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리치, 새로 고민하다.
아웃리치(out-reach)를 아시나요. 봉사자/사회복지사 등이 지역주민에게 직접 찾아가서 필요한 서비스를 전달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반성매매 활동에서는 주로 기관의 안내와 전화번호가 찍힌 정보지, 간식, 물품 등을 들고 집결지의 언니들을 만나러 가는 것을 말하죠.
Part 1. 방식을 고민하다. – 온라인 아웃리치
주기적으로 여성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방법은 특정 지역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변화를 체감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많은 여성들을 만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집결지에 한정될 수밖에 없고 체력적으로 힘도 들고요… 그리고 꽁꽁 숨어서 비밀스럽게 영업을 하는 업소의 언니들과는 전혀 만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이룸은 2006년부터 인터넷 공간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질문이 있는 네이버 지식인에는 언니들의 질문들도 많았습니다.
“다방서 선불 받고 도망갔는데 업주가 고소했는데 어케 해야 되져?”
“매매춘 여성들 선불금 갚아야하나요?”
“유흥업소 업주의 폭행…그리고 강제적인 윤락행위 폭행이 무서워서 도망나왔습니다.”
“유흥업소업주가 저의 집을 경매하였습니다. 저를 채권확보를 해 놓구서도 퇴폐업소를 넘겼습니다.”
이름하야 온라인 아웃리치! 선불금, 마이킹, 유흥업소 등으로 검색을 해서 법률 대응 방법을 중심으로 상황에 맞는 답변을 달았습니다. 상담소의 지원 내용을 소개하고 전화번호와 홈페이지 주소 등을 적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노무 지식인에는 누구나 답변을 달 수 있는 만큼 멍텅구리 답변들도 많았습니다. 선불금으로 걱정하는 언니에게 ‘우리 가게로 오라’는 김 부장도 있고 ‘님 상황은 답없음. 몸 망치고 인생 망했네염ㅉㅉ’ 라며 비아냥거리는 색히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왜곡, 허위정보가 판치는 지식인 세상에서 올바른 정보를 유통시킨다는 사명감을 갖고(화르르) 이룸은 열심히 지식인 바다를 떠돌았습니다. 오픈된 인터넷 공간인 만큼 이 질문자 외에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이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식인에서 이어진 면접 상담이 폭주해서 활동가들의 업무량이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이후 2007년에는 온라인 아웃리치를 좀 더 체계적으로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했고, 2008년에는 그 작업을 기반으로 지식인을 통해 성매매를 바라본 포럼 “포털사이트 NAVER 지식인에서의 성매매 현실과 경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포럼 당일,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단체들이 참석해주셨고 성매매피해현실 뿐만 아니라 업소 구인‧구직 사이트, 성구매자 정보교환 등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펼쳐주어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포럼자료집 보실래요? <성매매 백과사전, 인터넷에 끼어들기!>자료집보기 )
그런데 온라인 아웃리치를 진행하던 중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의 답글에 이룸의 상담전화번호를 기재한 것이 홍보성 스팸글로 분류되어 삭제가 된 겁니다. 억울했습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니 일하러 오라는 업소 부장의 전화번호는 그대로 두면서 왜! 그래서 2012년에는 네이버 측에 우리도 ‘전문가 답변’을 달 수 있게 해달라고 정식으로 제안했습니다. 전문가 답변에는 반짝반짝 별표시도 달아주고 가장 위쪽에 배치되거든요. 그런데 네이버에서 응답이 없었고 아름다운 제안서 ppt만 남아있네요…
Part 2. 대상을 고민하다. – 경찰서 아웃리치
상담소는 경찰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조사동석 좀 시켜주세요’ 굽신거리기도 했다가 좋은 경찰 만나면 하트뿅뿅이었다가, 성매매 여성에 대해 편견이 가득한 경찰을 만나면 분노의 의견서를 쓰기도 하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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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에는 이러한 조항이 있습니다.
26조에 의하면 성매매 알선으로 업주를 고소했을 때 형을 감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고, 10조에 의하면 업주와 여성들 간 선불금 사기사건에 대해서 먼저 업소 선불금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렇게 떡하니 있는데! 있는데!! 현실은 야속하게도 법조항과 참 많이도 멀었습니다. 여성들이 피의자인 사기 사건에서 이 돈이 업소 선불금이었음을 주장해도 별로 고려되지 않기도 하고, 업주를 성매매 알선으로 고소하면 빚 안 갚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야 합니다. 또한 성매매행위자로 여성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매매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증명해내야 합니다.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일선 경찰 분들이 이 조항들을 꼭 알고 계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아웃리치를 언니들한테만 할 이유가 있나? 경찰서로 직접 가서 우리가 알려주자!
요런 예쁜 포스트잇을 뚝딱뚝딱 만들어서
서울시내 경찰서를 다 돌아보자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습니다.
종로, 은평, 혜화, 강남, 강북, 강서, 영등포, 용산….
서울의 경찰서는 많기도 많더군요. 그리고 길은 또 왜 이리 막히나요.
여러 경찰 분들을 만났습니다. 별 관심이 없으신 분, 찬찬히 읽어보며 ‘수사에 꼭 반영하겠다’ 하시는 분, 대뜸 요즘엔 피해자 없다는 분, 포스트잇 생겨서 좋아하시는 분.
무려 2년에 걸쳐 서울시내 경찰서를 모두 방문했고 그렇게 경찰서 아웃리치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룸이 2년여 동안 서울시내 경찰서에 뿌려놓은 포스트잇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경찰 분들께서 관련 사건들을 조사하실 때 문득! 기억났으면, 그래서 수사에 반영이 되었으면, 상담소의 존재를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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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2 [0923 경찰서 out-reach 갑니다!] 후기보기
2011. 10. 12 [경찰서 아웃리치, 다녀왔습니다!!] 후기보기
2013. 8. 12 [경찰서 아웃리치가 끝났다!] 후기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