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개나 소나~♬- 젠더 관점 쏙 빠진 <뉴스메이커> 기사를 비판한다!

(*기사본문 주소 )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14446&pt=nv

기사는 개나 소나~♬
– 젠더 관점 쏙 빠진 <뉴스메이커> 기사를 비판한다

글/참깨(성매매없는세상[이룸] 활동가)

여기는 이룸, 육성으로 고함_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헛둘헛둘. 여성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반성매매운동을 펼치며 성매매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성매매없는세상[이룸]입니다. 꾸벅. 최근 “대한민국 희망언론!”을 표방하며 한갈래신문사보다 우리가 더 진보적이라고 우기는 좌경향신문사의 시사잡지인 <뉴스메이킹>의 조두기자님이 “성매매여성 자활기금이 샌다” 라는 제목의 여성단체 비리 고발 사회기사를 쓰셨는데요. 에… 걸러지지 않은 듯 파격적인 내용과 우글우글한 제보자들의 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죠. 이렇게 민망한 상황을 보다 못한 저희 [이룸]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그득 담아 <뉴스메이킹>과 조두기자님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고자, 이 글을 전합니다.』

그들의 흑심을 상상하다_
한국사회가 테러라도 당한양 수많은 논란이 들끓었던 성매매방지법(이하 방지법)이 시행된 지 3년도 지나지 않았는데요. 당시 그 혼란을 조장한 중심에는 언론매체가 있었죠. 이번 기사를 보며 덕분에 그 풍경을 한 번 더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들 변하지 않나요? 2004년 성매매문제를 다루던 언론보도의 태도와 입장이 고대~로 겹쳐지니 말이어요. 아마 조두기자님과 <뉴스메이킹> 측에서는 모단체대표의 횡령 소식을 알게 되고 “옳다구나!” 반색을 하셨겠죠. 반성매매단체가 회계부정 수사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주목 받고, 비난 받기에 딱 좋을 이슈니까요. 게다가 잘못은 단체 측에 있으니 아무리 ‘ㅈㄹ맞은’ 페미라 해도, 함부로 날뛰지 못하리라 예상했겠죠. 국민의 세금으로 딴주머니를 차다 들킨 여성단체의 꼬투리를 잡다니! 이건 자극보도로 유명한 남조선일보도 하지 못했을 텐데, 실로 <뉴스메이king>의 경사 아니겠습니까? 정말, 왕king입니다요.

이래서 안습!_
유감스럽게도, 자축파티는 거기까지. 조두기자님, 당신의 무지에서 비롯된 용감무쌍한 기자정신에 저희는 소름이 끼칩니다. <뉴스메이킹> 관계자 여러분, 보도기사의 기본적인 것들도 갖추어지지 않은 채 인쇄에 들어갈 때 전혀 찝찝함이 없으셨나요? 문제의 기사를 읽다보면, 펜을 어떻게 굴려야 할 지 몰라 칼을 마구 휘두른 형국이랄까요. 그 칼끝조차도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채로 말이죠.

한국사회에서 성매매문제는 불행하고 비참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이 세상에 드러난 후에야 동정여론이 형성되며 관심거리가 되었죠. 당국에서 뭘 하고 있었냐고 하도 욕을 먹자 정부에서 서둘러 ‘정책’을 갖추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늘 우리 주변과 일상에 존재했으나 사회의 바깥에 머문 것 같던 성매매문제가 제도권에 들어가고, 기존의 반성매매운동을 펼치던 여성단체들이 운영과 자활사업 등에 지원을 받게 됩니다. 팔짱을 끼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겐 몇백억 단위의 지원액이 가당찮게 보이기도 하겠죠. 내 피 같은 세금을 왜 ‘그런’ 애들에게 쏟아 붓냐!고 분노를 토하기도 합니다. 조기자님은 아마 그런 생각들을 반영하여 기사를 통해 ‘섹시하게’ 녹여낸 게 아닌가 해요. 아니라구요? 그럼 말고…

우리가 이 기사를 불편해 하는 것은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이슈를 생산하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이)는 기사나 보도가 (불행히도)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 아무리 중립이네 객관이네 떠들어도 기사와 보도는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읽는 이에 따라 그 정치적 의미를 획득합니다. 특히 성매매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사회적 이슈인지라, 툭 건드리면 우우 일어나는 분위기죠.

조기자님의 기사에는 가장 중요한 ‘그 여성’들의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대신 한터(전국 성매매업소 업주들의 모임) 사무국장과 민성노련 측이 ‘그 여성’들을 대표하듯 인터뷰하여 그들의 목소리만 그대로 전달해, 전후사정도 조사하지 않은 채 여성단체의 비리를 ‘고발’하는 데 급급했죠. 당신이 그렇게 주장하는, ‘새는’ 자활기금이 현장에서 정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탈성매매와 자활을 위해 수많은 여성들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그 노력이 현실에서 왜 번번이 좌절당하는지 -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성매매는 굉장히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화두입니다. 편향적인 의견들을 죄 모아 실어놓고 그것이 실상인 것처럼, ‘그 여성’들의 목소리인 것처럼, 버젓이 기사를 내면서 한 점 부끄러움 없으셨나요? 기사의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하고도 전체 성매매관련단체들에 도덕성을 들이댈 만한 자격이 있으신지 모르겠군요. 또, 기사 중간 소제목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공무원 인터뷰이의 “나랏돈인지 내 돈인지 구분 못해”라는 말을 그대로 인용해 썼는데요. 익명의 정보원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선의 성매매관련단체들을 그렇게 도매급으로 매도한 것은 너무 위험하고 무책임한 태도 아닌가요? 그러다 어쩌시려구.

우리는 바보가 아니랍니다. 현장에서의 활동과 경험을 통하여 성매매문제가 법적인 통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또한, 정책이란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은 노선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감나무 밑에서 지긋이 입만 벌리고 있는 상황도 아니구요. 기사 내용은 전체적으로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등 성매매관련기구나 단체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요. 이미 국가에서 지원을 받은 순간부터 상담소나 센터들은 ‘언니들의 친근한 공간’이 아닌, 실적을 내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 경영 방식’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와 NGO간의 마인드가 다른 데서 오는 소통의 어려움은 “성매매는 여성인권에 반(反)한다”는 최소한의 정의에 합의한 것으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고요. 하지만 기사에서 지적한대로 자활기금 지원에 따른 실질적 성과를, ‘그 여성’들이 어떻게 계도 또는 선도되었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나를 기준으로 따진다면 성매매에 대한 이해가 정말 무지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사회적인 문제까지 걸리는 게 너무 많거든요. 성판매 경험이 있는 여성의 정신적 외상은 전쟁을 경험한 사람의 그것보다 더 극복하기 어렵고,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게다가 수년 이상 성판매를 해온 여성들을 우리 사회에서 곱게, 편안하게 받아주질 않습니다.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성매매를 그만두어야- 이렇게 표현하니 무슨 자기의지대로 다 되는 것 같군요 – ‘착한 여성’이며 지원 받을만 하다는 식의 탈성매매 유도 또한 성매매문제의 책임과 비난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활사업에 대한 성과주의라는 틀은 국가와 남성의 방식이지, 여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예요.

반성 좀 하시오_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욕하기 만만한 대상은 대통령과 여성가족부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인터넷 악플의 제목은 모두 그들이 차지하고 있지요. 이번 기사가 뜨고 나서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나, 예상대로더군요. 아고라 광장은 조두기자님의 글이 찬양 받으면서 동시에 성폭력적인 언어들로 도배가 되어 있더이다. 우리 꼴페미들 아주 장수하겠어요.
<뉴스메이킹>에서 여성과 성매매문제에 관해 어떠한 관점을 갖고 있는지 의심이 되는 상황인데, 더군다나 내부에서는 “할 만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면서요? 아싸 한 껀 했구나, 싶습디까? 종이잡지와 시사문제가 점점 하향추세가 되어 관심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기사 너무 쓰고 싶어요? 기사 쓰고 싶어 몹시 안달이 난 상태예요? 그럼, 개미 퍼먹어~ 개미 백마리 퍼먹어~ 계속 기사 쓰고 싶으면, 공부하세요!

추신; 아, 자꾸 기초 운운해서 죄송합니다만- 기사에 첨부된 사진과 기사 주제의 상관관계를 진짜 모르겠거든요. 그리고 성노동자 시위 풍경을 첫 페이지로 띄운 것, 이젠 너무 식상하지 않나요? 고만 좀 써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