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성매매집결지에서 생을 마감한 여성을 애도하며..

청량리 성매매집결지에서 생을 마감한 여성을 애도하며..

2010년 7월 30일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한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이 성구매자에게 흉기에 찔리는 살해사건이 발생되었습니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여성에 대해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사건 발생 후 찾아간 해당업소는 굳게 문이 잠겨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깨끗이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습니다. 5~6명의 집결지 업주들이 사건 현장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살피며 외부인들에게 노출되고 알려질 까봐 걱정되는지 경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율정화위원회를 조직해 집결지 지역의 자치와 여성들을 보호하겠다던 이들은 지금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여성 스스로 개인영업을 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여성은 업주에게 매달 100만원씩 영업수입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사건 당일에도 퇴근 시간까지 손님을 상대하며 가게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죽은 여성이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참변을 당한 이곳에서 우리는 슬픔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구매자를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 일상의 삶들이 공존했던 곳이 이제는 죽음에 이르게 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성매매집결지 공간의 현실

그곳은 여성의 삶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여성은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누구나 폭력이나 폭행 상황에 노출되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성매매공간입니다. 실제로 성구매자의 폭력이나 부당한 요구들에 대해서 여성들은 업소의 영업이득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참고 견뎌야 합니다. 이를 악용하여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성구매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성들은 어떠한 모욕이라도 참아가며 일해야 한다는 것은 성매매 현장에서는 불문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매매집결지는 성구매와 함께 있는 공간이 폭력에 대한 자기방어조차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장 극심한 형태의 열악한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굴욕적인 상황이라도 모두 감내해야 하고, 여전히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성구매자에게 비인간적인 모욕, 모멸,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쫒아 다니는 스토커가 몇 명 있어요. 그냥 누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재수 없죠. 뭐.” – 청량리 집결지 여성의 이야기 중에서

“(특별하게 기억나는 거 있어요?) 애프터 나가서? 그러니까 원래 속된 말로 한번 연애(성매매)를 하고 나면 집에 가는 거잖아요. (중략) 근데 손님이 아침까지 안 있는 다고 꼼짝 못하게 하고 그래서 몰래 도망 나오다가 잡혀갖고 두들겨 맞았죠. (그땐 어떻게 했어요?) 그냥 아침까지 있는 거야. 막 태리면 맞으면서, 잠 못 자고, 밤 꼴딱 새고…(그럴 때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못하죠. 그거(성매매) 자체가 안 되는 거니까.”
– <성판매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 사례 중에서

여성의 죽음을 두고 업주와 언론은 한 목소리로 ‘흉기로 찔린 처참한 살해 사건’이라며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현실은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으며 일상을 나누었던 동료가 처참하게 살해 되었지만 집결지 여성들 대부분 단절하고 쉬쉬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피해자가 누구나가 될 수 있었고, 그냥 재수 없는 일이라 자신을 다독이며 무방비하고, 폭력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 그 곳으로 다시 녹아들어갑니다.

성매매 알선, 업주 처벌을 강화한 성매매방지법이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어 업주의 폭언, 폭행, 감금은 줄어들었지만 반면에 성매매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부여시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자발과 강제라는 성매매방지법의 문제를 악용하여 단속에 걸리더라도 업주들은 관리책임의 문제로 바라 볼 뿐이고 반면에 여성들에게는 처벌이 가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성 구매자들로부터 폭력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상황이 되어도 ‘성매매 한 자’로 처벌받게 될 것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를 못하게 되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렇듯 여성들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치외법권 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다시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여전히 나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여성들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다독거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성인권 보호를 위해 구매자, 알선업자들의 처벌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토대로 한 법적 개입이 되어야 성매매 현장에서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착취에 즉각 대응하면서 보다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여성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성매매 행위로 여성이 처벌되는 상황에서는 ‘보호, 안전망’은 현장에서는 작동되지 않을 것이며, 같은 사건은 반복될 것입니다. 폭력 피해에 대한 법적·사회적 보호는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실현하는 척도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다각적인 모색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감추어지고 은폐되었던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하고, 성매매 공간에서 착취 받지 않고 현재의 공간에서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권리가 현실적으로 실현되어야 합니다. 여성들은 누군가 죽어나가고 나서야 사회적으로 관심이 되는 것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재의 삶이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투병중인 모친과 두 여동생의 뒷바라지를 감당하기 위해 성매매 집결지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에게 고단했던 삶의 무게가 느껴져 착잡한 심정으로 업소를 찾아가 문 앞에 국화를 내려놓고 쉽사리 발걸음을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국화의 꽃잎이 바람에 이리 뒹굴다 저리 뒹굴다 황량한 길로 몸을 굴리며 날아갑니다. 눈 감는 그날까지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희생자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참변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 분들에게도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