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 북토크 참여 후기 3_이영아

<불처벌> 북토크 후기

 

이영아

 

 

지난 11월 24일 오프라인 ‘<불처벌> 북토크’에 참여했다.

 

사실 한국 성매매 산업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는 여러 연구에서 성매매 ‘산업’이라고 말하는 게 영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냥 사회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왜 ‘산업’이라고 말하지? 지하철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소매치기 산업’이라고 하지 않는데, 왜 성매매는 ‘산업’이라고 할까?

 

하지만 전에 <남자들의 방(황유나 저)>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여태까지 인지해온 성매매 현실은 고척돔의 면봉(대형 콘서트의 관람객1)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철저한 ‘산업’이다. 국가가 뒤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30~37조 규모의 초대형 산업. ‘불처벌’을 반쯤 읽고 북토크에 참여하고 온 지금은 자연스럽게 나도 ‘성매매 산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쉽게 돈 벌고 싶어서 성매매하는 더러운 여성’이라서 성매매 여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노혜진 저자님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가 안부 인사로 쓰이고 ‘워라밸’이 직업 선택의 중요한 가치가 된 시대에서 왜 성매매하는 여성만 비난받아 마땅한 건지 물음을 던진다. 나는 이 단락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사실 성판매는 ‘쉽게 돈 버는 일’이 아니라 ‘성판매하는 여성 본인과 성판매하지 않는 대중들이 성매매가 쉽게 돈 벌 수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철저한 계획 속에 포장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많은 이의 논리대로 ‘쉽게 돈 버는 일’이라고 한들, 이것을 왜 비난해야 마땅한 거지?

내 주위만 해도 누군가가 ‘월급 루팡’을 한다든지,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손님이 없거나 힘든 일이 없어서 ‘꿀을 빨고’ 있으면, “야 좋다. 알바 잘 구했네.” 하며 오히려 칭찬해준다.

‘사치하고 싶어서 성매매하는 여성’을 비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반문할 수 있다. ‘플렉스(FLEX) 해버린’ 걸 SNS에 자랑하고 사람들도 이에 긍정적으로 호응해주는 시대에 왜 사치하는 성판매 여성만 비난하는 걸까?

성판매 여성이 비난받는 사회여야 성매매 산업에서 중개하는 업자들과 성구매 남성들이 성판매 여성을 철저히 ‘을’로서 조종하고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불처벌>과 북토크를 통해 알게 됐다.

 

작품 <불처벌>과 북토크에 참여하고 조금씩 공부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한국 성매매 산업은 수많은 이해관계, 산업, 범죄, 권력, 돈, 사회 구조 문제 등이 복잡하고 얽혀있다는 것이다. 언뜻 성매매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회의 수많은 것이 모두 성매매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성매매 산업에 대해 지식을 쌓아갈수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건을 10개쯤 공부하는 게 더 단순해서 연구하기 쉽겠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것까지 성매매 산업이 얽혀있다고? 싶은 정도로 깜짝깜짝 놀란다.

예를 들면 내가 대학생 때 참가했던 ‘신입생 환영회’가 알고 보니 성매매 산업과 연관되어있다는 거라든지. 이런 건 다들 나처럼 모르고 있는 건지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따라서 단순히 ‘성판매 여성을 싹 다 잡아 처벌하면 성매매 없는 세상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건 자신의 무식함과 얕은 지식을 온 동네에 떠벌리고 다니는 셈이다. 창피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이건 내가 오래전에 지니고 있던 생각이었다. 예전의 나는 ‘본인이 깨어있는 줄 알지만 사실 가장 무식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면 안 되는지 차근차근 알게 된다. 단순히 ‘성매매 여자 처벌하면 안 돼! 빼액!’ 이런 게 아니라 다방면의 신뢰할만한 충분한 연구를 통해 주장과 근거를 써 내려간 책이라서 자연스럽게 주장을 납득하게 된다.

 

어느 아동 교육 강연에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작 이런 교육이 가장 필요하신 분들은 이 자리에 안 오십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가장 읽으셔야 할 분’은 이 책을 안 읽을 것이다.

 

교수님은 뒤이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이 자리에 참석하신 것만으로도 이미 멋지고 훌륭하신 분들이시고, 이런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 사회는 이른 시일 내에 분명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입니다.”

 

작품 ‘불처벌’의 저자님들과 독자님들에게 교수님의 말씀을 똑같이 전해드리고자 한다.

또한, 지치고 무력감을 느끼는 사회에서 이런 멋진 연구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림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