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2022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단위 공동성명

<2022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단위 공동성명>

 

11월 20일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그런 날이다. 

 

2018년부터 이날을 맞아 이곳 이태원에서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고 외치며 시작된 우리의 행진은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코로나19로 집회가 금지된 2020년, “나로 죽을 권리”라는 슬로건을 통해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체임을 확고히 명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우리는 또 다시 수많은 트랜스젠더 친구, 지인, 가족, 동지를 떠나보냈다. 아직 “나로 죽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 한국에 아직 남아있는 우리는 먼저 떠난 이들의 권리와 서로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 지하철과 광장, 온라인 공론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올해 10월 29일, 트랜스젠더의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였던 이태원 거리에서 크나큰 참사가 일어났다. 성소수자의 삶터에서 축제의 거리로, 축제의 거리에서 재난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이태원에서, 어디에서나,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엔 “혐오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 배울 권리, 일할 권리,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권리, 민원 처리를 할 권리, 카드를 발급할 권리, 불안해하지 않고 비행기를 탈 권리,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 원하는 곳에서 식사할 권리,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 등 너무나도 당연한 이 권리를 우리는 또 외친다. 그리고 묻는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안전하게 살고 있는지. 평등해야 안전할 수 있고, 안전해야 평등할 수 있다. 

 

오늘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라는 집회로 올 한 해를 살아낸 여러분의 안부를 묻고 싶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지, 연대와 투쟁이 필요한지. 궁극적으로, 안전하게 잘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트랜스젠더 혐오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우리를 더 견고하고 온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혐오의 벽은 굳건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가 견딤의 시간을 건너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주체가 될 때 이 혐오의 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혐오가 사라진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안전한 일상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연대와 위로를 바탕으로 혐오의 사회를 과거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모두가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

하나, 판사 마음대로,성적합수술강요,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성별정정특별법을 제정하라. 

하나, 다른 숫자는 모두 난수화해도 성별 표기는 끝까지 남겨 놓은 주민등록번호를 난수화하라. 

하나, 트랜스젠더 시민의 삶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인권법을 제정하라. 

 

이 모든 것은 트랜스젠더가 지금 여기에,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의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트랜스젠더가 지금 바로 여기 있고, 당신 곁에 있다. 트랜스젠더와 지지자가 함께 숨쉬는 이곳이 사회다. 오늘 행사를 공동주최한 단위들은 여러분과 함께 평등한 사회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앞장서겠다. 

 

2022년 11월 20일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사 공동주최 단위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논모노플래닛,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 언니네트워크,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치하는엄마들, 트랜스해방전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