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공공 의료 체계를 통한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 방안, 보건복지부가 마련하라.

[논평]

공공 의료 체계를 통한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 방안, 보건복지부가 마련하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질의서에 대한 보건복지부 답변서에 부쳐-

 

1.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보건복지부에 안전한 임신중지 환경과 접근성 보장을 위한 실태 파악 및 제반의 정책 마련부터 시작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지난 9월 6일, 이와 관련한 진행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질의서를 발송했다.

 

2. 당초 요구했던 답변 시한을 넘겨 9월 27일 오전 11시를 경과하여 보건복지부의 답변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언급되어 있었다.

○ 유산유도 약물의 의학적, 안전성, 시술주수, 모니터링 필요성, 해외 허가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식약처 등 관련 부처와 자연유산 유도 약물 관련 사항을 협의해 나갈 계획임

○ 인공임신중절 관련 산부인과 전공의의 수련과정을 강화할 필요성, 강화 내용 등에 대해 관련 학회 및 전문가들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며, 인공임신중절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전공의 수련교과과정과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임.

○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신의료 기술이 반영된 인공임신중절 시술 가이드라인이 산과전문의 보수교육 과정에 포함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계획임.

○ 향후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내용 등을 고려하여 건강보험 적용 범위에 대해 검토할 계획임

○ 인공임신중절 수술에 대해 향후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내용 등을 고려하여 건강보험 적용 범위에 대해 검토할 계획임

○ 인공임신중절의 의료적 접근성에 대해서는 수행주체, 시술절차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할 예정임

○ 형법 상의 ‘낙태죄’ 관련 조항 등 개정과 연동하여 형법-모자보건법 간 법체계 정비 방안과 인공임신중절 허용범위와 관련된 모자보건법 조항을 검토하고 있음. 이에 대해 각계 간담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결과, OECD 등 주요 해외 입법례 분석, 전문가 자문, 부처간 협의 등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할 계획임

 

3.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보건복지부의 답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 요청한 답변 기한을 넘겨 지난 27일 기자회견 직후에야 관련 입장을 밝히는 등 미온적 태도에 그친 점은 아쉬우나, 답변서를 통해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단순히 법적 제한 사항에 관한 검토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유산유도제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인 교육, 건강보험 적용, 접근성 문제 등 전반적인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보건복지부가 처벌과 제약이 아닌 건강권 보장의 방향으로 임신중지 관련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반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각계 입장을 수렴하고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을 뿐, 공공의료 체계 하에서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것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를 바탕으로 공공 의료 체계를 통한 안전성과 접근성을 보장해 나가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는 각국 정부의 의무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기계적인 의견 수렴이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전제로 한 구체적인 체계를 마련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또한 우리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어떠한 처벌도 없이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미 95.3% 여성들이 임신 12주 이내에 임신중지를 결정하며,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평균 6.4주 이내에 이루어진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과 태아의 성장을 고려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결정한다. 임신중지 결정을 늦추는 요인은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이거나, 파트너나 가족에 의한 폭력이 있거나 지지가 부족한 경우, 자신의 권리와 정보,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조건에 있는 경우 등 사회의 차별적 조건과 의료접근성에 의해 좌우된다. ‘낙태죄’의 존재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해 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임신중지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시기를 나누어 처벌 요건을 둔다면 이는 다시 한 번 국가가 여성의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며, 사회적 차별 해소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와 여성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 이에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임신 당사자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 보장을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현재 검토 중인 유산유도제의 도입,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재정비, 의료진 교육과 가이드라인 마련,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법체계 검토에 있어서도 현행의 규제 조건을 중심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성교육,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 양육조건까지 제반의 연동된 권리들을 체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제시하길 바란다.

 

2019년 10월 7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건강과대안, 노동당, 녹색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SHARE,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탁틴내일, 페미당당, 페미몬스터즈,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