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제4구역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보면서.. – 고진달래

청량리 제 4구역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보면서.. -고진달래

  

2016년 12월 8일 동대문구청 앞에서 청량리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 대회가 있었다. 
 
청량리 제 4구역 재개발이 확정 된 곳은 '588'이라고 불리는 성매매집결지가 포함되어있다.  현재 집결지 안 많은 업소들이 철거되었지만, 중간중간 몇 업소들이 남아서 영업을 하고 있다. 집결지에 남아있는 여성들은 마지막 철거가 되는 날까지 남아서 일을 해야하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남아있는 빚을 갚아야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곳에 남아 영업을 하는 것이 여성들에게는 유리하다고 한다. 그녀들은 강제 집행없이, 용역들의 위협없이 예전처럼 일을 할수 있기를 바랬다. 용산 집결지도 그랬듯이 재개발의 바람을 타고 집결지는 묵은 때를 없애듯이, 진작에 없어져야할 것들이 없어진다는 이유를 내걸고 이곳은 그렇게 잊혀진다. 여성들에게는 삶을 살아내야하는 공간일진대, 재개발로 자신들의 공간이 없어지는 경험을 여성들은 어떻게 겪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을 바라보는 이룸 활동가들은  용역이 들어온다는 날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예의주시하면서 몇 단체들에게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문의했었다. 
 
업주에게 3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면서, 번 돈의 반 이상을 업주에게 내고 있는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보상만큼 보상을 받고, 몸이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그 방법이 무엇일까? 현재 재개발은 진행되고 있고, 이런 방식의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지만 우린 이 안에서 할수 있는 최소한의 일들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청량리 집결지 업주들은 최대한 많은 보상을 원하고 있다. 성매매는 현재 불법이다. 불법으로 얻은 이익도 한달에 억을 넘어간다든데 재개발 보상금까지 최대한으로 챙기겠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여성들과 업주들은 상황이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같은 이익으로 묶일수 없다. 우린 업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여성에게 돌려줘야된다고 본다. 여성들은 대부분이 지역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소지가 청량리 집결지로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낙인으로 업소에 주소지를 옮기기를 꺼려한다. 설혹 주소지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월세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재개발 보상금을 받는게 아주 어렵다고 한다. 
 
업주들은 그동안 여성들이 받는 댓가를 이용해서 돈을 축적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과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나는 직접 목격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이 집회에 많은 회의감과 복잡한 마음이 든다. 
 
 
청량리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깃발과 동지들을 보았다.  그러나 내게 동지로 묶일수 없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결의대회가 있는 날 바로 내 앞에서, 청량리 집결지 아웃리치를 하러 들어가면 만나던 업주와 깡패_삼촌들이 투쟁조끼를 입고 투쟁가를 들으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웃리치 때 눈을 흘기던 업주나 깐죽깐죽 대며 뒤쫓아오던 깡패_삼촌들이 이 공간에 있었다. 또한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용역들이 쳐들어오면 용역들은 여자들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앞에 나와서 그들과 대치하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싸우자고 하면서 투쟁하는 이 기간에도 여성들은 업주들에게 깔세를 내고 있다. 이중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12월 8일의 결의대회는 이 이중구조를 보지 않으면서 재개발 싸움에서 여성-업주- 깡패_삼촌 이들을 한데 묶어 내고 있다.

너무 나이브한 발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