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자회견] 웹하드 카르텔 주범 양진호 1심 선고 대응 기자회견 “웹하드 카르텔,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지 않으면 근절 없다!”

사진 : 경향신문

웹하드 카르텔 주범 양진호 1심 선고 대응 기자회견

“웹하드 카르텔,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지 않으면 근절 없다!”

일시 : 2023년 1월 12일 (목) 오전 10시 30분

장소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

주관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남여성의전화,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발언1_이선희 다큐멘터리 감독]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새길 활동가 대독
웹하드카르텔의 공익제보자 다큐멘터리 감독 이선희입니다.

2018년 1월 30일 저는 경기남부경찰청에 ‘웹하드업계 카르텔 고발’이라는 제목의 제보장을 보냈습니다. 13쪽에 달하는 제보장의 마지막 문구는 “불법촬영물을 수집, 유포하는 정범인 웹하드 업체와 그 업체가 인사권 및 운영권을 행사하는 필터링 업체, 그 필터링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버장의업체가 있습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주)뮤레카, (주)뮤레카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장의업체 ‘나를 찾아줘’가 그들입니다. 이 업체들 간의 구조를 파헤쳐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몰래카메라 영상이나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성폭력은 절대 없어질 수 없습니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성폭력을 상품화하여 범죄 행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위디스크, 파일노리, (주)뮤레타, ‘나를 찾아줘’의 실소유자이자 실권자 양진호 회장의 이 모든 범죄 혐의를 고발합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2014년 불법촬영범죄 피해로 고통 받는 피해자의 사건을 알게 된 이래, ‘야동’이나 ‘몰카’니 ‘리벤지포르노’니 이름조차 없던 기이한 폭력의 실체를 쫓아 추적을 시작한지 4년 만에 이 기이한 폭력이 잘 구조화된 범죄 집단에 의해 설계된 범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떠도며 끊임없이 생성, 재생성 되는 성착취영상물이 한 곳에서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곳이 바로 “웹하드”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하여 합법적인 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였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업이었다. 납입자본금 3억에 불법저작물 및 음란물 필터링을 위한 필터링업체 계약서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대용량 디지털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대로 한다면 웹하드에 불법촬영된 디지털성폭력영상이 유통될 수가 없습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감독의 역할을 한다면 불법 촬영된 디지털성폭력영상을 유통하는 웹하드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웹하드에서는 매일 수십만 건의 디지털성폭력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요?

첫째, 웹하드가 필터링업체를 소유하면 되는 것입니다.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는 국내에 딱 둘 뿐인 필터링업체 중 하나인 (주)뮤레카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필터링업체와 계약했다는 것은 합법의 갑옷을 입는 것과 같은데 양진호는 아예 필터링업체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양진호 소유의 필터링업체인 뮤레카는 ‘나를 찾아줘’라는 삭제업체도 함께 운영했습니다. 유통플랫폼과 필터링사, 삭제업체 모두를 소유한 양진호는 불법영상물을 올리는 헤비업로더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혜택조치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주며 디지털성폭력범법자들이 범죄행위를 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종용했습니다. 그 수익이 검찰이 한정한 기간인 4년 동안만 해도 350억이 넘습니다.

둘째, 웹하드의 불법행위를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도록 하면 됩니다. 위디스크를 비롯해서 웹하드의 불법행위가 그동안 수없이 언론에 공개되고 일부 법적 처벌을 받았음에도 위디스크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웹하드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금까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카르텔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웹하드카르텔’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이유입니다. 유통업체와 필터링업체 그리고 삭제업체를 모두 소유한 양진호의 범죄행각이 지난 15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웹하드협회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를 통한 정치권과의 유착을 포함한 거대한 카르텔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양진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는 웹하드에 대한 경찰수사 정보를 미리 빼내어 웹하드에게 전하여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잡히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론 호도를 위한 캠페인 등의 작업도 하며 위장시민단체를 만들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위원에 대한 로비도 합니다.

셋째, 불법행위로 번 돈으로 법무법인 태평양과 같은 변호사를 수임하면 됩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착한 법무법인’으로 이미지 메이킹 잘하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8인의 변호사가 지금 양진호를 변호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의 빈틈을 찾아 법리로써 양진호의 손발이 되고 있는 그들이 바로 매일 수십만 건의 디지털성폭력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치유의 길을 막고 있습니다.

n번방의 주범 조주빈은 자신의 범죄 목적이 ‘돈’이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일상과 신체 성적 행위를 찍고 유통하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 곳이 웹하드입니다. 손준호 조주빈 같은 범죄자들을 저는 웹하드키즈라 부릅니다. 버젓이 지난 십수 년간 합법적인 기업이라는 웹하드에서 그와 같은 일들이 벌어져도 법의 처벌은 없고 불법행위로 양진호가 황제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을 봤으니까요. 합법기업인 웹하드는 불법 포르노사이트의 ‘자료실’입니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포르노사이트는 대용량인 불법영상물들은 국내 서버를 두고 있는 웹하드와 연결해서 유통시킵니다. 그 역도 성립하는 것이지요. 제가 웹하드카르텔을 디지털성폭력의 핵심지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법과 국가의 제재도 받지 않으며 웹하드는 디지털성폭력의 메카가 되었고, 양진호는 수천억 원의 자산가가 되었습니다. n번방의 조주빈조차 범죄단체구성죄로 처벌되는 마당에 지난 십수 년 동안 수십만 건의 디지털성폭력영상물을 유통하고 범죄자 헤비업로더의 불법행위를 알선하고 주도한 양진호에게 검찰은 징역 14년 벌금 2억원 추징금 514억의 구형을 내렸습니다. 이게 가당키나 합니까? 양진호는 범죄단체구성죄로 처벌되어야 합니다.

2018년 1월 이후 만 4년 만에 양진호는 웹하드카르텔로 첫 선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범죄행각은 2003년 위디스크 설립 이후 계속 되었으며 그 죄상의 크기는 그가 가지고 있는 부의 크기와 폭압적인 권력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며 구조적인 방식으로 행한 불법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업무상 횡령 등을 뛰어 넘어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되어야 함을 분명하게 알립니다.

저는 웹하드카르텔의 최초 제보자로서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즉각 항소할 것을 요구합니다. 양진호는 성폭력 정범이며, 웹하드카르텔을 양진호 소유 회사로 축소하여 제한하지 말고 웹하드 업계를 비호하고 있는 세력들까지 확대하여 재수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023년 1월 12일

[발언2_연대자D 반(反)성폭력활동가]

명복을 빌 수 없다

2017년 급한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마무리한 후 일상을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연인이 결별에 대한 ‘보복’으로 불법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해 고통을 겪던 피해자는 고소 후 재판까지 갔지만, 대학원생이던 피고인의 사정을 헤아린 재판부의 선처로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를 만난 건 재판 종료 후 웹하드 등에 올라온 영상을 사비를 들여 삭제하면서 피폐해진 이후였습니다. 그런 그를 끌고 상담 및 약물치료를 받게 하고 무료로 삭제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연계했으며, 그 과정에서 조금씩 그는 회복하는 듯 보였습니다. 새로 일을 하면서 일상을 되찾겠다던 그는 직장에서 만난 동료가 그의 영상을 봤다며 만남을 강요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의 영상이 올라갔던 곳이 바로 웹하드였습니다. 삭제를 요청해도 매번 제목이 바뀌어 올라오는 영상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구조적 살인을 기획한 인물 중 한 명이 오늘(2023.01.12.) ‘징역 5년’이 선고된 ‘양진호’입니다.

오늘 재판 방청을 앞두고 새벽에 웹하드에 접속했습니다. 외부 감시가 소홀해지는 새벽시간에 불법촬영물, 성착취물 등이 웹하드에 올라오는 경향이 있고, 여전히 그런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명복을 빌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4년 이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과 연대하면서 죽음으로 몰려가는 피해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런 절박한 처지의 피해자를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보며 피해 회복과 일상 재구성을 가로막는 시스템의 이름이 바로 ‘웹하드카르텔’이었습니다. ‘웹하드-헤비업로더-필터링업체-디지털장의사’로 이어지는 이 개미지옥은 한국의 ‘강간문화’와 결합해 한국이 ‘디지털성범죄 국가’로 전락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디지털성범죄는 크게 수익창출형과 쾌락추구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이후 ‘디지털성착취·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관련 법안이 정비되었으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 기조가 유지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디지털성범죄’가 10대, 20대 등 ‘디지털네이티브 세대’의 전유물처럼 소개되곤 하는데, ‘수익창출형 디지털 성범죄’의 모델은 기성세대에서 구축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소라넷’, ‘AV스눕’ 등 사이트 운영, ‘웹하드카르텔’처럼 계획적, 집단적 착취구조를 형성해 성착취물 등을 게시하도록 유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것이 기성세대라면, 디지털환경에 일찍 노출된 현 세대의 경우 성착취물을 직접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다 분화, 확장된 형태로 변했다고 봐야 합니다. 기성세대 디지털성범죄자들은 수익을 기반으로 양지로 나오기 위해 노력 중이며, 그런 과정에서 피해자의 조력자임을 내세워 또다른 수익구조를 만들기도 합니다.

어제(2023.01.11.) ‘음란물 유포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이지컴스’의 대표 ‘박형진’ 역시 피해자의 요청을 받아 영상 삭제를 하던 디지털장의사로, 언론에 ‘조주빈을 쫓는 인물’로 조명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만적인 행위를 한 박 씨를 비롯해 ‘음란물 유포 방조’ 등으로 기소된 다수의 디지털성범죄자들은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거나 소유한 이들에 대한 처벌도 기껏해야 ‘징역 1년 6월’ 정도에 머무르며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일명 ‘바지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실소유주·실운영자들은 처벌을 피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웹하드카르텔’을 구축한 인물이자, 실소유주·실운영자로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양진호’의 이번 1심 선고결과가 중형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범죄수익의 추징은 빠진 이번 선고 결과는 결코 중형이라 볼 수 없으며, 수익창출형 디지털성범죄자들에게 또다른 기회를 부여한 판결로 남을 것입니다.

기성세대의 집단적·조직적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한국 수사기관과 법원은 입법 미비를 내세워 소극적 행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범죄단체 등의 조직’(범단죄, 형법 제114조)의 경우 2020년 ‘박사방’ 일당들에게 적용된 것이 성범죄 사건에서는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사례이며, ‘웹하드카르텔’의 경우 성폭력 관련 법조 적용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막대한 수익을 얻었음에도 해당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도 제대로 되지 않아 ‘최악의 경우 몇 년 살다 나오면 돈방석에 앉는다’라는 믿음이 디지털성범죄자들 사이에서는 굳건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소라넷’은 호주 등 해외로 도피한 주요 운영진 3인을 검거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판이 완료된 한 명의 운영자의 경우 단 한 푼도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을 하지 못했습니다. ‘AV스눕’ 운영자에 대해서도 전체 범죄수익 추징에는 실패했으며, ‘W2V(웰컴투비디오)’나 ‘박사방’ 운영자들에 대한 범죄수익도 제대로 추징했는지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법원은 ‘양진호’에 대해 추징을 명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추산으로만 수백억의 수익을 창출했음이 밝혀졌는데도 말입니다.

‘웹하드카르텔’의 ‘양진호’는 이미 2011년 비밀업로드 조직 ‘누리진’의 실운영자로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음란물 유포 방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양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형사사법절차가 본인의 편이라는 확신이 생긴 양씨는 이후 ‘바지사장들’을 내세워 실소유주·실운영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년의 시간 간격이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은 양 씨의 ‘웹하드카르텔’에 대해 ‘범단죄’ 적용 등을 하지 않았고,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에 대한 입증을 게을리 했습니다. 정관계 로비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던 양 씨에 대한 수사 역시 웹하드 전반에 대한 총제적인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고,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 과정에서 치밀하고 적극적인 법리적용 및 범죄 입증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관련 수사와 재판을 수년간 모니터링해온 입장에서 검경의 이런 안일한 접근이 결국 오늘의 이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징역 5년’을 선고한 재판부 역시 실소유주·실운영자로서 양 씨를 특정한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성착취·성폭력사범에 대한 엄벌 사례들이 최근에도 있었던 만큼 이번 재판부의 판단이 이례적이거나 적극적인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검찰이 요청한 ‘512억(혹은 514억)’ 규모의 추징금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점에서 ‘실형 선고’를 내세워 피고인의 재기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웹하드카르텔’이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살인구조임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런 살인구조의 유지가 범죄수익의 창출로 이어짐을 확인했다면, 이런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계 최악의 아동성착취 사이트 ‘W2V’를 운영했던 ‘손정우’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인도청구를 불허하면서 한국법원은 ‘범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포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창출형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몰이해와 관련 환경 및 기술에 대한 무지, 해당 범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안일한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면서 결국 오늘 ‘웹하드카르텔’에 대한 선고 역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커녕 더 견고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 봅니다.

법은 힘은 있으나 그 자체로 정의는 아닙니다. 그래서 판사의 판결이 소극적이며 재생산적인 수준에 머물 경우 부정의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성범죄 재판과 관련해 한국법원은 ‘법은 느리다’라며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는데,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이번 1심 선고와 같은 판단은 응보도 피해회복도 사법부가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시민의 불신에 대해 법원은 외부로 책임을 돌리지만, 한국 형사사법절차에 대한 불신은 법원이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은 즉시 항소해야 합니다. 무죄 선고 부분에 대해서는 디지털환경 및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토대로 유죄 판단을 끌어내야 하며, 추징과 관련해서도 적극적 입증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법원 역시 유사한 범죄집단, 범죄단체를 기획하고 운영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피고인 양진호와 관련해 그 카르텔이 미친 사회적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성범죄는 피해자가 더 보이지 않는 범죄라고 합니다. 이는 가해에 대한 부적절하고 미흡한 응보와 연관이 있습니다. 정의에 부합하는 응보가 전제될 때 피해 회복은 가능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웹하드카르텔’은 피해자의 삶과 생명을 담보로 수익을 창출한 범죄집단, 범죄단체로 봐야 합니다. 피고인 양진호를 비롯한 ‘웹하드카르텔’ 일당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살인자들이며 생존한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진행형의 가해자들입니다. 이번 1심과 같은 판단으로는 이 세상에 없는 피해자들의 명목을 아직 빌 수는 없습니다. 현재도 고통을 겪고 있는 생존한 피해자들의 회복을 기원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들의 명목을 빌 수 있게, 회복을 돕고 일상을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정의에 기반한 응보부터 제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발언3_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혜진 활동가]

양진호가 운영했던 웹하드 카르텔을 비롯하여 온라인에서 일어났고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을 불법촬영물 유포는 촬영을 한 사람과 촬영 피해를 입은 사람, 개인간의 폭력행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의 거대한 온라인성착취카르텔입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왜곡된 성 인식이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의 성을 성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하고 활용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를 남성의 어쩔 수 없는 성욕이라고 허용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 뿌리깊은 젠더권력관계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젠더권력관계에, 비틀려져버린 성인식에 의해 수많은 성착취영상물들이 생산되고 유포되고 있습니다.
파일노리, 위디스크 등 웹하드에서, 그리고 수많은 온라인 공간에서, 성착취영상물이 유통되어왔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는 왜곡된, 여성을 향한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욕망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웹하드를 비롯한 수많은 성산업자본들은 이 욕망을 이용함으로써 막대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때로는 불법촬영의 형태로, 때로는 자원이 부족한 여성들을 활용한 ‘합법적인 계약’의 외피를 지닌 ‘벗방’ 등 온라인 성매매 방식으로, 이들은 방식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돈을 벌고 있으며, 그 막대한 돈을 벌기 위해 착취적이고 폭력적인 욕망을 더욱 부추기고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성의 몸을 자원으로 부를 축적했고, 이 거대해진 산업은 사회 곳곳의 자본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음란물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팽배한 젠더권력관계의 문제이며, 이를 활용하여 부를 축적한 자본과 이에 활용되는 사람들 간의 권력관계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여성의 몸은 남성들의 착취적인 욕망 실현을 위해 이용되고, 이 폭력적인 욕망을 이용하고 자극하고 부추김으로써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웹하드 회사, 성산업 자본에게 이용되고 착취되어야 합니까.
하나의 촬영물로, 촬영한 사람과 촬영물 속 사람 개개인간의 폭력으로만 봐서는 결코 이 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것 입니다. 피해가 없애기 위해, 자본에 활용되지 않기 위해, 젠더권력관계에 고통받지 않기 위해, 온라인성산업카르텔 그자체를 끊어내야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전문]

*낭독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신성연이 활동가

– 성남여성의전화 회원 문경은

– 성남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소장 박필옥

웹하드 카르텔,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지 않으면 근절 없다!

웹하드 사이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실소유하고 웹하드를 필터링했던 업체 뮤레카까지 실소유하며, 온라인에서 거대한 성착취 산업 구조를 설계해 운영했던 양진호의 1심 선고가 구속 이후 5년만에 내려졌다. 두 차례의 선고 연기 끝에 재판부는 양진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동안 일명 ‘웹하드 카르텔’이라 불린 이 성착취 산업을 쫓으며 양진호가 제대로 처벌받는지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온라인 공간의 성착취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지금, 이 폭력을 근절하려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쟁점이 무엇인지 제시하고자 한다.

이 사건 2019고합182 사건(이하 182 사건)은 양진호 외 7인의 피고인에 대해 여러 혐의를 다룬다. 양진호가 8개 회사를 실소유하며 필터링 업체 운영에 관여한 혐의, 그리고 지분을 소유한 다른 회사들의 자금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 세금을 탈세한 혐의 등을 다루고 있다. 양진호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헤비업로더 보호시스템’을 운영하여 ‘음란동영상’, 불법촬영물과 비동의유포촬영물 등 영상 업로드를 방조하거나 유포하게 한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 재판 과정은 ‘웹하드 카르텔’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가.

이 사건의 공소장을 통해 이미 웹하드카르텔의 존재를 검찰이 인정하였음에도, 심지어 양진호가 2018년 10월 구속된 이후에도 웹하드와 필터링 업체들의 운영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며 카르텔을 유지해온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1심에서의 검찰 구형은 징역 14년, 벌금 2억, 추징금 514억원에 불과하였다. 특히 양진호에 대하여 182 사건의 공소장을 통해 검찰은 영상 관련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포에 대한 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으로 보고있음을 알 수 있다. 회원들이 원하는 ‘음란동영상’을 직접 요청할 수 있는 전용공간인 ‘자료요청게시판’을 통해 음란물을 유포한 업로더들의 혐의에 대해서만 양진호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8일 1심 선고된 2019고단3345사건(이하 3345 사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은 위디스크, 파일노리에 소위 ‘음란동영상’과 피해촬영물을 올린 헤비업로더와 이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춰 운영한 임직원들 15인에 대한 사건이다. 이 사건 판결문에서도 웹하드카르텔의 존재를 법원이 인정하였음에도 임직원들의 경우 음란물유포 방조 및 카메라등이용촬영방조 혐의로 고작 벌금 50만원부터 벌금 700만원 정도의 형에 그쳤다.

현 재판에서 웹하드카르텔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이유는 이를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는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첫째, 양진호가 정범이 아니면 무엇인가.

양진호가 ‘음란동영상’ 다수 업로드로 판매자 자격이 취소되어야 하는 판매자에 대해 그 자격을 유지시켜주고, ‘음란동영상’ 업로더를 ‘우수회원’으로 선정해 아이템을 지급하는 등 ‘헤비업로더 보호시스템’을 운영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양진호가 필터링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며, 불법정보 우선 노출 및 불법정보의 삭제를 최소화하는 운영방침을 세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양진호가 웹하드카르텔로 인한 처벌을 피하고자 바지사장들을 세워왔던 역사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전체 매출 중 70퍼센트가 ‘음란물’로 인한 수익이라는 것도 전부 드러났는데, 양진호가 정범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둘째, 기술적 조치에 집착하려는 전략이다.

공판 과정에서 양진호 측의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는 DNA 필터링을 통한 기술적 조치가 무엇이고, 원래 DNA 필터링까지 적용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었음에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는 등 기술적 조치가 얼마나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지 주장하기 위해 약 한 시간 동안 PPT로 설명하며 재판의 논점을 흐렸다. 검찰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판사 또한 잘 이해하지 못하여 공판이 기술적 조치에 대한 설명회 같은 모습이었다. 이 문제가 마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인 것처럼 끌고 가려는 것이다.

셋째, 바지사장들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피고인 측 증인으로 웹하드 업체의 운영팀 직원, 필터링 업체의 기술개발이사가 나와 웹하드 카르텔과 연관된 혐의들을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인지 증언하였다. 이들은 입을 맞춘 듯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전 바지사장들을 꼽았다. 기가 막힌 것은 3345 사건의 피고인들은 양진호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여 감형받았다는 것이다. 양진호가 웹하드카르텔 운영으로 처벌의 위험이 있어 바지사장들을 세우며 처벌을 면하려고 했다는 것 또한 공소장과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는데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전략일 뿐이다.

넷째, ‘음란물’, ’저작재산권’을 위주로 혐의가 구성되었다.

양진호가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성착취 구조를 운영하였음에도 공소 내용과 판결 내용은 ‘음란물’과 ‘저작재산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검찰이 기소한 공소 사실의 내용을 단순 합산하면 2015년 1월 경부터 2019년 9월 7월 경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업로드 된 ‘음란동영상’의 개수는 무려 3,933,402건(삼백구십삼만삼천사백이 건)이었다.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거나 유포된 성관계영상물에 대한 혐의는 107건의 영상에 대한 혐의 뿐이다. 저작재산권법위반과 관련한 공소 제기는 세 차례 이루어졌으나, 성폭력처벌법 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거나 유포된 성관계영상물과 관련한 혐의는 단 한 차례 이루어졌다.

‘음란물’과 ‘저작재산권’에 집중할 때 웹하드를 통한 성착취와 성폭력의 문제는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나아가서는 왜곡되기도 한다. 엉뚱한 쟁점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음란물’에 집중하는 접근은 어떤 영상이 ‘음란물’인지에 대한 여부를 성기노출 여부로 판가름하기 때문에 성기가 노출되었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음란’의 개념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욱 개방적으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에 신체 노출이 많다고 하여 이를 처벌하는 것은 보수적인 시선이라며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작재산권 침해의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에도 놓치고 가는 지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182 사건의 공소 내용 중에는 모 주식회사가 배타적 발행권을 가지고 있는 ‘음란한 영상’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양진호가 침해했다고 보며 모 주식회사를 피해자로 보고 있는데, 이 때 모 주식회사가 발행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 영상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삭제되는 것이다.

양진호를 비롯한 웹하드 관련자들이 지난 십여년간 그나마 처벌받은 전력 또한 이 두 가지에 집중되어있다. 성착취 산업구조로 접근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웹하드카르텔을 근절하지 못한 것이다.

다섯째, 전기통신사업법은 왜 있는가.

웹하드가 ‘불법음란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 제22조의3(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의 기술적 조치) 조항은 웹하드카르텔을 왜 막지 못했는가. 공소장에서는 양진호가 기술적 조치를 무력화하여 필터링 업체 뮤레카의 필터링 기술 응답 결과와 무관하게 ‘불법음란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 위디스크에서 17,094개, 파일노리에서 3,831개의 ‘불법음란정보’가 유통되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통탄스럽다. 이 부분은 법이 없어서 못 막은 것이 아니다. 제대로 처벌받고, 범죄수익을 몰수받고, 경제적 타격을 입은 적이 없기 때문에 반복된 것이다.

그 결과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최소 사백이십이억여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검찰이 기소한 공소 사실의 내용을 단순 합산하면 2015년 1월 경부터 2019년 9월 7월 경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업로드된 ‘음란동영상’을 유통하여 웹하드가 벌어들인 수익은 42,220,114,116원(사백이십이억여원)이다. 이 숫자는 검찰의 공소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규모의 유통과 수익이 발생했을 수 있다. 피해경험자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끼어들 틈 없는 이 수사재판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양진호의 재판에만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큰 싸움을 하고 있다.

앞선 두 사건의 판결이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을 규탄한다. 그리고 더욱 힘주어 주장한다. 수사재판과정에서 다루어졌던 음란물유포방조나 카메라등이용촬영방조로의 시선으로는 웹하드카르텔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웹하드카르텔을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아야만 근절해낼 수 있다. 웹하드카르텔 사건의 근본은 기업과 자본이 여성의 신체를 성상품화하여 수익을 올리는 젠더문제와 자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음란 개념과의 싸움이다.

음란물 유포의 개념으로 보았을 때 당사자의 몸은 ‘음란’한 것이 된다. ‘음란’한 몸을 소비하고 유통하는 한편, 당사자의 몸을 ‘음란’한 몸으로 규정하는 간극 사이에 웹하드카르텔이 있다. 이 수많은 ‘음란물’은 음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거대한 유통 구조가 바로 여성의 몸을 성상품화하며 수익을 올렸다는 맥락으로 읽어야 한다.

기업의 책무가 전선이다.

재판 과정에서 양진호 측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웹하드 운영자에게 규범적으로 부과되는 불법파일의 업로드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를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가” 주장하였다. 웹하드 운영자가 노력했음에도 불법 파일이 어쩔 수 없이 유통된 수준이 아님이 이미 3345 사건의 판결문과 182사건의 공소장을 통해서 드러난 시점이도 말이다. 이는 온라인 공간의 성착취 구조를 외면하거나 적극적으로 방조하거나 그 구조 자체를 만들어낸 기업들의 고전적인 변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182 사건에서 양진호가 정범으로 처벌 받는 선례가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182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구형을 구두로 하지 않아 재판에 참관한 이들이 구형 내용을 알기가 어려웠다. 이례적인 일이다. 양진호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를 다수 선임하고 있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 피해경험자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드러날 자리는 없다.

그래서 웹하드가 어떤 논리를 내세우는지, 기존의 법의 관점과 수사재판 과정에서는 어떤 점들이 놓쳐지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그들의 논리를 깨부수고 숫자로만 표현된 피해경험자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그래서 웹하드카르텔이 제대로 다루어지고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를 근절하는 그 날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2023. 01. 12.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남여성의전화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외 602명

[구호]
– 웹하드카르텔, 제대로 처벌하라
– 방조범이 웬말이냐, 정범으로 처벌하라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