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한꼭지] 성매매와 미투

성매매와 #미투 _차차

이룸에서 만난 한 내담자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구매자들이 업소에 와서 종사 여성들을 괴롭히며 미투 운동을 대놓고 조롱 했다고 한다.(https://www.facebook.com/eloom2003/posts/1954062308256189)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구매 남성은 미투운동으로 인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남자도 살기 힘든 세상이라며 업소에 와서 징징대고 있다고 했다. 종사자 여성들은 미투 운동 참여자/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남성 구매자와 실장과 웨이터같은 남성 영업진들의 성폭력에 무감각한지 새삼 알게 되었다고도 했고, 혹자는 원치 않는 터치를 하는 진상 손님에게 미투를 언급하면서 자기방어를 시전하고 기죽이기에 성공했다고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2년 여 전, 2016년 6월 아이돌 출신 한류스타 유명연예인 박00에게 유흥업소 화장실에서 강간피해를 입어 고소한 뒤 무고 역고소 지원을 했던 사건을 떠올렸다. 더하여 작년 이룸에서 박00 성폭력 사건 외 성산업 종사 과정 성폭력 피해 법률지원 과정에서 내담자가 성매매, 무고, 명예훼손 피의자가 되는 과정을 계속 목도했던 경험을 곱씹어 보았다. 지원 과정에서 나는 꽤나 소진되었고 무기력하기도 했고, 기를 쓰며 버틴 시기도 있었다.

과정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은 성산업 종사라는 다중의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위치에서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의 어려움으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성폭력이 법적으로 문제제기 되는 비율, 고소율은 10%도 채 되지 않고, 기소율도 40%대인 현실과 성별 권력 관계 속 성판매자에 대한 편견, 폭력이 성산업 속에서 구매와 금전 지불로 정당화되고 강화되고 구조는 성판매자들이 겪는 업소 내 차별, 정의, 권력의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성폭력은 위계나 권력 관계의 문제임에도 금전 매개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며 정의나 평등의 문제보다는 성판매자가 몸을 자원으로 돈을 바란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통념, 이를 뒷받침하는 성매매 방지법 상 판매자에 대한 처벌 문제는 성매매피해 지원 현장에서 형사 사건을 진행할 때 항상 마주치는 큰 무게의 걸림돌이다.

이 걸림돌은 생각보다 공고할 것이고, 계속 현장에서는 성판매 당사자들이 성폭력을 제기하기 어렵게 하는 모순과 딜레마 속에서 함께 씨름하면서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새삼 다시 마주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다. 또한 개별 싸움 더불어 성판매 과정에서의 성폭력이라는 이슈에 대한 많은 사회적 관심과 연구, 정치적 의제화, 당사자의 목소리가 꾸준하게 필요한 영역임을 더 절실히 느낀다.

앞으로 성산업 내 가시화된 성폭력을 제기한 당사자의 목소리와 싸움의 과정을 함께 기억하며 성판매 당사자들의 성폭력 문제제기가 역고소라는 장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앞으로 가해자들의 백래쉬/저항에 적극 방어할 수 있는 움직임, 지지 실천, 여론전과 함께 #미투 운동이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끝으로 몇 중의 압력 속에서 잘 버텨주신, 현장에서 만난 내담자 분들께 법적인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가해자들이 수사 기관에 나오고 시험대에 올라오게 만든 말하기의 힘과 그 정당함, 법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워하였지만 상담소를 믿고 이야기해준 목소리 또한 기억하고 활동 과정에서 이를 꾸준하게 잘 풀어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