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유흥을 찾아서 3 -유흥업소 종사여성 집담회_업소에서는 무슨 일이?

「유흥업소 종사여성 집담회_업소에서는 무슨 일이?」

룸을 비롯한 1종 유흥주점은 성매매가 없는 합법적인 공간으로 유흥업소 종사자를 둘 수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 22조에 따르면 유흥업소 종사자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이다. 룸 안에서는 유흥접객원을 향한 각종 다양한 성적 접촉과 성적 지배가 일어나지만 삽입 성교가 아니라면 이는 합법적인 영역이다. 이룸은 2017년 10월의 어느 날, 유흥업소 종사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 유흥업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날 나온 이야기를 나누며 독자들과 고민을 키워보고자 한다.

유흥업소 종사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과연 유흥업소에서 유흥업소 종사자의 ‘일’은 무엇인가? 유흥업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집담회 참여자

혜지 : 30대 후반. 두려움이란 없는 호기로운 여성.

수지 : 20대 초반. 차분하고 지적인 수줍음쟁이.

선우 : 20대 중반. 건대에서 강남까지 걸어 다닌 악바리.

 

[초이스] choice. 룸살롱에서 손님이 여러 여종업원 중 한 사람을 선택하여 자신 옆에 앉히는 것.

수지 : 초이스 보실께요~ 들어가면 1번부터 수지입니다 대충 이렇게?

 

선우 : 전 그냥 1조 1번. 2조 몇 번. 이름은 얘기 안 하고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했어요. 가라오케는 웨이터, 영업진이 1번 2번 3번.. 이렇게 하고 아가씨는 한마디도 안 해요. 그냥 들어갔다 그냥 나와요. 그게 다였어요. 많이 나갈 땐 50명 정도 되니까 1조에 1번, 2번, 2조에 몇 번 몇 번 이렇게 하니까 처음부터 얘얘 이렇게 선택을 하기가. 걔네들은 다 적어놓든 뭘 한 대요.(웃음) 아니면 재초(편집자주:다시 초이스를 보는 것) 보자고, 재초 보자면 다시 쪼르륵 가는 거. 기억이 안 나면 1조였던 거 같은데.. 그러면 1조 한번 더 보자 하면 재초 1조만 다시 보고.

 

혜지 : 나도 소개는 안하고 인사만. 실장이 이렇게 번호. 1번, 2번, 3번… 이름도 없어. 1,2,3,4. 나는 솔직히 초이스가 훨씬 편한거 같애. 얘가 내가 마음에 들어서 앉혀야 내가 좀 뭘 해도 먹히지.

 

선우 : 인정. 기타(편집자주:기타업종의 줄임말. 오피스텔, 키스방 등을 말한다.), 키스방 다닐때는 프로필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예를들어 프로필에는 아담한 사이즈에 뭐 이런, 어떤 분위기입니다라고 썼는데 쨔잔하고 나온 애가 뚱뚱한 아이야(웃음) 애초부터 보고 판단해주는게 어떨 땐 편한거 같애. 왜냐면 지도 싫은데 앉어갔고, 분위기도 개판이고. 그럴 바엔 초이스가 낫지.

 

혜지 : 나는 걔한테 돈도 받아야 되고, 술도 먹여야 되고, 해야될 게 많은데. 나를 맘에 안 들어 하는 애들 앞에서 그 짓을 하는 거는 힘드니까.

 

선우 : 근데 기 빨리긴 해요. 여기저기 얼굴 팔리면서. 특히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초이스 안 될때. 처음엔 어필을 안 했어요. 강남 언니들 다 무표정하네? 그니까 나도 무표정 하게 있었죠. 하도 안 되니까 악바리가 생기니까 그 다음날 옷 똑바로 입고 가갖고, 방긋 웃고 있는 거죠. 내가 제일 맘에 드는 손님 하나만 파서 걔만 보고 웃고 있는 거야. 반짝반짝. 나갈 때도 방긋. 근데 이게 돼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쁜 얼굴 표정을 지으면서 나갈 때 한번 쳐다보면, 되더라고요. 딱 봤을 때, 돈 많아 보이는 사람. 아니면 좀 진상 안 필거 같은 사람을 공략하는 거죠. 원래 상석에는, 상석이 제일 그 방에서 대접 받는 애들이 앉아요. 걔 옆에 가면 무조건 힘들어. 제일 편한 자리는 문 쪽, 제일 끝에 막내 애들, 접대하러온 애들.

 

수지 : 맞아맞아

 

혜지 : 거의 접대하러 온 애들이 끄트머리에 앉아있으니까. 이 막내 애들 옆에 앉으면 얘네는 거의 자기네 목소리 못 내니까 내가 편하지. 물론 그런 애들이 백프로 2차 나갔을 때 확 변신하기도 하지만. 가끔. 그런 일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거의 그쪽자리가. 아가씨들도 초이스할 때 보면은 거의 상석 쳐다본다고. 지네도 민망하고 하니까. 거의 상석 보게 된다고. ‘어? 이년들이 다 들어와서 저기만 보네? 나 아무도 안보네?’ 근데 누구하나가 이렇게 지 보고, 갈 때 또 한번 보고 이렇게(일동 웃음) 그러면 남자도 선택받는 즐거움이 있잖아.

 

선우 : 손님이 자기한테 호감이 있다고 착각을 하더라고요. 아, 니도 나 맘에 들어서 쳐다봤지? 이렇게 생각을 해요.

 

수지 : 상석 진짜 힘들어요. 나는 2차 나가기 싫은데 옆에 가장자리 있는 접대하러 온 애들이 제발 나가달라고 엄청 사정해요. 우리 면을 봐서라도 나가달라고.

 

혜지 : 상석을 택할 때가 있긴 있지. 그 상석이 돈이 겁나 많다고 들었거나 가게에서 겁나 중요한 팀이라고 할 때 상석을 백프로 노리지 나는.

 

선우 : 근데 의외로 앉았을 때 개털인 상석이 진짜 많아요. 말 그대로 접대 받으러 와서 ‘이야~ 내가 왕이다~’ 있는 척은 다하는.

 

[뺀찌]

선우 : 손님이 아가씨를 중간에 쫓아내는 거죠 뭐. 꺼져. 이거는 얘기하기 전부터 슬프다. 내가 손님을 뺀찌를 놓을 수 없어서 난감했던 적도 많아요. 얘가 너무 심한데 내가 일어나는 순간 내 티씨(편집자주: Table Charge. 2차가 아닌, 룸살롱에서 아가씨가 손님을 접대하고 받는 비용)는 빠이빠이니까. 제일 싫었던 사람은 취해서 머리 때리는 사람. 진짜 세게 이렇게. 내가 막 이렇게 넘어가는데,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많은 사람 있는데. 주변에서 말리는데도 이 사람은 너무 신이 나서 내 머리를 때리는 거야. 완전 맛탱이가 간거야 난 너무 싫은 거야. 쪽팔리니까. 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데 머리통이 맞으면서 처박고 있으니까 근데 안 나오고 바득바득 참았어요. 관리하는 사람들한테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죠. 내가 포기하고 나가는 게 아닌 이상. 근데 이미 시간 30분 넘어갔고 난 완티 받아야겠고. 정말 기분 나쁘게 뺀찌 당할 때도 있죠. 내가 케어가 안 되는 사람들 있어요. 난 1:1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이랑은 말이 안 통해. 뭔가 안 돼. 도저히 자기도 이상하단걸 알고 있어. 우리 대화 굉장히 이상하단 걸. 계속 얘긴 하는데 안 맞단걸. 그러다보면 입을 둘 다 다물어요. ‘오빠 미안해, 내가 재밌게 해주고 싶은데.’ 이렇게 좋게 나오는 케이스도 있어. 정말 기분 나쁘게 나간 거는 노래를, 딱 세 소절 불렀는데 딱 끄더니 ‘나가’. 약간 자존심 상하는 걸로 뺀찌가 기억에 남는거 같애. ‘너는 씨발 룸에서 노래를 몇 년을 불렀는데 이게 부르는거야? 나가’ 30분에서 50분까지가 반티예요. 49분 반티 받으면 열 받는거죠. 되게 열 받는데 룰이어서. 두 시간 기준으로 50분까지는 반티 그거 넘어가면 완티.

 

수지 : 그래서 손님이 작정하고 얘는 풀티 채울려고 방 못 나가는 거 아니까 시간 딱 체크해서 손진상 그때부터 시작하고. 아니면 뺀찌를 반티 안줘도 되는 15분까지 막 온갖 진상 부리다가 ‘너 재미없다 나가’. 이러면 돈도 못 받는 거예요. 걔네 똑똑해요. 딱 ‘오빠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오는 시간 체크하고. 근데 지금 방보고 있는 거 같아

 

선우 : 전 대기실에서 수다 떨고 있는 거 같아요.

 

[사이즈]

선우 : 저는 노래방 도우미할 때는 노래방 도우미가 무슨 사이즈가 있어요. 다 50대 언..니…? 진짜 우리 엄마보다 더 나이 있으신 거 같은 분들이랑 같이 방을 보는데, 그 동네는 그랬어요. 20대를 못 봤어. 30대도 거의. 그니까 거기서는 저를 완전 이뻐죽죠. 언니들도 ‘야 넌 너무 애기다’ 이러면서 팁을 되게 많이 줘. 자기가 받은 팁까지. 그러다 키스방을 갔는데 거긴 후기사이트가 있잖아요. 이게 시작되면서 내 얼굴이 중, 중하!(웃음) 이러면서 굽히고 손님한테 큰소리 못 치게 되고. 이런게 거기서부터 시작한 거 같애요. 노래방도우미 때까지는 몰랐어. 탬버린만 치고 있었지. 후기사이트 자체가 나와 다른 언니들을 비교하는 거고, 눈크기부터 가슴, 젖꼭지 크기까지 비교하는데. 내가 봐도 알거든 대기실 모여있으면 쟤랑 나랑 갭차이가 대단하다는걸. 누가 봐도 쟤는 밖에 나가면 사람들 뒤돌아볼 정돈데 난 평범한데. 이거를 알게 되니까 점차 아는 거죠. 내 사이즈가 이 정도구나. 근데 그러다 강남 룸 처음에 나갔을 때 초이스가 되게 잘되는 거예요. 내가 대단한줄 알았어. 하다보니까 잘 먹히나보다 착각을 했었죠. 근데 그게 오래가질 않아요. 그게 약간 뉴페이스, 룸에서 일해보지 않았으니까 제가 갖고 있는 그런게 있잖아요. 앉아보니까 얘는 일을 별로 안 해봐서 좀 다른 언니들이랑 다른 거예요. 좀 쭈뼛쭈뼛하고 그랬겠죠. 봤을 때 그냥 여유있고 눈 깔고 있고 이런 언니들이랑 다르게 쭈뼛댔대요. 쉬워보였겠죠. 좀 더 주무르기 쉬울 거 같이 생각했겠죠. 아니면 용돈 손님 만들려고 열심히 작업하는 언니들이랑 다르게 순수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겠죠.

 

[룸에서의 터치는]

수지 : 룸에서 파트너한테 터치를 허용하는 거는… 룸마다 달라요.

 

선우 : 손님 분위기도 있고 룸 규칙도 어느 정도 있죠. 제가 가라오케 선택했던 게, 수위 낮다고 해서 갔는데. 다른 룸, 특히 지역 룸들 보다는 얘기 들어보면 훨씬 낮은 거 같긴 한데 근데 방마다 차이가 나요. 만약에, 나는 가슴 안 되는데, 저기 언니들은 다 가슴만지게 해줘요. 가라오케는 원래 가슴 안 만져. 근데 저쪽에서 만지는데 ‘아 오빠 안돼’ 이래도 결국 다 만지게 해줘요. 나한테만 화살이 오잖아요. 그게 방분위기가 돼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룸들은 가슴 만지는 거 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근데 거기서도 밑에 손이 들어가는 그런 분위기가 되면 다 손이 들어오는 거죠. 제가 알기로. 하드코어 비슷한데 가봤는데 거기는 내 손님 니손님 개념이 없더라고요. 얘도 내 가슴 만지고 쟤도 내 가슴 만지고. 다같이 놀자 판? 그게 더 편한 거 같기도 해요. 뭐 하나 집중할 필요가 없잖아. 얘는 이렇게 놀다가 시간 채우고 가면 땡이니까.

 

수지 : 일곱명 있는데 아가씨는 셋, 둘 들어가는 이런 방은 원래는 내 파트너만 술 따라주면 되는데 막 이렇게 붙어가지고 두명, 세명. 내 손님이 엉덩이 치는데 여기도 치고 저기도 치고. 돌림빵 이라 그러는데 이 손님 옆에 앉아있다가 저 손님도 해주고, 여기서 엉덩이 만지고 저기서 가슴만지고 있고. 이번에 00에서 일하면서 언니들이랑 숙소생활 했거든요. 언니들이 너는 룸에서는 막 이렇게 있더니 여기선 쭈그려 있냐고. 룸에서는 말 많은데 다른 사람 같다고. 일할 때 내 자신을 놓고 일하는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대기실 다른 언니들도 그렇게 일하는 언니들 되게 많고. 얘기하면서 드는 생각이 언니들이 말하길, 룸이 아닌 곳에선 말하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저도 그렇고. 왜 그런 걸까 생각하는데 뭔가 몸을 만지는 게 단순히 ‘보지 닳는다’ 그런 느낌이 아니라 사람이 친해지려면 시간을 들여서, 처음에 악수 이런 식으로 허용되는 스킨십, 그런 게 있는데 룸에서는 훅 들어오잖아요. 안전한 거리감각 같은걸 상실하는 거 같고, 사람 만날 때 룸이 아닌 공간에서 어떻게 있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

 

선우 : 방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이질감? 약간 공감돼요. 저도 방 딱 들어갔을 때 아~ 오빠~ 이러다가 대기실가면 이렇게 인상 쓰고 앉아있거든요.

 

[술작업]

수지 : 최근 좋았거든요. 이번에 사람들 놀 때 바짝 벌어야지 생각하면서 엄청 열심히 했단 말이예요. 뿌듯해가지고…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첫 방부터 양주 시키는 거예요. 짜증나가지고. ‘오빠 저 빚 까야 되는데 저 이거 마시면 오늘 일 못해요’. 술작업 대놓고 하고. 오빠가 ‘괜찮아. 안 마셔도 돼. 마시는 시늉만 해’. 대놓고 잔에 부은 다음에 바닥으로 던지고. 잘한다 잘한다 그러면서 같이 첨벙첨벙 물장구. 어떤 방은 다 취해서 잔을 따른다는 게 컵째로 던져서 유리잔 깨지고, 웨이터 치우라 그러고. 입에 한 모금 문 다음에 캔에다가 쪼르륵 뱉어야 되는데 소리날까봐 그거 잘 못하거든요. 손님 안 볼 때 병 부어버리는데, 노래 켜놓고 화면 볼 때 다 부어버리고. 내가 다 마셨다고 다 비웠다고. 걸린 적도 있죠. 술값 네가 내라고 진상 걸려가지고 다 나와서 무릎 꿇고.(웃음)

 

선우 : 난 다 마셨지. 술작업을 모던바 출신들은 잘한다는데 전 모던바 출신인데, 모던바에서 모든 걸 다 먹어(일동 웃음) 너무 못하니까 옆에 언니들이 내꺼 버려주는 정도로 작업해주고. 다른 사람들은 오빠 그랬어? 이러면서 밑으로 다 버리고 있는데 난 그걸 못해. 너무 착했어, 미안했어. 이 사람의 돈으로 산 술인데… 내가 그걸 버린다는 게(일동 웃음) 어차피 시급제라 버려봤자 내가 의미 없고. 근데 거기서 배워 왔어야 되는데(웃음) 못 배웠어. 그래서 다 마셨어요. 그래서 정말 힘들게 일했어요. 그리고 나서 룸에 갔을 땐 더 최악이 됐죠. 옆에 앉아있으니까 어떻게 버려. 거기서 친해진 언니가 너무 불쌍하니까, 같이 네 테이블째 보고 있는데, 이미 내가 눈이 다 풀렸었대(웃음). 손님이 야 얘 너무 취해서 보내라고 뺀찌라고 얘기하는데도 못 알아듣고, ‘오빠!’ 이러면서. ‘너 나가’라고 하면, ‘나가자고? 노래 부르자고?’(웃음) 그 언니가 너무 불쌍하니까 나이차이가 좀 있는 언닌데, 되게 불쌍하게 본거야. ‘앉아봐. 캔.’ 연습을 시켜줘서 배웠어요. 캔에다가 열심히 뱉었어요. 캔밖에 할 줄 몰라서 열심히 버렸는데 한번은 진짜 손님으로 어린애, 스무살? 어린애가 걸렸는데. 버렸는데 딱 들더니 씨발 나 이거 마신다? 마신다? 저도, 마셔! 쫄았는데 ‘마셔!’ 이랬는데, 딱 내려놓더니 술을 얼음통에 다 붓는 거예요. 나한테 ‘너가 이거 다 쳐마셔’라고 그러는데 왜 그렇게 열이 받았는지 다 먹었어요. 다 먹었고 다 토하고, 다음날까지 아무것도 못해. 방 포기하고 티씨 포기하고 나가면 되는데 마셨어요. 마시고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 나요.

 

수지 : 근데 쪼르륵 소리 나지 않아요?

 

선우 : 저는 안에 혀를 이렇게 말면서. 언니가 가르쳐줬어. ‘혀를 이렇게 해봐’. 혀를 말면은 뱉는 소리가 안 난대요. 그렇게 배웠어요. 룸에서는 술을 최대한 진짜 안 먹어야 되는 게 돈과 건강과 다음날 출근이 다 걸려있는 문제니까.

 

혜지 : 나에게 술은 먹는 게 아니야 끝장 났지. 나 스무살 때 맥주 짝으로, 몸에다 다 뿌리고 방실이라 그래, 쓰레기통. 테이블 밑에 한 다섯 개 있어. 방실이. 거기에다가 거의 가득 채워 부어가지고. 밖에 삼촌 버리라고 쓰레기통 문 앞에 내보낸다고. 그럼 이 삼촌도 술이 취했는지 비워주지도 않고 나는 또 비운건줄 알고 갖고 오고. 그럼 붓는데 뭐가 넘쳐.(웃음) 난리도 아니었지.

 

[보건증]

혜지 : 내가 이거 보건증 만드느라고 아직까지도 혈관주사 맞으라고 하면 혈관이 안 나와. 보건소에서 하도 어릴 때부터 가가지고 피 뽑고 어릴 때부터 그게 너무 싫어서 그렇지. 그래서 지금도 혈관에다가 주사 놓으려고 이거 뚜드리잖아? 그러면 혈관이 숨는대. 하도 많이 찔러서. 짜증나, 보건증. 이 썅놈 새끼들. 맨~날 밑에 염증 있대 치료해야 된대. 맨날 어후… 그거 맨날 성병검사 하잖아. 아니 그니까 되게 웃기지 않아? 2차는 불법이야 근데 왜 맨날 밑에 검사는 하는데? 염증 있는지 없는지? 그니까~ 걔네들 웃긴 것들이라니까 그것들이 어? 정책을 그 따위로 만들어갖고… 지네가 2차는 가고 싶은 거지(모두 웃음) 이것들이 병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긴 해야 되겠고, 정책적으로 합법이면 안 되니까는 어? 근데 지네 안전망은 이렇게 필요하고, 그러니까 맨날 그 2차는 불법이라면서 맨날 밑에를 찔러대고 쑤셔대는 거야? 웃기는 거야. 2차가 불법이라는데 보건증에는 성병검사 꼭 해야되고. 나 진짜 그거 짜증났대니까. 가면 염증이 안 나오는 날이 없어. 염증이 안 나오면 이상한거지. 그찮아? 어떻게 염증이 안 나와. 맨날 밑으로 병따개 넣고선 맥주 따고 있고 그럴 때인데. 거기다 뭐 잠이나 편히 자? 정말 힘들었어 그때… 당연히 염증기가 있지 씨발. 나 옛날에 거기 강남 클럽에서 일할 때 그 보건소에서 나온다고. 그러면 커텐 하나 쳐놓고 거기서 막 검사하고 피뽑고 막 해. 그러면 아가씨들끼리 막 얘기한다? 어쩌구 저쩌구 기록 남는다고 하면서. 그러니까 우리 가게 재끼자 그러는 거야. 근데 나는 뭔 상관이랴 했어.

 

선우 : 저는 보건증 만들라 그러면 피해다녔죠. 처음에는 놀랬어요. 처음에는 보건증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건 무슨 이모가 나왔다고 하면서 피 뽑고 인적사항 적으라니까, 안 적었죠. 그래서 가게에서 쫓겨났죠. 나중에 알아보니까 근데 이게.. 이걸로 인해서 기록이 남고.. 그게 싫었던거야. 근데 모던바에서부터 저는 보건증 해오라고 하는데 그 때 언니들이 얘기 해줬었거든요. 이거 하지 말라고. 그니까 뭔지 모르겠는데 해주면 안돼(웃음) 뭔지 모르겠는데 만들지 말라고 했으니까 안 만들어.

 

혜지 : 지금도 보건증 만들어?

 

선우 : 네, 지금도. 3개월에 한번씩 해요.

 

혜지 : 그러네, 옛날엔 6개월에 한번 씩 했던 거 같은데

 

선우 : 지금 3개월에 한번씩. 그래서 그 쯤 되면 안 나가는..

 

수지 : 저는 지정 가게 아니라서… 보도로 일하면 딱히 보건증은 필요 없고. 보도 어차피 불법인데 뭐 (모두 웃음)

 

[유흥업소와 빚]

 

선우 : 음.. 저는 빚이 없어요. 저는 돈이 떨어지기 전에 일을 갔어요. 항상 내가 개같이 놀아도 어느 순간 돈 떨어지기 직전에 무조건 돈 다 떨어져도 거기서 밥을 먹을지언정 빚은 안 져. 그래서 남자에게 다 퍼줬지만… 어쨌든.(모두 웃음) 저는 무서웠어요. 처음에 바(bar)에서 일했을 때 같이 일했던 언니가 룸에서 애프터 일만하던 언닌데 산전수전 다 겪은 언니였거든요. 제가 일수 명함보고 주워 와서 언니한테 ‘이런 건 뭐야?’ 물어보니까 언니가 ‘너는 이런 거 손대는 순간 니 인생 끝난다.’ 아무 설명 없이 이렇게만 얘기를 해줬어요. 인생 그냥 끝난다, 절대 안 돼. 너 빚은 절대 안 돼.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으면 가게를 나가. 넌 그런 마인드로 살아 그런 식으로..

 

혜지 : 빚내는 거 모르고, 그런 사람 옆에 없었으면 나도 그렇게 안 살았어.

 

수지 : 저는 주변에 언니들 보면 빚진 언니들은 학교 안 다니거나 그러니까 자긴 어차피 다른 직장 할 생각 없고 이 일로 빨리 사이즈 업해서 하이업소로 가서 돈 최대한 많이 번 다음에 청산하는 게 꿈인 언니들이 사이즈 업하려고 성형수술 빚 많이 졌고. 그런데 저는 애초에 아예 여기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투잡처럼, 학교 다닐 보조금액처럼 그렇게 일을 했으니까 별로 사이즈 업 욕심도 없었고… 그냥 돈 떨어지기 전에 나가고 돈 벌면 그걸로 성형이나 그런 투자는 안하고 이게 아니어도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빚을 안 졌던 거 같아요.

 

혜지 : 뭐가 메인이었는데?

 

수지 : 저는 학교요.

 

선우: 메인이 있고 사이즈 욕심 없고… 부럽다. 저렇게 갔어야 했는데! (모두 웃음)

 

혜지: 빚지라고 하니까 계속 빚지는 거야. 매일 보는 게 뭐 호빠가는 거, 옷 사 입는 거, 뭐 하면 주변에 편하게 돈 쓰는 거, 그런 건데 어떻게 그래.

 

수지: 그러고 보니 제가 빚을 안 진건 그냥 우연, 우연.. 정말 그냥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저도 한번 일하다가 병 걸려서 일을 못할 상황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 때 이룸에서 지원을 해줘서 빚을 질 수 없었던 거지 이 일을 하면 당연히.. 만일 그때 이룸을 안 만났으면 빚 졌겠다.

 

선우: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권태로움이 와서… 놀다가 솔직히 ‘백만원? 그럼 내가 하루 이틀 나가면 벌지 뭐.’ 그런 생각을 했는데 3백까지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점점 (빚이)불어나는 상황을 본 것 같아요. 성형도 맞아요. 성형도 크게 땡겨서 잠깐 사이즈업하는 동안 내 생활비랑, 붓기 빠질 때까지 생활비랑 다 필요하니까 확 땡겨서 그걸로 갈아엎고 쉬다가 나중에 나가서 다 갚고 그렇게 빚지는.

 

혜지: 뭐 생활비, 생활사치, 뭐 명품 기타 등등 뭐 보이는 게 얼마나 많아? 돈 쓸 때가 그때는 다 주위에 그런 거밖에 없으니까. 그 신용카드도 되게 나빴던 거야. 나 그거 21살 때 그 때였는데 그 때 생각해보면 LG인가 삼성인가.. 스물한 살짜리가 뭔 카드야~ 근데 그게 한도가 6백만 원으로 올랐어. 나 그 때 카드 다섯 장인가 돌려쓰면서 막 해 갖고. 카드 한도가 6백인데 분명히 그때 토끼털 옷인가 뭘 사면서 이게 한도초과야, 그래서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되는 거야. 너무 신기해갖고 카드회사 전화해서 물어봤어 그러니까는 원래 이게 무슨 젊은 여성 소비층을 겨냥한 카드를 만든 거래. 그래서 한도가 600이지만 사실은 1200을 쓸 수 있대. (일동 기함) 그러니까 이것들이, 젊은 여자애들 그냥 헤까닥해서 돈을 쓸 때가 있잖아? 그러면 얘네도 못 갚을 거 알아. 나중에 결혼하고 그러면 어떻게든 갚을 거라는 그런 생각에서 그런 층을 겨냥해서 그딴 식으로 했었겠지, 일단 쓰게 만들고. 그리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티비에 대부업체 그거 존나 나오잖아. 나 그거 볼 때마다 존나 욕했거든 이 시발새끼들 막 어린애들을 어? 아무것도 모르는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갈라고. 이제는 그렇게 티비 광고 하는거 금지 됐다고 하더라고.(웃음)

 

[다이어트, 성형수술 및 시술]

수지: 이걸 안 하는 업소일은 불가능하죠.

 

혜지 : 나 안 하고 했는데? 눈? 이게 한 거야? 이거? (모두 웃음) 이거 성형으로 치지도 않아. 아.. 나 가슴 했구나? 아 근데 이거는 내가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업주, 마카오에 있을 때 그 업주 언니께서 중국 애들은 가슴 큰 걸 좋아하기 때문에 하라고 해서 한 거였어. 나 이거 땜에 돈 많이 깨먹었잖아. 아무튼 마카오에 있을 때 어릴 때 해가지고 미국 가서 일할 때도 잘 먹혔고 호주에서 일할 때도 잘 먹혔고 참 여러모로 쓸모 있었어. 가슴은 크면 더 좋지. 내가 야부리를 까든 뭘 하든 이 새끼가 나한테 호감이 가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그래야지. 그리고 일단 나이가 갑이야. 난 그걸 아주 잘 알았다고. 미국 같은데 가면 삼십대 초반 그런 애들 많았거든. 이미 안 그래도 아시아 애들을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었고, 딱 날 보면 어려보였겠지 지네 눈에.

 

선우: 77, 88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은 극소수지 않아요?

 

혜지: 그 글래머러스를 좋아한다는 게 이거 크고 이거 크고 허리 잘록하고 이거지 이건 아니잖아. 그리고 설사 이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래도 얼마나 되겠어?

 

선우: 뭐.. 다이어트랑 성형 시술이 없어도 가능할 것 같긴 해요. 왜 그러냐면, 근데, 그건 지역 탔을 때 얘긴데 88, 77인 언니들을 많이 봤어요. 많이 봤고 근데 그 언니들 그렇다고 얼굴에 성형을 떡칠했거나 그런 언니들도 아니고 그냥 자기 모습 그대로 일만 하는… 밥벌이는 가능하다? 대우 받거나 큰 돈 모으긴 힘들 거 같은데 그냥 밥벌이… 일…. 을 할 수 있다?

 

모두 : 치마만 두르면 가능하다.

 

수지 : 맞아요. 근데 팔려야 말이지 돈이… 살집 있는 사람 좋아하는 손님 층도 있는데, 그 손님층을 피해야 해서 다이어트를 해요. 왜냐면 손님 사이에서 떠 보는 게 ‘살집 있는 애는 지 사이즈가 구리니까 마인드가 좋을 거다.’ 이런 기대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하드코어 서비스 받고 싶은 사람이 일부러 살집 있는 아가씨들을 초이스 하는 거예요. 초이스 되니까 돈은 당연히 벌겠죠. 제가 서비스 엄청 높이고 똥꼬 빨아주면 돈을 벌겠지만, 근데 그렇게 하기 싫잖아요. 기왕이면 부자 손님 만나고 싶고 편한 일하고 싶고 그러려면 다이어트 빡세게 해야죠.

 

선우 : 그게 바로 사이즈지.

 

[테이블비(TC)는 무엇에 대한 대가?]

 

혜지 : 그거는 내 미용실비.(일동 웃음)

 

선우 : 비위맞추기? 나의 인내에 대한 대가? 비위 맞춰주잖아요. 솔직히 싫어도 웃으면서 ‘네’ 옛날엔 웃음 판다는 표현 많이 했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인내? 참아주는 거에 대한 대가..

 

수지: ……. (오랜 침묵 후) 그러게요 참 무엇에 대한 대가이지? 그냥 웃음 판다고 해서 남자, 웨이터가 앉아서 웃어준다고 그거를 주진 않을 거잖아요? 누가 그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걸까요? 어린여자?

 

선우 : 청춘? 어렸을 땐 그렇게 생각했지. 청춘.

 

혜지 : 나이 먹은 사람은 앉으면 안 된다는 거야? (모두 웃음) 나에겐 계약금이야. 이만큼 투자하고 왔으니까 거기에 대한거야. 미용비 말한 것처럼. 나한테 테이블은 2차를 가기 위한 미팅자리, 투자야. 아, 그게 왜 그런지 알았다. 왜 나한테 테이블이 그런 거냐면 내가 스무 살 때 00지역 업소 가서 일했다 그랬잖아. 그러면 거기서 테이블은 절대 나한테 돈을 버는 곳이 아니었단 말이지. 거기도 1종 유흥업소고 나 보건증 만들고 다 했는데 테이블은 맥주 한 짝에 만 원뿐이 돌아오는 게 없었어. 아마 그래서 나한테 테이블비가 그런 거 같아.

 

수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테이블 비는 무엇에 대한 대가이지?

 

[성매매는 불법, 테이블은 합법]

 

선우 : 그게 그거지 씨..(모두 웃음)

 

혜지 : 가장 힘든 문제인거 같아. 성매매를 불법으로 가자고 그러기도 합법으로 가자고 하기도 나는 참 그래. 나는 아파. 성매매를 하는 사람은 결국은 누구겠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 약한 계층, 이런 사람들이 나와 가지고.. 뭐 잘난 여자가, 부잣집 여자가 미쳤다고 하고 싶겠어? 좋다고 할 수는 있겠지. 일탈 뭐 이런 식으로? 근데 뭐 이런 사람들이 생계형 이런 거를 하지 않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아픈 거지. 지금은 애들이 뭐 꼭 생계형 이런 거 때문 보다는 사치형 뭐 아니면 그냥 그런 이유로 많이 이 일을 하는 거 같은데 근데 난 그것도 참 되게 아픈 거 같아. 걔네들이 정신 나갔다고 나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 걔네 하나씩을 보고, 사회구조를 이렇게 생각해보면 그 쪽 계층, 그런 취약한 아이들이 있다구. 그러면 그런 아이들이 갈 수밖에 없는? 가기 쉬운. 그치 그렇게 되는 거겠지? 그거 참 아픈 거 같아. 테이블도 씨발꺼지.. 시발 것들.. 테이블만 되고 2차 가면 뭐? 2차는 불법이고 테이블 합법이고 개소리 하고 있어.(웃음) 술 먹으면 어차피 다 이거 생각나는 거잖아, 안 그래? (모두 웃음) 아 뭐 지네는 고결한척 하면서 이렇게 하고 싶은 거야? 개새끼들이야 진짜. 우리나라 정치 남자들이 많이 하니까 걔네들이 많이 만드니까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놓는 건데… 개새끼들인 거 같아 진짜.

 

선우 : 처음엔 합법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어요. 일단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개념, 손님이랑 문제가 트러블 생겼을 때 일단 내가 소리 낼 수 있다? 근데 내가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얘기하면 나는 내가 기록에 남는 것도 싫고,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나는 내 인생에 내가 그런 일을 일했었다는 기록 남는 거 자체를 싫어해요. 그런데 막상 일할 때는 조금의 보호가 필요하거든요. 왜냐하면 가게사람들이라고 나를 지켜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솔직히 성매매나 테이블이나 도찐개찐이라고 생각해요. 뭐 테이블이라고 뭐 깨끗한가? 어쨌든 저 생각할 때는 도찐개찐!

 

수지: 둘을 저렇게 나눠둔 게 이상해.

 

선우 : 나눠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서. 테이블이라고 야부리만 까나?(웃음) 테이블 자체가 성매매에요, 제가 볼 땐.

혜지 : 그치그치, 그 자체가 성매매야~ 그래서 나는 호빠를 더 좋아했던 거 같아. 내가 당한다는 기분 때문에 ‘너네도 당해봐’ 이러면서. 응 그래서 어릴 때 나 호빠가서 못된 짓 많이 했어. 아니 그 테이블이 합법이라는 게 합법이라는 거 자체가… 뭐가 합법인건데? 우리가 앉아서 옆에서 이렇게 비위를 맞춰주고 이렇게 하는 게 합법이야? 그러면?

항상 저런 거 영화도 그렇고 뭐 어디 나오는 것도 그렇고 항상 보면 성매매한 여자들 막 이런 식으로 해서 나오는 거 그것도 겁나 불만이야 씨발. 맨날 살인자한테 맞아 죽구 뭐 항상 영화 끝나기 전에 먼저 죽고… 시발 항상 그런 식으로 여자들을 막.. 열받아.

 

수지 : 진짜 모르겠다…. 성기삽입만 하지 않으면 성매매가 아닌가? 테이블.. 테이블.. 뭐에 대한 대가일까.. 요즘에 계속 그런 얘길 듣는데 성판매자들이 하는 친밀함을 파는 것과 일반사람들이 파는 거. 과외노동자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웃음을 지어야 하고 이런 서비스직 노동이 업소랑 본질적으로 뭐가 다르냐 하는데 전 다르다고 말하고 싶거든요.

 

선우 : 잠깐만 생각 좀 할게요..(웃음)

 

[마무리]

선우 : 담배 펴도 될까요?

 

혜지 : 새로운 사람 만난 건 너무 좋아. 내가 나이 먹은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슬프고. 나는 그래도 나랑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응 참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이런 생각에 슬프다.

 

수지: 저는 그 질문 가져갈 거 같아요. 테이블비는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기 센 언니들이 쭈루룩 앉아있지 않아서 좋았고.. 꿀릴까봐 화장도 빡세게 해가지고 왔거든요… 원래 이룸올 때 이렇게 안 오는데. 와보니 그냥 사람들이 있네요.

 

혜지: 사람 아닌 줄 알았어?(웃음)

 

선우: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끼리도 선입견이 있는 게 있어, 확실히.(웃음) 저는.. 저는 좀 많이 배워 가는 거 같아요, 생각보다. 원래 수다 떨 생각으로, 그냥 맨날 대기실에서 독고다이인데 ‘룸 언니들이랑 수다 떨러 가야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까 질문도 약간 조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질문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런 것도 있고 합법이냐 불법이냐 얘기에서 언니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는 애초부터 합법을 하는 게 낫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언니 얘기 들었을 때 ‘아 난 저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저런 건 신기하다.’ 아마 이 자리 안 왔으면 이런 생각 한 번도 못 해봤을 거예요.

 

혜지: 난 내가 일할 때 아팠거든..

 

선우: 저도 아팠었는데 그거를 거꾸로 나라가 뭔가 보호해줄 수 있게끔 합법이 돼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혜지: 아니지 그게 만약에 합법이 되잖아? 그러면 내가 호주 보면서 생각한 건데 안 그래도 우리끼리 경쟁을 하잖아. 그리고 나는 그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분명히 외국에서 더 못사는 여자들이 와서 팔 거라고 생각해. 얼마나 힘들겠어? 합법 되면 우리나라보다도 못 사는 나라 여자들이 와서 할 거라고. 성매매피해자는 우리나라에서 더 못 사는 나라 여자로 옮겨질 뿐 그대로고, 다른 거해서 돈을 이만큼 벌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꼭 그걸 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 생계형 성매매자들 더 얼마나 힘들어지겠어.

 

 

세 시간을 훌쩍 넘긴 집담회 이후 우리는 새벽까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십대로서 성판매를 하는 것, HIV/AIDS, 수사기관의 태도, 성폭력과 성매매의 애매한 경계, 탈성매매, 자활, 성매매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들까지 집담회에서 이어진 고민과 생각은 끝이 없었다. 애인 얘기를 제외하고 성매매 아닌 이야기는 한 톨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