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언니작업장 구독자 한마당 후기 첫번째 _ 판이

불량언니작업장 구독자 한마당 후기 첫번째 _ 판이

불량언니작업장과 개인적 첫 인연은 2018년, 이룸 활동가가 손뜨개 수세미를 학교 행사에 가져와 차린 ‘노점’에서 시작되었다. 그때 수세미를 하나 골라 사고, 불량언니작업장 안내가 적힌 리플렛에 그려진 참여자 얼굴 스케치를 보며 그들을 머리로만 그려 보았다. 그리고 2019년에는 활동가가 다리를 놓아 그들과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언니들과 작업장 활동을 함께하게 되었다. 이 인연은 2020년에도 이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못 만나거나 일정이 취소되는 와중에도 담당 활동가와 함께 우리는 될수록 자주 만나려고 애쓰며 비누와 초도 만들고, 손뜨개와 그림(색칠) 활동도 하고, 노래 교실과 인생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연말 작은 공연과 음반 녹음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평소 같으면 꿈꾸기 어려웠을 모험들이었지만- 언니들뿐 아니라 활동가들도 처음 해보는 경험들 속에서 울고 웃고 지지고 볶으며 이루어간 나날이다. 서울시의 뒷받침이 끝나고 불량언니작업장은 지속 가능한 자립을 고민하면서 구독 방식으로 전환하는 지혜를 발휘했고, 나도 또 다른 일상과 함께 구독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언니들과 이룸의 근황이 담긴 소식지를 받아 보며 따뜻한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조금 순해진 틈을 타(?) 이룸이 ‘불량언니작업장 한마당’을 열어 작업장 관련자와 구독자 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준 것이 아닌가! 오랜만에 언니들과 모두를 만날 생각에 설레며 행사장에 도착했다. 언니들은 역시 모두를 위한 공연을 위해 노래 연습 중이었고, 불량언니작업장을 함께해온 이들, 불량언니작업장과 이룸의 여러 일을 맡아 꾸려 가고 있는 활동가, 자원활동가, 인생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함께해 공연과 음반 ‘청춘 씹고 저마다 반짝’과 이후 ‘불량언니카니발’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해온 예술인, 또 불량언니작업장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만들어갈 구독자 들이 한데 모였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속닥하게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낯익으면 익은 대로 낯선 분은 또 어색한 대로도 반갑고 정겹다.

우리는 돌아가며 자기 소개 겸 하나씩 뽑은 질문지에 대답을 해 보고 – ‘세상에서 없애고 싶은 음식?’부터 ‘마음껏 써도 되는 돈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까지 기발한 질문에 기발한(또는 무척 진지하고 성실한 바람에 반전같이 기발해진ㅎ) 답변들로 웃고 떠드는 사이에 어느새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불량언니작업장이 어떤 작업들을 하고 어떻게 지내 왔는지 영상을 통해 소식지로 못다 나눈 그동안의 활동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

언니들은 작업장 물품을 만들기도 하고 목공 체험도 하고, 여름엔 드디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물놀이도 갈 수 있었구나! 그리고 언니들이 물놀이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다고 증언(!)하신 가장 기쁜 순간은 오묘한 두 색의 조합인 비누 작업이 예쁜 색깔과 무늬로 잘 나올 때구나!! 그래, 하긴 우리가 모두 다 다르듯이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조합하고 썰 때 나오는 비누의 무늬도 저마다 다르니까, 참말 불량언니작업장의 색깔을 잘 보여준 명답이구나 싶다.

이어 몇몇 미리 부탁받은 관련자 애장품과 함께 추첨으로 나눈, 무엇보다 언니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직접 그려 실크스크린으로 만들어온 세상에 각 하나뿐인 손수건은 다들 부러워한 인기템이 되었다. 추첨이 아니더라도 언니들의 손뜨개 수세미와 불량언니작업장 무지개 스티커, 회원이 손수 만드신 색안경 키링 , 내맘대로언니가 통 크게 모두를 위해 떠주신 손뜨개 마스크 끈까지 이렇게 풍성한 선물이… ‘불량언니작업장, 지속 가능해야 귀한 목소리도 많이 낼 텐데! 부디 새해에는 구독자가 많이 늘어 이런 걱정을 안 해도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더 커졌다. 이 모든 순간에 함께한 ‘모두의 부엌’이 손수 만들어 차려주신 맛나고 넉넉하고 속편한! 비건 간식의 감동도 잊지 못할 거다.

나는 타로카드를 준비해 갔는데 이 또한 반응이 좋아 뿌듯했다, 헿

 

불량언니작업장 손뜨개 수세미와 선물보따리

 

내맘대로 언니의 색색 마스크 끈

그리고 드디어 언니들의 공연! 노래 ‘불량언니카니발’을 유튜브로만 보고 들었었는데 공연 실황을 볼 수 있다니! 이건 불량언니작업장 구독자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기회다>.</ “눈 뜨면 뒤숭숭한 뉴스들/ 너무 빠른 이 세상/ 꾸역꾸역 오늘을 넘는다”로 시작해서 “신은 어디 있을까/ 신은 꼭 필요할 땐 없더라/ 나님은 안 보이나 봐”에서 울컥, “가난한 내 인생의 카니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억해줘 함께 부른 이 노래/ 외롭지 않을 거야”로 나아가는 노랫말처럼 예상치 못한 언니들의 요청으로ㅎ ‘더 튠’ 멤버들의 답가로 <공주 아리랑>도 오랜만에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따끈한 밥 한 술에 한 번 웃고/ 꼭꼭 씹어 밥을 먹지”로 시작해서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웃으며 살아나 보자/ 아리랑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이 노래는 그저 몸이 기억해서 같이 연습하고 공연했던 기억이 얼쑤절쑤 율동이 되어 흘러나왔다.

유튜브 <불량언니 카니발> 공식 뮤직비디오 youtu.be/qOEUAdfC5s4

언니들과 구독자의 만남에서 이렇게 반갑게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주거니 받거니 함께할 수 있었다니. 이런 날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많아지길 마음껏 바랄 수 있도록, 불량언니작업장이 흥하고 구독자도 얼른 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무엇보다 우리 하루하루 ‘밥 한 술’로 ‘오늘을 넘는’ 일상, 그 속에서 내 몸을 먹여살리는 온갖 노동, 노동으로 간주되지 않으나 경제를 떠받치는 중노동들, 이윤을 위한 착취, 부조리한 처벌, 사람을 못살게 몰아내는 재개발, 비인간화로 인한 소리 없는 삶과 소리 없는 죽음 들이 통합적으로 많이 고민되고 중요한 이야기로 함께 떠들어져서 세상을 마침내는 달라지게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