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고평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합니다

고용노동부의 고평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합니다.

 

지난 8월 28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보냅니다먼저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교육자료 또는 홍보물의 게시 또는 배포의 방법으로 실시 가능한 사업장의 규모를 10인에서 30인 미만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최근 직장 내 성희롱으로 노동권을 침해받아 생존권과 존엄성 파괴의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노동자의 용기 있는 발화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있으며 수많은 노동자들 역시 이 같은 성희롱 문제에 대해 큰 공분을 하고 있습니다심지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노동권을 침해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한 조치로 인해 괴로움을 겪은 여성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실 가운데 이러한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것이기에 더욱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성희롱 피해는 노동권과 생존권의 침해가 상당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에 접수된 2013년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총 222건으로 전체 상담 중 56.3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2012년 전체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44.64%였던 것에 비해 12%나 증가한 수치입니다상담을 통해 파악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양태 또한 상사 혹은 사업주 등 인사권한을 가진 가해자가 조직권력 상 약자인 여성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성희롱의 경우에는 피해자 몰래 사무실 출입 번호키를 변경하여 출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피해자가 진행해 온 업무 담당자 구인 광고를 게시하고 피해자의 책상과 사무집기를 치워버리며 피해자가 회사를 나가도록 압박하거나아무런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하고 바로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등의 경향성이 보입니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성희롱 행위자는 주로 사업주로서 여성노동자를 동료’ 혹은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여성으로 인식하여 애인이 되어 줄 것을 강요하거나성적 제안을 제시하여 본인의 제안을 수락하면 임금 등 근로 조건을 더 좋게 조정해주겠다고 말하거나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걷잡을 수 없을 만큼 노동권의 침해를 받은 피해자가 사업주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하고행위에 대한 중지를 요청하더라도 사업주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피해자를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자라고 낙인찍으며자신의 권한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인격적으로 무시하고결국에는 피해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반복됩니다또한 사업주의 성희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던 피해자가 노동부에 성희롱 사실을 진정하자 사업주는 사업장 폐업 신고 절차를 밟아 피해자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것과 동시에 정당한 문제제기의 권리조차 박탈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업주의 권한이 막강하고 이에 대한 제재 장치가 없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성희롱 피해자인 여성노동자는 문제유발자가 되어 조직에서 즉각적으로 퇴출되기 쉬운 게 현실입니다직장 내 성희롱 해결과 관련하여 어떠한 원칙이나 절차가 미흡한 소규모 영세사업장은 성희롱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어 성희롱을 당한 여성노동자는 해고당하거나 스스로 그만두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하게 되면서해당 사업장의 또 다른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제대로 된 성희롱 예방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현행 시행령에서는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교육 자료를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방식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대체하고 있으나 이러한 교육자료 대체하는 방법은 예방교육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담보되기 어렵습니다.

앞에서 거론한 소규모 영세사업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는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제대로 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책은 일차적으로 반성폭력 의식과 성평등한 조직문화의 토대를 일상적으로 구축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며 그 첫 번째 방법이 바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입니다.사업주를 포함하여 노동자들 간에 성평등하고 원활한 업무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조직 자체적인 해결이나 성찰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로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그렇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의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기존의 예방교육 정책이 어떤 맹점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예방교육의 내용과 방법 등을 면밀히 수정하고 보강할 필요 또한 절실히 요구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평법 시행령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이번 개정안은 직접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에 시달리는 수많은 영세업체 여성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배제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정책과 점검을 관할하는 정부부처로서 30인으로 확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점검하고 추동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한국여성민우회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일터는 물론 일상의 평화를 저해하고 노동권과 생존권에 상당한 침해를 받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하여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하길 강력히 요구합니다.

 

 

1. 고용노동부는 여성노동권에 역행하는 고평법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십시오!

 

1. 고용노동부는 실효성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모든 사업장에서 진행되도록 철처한 관리감독 및 점검을 즉각 실시하십시오!

 

1. 고용노동부는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없는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성희롱 예방 정책을 즉각 마련하길 요구합니다!

 

 

2014년 10월 10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