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원이 알고 싶다④] 그렇게까지 성매매를 말하는 사람

[회원 인터뷰 사업_그 회원이 알고 싶다④]

 
그렇게까지 성매매를 말하는 사람
 
 
인터뷰이 : 이현정
인터뷰어 :        별
 
 

 

2015년 성매매 상담원 양성교육에서 만난 이현정 씨. 내가 이룸 소속이라 하자 그녀는 이룸 회원이고 이룸의 사업들을 좋아한다 했다. 파랗게 머리를 물들이고선 강사에게 질문하는 모습이 눈에 띄던 현정 씨가 이룸의 팬이기까지 하다니! 마냥 서로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딱 1년이 흐른 지금, 본인의 현장에서 「프리즘」, 「예술로 반성」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사회에서 작동하는 예술’ 을 모색 중인 현정 씨를 다시 만났다.   
 

아직 운동이 필요한 현장, 성매매

 
현정 씨가 “어쩌다 보니 청년 예술가에서 반성매매 활동가가 되어있었다”고 웃으며 시작한 이야기는 우리네 일상이 성매매와 맞닿아있는 경로를 되짚어 흘러갔다.
 
청소년기 가족 지원 없이 방을 얻어 살면서 다방, 노래방 도우미 일로 세를 벌던 친구들의 모습, 등하교길 맥양주집이 즐비한 풍경, 하루 절반은 미대생으로 예술의 쓸모를 논하고 절반은 알바생으로 서러움을 겪는 낙차로 다가오는 계급과 가난, 사회적 자원의 분배와 공적 논의의 장에서 배제된 청년 예술가·여성이라는 소수자로서 길러온 연대의식, 관계에서 성적으로 지불되어야 하는 순간마다 넘나 들어온 경계이자, 10대에서 70대까지, 평생토록 경제적 위기의 순간에 선택지로 떠오르는 성매매라는 현실. 한줄 요약하자면 동시대의 한국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으리라 짐작 가는 그런 이야기이다. 
 
 
“하루를 쪼개서 오전 일찍부턴 아르바이트 하고, 오후 즈음부턴 ‘철학하는예술가협동조합’에서 활동을 했어요. 한 3년 하니까 몸도 망가지고 돈 버는 데 쓰는 예닐곱 시간이 너무 가치가 없게 느껴지고, 자존감이 계속 무너졌어요. 어차피 알바이고 푼돈이면 가치라도 있게 벌고 싶다 할 때쯤 반성매매 기관에 TO가 나서 들어가게 된 거죠. 예술로 사회에 이바지 하는 건 꿈꾸면서도 사회복지사는 싫었는데(웃음). 그래도 호감을 갖고 흥미롭게 시작할 수 있는 키워드가 성매매였던 것 같아요. 아직 운동이 필요한 영역이잖아요. 모두가 성매매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거에, 복지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 나 포함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어내야 하잖아요. 나와 내 주위와 긴밀한 문제이니 그만큼 몰입할 수 있기도 하고요. 여자고 사람으로서 ‘그런 경험은 기분 드러운 경험이야’ 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현정 씨는 그렇게 성매매 현장을 알아갈 참고 자료를 찾던 중 이룸과 만났다. “이거 좀 괜찮다 싶으면 이룸이야!” 「네이버 지식in 온라인 아웃리치」와 「경찰서 아웃리치」, 「루머 종결자들」, 「화톡」, 「별별신문」, 「월간 비범죄화」까지, 이룸 사업들이 사회적 작용과 파장을 만들어내는 감각, 통상 관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부분을 건드리는 적극성, 주장을 전달하겠다는 열의에서 발굴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공공 미술 스러웠다고 한다. 인터뷰이는 예술과 운동 사이에 윤리적 채널을 이어내려 하는 사람의 안목으로 이룸을 높이 사 주었다.

 
“내가 어딘가 한군데 후원을 한다면 여기는 꼭 해야겠다 싶었어요. 저는 미대에서 기발하고 쌈박하고 센스있고 이러고 싶었거든요. 뻥을 쳐서라도 어떻게 한건 터트려서 유명해지고 싶고 막. 근데 막상 듣는 평가는 진정성이었어요. 싫었어요. 능력없음, 재능없음, 끼없음으로 들렸거든요. 지금은 제가 어릴 때 했던 작업들을 좋아해요. 예술이든 운동이든 뭔가 전달하려는 거잖아요. 중요한건 마음의 울림인데 그 힘이 진정성에서 오는 것 같아요. 이룸을 보면 그 진정성이 창의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진짜로 간절하게 고민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번뜩이는 기발함. 그런 흔적들이 이룸에서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룸이 재밌다는 현정 씨. 「월간 비범죄화」 를 발간한 ‘성판매여성 비범죄화 추진연합’ 연대단체 중 하나인 ‘성구매 안하는 한줌의 남성 모임’을 되살려내 응용한 캠페인도 진행했다. ’갑질하는 갑‘이 되려는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무엇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냐는 고민을 품고.
 

“영화 [내부자들]에서 슈퍼갑 권력자들을 본 남성들, ‘저 나쁜 놈처럼 하지 말아야지’ 가 아니라 ‘아! 갑들은 저렇게 노는구나. 내가 갑이 되면 해봐야지’ 로 나아가죠. 워너비의 모양 이 달라요. 그런 면에서 [내부자들]은 사실 고발을 빙자하며 폭력을 재생산 하는 영화죠. 유흥업소들의 간판 네이밍을 보면 럭셔리, 황제, 비즈니스 클럽 등 권력 지향적인 이름이 많더라구요. 여성을 사고파는 문화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윤리가 제동장치가 될 수 없다면, ‘한줌’ 캠페인을 통해 성구매를 희화화 하고 성구매 안하는 걸 간지로 만들어볼까 했어요. 성구매는 찌질해…이렇게. 자칫 성매매 안하는 멋쟁이! 이렇게 갈 뻔하긴 했단 생각도 들지만요(웃음).” 
 

함께 사유할 사람들을 모으는 활동의 가치
 
 
이렇게 욕망과 권력은 무엇이 간지냐, 에 달려있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인터뷰이는 언론과 예술이 ‘진보’라는 일종의 간지 나는 이름을 달고, ‘폭력/피해자’는 구닥다리, ‘노동/노동자’는 급진 좌파, 이원화해서 프레이밍 하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과 짜증이 있다고 했다. 인터뷰이의 눈에 비치는 언론과 일부 학계는 지금 당장 일을 그만 둘 수 없을 당사자 인터뷰 한 방에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예술 역시 당사자를 타자화하고 혐오하는 뻔한 결과물을 예술가의 상상과 표현의 자유라며 내어 놓는다. 너무 싸고, 쉽다. 
 
“직관과 게으름은 다르잖아요.” 현정 씨는 진실을 듣는 데는 그만큼의 투자가, 본질을 직관하고 통찰하기까지는 그만큼의 정당한 사유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여겨 현장에 있다. “우리가 생산하는 이미지도 의도와 다르게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 하고서 실제에 기꺼이 다가가 실패를 감수하고자 한다.「예술로 반성」(매매) 하는 과정이다.
 
 
“성매매 구조는 앞뒤 양옆에 뭐가 있었는지, 맥락을 짚어가며 왜 이렇게 왔을까를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연예인들의 성폭행사건만 봐도 ‘여자가 빚이 삼천이라던데? 삼천만원, 7개 업소, 구속, 그러니까 꽃뱀, 사기꾼’ 단순하게 도출해요. 선불금 이라는 게 빌려준 흔적은 있지만 갚아나간 흔적도 없고, 어떻게 진 빚인지 알 수 없는데도 말이에요. 표면으로 드러나는 편집된 ‘사실’의 이면을 보기 위해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도 훈련을 하는데… 그렇게까지 성매매를 말하는 사람은 잘 없는 거죠.” 

 
“현장에 와서 느낀 건 인식 싸움을 하기 에는 너무 버겁다는 거예요. 상담과 지원만으로도 일이 많으니까. 일일히 대꾸할 여력이 없는 거잖아요 현장에서는. 근데 사람들은 내가 봤던 글, 이미지를 가지고 ‘그렇다던데? 그런 것 같애,’ 결론을 낸 게 모여서 거대한 여론이 되잖아요.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현장을 경험하고 현장에서 출발한 예술인, 언론인, 연구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ㅡ 반성매매가 아닌 다른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성매매 문제의 구조와 맥락을 짚어갈 수 있는, 그런 사유가 가능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프로젝트가 「프리즘」이에요. 지역시민과 예술가들이 모여 공부하고, 활동가들과 현장 아웃리치를 나가요. 보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 작품 기획회의를 해요. 콘텐츠를 제작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이지만, 콘텐츠보다 귀한 사람도 남죠.”

 


▲프리즘의 작업물들
 

▲프리즘의 특강

세 명이 모이면 할 수 있다는 용기


 
이런 뜻을 지니고 다양한 작가, 강사진들과 함께하며 여성 단체와 지자체에서부터 문화예술계 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현정 씨.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힘겨움은 없는지 물었다.

 
“뜻으로 모여도, 여러 사람 사이엔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친숙하지 않은 문서와의 전쟁도 만만치 않아요. 두 번 다시 안할란다, 내가 작업하고 말지 투덜대기도 하지만 끝나고 나면 이 좋은 사람들과 더 제대로 된 기획을 하고 싶고, 또 다른 작가들을 만나고 싶어져요. 혼자보단 둘이 할 때 용기가 나고. 셋이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둘은 그냥 깨질 수도 있는 관곈데 빈 테이블에서도 셋이 모이면 돼요. 이룸도 그렇게 만들어진 거 아닌가요?”

 


▲프리즘 뒷풀이에서 작가들이 그린 인터뷰이
 
 
현정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우리 함께 NGO틱함과 예술감과 유우머를 짬뽕하여, 성매매 구조의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꺼리를 생산해, 사람들과 더불어 움직여보자는 용기가 났다. 모두들 각자의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를 성장시키고 충족시키는 조직과 활동의 방식을 찾으며, 버티고 또 바톤터치를 해 삶을 꾸려 나가보자는, 우리 그냥 헛다리 짚은 거 아니라며 등을 떠밀어주는 울림을 느꼈다. 

 
“언젠가 이룸하고 뭔가 같이 해보고 싶어요!” 그래요 우리!

 
§ 올해 현정 씨의 책장 엿보기
 
① 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연대기
② 정희진처럼 읽기
③ 젠더무법자
④ 우리안의 남성
⑤ 타인의 고통
⑥ 젠더트러블
⑦ 젠더 허물기
⑧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
⑨ 페미니즘의 도전
⑩ 원더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