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 불처벌에 대한 이룸의 입장과 고민

성매매여성 불처벌에 대한 이룸의 입장과 고민

 

이룸은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에서 연대단위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에 연대체로 함께 하면서 이룸에서 고민했던 지점들과 이룸의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모쪼록 성매매처벌법개정이 전체 시민사회의 과제가 되어 성매매여성 처벌 중단이 이루어지길, 성매매 담론의 건강한 토론과 심화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1. 성매매는 가부장제 하 구조적 성폭력/성착취 피해임과 동시에, 생계를 위한 노동입니다.

 

성매매산업은 여성을 섹스로 환원시키고 대상화하는 성착취적 속성을 지닌, 성별권력관계로 인해 작동하는 산업입니다. 그와 동시에 성매매산업은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 자원 없는 사람들의 노동을 통해 얻은 이윤을 착취하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작동하는 산업입니다. 성매매여성이 성적인 대상으로 환원된다는 면에서 성매매는 성착취이며, 동시에 자원 없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종사한다는 면에서 성매매는 노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을 섹스로 환원하고 대상화하는 성착취, 자원을 가진 사람들의 자원 없는 사람들을 향한 착취는 성매매산업 밖에서도 전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룸은, ‘성매매도 다른 노동과 마찬가지로 합법화하고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입장을 달리합니다. 성구매남성과 성매매산업 자본에 대한 문제제기, 성매매산업 근절을 주요 지향점으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자본의 규율에 맞춰 스스로를 상품화해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사회에 문제의식을 갖고, 모두가 자기자신 그대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향성을 지향합니다.

 

  1. 성노동단어 사용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 ‘성매매 합법화/전면 비범죄화라는 정치적 입장에 반대합니다.

 

성매매는 폭력이자 착취이고 동시에 노동입니다.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지금까지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전면 비범죄화하는 입장과 함께 사용되어 온 맥락이 있지만,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곧 성매매 합법화/전면비범죄화 주장은 아닐 것입니다. 성매매를 노동의 관점에서 마주할 때,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성차별적이고 불안정한 노동의 연장선 상에서 성매매 현장의 구체적인 일의 문제를 포착, 개입할 가능성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룸은 성매매를 노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문제시하는 실천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룸은 성매매를 정상화하고 제도화하는 성매매 합법화 및 성매매 전면 비범죄화 주장에 반대하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산업 해체/지양을 위해서는, 업주와 구매남성 처벌을 비롯한 성매매산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1. 성매매여성 불처벌

 

이룸은 성매매산업은 경제적 불평등과 성별권력관계에 의해 작동하며, 자원없는 여성들을 유입하여 착취함으로써 이윤을 축적하고 있는 산업임을 문제시하고 개입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성매매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지향에 두고 성매매여성이 겪고 있는 각종 어려움을 사회문제로 가시화하고, 성매매산업 해체 및 종식을 위해 활동합니다. 현재 시급한 문제는 성매매여성이 형사 처벌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룸은 성매매 없는 세상, 성매매하지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며, 성매매여성 처벌 중단을 위한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이룸에서는 2020년부터 성매매여성불처벌팀을 꾸려, 세미나를 하고 고민을 나누어 왔으며, 함께 나눈 논의가 담긴 팀원들의 릴레이 인터뷰 발행이 곧 이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성매매여성 처벌이 무엇에 대한 처벌인지, 성매매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대한 질문과 문제제기를 담은 <불처벌 :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 책이 9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이룸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9월 출간 예정 책의 서문 일부를 나눕니다.

 

“《불처벌: 성매매를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은 자유주의적인 담론(“자발적이니 처벌하지 말라!”)과 성매매 여성의 피해자화 담론(“성매매 여성은 피해와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의 사이에서, 그리고 한국 성매매 산업의 현실에 기반해 여성주의 정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도다. 그런 연유로 ‘성매매 여성 불처벌’이라는 구호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성매매 산업을 규제하고 축소하는 방향 위에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는 주장을 위치시키고자 한다. 성매매 산업을 타격하는 첫걸음으로서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