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1017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 차량선동 발언문

1017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 차량선동 발언문 | 노랑조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하는 노랑조아입니다. 이 길을 지나고 계신 시민 여러분, 우리는 1017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가난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며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하고 있는 지금의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연대로써 평등한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모두가 가난을 두려워합니다. 무서워합니다. 내가 어느 한 순간 벼랑에서 굴러떨어져, 생존하지 못할 만큼 필수적인 결핍에 시달릴 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사회에서 가난이란 고립되는 것, 혼자가 되는 것, 외면 당하는 것, 그리고 폭력의 한 가운데에서 멸시를 견디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여러분, 가난은 이렇게 형벌처럼 겪어내야 하는,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개인의 죄가 아닙니다. 가난은 우리 사회의 결과이고, 나 혼자 살아남으려 미친듯이 이윤을 추구하고 각자도생하는 동안, 열심히 일하고 게으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짓밟고서라도 너와 네 가족만은 행복할 수 있다고 속이는 거짓말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이런, 가난에 대한 공포와 같이 오는 빈곤에 대한 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멸시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구호) “가난에 대한 차별과 멸시에 반대한다! 연대의 힘으로 평등세상 쟁취하자!“

그리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에 대해, 흔히들 성매매 소굴에 제 발로 걸어들어간 음란한 존재라고들 합니다. 그리곤 또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모르고 서울에 올라온 시골 처녀가 나쁜 사람들에게 속아서 인신매매 당하고 빚에 묶여 몸을 파는, 사연있고 불쌍한 존재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선택했으면 음란하고, 선택하지 않았으면 불쌍한 이런 자발 비자발의 논리는 성매매 산업이 어떤 토양위에서 거대하게 자라나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는지 구조를 가립니다. 부의 불평등한 분배,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자원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위에서 남성 중심의 성별권력관계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도구화하여 이윤추구의 장소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가부장적인 법과 제도는 아내가 아니고 누이가 아닌 여성, 남자에게 보호 받을 여성과 보호할 필요가 없는 여성을 나누어 인권의 사각지대에 성판매 여성들을 던져놓습니다. 이들은 말하자면 국가가 승인한, 인권 바깥의 존재인 것입니다.

성판매 여성들은 구매자나 실장에게 돈을 떼여도, 두들겨 맞아도, 성폭행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합니다. 성매매 행위자라는 족쇄가 그들을 피해자가 아닌 범법자로 만들어 처벌받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가족들에게 알려버리겠다는 협박에 입을 닫게 되기도 합니다. 법적인 처벌보다 더 무서운, 음란한 여자라는 사회적 처벌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여성들이 입을 닫고 폭력과 멸시를 감내하는 동안, 성매매 산업은 여성들의 몸을 경유하여 막대한 이윤을 빨아들이면서 배를 불리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대한민국의 일상경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성매매 산업의 자본 위에 우리나라 경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한국식 성매매 산업이 동남아 여러 나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이익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성매매 산업의 주체들, 즉 알선과 유통 네트워크, 돈을 굴려 이윤을 보는 투자자들, 부채산업으로 고리대 이익을 남기는 자들 등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 가져가고 있습니다. 알선자와 구매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 조항은 허울일 뿐, 실질적으로는 착취와도 같은 근무환경을 견뎌야 하는 성판매 여성들에게만 처벌이 행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무소불위의 성매매 산업은, 가난한 여성을 끌어들입니다.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인맥도 없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일,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게 빤합니다. 그 상황에서 일시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성매매 산업은 자원 없는 여성들이 수도 없이 유입될 수 있는 통로이자 늘어나는 빚과 인권침해를 견뎌야만 하는 빈곤의 굴레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요구하고 싶습니다. 여성을 처벌하는 것으로써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겠다 자위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성별권력관계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이중으로 떠넘기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여성들의 몸을 장소로 이윤을 빨아들이는 성매매 산업의 구조를 덮는 행위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함께 구호를 외쳐주십시오. “성매매여성 처벌 중단하라!” “성매매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춰라!” “빈곤을 철폐하고 성매매 산업 해체하라!” 감사합니다. 빈곤 없는 세상, 성매매 산업 없는 세상,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함께 끝까지 투쟁합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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