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았던 ‘불처벌’ 북토크 참여 후기 2_채윤

할 말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았던 ‘불처벌’ 북토크 후기

채윤

 

성매매 처벌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 요즘,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주제로 하는 책의 북토크를 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서둘러 신청을 했다.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실행부터 하는 무계획 인간인 나는 신청을 하고 나서야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북토크 전까지 완독을 해내기 위해 아주 다급하게(그렇지만 열심히~) 불처벌을 읽었다.

 

책 속에는 반성매매 운동 현장, 법, 역사 등 성매매 여성 불처벌이 필요한 이유를 주장하는 다양한 시선들이 담겨있었다.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현행법 상 성매매 정의의 한계, 이전에 여성에 대해 이루어졌던 처벌(즉결심판, 보안처분 등)과 같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이 있어,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낯선 시각에서 여성 불처벌을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차분하게 표현했지만 사실 성매매 여성이 처벌되는 현 상황에 대해 매번 새롭게 속이 터지고 분노했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 나니 각 챕터 별 글에 대한 깊은 이야기나 작성자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져 북토크가 더욱 기대되었다.

 

오프라인 장소는 다리 소극장이라는 곳이었는데 패널분들이 무대에 앉아계시는 모습이 조명, 온도, 습도가 더해져 무대 시작을 기다리는 배우들 같았다. 혹시 이러다 갑자기 연기를 시작하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아님) 연극을 보기 전과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을 기다렸다.

 

북토크는 패널 소개, 작성한 내용에 대한 설명,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북토크에 참여면서 사회에서는 여전히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맥락은 삭제된 채 피상적인 ‘거래’로만 인식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성매매에 대한 논의는 자주 수요와 공급으로 흘러간다. 이때 수요는 성구매자를, 공급은 성매매 여성을 나타내는데 실제로 성매매는 이보다 복잡하게 이루어진다.’라는 패널의 말에 공감이 되는 동시에 반성하게 됐다. 반성매매 활동을 하며 여성이 성매매에 유입되게끔 기망하고 성매매를 온/오프라인으로 필사적으로 광고하는 알선자들을 수없이 보았고 이러한 구조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왔는데,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공급’에 ‘성매매 여성’만을 대치시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패널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성매매는 복잡한 맥락 속에서 발생한다. 성매매를 조장하는 알선자들과 그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서로의 성매매를 부추기는 성매수자 집단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이 성적인 존재로 인식되는 현실과 남성 성욕 신화 등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사라진 채 보여지는 ‘성매매’만 문제로 삼는다면 성매매 여성 처벌과 같은 공허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대책만 반복될 뿐이다. 또한 사회자 김주희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의 능력주의·공정 담론은 이러한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북토크 때 이룸의 노혜진 활동가님이 말씀하신 페미니즘 담론 내에서 성매매 여성 불처벌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이 간다. 성매매는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가 아닌 여성 노동, 여성폭력 등과 연결되어있는 혹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성매매 단체와 여성단체 간 활동의 접점이 더 늘어 성매매 처벌법 개정 그리고 성매매 의제에 대해 더욱 폭넓고 깊은 논의가 사회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이룸 기대할게요!)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주제로 성매매와 다른 교차지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북토크는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아직 <불처벌> 책을 안읽어보신 분이 계신다면 꼭 시간 내셔서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이러한 시점에 이렇게 중요한 주제로 논의의 장을 열어주신 이룸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룸 활동 항상 응원합니다!! 이룸짱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