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퍼킹 베를린 FUCKING BERLIN

소니아 로시, [퍼킹 베를린 FUCKING BERLIN], 프로네시스, 2009

천유로 세대의 위험한 선택


1. 프롤로그

제목이 눈에 확 띈다. 2009년에 나온 책이라지만 나는 이제야, 이룸 세미나 발제를 맡고서야 책을 잡았다. 그러고도 개인적인 일들이 많아서인지,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인지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닌 지 일주일 만에 펼쳐들었다. 그런데 웬걸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워낙에 책을 너무 느리게 읽는지라 발제를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하루 전이어서 그게 그렇게 신났나보다.

프롤로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 대부분의 남자들은 내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보였다. 그들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며 그런 자신을 최고로 대해주는 창녀에게 위안을 받는다. 그들은 내 입에 사정을 하고 몇 초 뒤엔 나에게 내 인생을 살라고 충고한다. 내가 입을 열었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일에 종사하는지 안다면 아마 당신은 까무라칠 거예요, 이보세요, 우리는 하르츠4시대에 살고 있다고요. 우리에겐 다른 방법이 없어요.”

하르츠4시대는 뭐지? 실업수당을 대폭 줄여서 실업자들을 일자리로 내보내려는 새로운 노동법안이라고 한다. 퍼킹 베를린,, ,, 2000년대의 베를린에 대해 좀 알아야 하나보다. 하지만 책 안에서 이미 충분하고 쉽게 그때그때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2. 소니아의 이야기

책의 저자인 소니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군도의 작은 섬에서 그리고 전형적인 소시민 가정에서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작은 호텔 주인인 아버지, 도서관 사서 엄마가 있고, 열여덟살 불현 듯 세상이 너무 좁다는 생각과 가족으로부터의 구속감을 느끼고 자유와 모험을 동경하다가 2001년 여름 베를린을 향했다.

그 뒤에 당시 매춘을 했던 폴란드인 애인 라드야를 만나고, 라드야와 같이 클럽 알바를 했지만 불법체류자였던 애인과 함께 밀린 급여도 못 받고 쫓겨난다. 처음부터 매춘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매춘부가 될 거라고 상상하지도 않았던 소니아가 새롭게 찾은 것은 가볍고 에로틱한 인터넷 일자리였다. 이후 소니아는 다양한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만두고 싶고 그만두는 것이 쉬워보였지만 늘 그렇듯 현실은 달랐다. 학교에 다니느라 낮 시간에 일할 수 없어 다시 밤일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늘 되뇌이던 것은 넌 스스로를 분리하는 연습을 해야해. 네가 손님과 함께 있을 때는 넌 더 이상 소니아가 아니고 낸시야. 네 몸을 그냥 내맡기면 될 일이라고라는 말이다.

안정된 생활을 위해 라드야와 결혼을 하지만 생활고는 여전하다. 라드야는 여전히 실직상태고 새로 일하게 된 마사지숍 오아시스는 일하는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며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도 하고 다른 지역(성매매가 불법인 독일의 다른 지역)으로 원정 가서 돈을 벌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으면서 여전히 생활에 무관심한 남편과 헤어지고 독립적인 삶을 찾기 시작한다. 학업도 마치고 취업도 하지만 회사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는 해도 다른 사람들은 예상치도 못하는 깊은 웅덩이가 사람들과 소니아의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느낀다. 온전한 세상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하며 인생은 아름답고 쓰라린 것이며 앞으로 무엇이 또 다가올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되뇌이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3. 김애령의 이야기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막달레나 공동체의 용감한여성연구소 김애령님이 쓴 이해를 돕는 글 : 독일의 성매매법과 섹스워커라는 직업이 실려 있다.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과정과 지난하고 발전적인 논의들, 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들을 개괄적이고 정돈된 문장으로 안내한다. 평등한 노동과 사회보장의 권리를 위한 법으로서 성매매가 합법화 되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며 성판매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소득세 징수가 대표적 문제라고 한다.

김애령에 의하면 소니아의 경험은 극히 일부일 것이며 천 명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성매매공간 벗어나기 성공에 대한 모험담일 수 있다고 한다. 소니아의 바람대로 과거와의 결별은 중요하지만 이중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성판매 경험자의 삶이 아려온다고 한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40만의 섹스워커가 있는 독일에서도 여전히 성매매는 낯설고 특별한 것이기 때문이며, 기사들의 제목도 여전히 선정적이고 무례하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더 그럴 수도 있다면서 통탄해서도 안되고 비웃어서도 안되며 혐오해서도 안 된다. 오직 이해하는 것만이 필요하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한다.

4. 이룸의 이야기

이루머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들을 했을까? 소니아가 반복되는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업자/이주민에 대한 정책이 퇴보한 베를린에서 무기력한 이주노동자 라드야와 가난한 여성 소니아가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핸디캡일지도 모른다.

베를린이 가장 성매매 가격이 낮다고는 해도, 또 선불금과 업소 체계가 구속하지 않더라도 다른 어떤 일을 하는 것 보다 수입이 크다면 소니아가 아무리 싫어도 일을 그만두기는 힘들 거 같다. 한편 아무리 성매매가 합법화된 국가라고 해도 여성들의 성판매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공고하다면 성판매 여성으로서 사회보장제도가 구축되어 있더라도 직업으로 등록하기 힘들 거 같다. 어차피 등록하지 않으면 소득세 안 내는데 합법화가 된다고 대부분의 성판매 여성에게 법적인 이득이 있을까. 독일은 연방체계라 지역법이 작동할 거고 규제하는 범위도 다를 것이다. 각 지역마다 규제 입법 및 현황은 다르겠지만 사실 상 규제 안하는 곳은 없다.

합법화 전제 하에서 일하다가 생긴 구매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인정이 되는가? 성폭력에 대한 스펙트럼을 규정할 수 있나? 성희롱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할 수 있는가? 그런 성산업이 존재하는가? 여성이 성적 행위 수준을 정하고 요구할 수 있는 사회인가?

소니아의 퍼킹 베를린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독일 자체에서 성매매는 매우 핫한 이슈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책도 베스트 셀러가 되고 그 전에 이미 합법화 논쟁도 뜨거웠던 것 아닐까. 한국사회에서는 성매매가 공적인 논의의 영역으로 확장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어려움을 주는 것 아닐까
 

이룸 몹시_20140930
 

http://blog.naver.com/gogodragon/30044582020
-> 잘 정리된 한 블로거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