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 딜레마 : 정부보조 VS 개인/단체의 자율성

정부보조 VS 개인/단체의 자율성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은 비영리민간단체다.

, 정부기관이 아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은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이룸]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종종 정부보조를 받는 것과 개인/단체의 자율성이 충돌할 때가 있다. 국고보조를 받는 기관에 대한 지도감사나 회계의 투명성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투명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개인과 단체의 자율성 훼손하는 경우가 있으며, 정부보조를 받는다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누구의 입장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그 정도가 틀리다.

 

이것이 이룸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공동대응팀에 속하여 연대하기도 했고, 또 국고보조를 받는 상담소를 유지하는한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기에 늘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주제이다. 이룸은 이상하게도(?!) 지난 역사 속에서, 그것도 여러 번 이 주제로 부딪쳤다. 어떻게 활동과 갈등을 겪어 왔는지 살펴보자.

 

정부의 정보집적에 대한 문제제기(2008년부터~)

 

 

2008년부터 정부는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 시설에도 국가정보망 사용을 의무화하였다. 다른 사회복지시설도 하니까 여성시설도 해야 한다고 했다. 회계의 투명성과 관리의 효율성, 이중수급 방지라는 명목으로 그 이유를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지원받는 여성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시설이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관련한 상담소와 쉼터를 말한다. 이곳의 사용자는 그와 관련한 피해자이고, 쉼터는 폭력으로부터 빠져나와 안전한 생활을 하도록 하길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그런데, 획일화된 정보망에 입력했던 개인의 정보가 누출되면, 이들은 안전은 어디에서 보장할까.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목소리가 더 큰 현재의 사회구조에서 여성시설의 사용자로 노출되는 것이 반가울 사람 어디 있겠는가. 아니 노출의 문제는 개인의 불쾌함과 무관하게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문제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개인 정보 집적을 전제로 하여 여성시설의 지원을 받게 하는 현재의 국가 시스템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에 대해 문제라고 느끼는 여러 단체들이 2008년부터 전자정부대응모임을 꾸렸고, 이룸도 몇 년째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곳은 상담소뿐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집적을 하고 있는 시설일지라도 이것이 문제인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인줄 알면서도 지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폭력피해 여성들의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며, 이를 구조화해둔 정부 시스템이 문제인거다. 상담소에도 이용자에게도 언제든 개인정보를 입력하라고 요구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늘 도사리고 있다. 획일적인 관리를 좋아하는 정부니까.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이룸은 상반기 워크샵 때마다, 상담소마저 내담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국가보조금을 반납하겠다는 결의를 늘 다지곤 했었다. 그달에 새로 입사한 활동가가 있었더라도 말이다. (얼마나 이상한 단체라고 생각했을 것이며, 얼마나 불안했을는지;;;;)

 

 

관련 게시물(제목 클릭하면 내용이 보여요)

2009년 06월 15

(가칭)여성폭력피해자지원단체의 국가복지정보시스템 사용에 관한 토론회

 

2011년 03월 07

여성폭력피해자의 정보집적 반대여성가족부에 피해자지원에 대한 책임 촉구

 

2011년 03월 10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여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정보집적을 반대하는 집회

 

 

 

 

 

 

MB패러디 웹자보 수정압박(2008812일부터 민간단체 사찰까지)

 

 

 

 2008년 이룸 행사 홍보를 위해 웹자보를 여러 곳에 게시하였다. 대통령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MB의 건물에 성매매업소가 있었다는 한겨레21 기사를 활용하여, 이를 패러디하는 사진을 게시하였다. 게시한 날로부터 시작된 온갖 곳의 압박이 시작되었다. 활동가 개인 휴대폰으로 평소 모르고 지내던 여성학자의 전화를 비롯해, 몇 번에 걸쳐 경찰과 구청 공무원, 여성부까지 이룸에 몸소 방문하셨다. 이유는 패러디 웹자보를 내리거나, 수정하거나, 아니면 장소 대여한 기관에 행사를 취소시킬 수 있는지 까지 알아보았다는 것. 심지어 이 일이 마무리되고도 한참 동안은 이룸 행사 때마다 경찰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했다.

 

…… 대통령 이미지를 패러디한 것만으로도 사진을 수정하든 않든 간에 이후에 어떤 영향을 받을 거고, 그 영향은 이룸을 넘어 성매매 정책에도 끼칠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이든 이룸이 선택한 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함께.”

정부 지원을 받는 기관이나 단체는 정권을 비판할 수 없다, 나랏돈 받고 왜 대통령을 비판하느냐” – 웹자보 수정에 관한 이룸의 입장 글

 

온갖 고초를 다 겪은 이룸 활동가들은 27일 웹자보를 수정하면서, 이에 대한 처참한 심정을 담은 입장글도 홈페이지에 올렸다.

 

2012년 민간인 사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는데, 이룸도 그 대상이었던 것을 알게 된 것은 검찰측에서 이룸 사무실로 그것으로인한 피해를 묻는 전화가 왔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든, 선택한 대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던 그들의 말은, 민간단체 사찰 대상이 될 것이라고 암시한 것이었던가.

 

2008년도의 일인데, 유인물 뿌렸다는 이유로 구속되던 시절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많이 달라졌을까?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곳은 정권을 비판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단지 그 서슬퍼런 시절의 이상했던 공무원들/경찰들만의 생각일지 우리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관련 게시물(제목 클릭하면 내용이 보여요)

2008년 08월 12

포럼 웹자보 게시

 

2008년 08월 27

 

포럼 웹자보 수정에 대한 [이룸]의 입장(수정)

 

2012년 12월 18

활동가칼럼민간인 사찰과 대통령 선거

 

 

 


지원여성 주민번호 요구/현장지원센터 반납(20081231일 통보, 20093월 반납)

 

웹자보 사건이 센터 반납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증명할 수 없지만, 200912316, 여성부 공문이 팩스 한 장으로 온 것에 대해 참으로 의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주민번호를 포함한 지원여성 명단을 제출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청량리 집결지 폐쇄 전, 그 안의 성매매 여성들을 탈업/전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여성부의 자활지원사업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주민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에 대해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지원을 받으라니 이 같은 모순이 어딨나. 성매매 방지법에 명시된 상담소의 내담자의 비밀보호라는 원칙에도 어긋난다. 여성부는 법을 어기라고 이룸에 권유하고 있었다.

 

이룸은 급하게, 그리고 머리가 터지도록 회의를 거듭했고, 지원을 받고 있는 여성들과도 몇 차레 논의를 했다. 성매매시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지길 누가 바랄 것인가. 주민번호를 주느니 지원받지 않을 것이라고 청량리 여성들의 입장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이룸은 여성부의 자활지원사업을 조기 반납했다.

 

 

관련 게시물

2008년 12월 31

여성부주민번호 제출 요구 공문 수신함

 

2009년 03월 10

38대회 홍보물, <우리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내용보기)

 

2009년 3월 31

 

[이룸]현장지원센터 반납 

 

 

 나가며….

단체나 개인의 자율성을 지키려 했던 노력들이 가슴 아픈 추억을 꺼내드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보면 얼마든지 자랑스러운 선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들에서 겪었던 복잡하고도 미묘한 갈등과 상처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켜야할 주요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들에게는 정부보조를 받는다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누구의 이해관계에서 바라보느냐, 어떤 위치에서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남는다는 것인데, 그것은 활동을 지속하는 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늘 현재진형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사는데 늘 좋을리만 있나. 닥치면 해결하지모.

 

  

이룸10년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