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함께 가는 927 기후정의행진 후기

2022년부터 9월이면 매년 크게 열리는 집회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정의행진인데요, 기후위기를 정의롭게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기후정의행진은 매년 2~3만명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합니다. 이룸은 올해 주거권 행진단으로 빈곤사회연대, 민달팽이유니온, 홈리스행동과 같이 빈곤철폐 주거권 쟁취를 외치며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주거권 행진단도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으로서 참여했어요! 여러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기후위기 대신 평등과 공공성 확대를 외쳤답니다.

 

기후위기에 왜 평등이 중요한 거냐고 묻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과학의 영역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언론과 지식인들은 신산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해법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후운동단체들은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기후위기는 지구 전반의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킬만큼의 파급력이라도 이윤을 위해서라면 용인한 우리 사회,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지구 대기에 과다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태양열을 너무 많이 붙잡고 있어서 지구 전체의 온도가 올라간 것이 기후위기입니다. 그래서 국제기구들도 기후위기 해결의 핵심은 탄소배출 감축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많은 탄소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2023년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계층 10%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절반이라고 합니다. 국제 NGO 단체인 ‘탄소 공개 프로젝트’의 보고에 따르면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가스 배출량 70% 이상이 100개 기업에서 나온다고 해요. 런던 정치경제대학과 리즈 대학의 연구진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1960~2010년대 후반까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탄소배출량이 개발도상국들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즉 기후위기의 원인은 부자들과 기업, 고소득국가들이 배출해온 막대한 양의 탄소입니다.

▲ 세계 각국의 1960-2018년까지의 누적 CO2 배출량. 초록색일수록 적고 빨간색일수록 많다. 빨간색은 주로 미국, 유럽 등 북반구 국가들이고 초록색은 인도와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남반구 국가들. 한국은 급격한 근대화와 성장으로 점점 기후악당 국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 역시 배정된 탄소 예산의 탄소 배출량 기준을 넘었다.
소득별 소비 기반 탄소 배출 비율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근대화의 기술 발전과 번영은 노동착취와 환경파괴, 자원과 노동력 수탈을 위한 식민지 건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재산권과 이윤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고, 이런 가치관은 자연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무한의 자원’으로 취급했습니다. 개발로 이익을 보는 자본가와 정치인 엘리트, 경제학자 등은 체계적으로 이를 정당화했습니다. 대부분의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은 산업의 생산 과정에서 나옵니다. 자본주의는 기업과 자본이 산업을 장악해 대량생산을 통해 삶에 필수적인 물건을 보급하는 사회입니다. 기후위기는 수익을 위해 상품을 과잉생산하고 과잉소비를 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인재(人災)인 것입니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선진국과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기후위기의 부정적 결과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이 떠안게 되는 현재의 상황을 ‘탄소 식민주의’라 부르기도 합니다. 기후정의는 이런 부당함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세계의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재난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부자, 기업, 국가들에게 책임을 묻고,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강화하는 이윤 중심 사회 대신 사회 공공성과 먹거리 기본권 등을 확장하자고 요구합니다. 공공성이란 쉽게 말해 공공재생에너지, 공공교통, 공공의료, 공공임대, 공공돌봄 등 삶의 필수적인 것들을 모두가 받을 수 있도록 늘리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기후정의행진도 여러 구호를 통해 기후위기 해결은 불평등 완화와 뗄 수 없다는 점을 말해왔어요. 이룸도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 그리고 기후위기 주거권 행진단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이하 공진단)은 사회 공공성 확장을 노동자와 소수자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많은 구호를 만들었어요. 기후위기가 불평등의 문제라는 걸 알리는 연속 기고 칼럼도 연재했습니다. 9월 7일에 있었던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집회 <새, 사람 행진>, 그리고 기후정의행진 바로 전날에 있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파업에 이룸도 공진단과 함께 참여했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그날 이후 조류 충돌 위험이 너무 크고 환경파괴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장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금도 투쟁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승계와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동시에 ‘정의롭게’ 이루자는 것입니다. 올해 12월부터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발전소가 폐쇄되지만 총고용 보장 대책이 없어 지금껏 에너지를 만들어왔던 노동자들이 기후위기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공진단은 비인간동물과의 공존, 그리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이 곧 기후정의라는 문제의식 속에 기후정의행진의 연장선으로서 참여했습니다.

 

기후정의행진 당일에는 주거권 행진단의 사전모임이 아침에 있었답니다. 주거권 행진단 모두와 함께 기후위기에 대한 간단한 교양을 듣고,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였어요. 사회자인 민달팽이유니온의 가원님께서 사전모임을 이끌어주셨습니다. 홈리스야학 학생, 민달팽이유니온 회원 등 다양한 분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어요. 

 

사전모임이 끝나고 빈곤사회연대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불량언니작업장 언니들과 합류해 집회장소로 향했습니다. 주황색의 무대와 맑은 날씨, 다양한 깃발들이 기후정의행진을 다채롭게 만들어주었어요. 날이 좋아 언니들이 더위 먹지 않을까 걱정하며 돗자리를 깔고 언니들과 함께 앉았습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의 테마는 ‘광장을 잇는 우리’입니다. 내란 세력을 끌어낸 광장의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에 대한 열망을 잇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집회 장소도 지난 겨울과 똑같은 경복궁 동십자각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특히 이날은 이루머 나나와 회원인 하나님, 이산님께서 기후정의행진 합창단 공연을 했어요! 언니들과 함께 열심히 환호와 앵콜 요청을 보냈습니다. 농민과 택배노동자, 발전노동자 등 기후위기가 삶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이들, 그리고 각 요구안을 담은 발언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기후정의행진에 와야하는 수많은 이유들에 공감했어요. 

 

 

 

 

 

 

 

 

 

 

 

 

행진은 종로 전역을 둘러싸고 진행했습니다. 의제별로 거점이 있었는데, 감축거점, 농민거점, 에너지거점, 공공성거점, 평화거점, 생태돌봄 거점 등 행진의 잼컨(재밌는 컨텐츠의 줄임말)이 너무 많아 지치는 줄도 몰랐어요. 특히 평화거점에서 이스라엘의 생태학살과 집단학살에 항의해 이스라엘 극우 총리 네타냐후의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루머들도 네타냐후에게 신발을 신나게 던졌어요.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에 참여한 이들은 1호차에서 초록색, 주황색 띠를 달고 공공성으로 평등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함께 행진했습니다.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은 당일 <공공성으로 평등하자, 기후정의로 세상을 바꾸자> 유인물도 배포했는데요. 기후정의와 평등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활동은 이번 공진단으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후정의행진에 오면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들이 행진해요. 중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다이인 퍼포먼스는 기후정의행진의 마스코트이기도합니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비관적으로 보기 쉬운 상황이지만, 기후정의행진은 낙담하지 않고 기후위기를 만드는 세상을 지금이라도 바꾸자고 계속해서 말해왔습니다. 기후위기는 취약한 이들에게 훨씬 더 치명적이고, 기후위기를 멈추려면 이윤을 위한 사회가 아닌 ‘다른 체제’가 필요하고,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자본의 영역이 아니라 공공의 이름으로 모두에게 제공되는 평등한 사회가 필요합니다. 이룸이 그리는 미래도 이와 뗄 수 없기에 지속적으로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내년 기후정의행진 땐 더 다양하고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라며, 2025년의 기후정의행진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내년에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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