진다는 것도 배웠고, 어떻게 하면 이 모임이 한발한발 더 자발적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활동가인 우리들의 정체성은 이 모임에 어떻게 녹아내릴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누가 아픈지, 누가 밥을 못 먹고 있는지, 누가 지금 경찰서에 가 있는지, 누가 가족 때문에 마음이 아픈지, 누가 잠을 잘 못 자고 있는지, 누가 당뇨로 고생하고 잇는지….이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버팀목이 되어주는 온기가 있는 반상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내부에서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발생하는대로 이야기하면서 같이 결정되었으면 좋겠고 이 모임이 살아가면서 뒷심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자원을 끌어들여 판은 만들고, 작은 바람과 최소한의 개입으로 이 반상회를 즐겁게 지켜볼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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