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우리들의 삶은 동사다

우리들의 삶은 동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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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에서 발간한 책입니다. 친족성폭력생존자들의 이야기인데요, 이 책의 출간기념회이자 열림터 20주년 자리에도 이룸은 함께했었습니다. 저희로서는 낯설지가 않은 책이죠.(왠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책은 총 6장으로 이뤄져있고 각 장마다 쉼터, 고소 재판과정, 자립, 후유증, 엄마, 가해자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루머 각자의 마음에 가장 와닿은 장은 조금씩 달랐습니다만 성매매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입장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로, 생존자를 지지하는, 뭐든 간에 다들 절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아버지’를 고소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다른 가족구성원들로부터 ‘가족인데 용서해라’는 압박을 받기도 하고, 형사사법절차 내내 정말 피해를 당했고 ‘성폭력을 유발’한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어버이날 카드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 사랑하는 아빠에게”라고 쓴 내용이나 다정하게 보낸 카톡 메시지가 ‘장기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라며 성폭력이 없었다는 증거물이 되기도 합니다.
생계 부양자인 가해자의 보호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기 삶을 지키려고 한 행동들이 법정에 오르자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죠.
 
고소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많은 힘을 얻게 됩니다. 한편 궁금해졌습니다. 모든 고소 건이 승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텐데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을 때는 그 분노와 억울함을 어떻게 추스르는지 말입니다. 법이 피해자를 외면할 때가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ㅠㅠ 이룸에서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가해자가 처벌받았을때의 기쁨보다 처벌받지 않았을때 피해자가 받게되는 상처가 훨씬 컸던 것 같습니다.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 처벌받지 않았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달까요.

지난 몹시에서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해서인지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가해자에게로 갔습니다. 도대체 무슨 마음(!)인 것일까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책을 읽고 발제를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때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이야기가 중심인 이 책에서 주요 요점을 뽑아낸다는게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요. 그냥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내 이야기해준 생존자들에게도 고맙고 책의 형태로 만들어내어 함께 나눌수 있게 해준 열림터에게도 고맙습니다.

올해의 몹시는 이렇게 끝입니다!! 꺅 아마 내년에도 별일 없으면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