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한꼭지] 공감의 조건

공감의 조건_차차

나는 때때로 나의 감정과 신체 상태를 자각하지 못한 채, 외부의 상황에 최대한 맞추고 맹목적으로 따라간다. 허리가 아픈데 병원을 미루고 맡은 일을 무리하게 밀어 부친다든가, 꿰맬 정도로 상처가 났는데 참으면서 해야 하는 공부를 한다든가, 맡은 일에 매달리고 휴가를 거의 쓰지 않은 채 일을 하다 몸에 피가 안통하고 담이 걸려서야 휴가를 쓴다든가, 부담스럽고 버겁지만 옮다고 생각하기에 감행한다든가.

그러면 대개 주변과 일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에 이른다. 생각과 의지로만 밀어붙이니 몸은 안 따라 주고 일의 결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 때로는 신체에 갑자기 증상이 오기도 하고, 아픈 곳은 더 곪게 된다. 주위사람들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 몰랐기 때문에 오해나 걱정을 한다. 그럴 때 나는 주변에 민폐가 되기 싫어, 혹은 무능하다 평가받기 싫어서 또다시 힘든 것을 억압 또는 은폐하고 방어하고 회피하려 한다. 솔직하게 내 상태를 인정하고 수용하면 되는데도, 결국 못 참아서 티가 날 때까지 참으려 한다.

상담 현장에서도 성매매 경험에서 겪은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의 다급한 상황이나, 힘든 감정, 욕구를 듣고 마음이 조급하고 분주해지거나 머리가 엉켜버릴 때, 한 숨 돌리지도 못하고 가슴이 답답한 채로 전전긍긍하면서 문제 해결이 가능한 것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내담자의 목소리를 잘 듣고 감정에 공명하기도 하지만 의문이 들거나 순간적으로 내가 버겁다고 느꼈을 때 나에게 얼마나 솔직했나 갸우뚱 해진다. 이루머들과 사례 회의를 할 때에도 지원자로서 느낀 고충이나 딜레마를 내놓기 보다는 어떻게 지원이 잘 이뤄지는지 이야기하며 알게 모르게 속앓이를 해왔던 것 같다.

이렇게 내 마음에 스치는 생각이나 감정과 몸의 컨디션을 망각하거나 무시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과 원인 분석과 진단이 가능하겠지만 이는 차치하더라도, 처방은 자기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몸의 감각과 욕구를 고려하는 나의 마음 읽기를 한 뒤 상대의 말을 고려하여 판단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내가 누군가와 만날 때, 건강한 경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니.

우선은 이루머들과 언니들을 만나면서 활동하면서 들었던 부담, 고민, 고충을 더 편하게 나눌 거고, 틈틈이 사무실에 있는 케어링과 요가 매트를 가지고 순간 뭉치고 답답한 신체를 풀어주고 숨 돌리는 여유와 자기 돌봄 시간을 더 가지고 싶다. 끝으로 이런 일련의 통찰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나를 공감해주려 애써준 이루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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