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아듀~! 성매매 독서모임

아듀.. 성매매독서모임~

 
어느 날 성매매 독서모임이 하고 싶어졌다. 성매매에 대한 다른 이들의 정리된 고민을 최대한 읽고 정리하면 어떨까? 실마리가 잡힐 수 있을까? 같은 현장에서 비슷한 성판매 당사자를 만나고 여성주의자 정체성으로 사는 이룸 활동가들과 같이 글을 읽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그 실마리를 바탕으로 무엇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이루머1과 이루머2는 성매매와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연초 계획에는 더 많은 책과 논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읽었다.

일정 읽은 자료
0327 성매매의 정치학
0519 친밀성의 거래1
0619 친밀성의 거래2
0731 서비스이코노미 중 성노동
0908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1,3장

책의 내용과 책을 읽으면서 나눈 대화는 이룸의 활동과 자연스레 겹쳐졌다.
올해 초 위헌제청을 고민할 때 <성매매의 정치학>은 법 다루기의 가능성과 한계를 폭넓게 생각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서비스 이코노미>는 노년 성판매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알리는 ‘내 목소리를 들어라’사업을 진행하면서 노년 성판매 여성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들을 제공했다. 더불어 노년 성판매 여성의 삶과 현재의 또 다른 성판매 여성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맥락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비스 이코노미>와 논문 <한국 성매매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숲과 나무의 비유로 연결했다. 우리는 두 텍스트가 지닌, 대상과 섬세하게 접촉하고 각기 다른 나무의 무늬들을 손으로 더듬듯 촘촘히 따라가며 읽어내는 작업이 갖는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숲이 그려내는 하나의 거대한 무늬는 나무 하나하나의 고유한 무늬들로 구성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내 목소리를 들어라’는 나무들의 무늬로 숲의 무늬를 드러내는, 죽음정치적 노동으로서의 성노동을 노년 성판매 여성의 목소리로 드러내는 활동이었던 것 같다고 둘만의 평도 나누었다.
 

<친밀성의 거래>는 사업과 겹쳐지기는 힘들었지만 다른 책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끌어냈다.
이루머1은 이 책을 읽으며 본인이 성매매를 감각하는 방식을 깨달았다. ‘화폐 교환 순간의 힘’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어떤 가치가 모조리 ‘화폐가치’로 저울질당하는 것을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하는 본인을 보았다. 저자에게, 그런 사회에게 화를 내며 읽었다.
한편 이루머2는 복합적인 친밀성의 교환들 속에서 특히 ‘성매매’를 분리해내는 시도에 대한 회의감과 혼란에 빠졌다. 친밀성과 관련 된 법과 판결문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친밀성을 구분해내는 행위를 분석한 이 책은 사회학적으로 명쾌했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가치가 제거된 명쾌함이었다. 이루머2는 저항지점을 찾을 수 없어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이루머1,2는 이 책들을 읽으며 저자들의 위치와 시대, 욕망에 따라 성매매에 대한 입장이 달라짐을 알았고 그 다름이 각자의 합당한 논리로 정당화되는 과정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인간, 어떤 위치와 시대성을 대변하고 있을까?’
<친밀성의 거래>가 사회학적인 현상분석을 대표한다면 <서비스이코노미>는 가치를 중심에 둔 분석을 대표한다. 우리는 그 둘 사이에서 계속 줄다리기 중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책에 반응하는 몸을 무시하지 않고, 느낌을 선두로 세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읽어냈다는 점이 뿌듯하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