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의 도전기!

첫 강의 도전기

 

송이송

 

 
때는 바야흐로 4월 봄바람이 흩날리던 어느 날…이룸에 강의를 요청하는 전화가 왔다. 성신여대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외국인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것! 그리고 그 강의는 내가 맡게 되었다. 이룸 활동가로서의 첫 강의 경험! 설레임과 흥분이 밀려들었다.
 

1시간 동안, 게다가 한국어가 서툰 외쿡인들에게, 여학생과 남학생이 섞여 있는 강의에서! 성폭력과 성매매에 대해 얼마나 많이 말할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성폭력과 성매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얘기하는 쪽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들 갖고 있는 편견들을 뽑아내고,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걸로. 그리고 대부분 20대 학생들임을 감안해서 데이트 성폭력에도 비중을 크게 두고 준비했다. 이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 여성주의 공부했던 자료들을 들춰보기도 하고, 다른 강의 PPT들을 보며 연구하기도 하고…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PPT 예쁘게 만드는 거랑, 프로페셔널한 강사로 보이기 위한 옷구매에 할애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헤헤
 

강의 당일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왔다. 강의 중반쯤 지났을까, 학생들이 소곤소곤 계속 떠드는데 살짝 기분이 나빠질랑말랑했다. 그런데 강의가 끝나고 그 친구들이 몰려와서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얘기도 하는걸 보니 열심히 들은 게 아닌가! 알고 보니 한국어가 서툰 학생에게 한국어가 유창한 학생이 열심히 통역을 해주느라 그랬던 것! 감동이었다. >_< 강의할 때 떠들지 말라고 화내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학생들은 성신여대 앞에도 ‘섹시그림’이 그려진 노래방들이 많다면서, 그 위치들을 나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걸 우짜노. 한쿡에는 그런 ‘섹시그림’그러져 있는 노래방이 수백 개, 아니 수천 개가 판치고 있는 것을; 쩝!
 

사실 성폭력·성매매 관련 내용 강의라는 게, 강의하는 나도 딱히 재미있지는 않다. 심층적인 얘기를 할 시간도 안 되고, 거의 다 ‘이런 짓 하지 마라~’ 라는 얘기가 되곤 하니까…그런데 아침부터 이 강의를 듣겠다고 앉아있는 학생들이 불쌍하기도(?) 고맙기도 해서 열심히 중간 중간 개그도 치고 연기혼을 불태우며 상황극도 하고 나름 열심히 강의를 했는데……강의가 끝나고 담당자가 나오더니 ‘자~ 오늘 수고하셨어요. 이제 약속된 쿠폰을 드릴게요~.’ 라면서 학생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음료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학생들은 그 쿠폰 때문에 와서 앉아있었지 싶다. 켁! 그래도 뭐 음료쿠폰 때문에 왔지만 열심히 통역하며 들어주고 이것저것 질문해준 학생들에게 감사를! 개인적으로는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언어로 명료하게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강의를 더 잘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명강사를 위한 도전은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