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체계적 망각,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북토크 후기 2탄 by. 리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리아 활동가의 청량리 북토크 후기입니다.

사람과 활동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고통에 대한 성찰이 느껴지는 글을 기꺼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아팠다. 마음의 아픔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몸까지 가누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간신히 해야만 하는 일을 해나가면서 내내 이룸을 생각했다. 그 북토크가 아주 좋았다고,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이룸의 이야기를 듣는 건 멋진 일이라고 써서 드려야 하는데.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어째서 멋진지 알려드리고 싶은데. 빨리 이 통증을 조져버리고 일어난 다음 글을 써야지! 그러나 언제나 조져지는 건 나였다…

나는 내 위치에서 반성폭력 활동을 하면서 성매매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모든 여성이 성매매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그를 위해 성산업의 해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버성폭력 산업 해체를 위해 운동하면서 소위 말해 ‘일반인’이라고 여겨지는 일부 여성을 재화로 하는 산업만 도려내어 없앨 수는 없다. ‘나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외쳤을 때, 그렇다면 포르노여도 되는 여성이 있기는 한지 질문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러나 늘 그러하듯이, 성매매에도 여러 이해와 맥락이 충돌한다. 성매매에 대한 생각을 말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봐 두렵다. 다들 여성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말하고 행동하는데도, 그것으로 인해 아픔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여성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만 같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그렇게 가로막는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나타날 때마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때로는 밉기까지 했다.

미숙할 때, 예컨대 뭔가 한 가지 맥락에만 평면적으로 사로잡혀 있거나 자신만이 선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때 사람은 쉽게 타인을 오해하고 미워하게 된다. 나는 아파하는 동안 오해받는다는 것이 괴로운 일임을 앎과 동시에 내가 해 왔던 오해를 직면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사이에는 어떤 크기로든 오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오해 없이 서로에게 닿는 게 가능한 일인지조차 불확실하더라도, 더는 그런 태도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이제 오해의 크기를 줄여나가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의 이상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상을 고민하고 지향하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들을 최대한 선해 하고, 상대의 진심을 믿으며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열심히 들을 것이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가고 싶고, 나부터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시도할 것이다.

이 (어쩌면 굉장한 TMI일)과정을 만드는 경험 중의 하나로 이룸의 청량리 북토크가 있었다. 벌써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나 어렴풋한 인상만 남게 되어 처음에 계획했던 것처럼 멋지고 좋았던 점을 일일이 써 내려갈 수는 없어졌지만, 언니들이 이룸과 함께했던 시간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따듯했다는 기억이 난다. 내가 미래에 되고 싶어 할 공간이 그곳과 비슷하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으면서도, 분명 아주 소중한 순간을 목격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는 기분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 밤새 ‘청량리’를 읽었던 11월 30일. 그때 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여전히 오해가 남아 있는데도 미움보다는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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