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 북토크 행사 스케치

윤달

11월 24일 7시, 홍대 다리소극장에서 이룸이 주최하는 <불처벌>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이룸이 <불처벌> 책을 출간하고, 이 책의 필진 여러 명이 모여 하는 처음으로 갖는 북토크라 의미가 깊었습니다. 불처벌 필진의 모든 분을 초청하고 싶었으나 일정 문제로 총 8분의 필진을 초대해 <불처벌> 책의 기획 취지와 성매매에 대한 필진들의 생각과 고민 지점을 소개하며, 성매매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책의 출판 과정에서의 소회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눠보는 자리였습니다.

이날의 북토크는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약 1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습니다. 이룸에서 오프라인 참여자를 위해서 특전으로 ‘이룸굿즈’를 준비해서 귀한 발걸음해 주신 분들에게 작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북토크는 총 2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필진 각자의 활동 및 연구 영역을 소개하고, <불처벌> 책에서 집필한 글을 둘러싼 고민 지점, 통찰, 책의 의미에 대해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성매매를 둘러싸고 논쟁을 하다 보면 서로 얼굴을 붉힌다든지 아니면 담을 쌓는다든지 그런 일들이 많은데 그렇게 서로 헤어지게 하는 사이가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이 생산적으로 더 얘기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써 차이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가장 즐겁고 기쁜 지점이었던 것 같다.” (박정미)

 

동시대 시민으로 사유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 가장 제가 집중을 하고 싶었던 것은 같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여성들이 있고, 그리고 이 여성들이 사회에서 일하고 있고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죠. 여성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채로 존재하라는 식으로 압박을 주는 어떤 현실에 대해서 드러내고 싶었어요.” (유현미)

2부에서는 <불처벌> 책 속으로 깊이 들어가 각 글의 주제에서 패널들에게 책 내용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불처벌> 책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자 했는지, 어떤 문제의식을 나누고 싶은지, 우리가 불처벌이라는 이슈를 가져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임에도 필진 여러분의 고견을 들을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제 글의 핵심은 선도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처벌이었다는 얘기거든요. 보통 처벌이라고 하면 형사 처벌이 처벌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재판 회부되고 징역을 살거나. 한국에서 성매매 여성은 주로 그런 식으로 처벌된 역사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징역을 살고 이런 식은 별로 없고 어떻게 처벌되냐면 주로 즉결심판이라는 형태로 약식 재판인 거죠. 그래서 29일까지 구류를 산다든지 범칙금, 벌금을 낸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처벌되는데. 이런 것도 형사 처벌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죠. 실질적으로 처벌로서 기능했던 게 여기서 얘기했던 선도위원회 내지는 선도로서 보호지도 이런 부분들이 훨씬 더 크게 작용했던 처벌이었다는 걸 얘기 드리고 싶었고요. 결국은 그런 보호나 지도로서의 그런 격리수용이나 이런 것도 결국은 법적 처벌의 일종이죠. 성매매 여성은 당연히 윤락을 했을 것이고, 개인의 문제일 테니까 가둬서 보호하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윤락이라는 패러다임으로 그 사람들을 그렇게 사회복지의 언어로 잡아 가두는 것이 당연하다는 역사가 그만큼 있다는 것들을 우리가 굉장히 심각하게 사고해야 된다.” (김대현)

 

한국사회에서의 성매매는 단순히 어떤 양자 간의 거래라기보다 심지어 오피마저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어서 OO일당 잡았더니 얼마가 방구석에서 나오고 이런 거 굉장히 많은데도 왜 우리는 되게 양자 간의 구도만으로 생각할까. 그 구도를 넘어서지 않으면 한국사회 성매매 문제를 직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성매매를 유지시키는 데 있어서 산업의 역할, 그것이 조금 더 조명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유독 성매매에 대해서는 그런 세팅이 다 사라지고 남는 게 여성과 남성밖에 없을까. 그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굉장히 변혜정 선생님 논문에서도 제가 인용했고, 거기서도 나오지만 성매매 산업 혹은 상품을 구성하는 것은 굉장한 많은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기획되지 않았으면 레깅스룸이나 셔츠룸, 귀청소방, 오만 가지 자유업종들이 번성할 수 있었을까. 거기에 굉장히 성적인 이미지를 붙이고 거기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공유되고 거기에 가면 어떤 나의 욕망이 충족될 수 있을 것 같은 심상, 김주희 선생님께서도 많이 얘기했던 후기 사이트에서 구매 욕구가 존재하는 것들. 왜 현재 성매매 논의는 그런 것들이 빠져 있을까. 단순히 어떤 소위 부도덕한 개인 구매자와 피해자만 남아서 법은 그들을 처벌하느냐 아니냐에만 골몰하고 있을까. 정작 그 욕망들을 만들어내고 구성해내고 그걸 상품으로 존재하게 하고 있는 세팅은 건드리지 않은 채, 그것이 저의 질문이었다.” (남승현)

 

저희가 논의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성매매 문제에 개입할 때 정치 경제적인 부분이 이렇게 중요한데 그러면 이 산업을 규제하는 방법들을 조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게 저희의 되게 중요한 화두였거든요. 그런데 일단 우리의 큰 목적은 법이다. 그래서 법적인 부분 그리고 산업규제,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가 백소윤 변호사님이 결론을 내려주셨어요. 한국의 법 중에 산업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은 없다. 산업을 장려하고 불공정한 거래나 독과점을 제외하는 것이지, 한국의 법에서 산업을 규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되게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면서도 큰 벽에 마주치는 기분이 들면서 그래, 그러면 법적인 개입에 중심을 둔 거니까 그런 부분들은 조금 이런 식으로 교착 지점들에 대한 설명해주신 부분처럼 그런 교착 지점들에 대한 것을 다루는 것으로 하고 아쉬움을 달래보자. 우리의 방향성은 성매매 산업의 축소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근절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대안이 뭐냐고 물으면 <불처벌> 책이 고민의 시작이다.” (노혜진)

 

저는 성매매는 성폭력이다는 연설에 개입해야 하고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입했는데, 이 연설에 중요한 까닭은 왜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해야 하는가, 왜 성매매 여성이 문제인가, 굉장히 오랜 문제의 뿌리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어요. 성매매가 페이강간이라거나 성착취라거나 혹은 성폭력이라고 말을 할 때 이제 성매매를 하는 화대나 화폐나 경제적 요소의 존재를 삭제해버리는 방식으로 명명이 이루어지는 경향에 대해서 우리가 얘기를 나눴는데 저는 이게 문제인 이유가 뭐냐 하면 이럴 경우에 여성들이 왜 이 일을 하는가. 그리고 이 일에 따른 어려움을 어떻게 겪는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오히려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또는 더 나아가서 설명하기를 포기하거나 설명하지 않으려 하는 정치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최별)

 

저희가 앞으로 더 만들어가야 할 이야기들, 거기 아마 공정이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올 거예요, 공정하지 않다, 여자만 왜 처벌을 안 하냐. 저는 그런 이슈들에 관심이 가요. 결국에는 공정한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거든요. 그들의 공정에 동의하지 않는 방식, 그들은 공정에 대한 환상 자체가 이미 여자는 다른 몸, 자산을 갖고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이런 방식의 공정, 정말 진정한 공정이 무엇인지, 공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관점, 요즘 그런 공부를 하고 있어요. 기본자산제, 기본소득제와 완전히 다른. 우리가 지금 사는 것, 자산이라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우리가 잠깐 빌려 쓰고 가는 이런 방식의 새로운 소유와 재산에 대해서 상상해봐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제출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식의 상상력과 함께 가는 방식, 일종의 경제적인 외연들을 바꿔야 이 산업 자체가 실현될 수 없는 그런 상상과 함께 결국에는 불처벌이라는 이 구호가 닿아야 하는 세계는 그 세계가 아닐까,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우리가 상상한 대로 이루어지는 그런 세계다.” (김주희)

 

마지막으로 사전 질문과 플로어 질문을 마지막으로 다루며, 이날의 북토크는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불처벌> 책은 시작으로, 앞으로 이 의제에 집중해 더 많은 일들을 풀어나갈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바라며, 올해의 <불처벌> 북토크를 마칩니다. 향후에도 이룸의 정치와 활동에 관심갖고 지켜봐주시길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