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어보고 짚어내고 뒤흔들기 – 절대강좌 3강 후기

박차민정님의 강의는 숨은 보석을 찾은 기분 이랄까요~!! 
계보학이라는 흥미로운 방법으로 성매매 여성들과 lgbt들에게 덧씌워진 aids 공포의 정치를 살펴봤습니다.

강의를 들은 이브리님이 후기를  보내오셨어요~

3강 6/3(월)은
비정상인들의 계보학 : '매춘'여성, LGBT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배제의 형태
숙명여대 강사, 퀴어락운영위원이신 박차민정 선생님의 강의였습니다.

다들 후기를 길게 무지 정성껏 써주시네요^^,, 그래서 강의 내용이 정말 잘 정리되는 후기 입니다. 
이제 이브리님의 후기 시작합니다~

2013년 이룸 절대강좌를 듣는 분들은 어떤 면면을 지니고 계실까요? 강좌를 듣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각자의 이유와 기대가 다르겠지만, 눈에 확 띄는 제목에 이끌려 신청하기를 누르신 분들이 적지는 않을 듯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퀴어 + 성매매> 라니, 이 얼마나 멋진 제목이에요.
박차민정 선생님의 절대강좌 세 번째 강의도 『비정상인들의 계보학: 매춘여성, LGBT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배제의 형태』라는,
이에 못지않게 멋진 제목이라 많이 기대를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을 보고 품는 기대에 합당한 아름다운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LGBT와 성판매자는 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에서 성적 '정상인' 들의 울타리에서 쓸려나간 외부자로 인식된다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의외로 함께 논의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들을 '비정상성' 으로 묶어 함께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올바르' 지 않다는 문제제기에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와 퀴어 이슈가 접점이 없이 완전히 별개의 것인 것처럼 인식되는 현상이 답답하기도 하죠.
단순히 성매매/노동이나 성산업 종사자들 가운데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 인지가 아니라,
이들에 대한 배제와 폭력을 더 긴밀하게 엮어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점이 많이 고민되는 부분인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과 답답함을 잘 짚어주는 강의라서 기뻤습니다.
 
성매매와 퀴어를 빼고 세 번째 강의 주요 키워드를 꼽는다면 '에이즈, 그리고 낙인의 정치' 가 아니었나 싶어요.
현대의 HIV/AIDS는 적절한 조치가 동반된다면 관리가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되지만,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에이즈를 두렵기 짝이 없는 '죽음의 병'으로 여겨지며 감염인들에게 사회적 낙인까지 부착되곤 합니다.
저에게 이룸의 세 번째 강좌는 한국의 맥락에서 에이즈 패닉과 그를 둘러싼 논쟁과 대응이
어떤 방식으로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와 성판매자를 적법한 시민 주체가 될 수 없는 주변인으로 몰아내는 데
주요한 계기 중 하나로 작동했는지를 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성매매 여성' 과 '동성애자' 는 둘 다 보건 정책의 관점에서 에이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에,
역설적으로 AIDS/HIV 이슈가 이 두 집단에 대한 담론을 서로 만나게 해 주는 접점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의는 191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주로 여성-학생간의 비 성애적이고 로맨틱한 관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동성연애' 라는 용어가 어떻게 성적인 '난잡함','문란함' 과 연결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이미지로 변화해왔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간단하게나마 더듬어보는 것으로 초반부를 시작했습니다.
흔히 '동성애자'로 표상되는 비이성애자/트랜스젠더의 대표 인물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몇 번의 큰 변화를 겪었고,
거기에 AIDS를 둘러싼 정치들도 중요하게 개입했음을 되짚어 볼 수 있었어요.
또한 성판매여성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국가의 정책이 어떻게 에이즈에 대한 경계와 관심과 공명했는지도
이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고요. 강의를 들으며 이 두 집단의 계보를 주욱 따라가다 보니,
이 '리스크 집단' 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국가정책과 사회적 인식의 상호작용 속에
성판매자, 동성애자, HIV감염인에 대한 낙인이 "상호연쇄"를 일으키는 양상에 관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국가정책이 '매춘여성' 과 '동성연애자' 라는 성적 추방자들에 대해
완전한 방임도 적극적 통제도 아닌 자세를 취하게 되는 지점이었어요.
HIV감염인, 그리고 잠재적 ‘리스크 집단’ 으로서의 성판매여성과 LGBT인구들 그 중에서도 특히 바이와 게이 남성들이
비 시민이자 선량한 일반에 대한 위협이자 질병을 퍼뜨리는 숙주로 낙인찍히는 지점을 듣다 보니 여러 가지가 떠오르더라고요.
 LGBT이든 성판매여성이든 끊임없이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관리' 하려 하면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는 인색한 정부의 태도라거나.
국가가 성산업에 미묘한 방식으로 줄곧 개입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요,
비이성애적 성애에 대해서도 그러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는 오랫동안 공식적으로는 퀴어한 성애를 부인하고 한국 내에서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취급하며 은폐해 왔지만,
동시에 보건정책의 측면에서는 비이성애적 성적 실천의 지리적 분포와 추이를 주시하고 있었고
게이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감염인의 사례를 통해 남성 접객부의 명단 조사와 이들에 대한 항체반응 검사까지 지시하는 등
적어도 일부 부서에서는 상당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또 다른 측면의 사실 역시 알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HIV/AIDS 관련 통계를 제외하면 LGBT 인구에 대한 제대로 된 국가 통계나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지금의 현실은,
아직도 이(우리!) '비정상인' 들이 시민이자 복지의 적법한 대상으로 간주되기보다는
건전한 사회를 위협하는 질병과 같은 위협적 존재라는 측면에서 더 많이 고려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의를 듣고 나니, 부적절한 존재로 간주되어 정책 수립 단계에서 배제되어 버리는 이 지점은
성판매자와 이성애 결혼 제도에서 비껴나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섹스 투어리즘에 의한 감염을 우려하여 내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간의 성매매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루면서도
한국 남성의 해외 '섹스 관광' 과 AIDS의 연관성은 과소평가되는 양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심화되면서, 고객과의 관계에서 점유하는 낮은 위치 때문에
콘돔 사용요구를 하기 힘들었던 HIV 감염인 성판매 여성이 괴담 속의 '에이즈 테러리스트' 로 해석되는 사례도 같이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괴담으로 주조된 '사회에 복수하는 매춘여성'의 이미지는
이들을 혐오폭력에 취약하게 하는 연쇄 고리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하네요.
이와 같이 '피해자' 와 '가해자'의 위치가 뒤섞여버리는 지점을 알아가면서
'취약 집단' 과 위협적인 집단 혹은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가르는 선은 어디일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보호해야 하는 '정상' 핵가족과 이성애 남성 대 문란하고 부적절한 감염자와 '리스크 집단' 을 대립시키는 사고 체계를 효과적으로 뒤흔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어요.

 
이렇게 반짝이는 강의는, LGBT와 성매매의 만남의 지점을 탐색하는 것의 어려움을 돌이켜보며 마쳤답니다.
현실의 퀴어와 성매매가 국가 정책 속에서, 사회의 인식 속에서, 또 삶의 현장에서 항상 만나고 있는데도
담론이 그 지점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를 새로이 숙고하게 하는 에너지 충만한 3강이었습니다.
끝까지 흥미롭게 또 차분하게 강연해 주신 박차 선생님과, 이렇게 멋진 강좌를 고민하고 기획해 주신 이룸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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