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책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보 / 도 / 자 / 료

날      짜 │ 2019. 11. 29

발신단체 │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

             │ ○ 공동대표: 김민영, 이종희, 이하영

문      의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02-474-0746, sonae-2@hanmail.net)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책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18년 12월 22일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연대체로서, 현재 100여개의 여성인권단체 및 법조인들로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2월 22일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성매매여성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본 공대위는 화재사건의 정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피해자 지원대책 등을 촉구하며 성매매집결지의 참상과 인권유린의 실태를 낱낱이 알려내는 한편 안으로는 사망자의 장례와 생존자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본 사건을 맡은 강동경찰서는 수사 초기부터 이 사건을 철거가 진행 중인 성매매집결지 업주들이 더 많은 이주비를 받기위해 여성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가 벌어진 인재사고로 인지하지 않고 여타의 일반화재사고로 간주하며 빠르게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수차례 수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요구한 공대위에게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하였지만 사건에 결정적 계기가 되는 증거품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등의 부실수사는 계속되었고, 담당수사관들이 바뀌는 등의 어수선한 분위기만 연출하였다. 결국 경찰수사에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본 공대위는 직접 사망자의 유류품을 분석하여 얻은 증거와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실업주를 지목하여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수사해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검·경은 결국 화재에 대해 책임은 모두 삭제한 채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관한법률 위반 혐의만으로 불법성매매알선업자인 피고인들을 송치하였다.

 

그리고 2019년 7월 11일, 서울동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화재가 난 10호업소의 업주와 업소관계자 총 6인의 피고인들에 대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피고인 6명 전원이 이전에 동종범죄로 인해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을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본 공대위는 이와 같은 결과에 놀라움과 참담함을 금치 못하였다. 선고가 되는 순간 피고인들은 쾌재를 불렀으며, 구속상태였던 업주는 그 자리에서 석방되었다. 판결문에 적시된 감형사유는 공통되게 “같은 장소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이며,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동종 범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가 전부였다. 본 공대위는 재판이 진행중인 현재에도 피고인들이 장소를 옮겨 다른 성매매집결지에서 불법성매매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제보를 듣고 있던 터라 이 판결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컸다. 그리고 2019년 11월 28일, 2심 재판부 또한 같은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재판부의 선고를 유지하였다.

 

이쯤 되면 재판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산업자들을 처벌하고자하는 의지가 도대체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성매매 금지국가임을 인지하고 있는가?” 판결문에도 적시돼 있듯이 피고인 1명이 몇 년간 불법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적발된 금액만 자그마치 20억이 넘는데, 이 판결은 그들에게 계속해서 성매매영업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근 20년간 이 사회의 성매매방지와 성산업축소를 위해 현장에서 고궁분투하며 싸워온 본 공대위 소속 단체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이와 같은 판결 앞에서 참담함과 무력함을 느낀다.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수십년전에 지어져 노후화되고 영업이익만을 위해 불법개조한 성매매집결지 업소들은 난방장치로 인해 겨울철에 특히 취약하며 이전의 집결지 화재사고가 말해주듯이 한번 사고가나면 피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전국의 성매매집결지의 성산업자들은 올해도 그 열악한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인권과 안전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곤궁한 상태에 처한 여성들을 온갖 거짓말로 꾀어내어 착취하며 자신들의 배만 불리다가 집결지에 마지막까지 남아 재개발의 이익도 한 몫 두둑이 챙기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성매매영업하기 좋은 나라임을 이번 재판부가 다시 한 번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공대위가 속한 반성매매 현장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다. 화재사건의 책임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물을 것이다. 화재가 난 업소의 업주와 건물주, 불법 공간을 수십년간 방조·묵인한 지자체와 국가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지금껏 해왔듯이 우리는 끝까지 싸우며 사법부와 국가가 이번에는 그 책임을 다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이것이 안타깝게 희생된 고인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길이며, 동료를 잃고 평생을 화재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생존자들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비롯해 여전히 성착취에 고통 받고 있는 성매매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내는 최소한의 노력임을 알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28일

천호동 성매매집결지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