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후원주점과 세 번의 파티

두 번의 후원주점과 세 번의 파티

 

 돈이 없어도 너무 없다. 가진 것은 패기밖에 없는 사람들이 단체 활동을 할 때 괴로운 건 주변 사람들이다. 월세 내는 날 돌아오듯이 잦은 후원주점과 숱한 파티의 티켓을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단체의 사정도 알고 활동을 지지하는 마음도 있고 해서 웃돌 빼서 아랫돌 괴듯 단체의 후원주점은 늘상 이런 식으로 돌아가리라.

이룸은 십년 동안 총 다섯 번의 파티를 했다. 두 번은 후원주점 형식으로, 세 번은 활동보고를 겸한 감사파티의 형식으로 진행했다. 십년동안 단 두 번만 활동기금 마련 등의 목적을 가진 후원주점을 한 것은 정부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상담소이기 때문에 사업비와 인건비 확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랄발광파티

2004626일 이룸의 첫 후원파티는 상담실 마련을 위한 지랄발광파티였다. (링크 : 상담실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울트라초대박[이룸]지랄발광파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041월에 꾸려진 이룸은 당시만해도 상담전화와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다른 단체 공간에서 동충하초식으로 기생하고 있던 쭈구리였다. 대면상담을 진행해야할 독립된 상담실이 없었기 때문에 이룸에게 상담실 마련은 드림오브드림이었다. 온라인을 활용해서 파티 기획단도 꾸리고 제법 착실한 준비를 해서 성황리에 파티를 치렀다. 머니머니해도 쌈지머니가 최고인 것이었다. 쌈짓돈은 돈의 의미만 있었던 게 아니다. 어렵게 시작한 이룸의 활동에 대한 지지의 마음과 뒷배의 든든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활동의 동력이 되었고, 들어올 구멍은 없고 나갈 구멍만 있는 활동을 위해 투잡을 뛰던 활동가들에게 버틸 힘이 되었다.

 

 

소소한 파티

2005년 상담소 인가가 나고 정부지원금으로 사업비와 인건비가 확보되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성매매 이슈와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후 이룸 활동의 결과물 보고를 겸한 파티를 통해 성매매 활동에 관심 있는 여러 단체와 개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2007소소한파티는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면서 발견한 문제를 성매매 수사과정에서의 2차피해보고서 형식으로 엮고 발표하는 자리로 50여석도 안되는 조그만 카페에서 치렀다. 정말 소소하게 이룸의 활동을 보고하고 후원과 지지에 감사하는 자리를 처음 만든 것이다. 활동가들이 개사를 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오글거리지만 이만큼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을 함께 나누고 감사하는 자리였다.

 

 

년년년

바로 그 다음해인 2008년 후원+감사파티 년년년(2008년 시끄럽고 소심한 년들의 5주년 파티)은 머리 나쁜 이루머들이 4주년을 5주년으로 착각했던 것! 당시 12명의 이루머 전부 다 몰랐다는 것은 아찔하게 슬픈 일이지만, 전년도의 소소함에 비해 갑자기 사이즈업 된 파티였다. 홍대 클럽에서 성매매 10대 뉴스도 발표하고 공연팀을 섭외하여 공연도 하고, 벨리댄스 강사가 된 성매매여성이 직접 벨리댄스 공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 즐거운 자리였다. 이룸을 알리고 활동을 보여주고 전달할 창구였고, 엮여있는 지지망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모든 감사를 전하는 자리로 파티는 기획되었다.

 

 

여전하시네요

2009년에는 좀 더 타겟을 분명하게 하여 후원회원을 위한 송년감사파티로 진행하였다. 후원+회원 송년감사파티 여전하시네요는 사람들과 더 가까이 마주앉아 일상을 나누고 도란도란 하는 자리였다.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숫자의 후원회원이 함께 했지만, 20093월 집결지 자활지원센터를 접는 시기여서 그런지, 제도안에서의 활동의 불안을 경험하면서 단단한 지지자로 곁에 있는 이들을 더 귀하게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센터 종결 후에는 인건비가 줄어들고 하나둘 활동가의 빈자리가 생겼기 때문에 안팎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이런저런 활동에 전념하느라 눈 돌릴 틈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잔치잔치 열렸네

그러다가 늘상 부족한 상담소 사업비, 여성들을 재단하고 걸러낼 수밖에 없는 좁은 지원지침, 제도 외의 다양한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활동기금을 고민하면서 기획한 것이 이룸의 두 번째 후원주점이었다. 2012년 활동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잔치잔치 열렸네는 활동기금을 많이 벌어야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준비해나갔다.

전에 없이 활동가에게 판매량을 할당하고 활동기금의 목적과 사용처, 상담소의 후원사업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논의하고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룸도 10여년을 활동하면서 상담과 연구사업, 이슈대응, 대중사업 등으로 다이내믹한 듯 하지만 활동이 일정한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후원주점은 다시금 활동의 방향을 상기하고 점검하면서 필요를 충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 귀하게 후원을 받은 활동기금을 투명하고 정당하게 집행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룸은 2004년도에 처음 상담소를 만들면서 후원주점을 했던 이후로 8년 만에 후원주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주어진 일들에 매이면서 바쁘다고만 달려왔는데 오히려 이번 후원주점은 작은 쉼과도 같은 기분입니다. 여러 방식의 지지로 힘을 얻고, 아직까지 그래도 잘 해오고 있구나, 더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해야지 하는 다짐도 불끈하면서 기운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잔치잔치 열렸네> 감사의 인사 중 (후기보기)

 

이룸의 여러 파티들은 단지 후원금이라는 물질만 받은 자리가 아니다. 서로를 지지하고 토닥거리며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기운이 전해지고, 이룸을 통해 성매매 이슈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아마도 이런 만남이 주는 벅참과 설레임에 취해 어느날 또 불쑥 티켓을 내밀지도 모르겠다. ‘이룸 파티해요~’ 두구둥~

 

 

 

 

이룸10년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