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4일 수원시 집결지 조례 제정 반대 한터 집회 참석 후기

한터 집회 후기_별

 

지난 10월 24일 광화문에서 열린 성매매 집결지 업주/여종사자 모임 한터 집회에 참석했다. 수원시에서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는 날에 맞추어 집회가 열렸다. 청량리에서 수원으로 이동한 여성의 말에 따르면 불참시 벌금 30만원을 내야 하고 영업정지를 먹기 때문에 왔다고 했다. 최근 통과된 성북구 미아리 집결지 조례 제정 이전의 토론회에도 어김없이 한터가 와 있었다. 업주들이 토론장 문 앞까지 아가씨로 일하는 여성들과 동행을 하였고 끝나고서는 바로 인솔하여 갔다.

 

이 집회에서는 평소처럼 ‘성노동자 인정’ ‘여성가족부/여성단체 폐지’ ‘성매매 특별법 폐지’ 등의 구호가 제창되었고 특별법으로 인하여 일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한터 집회라고 해서 업주들이 나와서 요새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터 대표가 발언하는 것 외에는 여종사자 대표가 전면에 나서며, 착석한 여성들로부터 발언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한터 집회에서 가시화되는 것은 아가씨들의 생존 보장에 대한 목소리이다. 한터의 홈페이지에는 종사자들의 복지에 대한 청사진이 걸려있다. 한터의 전신인 ‘무의탁여성상담소’ 때부터 이들은 자원없는 여성들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이러한 진심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듯 대구 자갈마당 집결지 앞에는 노숙인 급식소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여성들의 인권과 무관하게 집결지의 지속이든 재개발 이후 보상이든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이러한 주장을 한다. 청량리 재개발 철거 투쟁 과정에서 업주들은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고 여성단체에 문의를 하여 아가씨들의 생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책이 없다는 말을 들었음을 내세우기 위하여, 그리하여 집결지가 존재할수 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기 위하여 대책을 요구했을 뿐이다. 업주들은 이때도 예전에도 최소한의 상담소, 쉼터 등의 존재가 여성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았고 개인정보 유출 등 잘못된 소문을 퍼트렸으며 아웃리치 홍보물을 받는 경우 그 가게나 아가씨에게 패널티를 주는 등 종사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막았다. 왜? 그 결과 지금도 여성들은 여성단체에 업소에서 겪은 폭행 등의 사건에 대한 간단한 법률상담 전화를 거는 것조차 주저한다. 대구 집결지의 경우 지난 여름부터 매월 7~9명의 여성들이 조례 대상자로 선정되어 지원금 집행이 시행되자 업주들이 대상자가 오래전에 일을 그만둔 여성이라며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금의 실질적인 집행이 여성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터는 본부가 있던 청량리였음에도 집결지가 사라져 얻게 되는 재개발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 아무런 소란을 일으키지 않은채 가볍게 철수했다. 반대로 한터에 가입되어 있지 않던 집결지들은 조례제정 등이 공론화 되면 한터 회장에게 발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고 집결지 폐쇄 문제를 성매매 특별법 하나로 뭉뚱그려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이번 집회에서도 여종사자 대표는 우리는 일하는게 힘들며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이야기는 업주-자본가들이 만든 판의 승인을 받아 지금과 같은 방식의 집결지의 지속이라는 허용된 목적 하에서 말해질 때만 가능했다.

 

재개발에 따른 집결지 폐쇄의 과정에서 여성, 지역 등의 운동단체들은 재개발이 집결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살아온 여성들에게 미치는 타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한정된 예산과 지역 사회의 성매매에 대한 편견 속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시도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형화된 한터 방식의 집회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터 집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개발 투쟁 과정에서 여성들의 생존의 목소리를 그녀들을 착취해온 특정 이익집단의 필요를 위하여 전유하면서 전면화된 집결지 폐쇄를 앞두고 그 안에서 살고 또 일해온 여성들의 삶에서 당장 시급하게 필요하며 가능한 대안들이 무엇이 있는지 논의하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인권적인 결론이라고 믿게 만든다는데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리에서 박경신 교수가 발언을 하였다. 박경신 교수는 지난 2015년 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 위헌제청 공개변론에서 위헌측 입장으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였던 사람이다. 당시 위헌 측 참고인 의견은 박경신 교수의 노르딕 모델에 대한 주장,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 식의 집결지 합법화에 대한 주장 등 완전히 상반된 의견이 뒤섞여 있었고 위헌 측 변호인은 성적자기결정권에 의한 위헌 논리를 주장하면서도 이것이 구매자나 알선자 합법화 주장과는 다르다는 위선적인 주장을 했었다. 이러한 복잡한 맥락 속에서 위헌측 입장에 동조할 수 없었던 여성단체들은 성판매여성 비범죄화를 포함한 개정법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집회 자리에서 박경신 교수는, 성평등과 성차별의 견지에서 성노동은 합법화 되어야 하며 동성애와 간통과 마찬가지로 형법으로 성매매를 다스리는 것은 자기결정권의 침해라고 발언했다. 성만큼 노동도 특별하며, 성은 금전에 의해 매개되어서는 안되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성을 상품화하는 것은 교수인 자신도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 우리는 단순히 성이 신성하다거나, 돈을 받고 성이 거래된다거나, 성이 상품화된다는 몇 가지 명제로만 집결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성매매가 왜, 어떻게 문제적인지, 일제시대 유곽이 도입된 이래 집결지에서 여성들이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 얘기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자리에서, 이러한 배치 속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발언을 하는 것은, 현재 한국 사회 성매매 집결지 현장에서 복잡하게 엮어있는 이해관계와 역동이 어떻게 여성의 삶에서의 불평등과 차별을 공고하게 하는지에 대한 완전한 무지이다. 무엇보다 위헌제청에서 한 그의 발언을 완전히 뒤집는 말이다.

 

성산업은 다변화되고 성산업에 대한 담론 역시 다변화되며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라는 장소와 집결지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논의는 풀리지 않은 숙제와 같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듯 하다. 박경신 교수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며, 앞으로 이룸에서 청량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이 갑갑함을 털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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