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제도화’ 톺아보기_넌 누구? 이룸은 무엇?


‘제도화’ 톺아보기_ 넌 누구? 이룸은 무엇?

 

제도화. 이룸에게 긴 고민을 안겨주는 말이다. 새해를 맞아 첫 몹시로 그 고민을 파보기로 했다. 그래서 읽은 글은 <법제화 운동을 중심으로 본 한국여성운동의 위기론/ 김경희, 2007> 과 <제도화 과정과 갈등적 협력의 동학: 한국 반성폭력 운동과 국가정책/ 신상숙, 2008>.
 
두 글 모두 ‘제도화’ 개념의 모호함과 군더더기를 지적. 김경희는 제도화가 아닌 법제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신상숙은 제도화 개념을 정리하여 내용을 전개한다. 몹시에서만이라도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제도화’를 멈췄다.
 
김경희와 신상숙은 공통적으로 2000년대를 여성운동의 제도화, 정책화, 법제화와 위기가 대두, 드러난 시기로 본다. 90년대까지 이어져 온 여성운동의 성과로서의 정책/법에 대한 내부 성찰과 비판이 있었다는 거다. 총선 출마 논란도 있었고.
그리고 제도화 아니면 급진, 제도화 아니면 자율성의 이분법적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신상숙에 따르면 국가와의 접촉과정에서 여성운동의 자율성은 운동의 자율역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중 여성폭력추방운동의 핵심적인 역량요소는 현장, 담론, 연대 세 가지이다.
 

이룸은 여성단체들의 연대체, 성매매단체들의 연대체, 서울 여성폭력지원시설들의 연대체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연대기구에 함께 하지 않는 데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룸의 운영방식 때문이다. 이룸에는 직위가 없고, 연대 기구에 참석한 활동가 1인이 이룸을 대표할 수 없다. 다른 단체들의 네트워킹은 대체로 대표들을 중심으로 지속된다. 그러나 이루머는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대표로서 네트워킹을 할 의무도 없고, 그 회의에 한 사람이 계속 참석할 이유도 없다. 이슈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는 연대체들에 이룸도 함께 하지만, 작고 동원할 자원이 별로 없으며 업무량을 최대한 안 늘리고자 하는 이룸의 특성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우리는 ‘연대’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이룸의 운영방식을 바꿀 마음이 없다. 다만 성매매를 구성하고 성매매가 구성하는 여성, 빈곤, 대출, 십대, 장애, 노동, 복지 등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손을 뻗고 연결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 올 해 진행 할 여성대출피해사례 수합 및 대안 모색 사업 ‘대출은 추심’과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EXIT와 함께 하는 신림 아웃리치가 이룸의 ‘연대’ 역량을 키워줄 수 있지 않을까?
 
성매매 공간에서의 동원, 정치적 세력화, 당사자 역량강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사업을 구상하고 기획할 때 당사자 역량강화를 언제나 중점에 두고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성산업 종사자들의 커뮤니티,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당사자 모임을 기획하고 시도해봤으나 오프라인 모임으로 지속되기 어려웠다. 이룸의 활동에 당사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보자.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운동은 무엇일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활동을 왜 우리는 여성운동이라고 생각하는가? 상담은 운동인가, 여성주의적 상담은 여성운동인가, 왜 상담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하는가… ‘운동’ 역시 모호하고 군더더기가 많은 개념이다.

이야기가 길어지며 이룸 운영방식으로 주제는 넘어갔다. 이룸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루머들은 어떤 전망을 갖고 있나? 활동가들이 자주 바뀌면서 단절되는 조직운영방식에 대한 논의, 1년 단위로만 사업을 구상하고 운동해 온 습관, 우리 안의 차이를 존중한다는 원칙이 주는 힘과 가로막는 가능성…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끝없이 이어지게 했던 2016년 첫 몹시. 다른 여성폭력추방운동을 하는 단체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