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 북토크 참여 후기 1_이태희

「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 북토크 참여 후기 1

이태희

「불처벌」 책을 구입한지 어언 한 달, 읽어야 하지만 읽지 못 해 마음 한 구석을 콕콕 찌르던 책을 읽을 때가 찾아왔다. 이룸에서 「불처벌」 북토크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책을 쓴 저자들과 함께 하는 북토크에 대한 기대도 물론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읽지 못하겠다’ 라는 생각으로 북토크 신청과 함께 「불처벌」 책 위의 얕은 먼지를 털어내었다.

 

올 해는 유독 반성매매 이슈와 닿을 일이 많았다. 특히 올해 ‘성매매처벌법의 성매매여성처벌조항삭제’라는 의제를 접하면서, 감각적으로는 반성매매를 지향하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 조항이 삭제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스스로의 감각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내 안에 부재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런 나에게 「불처벌」 … 무지한 나에게 친절하게 논리를 쌓아주고, 성매매 여성 불처벌로 나아가는 길에 우리가 조금 더 이야기하고 토론해야할 것들은 담아준 너무나도 감사하고 소중하고 귀한 책이다…

 

당일 오프라인으로 참석한 북토크에서는 집필진이었던 패널분들이 이 글들을 쓰게 된 맥락들과 집필과정에서의 고충, 고민지점들을 들을 수 있었다. QnA 시간에 ‘성매매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부분에서는 웃음을 주기도, 또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게도 한 시간이었다.

북토크에서 남승현 선생님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시면서 “성매매 산업 혹은 상품을 구성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 (중략) … 왜 현재의 성매매 논의는 그런 것들이 빠져 있을까. 단순히 소위 부도덕한 개인 구매자와 피해자만 남아서 법은 그들을 처벌하느냐 아니냐에 골몰하고 있을까. 정작 그 욕망들을 만들어내고 구성해내고 그걸 상품으로 존재하게 하고 있는 세팅은 건드리지 않은 채”라는 말씀하셨는데, 너무 공감하면서 「불처벌」 책 내의 김주희 선생님의 글이 떠올랐다. 한국사회에서 불법이었던 성매매를 장려해 온 역사와 현재 성매매 산업에 대한 한국사회의 적극적 기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단속과정에서 위법행위로 채증되는 “현금과 콘돔”, 그리고 결국 거기서 증명하는 것은 일탈적 존재로서의 여성이라는 글이, 현행법에서 놓치고(놓쳐 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분노가 차오른 순간이었다.

 

노혜진 활동가님이 책의 의미 대해 이야기해주시면서 “우리의 방향성은 성매매 산업의 축소 나아가 근절”이고 대안이 아닌 고민의 시작을 담은 책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그 설명에 깊은 감명을 받으며, 정해진 대안이나 답을 내려놓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사람 또는 이 투쟁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과 이 책 이후로도 더 많은, 다양한, 깊은 이야기들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반갑고도 기뻤다.

 

이런 소중한 책과 소중한 북토크 자리 만들어주신 ‘이룸’과 집필진분들의 노고에 매우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도 무수한 자리에서 서로 연결되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그 날들을 고대하면서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