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한꼭지] 반성매매 여성단체가 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할까요? _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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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룸이 퀴퍼에 부스를 차리고야 말았습니다.

이룸 총회로부터, 3.8 여성대회-노동절-경의선공유지-국민대학교-여성영화제-인권영화제-여성학회를 지나 대망의 서울퀴퍼까지

청량리 언니들이 이룸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모르겠네요.

 

1.

성매매 현장을 거점으로 삼는 여성주의 활동 단체가 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할까요.

한국사회의 성별이분법적, 이성애중심적,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이 퀴어 공동체의 정의인 한

전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만한 규모의, 모두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 성산업 구조에 대한 퀴어 나름의 관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봅니다.

그 여정에서 한국의 상징적인 성산업 공간인 ‘청량리 집결지’, 그중에서도 쪽방의 성매매 여성 8인과 퀴어간 연대를 모색하는 건 꽤 멋진 일이죠?

폭염에도 불구, 집에서 빈혈약을 챙겨먹었다는 갱상도  언니가 든든하게도 부스를 응원하러 방문해주셨습니다.

언니의 존재는 참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지요.

 

“여기 있으니까네~ 내가 젊어지는 것 같다아~”

– 드랙퀸 보리의 무대를 본 뒤 돌아오면서 외친 갱상도 언니의 한마디

“안에(서울광장 내) 있는 사람들(퀴어문화축제 참여자들)이 짠하드마~

일년에 한번하는데. 밖에서 훼방을 하고… 하루정도는 봐주지~ 거 눈에 안보이니 살~벌한거 있지.

그렇게까지 헐 필요가 있나 싶다. 저 사람들은 자식이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지 않았을 거라고.”

– 부스 뒷풀이에서 나눈 갱상도 언니의 소감

 

 

 

저어기 이룸 깃발이 보인다
레모네이드 한잔 하세요~!
레모네이드 최고!!
넘나 예쁜 후원 리워드
포토 바이 김터울 1
포토 바이 김터울 2
홍보 1등 공신 예지

2.

지난 수년간 청량리 집결지는 공권력과 토건자본, 토착 조폭/업주 세력의 트라이앵글이 만들어내는 지형속에서 역동했습니다.

‘불량언니’ 들이 있던, (물리적 공간의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있는 장소가 바로 그곳이지요.

이 장소를 거칠게 포착하는 몇개의 단어들만을 실마리 삼아 이 미궁 속을 응시하고 환대해준 퀴퍼의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이 접촉과 지각이 제스스로 살아 움직여 언젠가 예기치 못할 결과를 낳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량리 지도를 따라 각각의 장소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붙였어요

 

3.

우리는 전쟁에, 학벌에, 원자력 발전소에, 살인적인 노동과, 출신 국가 및 인종에 의한 차별, 젠더에 기반한 모든 폭력에 반대합니다.

저에게 퀴어문화축제는 각자의 정체성과 함께 늘 이런 종류의 지향과 가치, 신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기억합니다.

그중 성산업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곧잘 성판매를 하고 있는 사람들-특히 퀴어들-에 대한 낙인과 등치되며 공론장에 입장할 지위를 잃고 무마되어버립니다.

퀴어의 이름으로 ‘당연히 반대해야할 것들의 목록’에서 성산업은 쉽게 제외되죠.

그건 그만큼 성산업이 복잡한 해석을 요구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해석을 함께 써나갈 퀴어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역시 이룸이 축제로 간 동력이었던 듯 해요.

이룸의 신념은 성판매를 하고 있는 퀴어들의 삶에 대한 지지가 성산업에 반대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 (혹은 모순되어도 좋다는 것,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

모든 종류의 성산업에 대한 비판적 성찰적 활동 없이는 퀴어들을 소모하고 구조화하는 성적 착취와 폭력, 억압의 시스템에 복무하게 되어 버린다는 현장의 앎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캠페인에 기꺼이 참여해준 퀴퍼의 아름다운 얼굴들을 벗삼아 이룸은 더 풍부하고 날카로운 활동을 꿈꿔보렵니다. (기왕이면 야근없이 ㅎ)

 

 

4.

부스일을 하느라 계속 광장의 한 자리에서 머물러보니, 혐오세력의 소음공해는 정말 심각한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더라구요.

이 소음에 맞서 ‘성산업 다망해라’ ‘불량언니작업장 흥해라’ 강강술래를 했어요. 카타르시스가 뿜뿜!!

‘조이스와 친구들’ 이 와서 하얗고 멋진 옷과 악기들로 강강술래를 가능케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담당자가 가사를 어찌나 잘썼는지 ㅎ 한번으로는 아쉬워서 청량리에서도 하고, 하반기 방문해보고픈 평택 미군기지에서도 하고, 여기저기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5.

행진도 했고요.

가자 용사들이여
얼쑤덜쑤

 

6.

부스에서 자원활동을 해준 은별, 의정, 소윤, 유결, 예지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예지님과 소윤님은 축제 참여를 앞두고 퀴어 그리고 성매매를 고민하는 글을 써주시기도 했어요. 읽어보시라고 붙입니다. (어쩜 이리 다들 글을 잘쓰는지요. 행보케~)

○ 예지, 2018년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 소윤, 트랜스젠더 성판매에 대한 이룸의 글을 읽고

 

부스를 응원하러 들렀다가 어느새 일하고 있던 (응?) “피아노학원”의 멤버들과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자들, 또 많은 이룸의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불량언니 그리고 이룸을 기꺼이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레몬청이 맛이 있기를, 수세미와 텀블러 파우치와 비누들이 생활 속에서 잘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이토록 멋진 축제를 만들어준 서울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게 또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직 후원이 종료되기 전이라고 하니까요, 축제에 기여할 기회를 놓치지 말고 후원해보아요.

 

그럼, 내년 퀴퍼때는 이태원과 트랜스젠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보면 어떨까 하는 기획을 벌써 하면서 ㅋㅋㅋ (진짜 하겠다는 말은 아..아닙니다) (뽑아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또 만나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