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트랜스젠더 여성의 호르몬치료와 건강에 대해 묻다!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윤정원님께


 


트랜스젠더 여성의 호르몬치료와 건강에 대해 묻다!


 


 



 


 


●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려 주세요.


 


호르몬치료에서에서 중요한 것은 효과성과 안전성입니다. 효과성이라는건 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여성화된 신체가 발달하면서 남성적인 특징이 최소화되고 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수치는 건강한 성인 여성의 정상수치 최고치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억제하고, 에스트라디올(여성호르몬) 수치는 폐경기 전 여성의 수치 범위 내로 유지하되 초 생리적 농도보다는 훨씬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1년간은 3개월에 한번씩 호르몬 수치를 측정 하고, 안정화 된 후에는 1년에 한 번씩은 검사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안전성은 진찰과 진단검사를 모두 포함합니다.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피가 끈적끈적해지는 경향이 되면서 생길 수 있는 혈전색전질환 (피떡을 잘 만들게 되서 그것이 혈관을 막게 되는) 인데요, 다리의 혈관을 막게 되면 다리가 비대칭적으로 붓고 아프다던지, 심장이나 폐, 뇌혈관으로 가는 혈관을 막게 되면 협심증, 뇌졸중, 폐혈관색전증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기관을 방문할 시 혈압·체중·맥박을 측정하고, 가슴이 아프거나 숨쉬기 힘들지는 않은지, 몸에 부종이나 통증이 있는지 검사를 합니다. 간기능검사, 콜레스테롤 수치, 당 검사, 유즙분비호르몬인 프로락틴 수치도 1년에 한번씩 검사해야 합니다.


 


수술 이후에는 호르몬을 안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약을 안 쓰니까 검사를 안 받아도 되지 않느냐,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중요한건 몸에 여성호르몬도(추가 투약을 안해서), 남성호르몬(고환을 절제해서)도 부족한 상태가 계속 되면, 골다공증이 빨리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 후 10년 정도째부터는 골다공증 검사를 받아보고, 칼슘과 비타민 D를 보충해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담배를 하거나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이 호르몬 치료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주량이 줄었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문헌상에는 이런 부분이 설명되어 있는 건 없습니다. 다만 호르몬을 간에서 처리하는데, 알코올 역시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간 부담이 늘어나기는 합니다. 호르몬 치료도, 음주도 유방암을 높이기 때문에 이 역시, 술을 끊거나 줄이시는 게 좋습니다.


담배는 가능하면 꼭 끊으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혈전색전증의 위험성이 흡연으로 인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수분섭취를 잘 해 주시고 규칙적으로 스트레칭 등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수면제나 우울증약은 크게 상호작용을 안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추천하시고 싶은 병원이나 의사가 있다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마포의료생협, 은평구의 살림의료생협, 순천향대학교병원의 산부인과 이은실교수, 제가 몸담고 있는 녹색병원 등이 젠더의학의 개념을 가지고 표준진료를 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호르몬치료 받을 때 식사나 식단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면?


 


콩이나 해바라기씨, 아마씨, 달맞이꽃종자유 등의 천연유래 식물성 에스트로겐 식품에 대한 관심들이 있으신데요, 폐경 후 호르몬 치료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찾는 것처럼요. 호르몬치료를 안 받는 분들에게라면 약한 여성호르몬 작용을 하는데요, 호르몬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여성호르몬 수용체에 미리 결합해 버려서 호르몬치료 약물의 농도를 변화시킬 수 있어서 권고되지 않습니다. 물론 식품으로 섭취하는 일반적인 양은 상관없는데, ‘내가 모자란 여성호르몬을 이걸로 보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과량으로 섭취하거나 하지는 마세요.


칼슘과 비티민 D는 골다공증 예방에 중요합니다. 뼈째먹는 생선과 저지방 우유(저지방 우유나 무지방 우유에는 지방을 빼고 칼슘을 추가로 넣었어요)를 많이 드시고, 햇빛을 주기적으로 쬐어서 비타민D가 생성되게 하세요.


 


 


 

별별신문

2016년 3월 아웃리치 후기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번 아웃리치에서는 미리 준비한 설문지와 별별신문을 들고 가게마다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도 다큐 감독인 강유가람님이 자원활동 해주셨어요. 설문지의 목적은 트랜스젠더 언니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어떤 정보와 지원을 원하시는지,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최대한을 다 적어놓고 언니들이 선택하실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들의 기대 외로 언니들이 열심히 체크해 주시고 많은 욕구들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의료지원과 심리상담 욕구가 많았고 주거지원을 원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언니들이 원하는 모든 지원을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진 않지만, 클럽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종사자들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청량리 아웃리치 

 

   다시, 돌아오다                                                  

 

2년 네팔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어떻게하면 네팔에서 배운 삶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살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네팔은 실제 내 삶의 방향을 전환시켜주었다. 그 바뀐 생활원칙과 우선순위를 지켜가면서 그 바쁜 한국에서 살아갈수 있을까, 나 자신을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내가 돌아갈 조직은 원칙과 방향을 지키면서 활동가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였기에 이룸으로 복귀는 나에게 당연한 선택이였다.

 

그리고 청량리 집결지에 돌아가고 싶었다. 가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처음 이룸을 그만두고 8년이 지나서도 난 그곳에 있는 여성들을 만나고 싶었다. 대체 청량리 집결지, 그 공간은 내게 어떤 의미이길래  이 마음은 이리도 절발했는지는 여전히 잘은 모르겠다.

 

10년 전,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가 그 곳 여성들을 만난다는 목표 하나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일이였다. 아웃리치를 하다보면 누군가 뒤쫓아오며 욕을 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그 욕들이 나를 쫄게 하지는 못했다. 배짱 두둑했다. 창문 하나 사이로 여성들과 눈짓 할수 있다거나 서로 짧게나마 안부를 물을 수있거나, 전화 번호 하나 딸수 있게 되면 그녀들앞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것이 그리 짜릿할 수가 없었다. 실제 우린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삶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위로가 되기도 했다. 울기도 했고 웃기도 함께 했다. 위안을 주고 받기도 했지만 때론 토라지기도 했고 서운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이 들었다. 차곡차곡….

 

그런 공간과 그 곳에 있는 여성들과의 이별을 하고, 나는 한동안 성매매 현장을 떠나 있었다. 다른 업을 갖기도 했고, 네팔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하면서 멀어져있었다.

낯설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청량리 집결지 그곳에, 그녀들은 여전히 있었다

 

다시 난 포장된 물품과 별별신문이 담긴 가방을 어깨에 매고 긴장감 가득하니 길을 나섰다. 많이 변했을까, 아는 그녀들은 있을까, 우린 서로를 알아볼까, 날 모른 척하면 어떡할까..

여전히 여성들은 유리방 안에 있었다. 여전히 여성들은 쪽방에 있었다.

변함이 있는듯 보이지만, 여전히 그녀들이 서 있는 집결지는 슬프고 처연했다.

 

8년만에 다시 들어간 청량리 집결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첫눈에 알아봤다.

‘저 여기 다시 들어왔어요, 새롭게 살고 싶었는데 다시 들어왔어요’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그녀가 있었고, 거친 욕으로 구수함을 전하던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고,  딸을 양육하기 위해 이곳저곳 전전하던 그녀는, 벌써 딸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날수 있는 인연인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만난 공간이 왜 다시 청량리여야했는지 처연함이 몰려와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쓸쓸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활동이야기

[몹시] 이태원, TG, 성매매 _별

올해 첫 번째 몹시에서는, 지난해 소수자 성매매 보고서의 기억을 가지고 이태원 아웃리치/별별신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읽어보고 싶어진 글들을 나누었습니다. 막달레나의 집 드랍인센터 이태원 사랑방을 경유해서 생산된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성매매 그리고 규범성 및 공간성에 관한 논의를 엮어나가는데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글들을 한데 모아 보았습니다.

루인 님의 캠프 트랜스: 이태원 지역 트랜스젠더의 역사 추적하기”, 막달레나 공동체 현장상담센터에서 제작한 <이태원의 수상한 사랑방><동네사람>, 그리고 <성의 정치 성의 권리>에 수록된 한채윤 님의 엮어서 다시 생각하기: 동성애, 성매매, 에이즈를 읽었답니다.

이룸의 소수자 성매매 보고서에서는 이성애/이원젠더 규범으로 성매매 현장을 인식할 때 성소수자 성매매가 아예 드러나지 않거나 규범에 끼워 맞춰져 해석되는 현상을 지적합니다. 보고서는 성매매에 특정한 한계를 지어 기존의 규범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선에서 수용하고 재생산하려는 움직임에 저항하면서 성매매 현장과 만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성애자 비트랜스 여성이라는 강요된, 고정된 젠더와 섹슈얼리티만으로 다종다양한 성판매가 경험되지 않는다는 것을 적시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경험 안에는 이미 성적인 피해, 착취, 거래, 교환, 노동, 자본, 친밀성 등이 착종되어 있음을, 역으로 그 착종된 양상 그 자체에서 유동하는 몸과 정체성을 읽어내야 함을 요구하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여성주의적인 성매매 담론과 실천의 일환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캠프 트랜스에서는 이태원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가능했던 관계들을 발명/복원/재창조하고자 시도합니다. 그렇게 이태원은 폐쇄되어야 하는 기지촌/집결지 또는 외국에서 들어온, 유교랜드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풍속들이 고여 있는 이상한 동네로 해석되는 것 이외의 새로운 역사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이태원은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과 치환 가능한 은유가 됩니다. 의료적, 법적으로 규정되는 좁은 의미의 트랜스젠더는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하나로 분류되어야만 하고, 그 스스로 분류되기를 욕망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캠프 트랜스는 규범적인 인식체계 안팎을 끊임없이 배반하고 탈출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주어져있음을, 우리가 그것들을 경험할 역량을 지닌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캠프 트랜스는 규범의 재생산에 봉사하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규범을 위협하는 질병 또는 장애로 가시화되지만 실상 비규범적 존재들이라는 등재되지 않은 종들이 거주해온 비무장지대와도 같은 역사성과 잠재성의 영토였더라는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이처럼 하나의 정황, 풍경을 바라보며 쉬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들의 편에서 우리는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락된 것이라고 발화하는 일은 언제 다시 읽어도 굉장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저항이 막달레나의 집 현장상담센터가 현장활동의 형식으로 이태원 지역에 다가간 기록에서 역시도 변주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불경기와 쇠락의 흐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그 공간의 용도가 다 했으니 이제는 폐기처분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삶을 계승하는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전이시켜나가겠다는 움직임의 기록이었죠. 공간과 관계가 축적해온 자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신뢰, 그것을 발굴하고 연계하며 유통시키는 것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함께 쌓아 나가자는 이야기로 들려왔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한편 공간이나 관계가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상담소의 구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상담소의 형식상 내담자들은 개인으로 분절될 수밖에 없지만, 이들의 삶이 요청하는 것은 개인의 경제적, 의료적, 법적, 정서적 회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내담자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성판매경험을 포함한 나 자신의 시간이 선택이나 비밀, 한때의 실수로 조각나고 봉인되고 삭제되지 않는 것, 그 자체로 통합된 사회적 삶으로 동등하게 평가받고 이해되며 회복해나가는 것일테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엮어서 다시 생각하기에서 시도한 바와 같이 낙인을 만들어내는 전략에 제 발로 포섭되어버리지 않는 운동이 필요한 것이겠죠.

이러한 논의들은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성애/이원젠더에 도전하지 않고도 어떻게든 성매매를 언어에 기입할 수 있기는 한데, 그렇다면 왜 이 시도를 해야 할까, 아니 더 정확히 하자면 여성운동의 공고한 이분법과 제도화 내부에서 어떻게 이 시도를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남습니다. 소수자 성매매를 성매매의 특수한 사례로 다루지 않고, 성매매 담론 전체가 소수자성, 타자성, 비규범성으로 좀 더 정향할 수 있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요. 루인 님은 다른 글에서 젠더폭력을 젠더화하는 폭력으로 바라보기를 제안하는데요. 정체성을 향한 단 한 가지 해석만을 체화하도록 하는 폭력이라는 정의가 아직은 아리송하지만 이 짧은 제안이 어쩌면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룸은 왜 트랜스젠더 언니들을 만나고 싶었던 걸까요? 소수자 성매매에서 트랜스젠더 언니들을 인터뷰하면서 즐겁고 재미있었던 기억으로부터 그 서사를 더 듣고 싶다는 마음, 정보전달자/연계자/지원자로서 언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 TG 성매매에서 성매매와 성적 실천의 경계에 관해 고민해보고 싶은 마음 등등!!! 우리의 마음을 하나씩 꺼내어보고 분명하게 해보는 (아니 더 혼란스러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든다는 깨달음을 얻고, 앞서 그런 작업을 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이룸의 맥락으로 끌어들여 소화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몹시도 몹시 기다려집니다~!

활동이야기

젠더를 넘어선 언어로 이태원 속 트랜스젠더의 삶을 만나다 – 절대강좌 5강 후기

루인님의 강의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백만불짜리 강의^^
성매매 논의에서 보다 확장해서 생각할 것들을 확실히 보여주셨어요,,

강의를 들은 차차님이 후기를  보내오셨어요~

5강 6/17(월)은
특정하게 소비되는 젠더의 지위 : TG 여성의 성판매 경험에서 드러나는 성매매의 공통된 함의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루인님의 강의였습니다.

이제 차차님의 후기 시작합니다~

<젠더를 넘어선 언어로 이태원 속 트랜스젠더의 삶을 만나다>
 
 
후기를 쓰기 까지 많이 머뭇거리게 됐던 것 같다.
‘특정한 상황’이 내 몸에 체화되지 않은 만큼 몸이 반응하기 까지(후기를 쓰기까지)생각을 한다고 누군가가 그러던데,
내 상태가 딱 그랬던 가보다.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내 몸 안의 기억들과 언어들은 뒤죽박죽 재배치되고 경합하기 일쑤였으니.
 
내가 요즘 주로 몸담고 있는 공간이 성폭력 상담 기관인데,
오히려 성별화된 구도의 서사들(주로 여성피해자, 남성가해자)을 접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젠더 그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활동으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저 젠더 그 자체가 비대칭적이라는 것을 무수히 확인하고,
피해/가해자 가운데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있고,
피해자 중에 성판매 여성이 있는 경우 이런 식으로 상담소로 접수된 사건 중 하나로 인식하기도 했었다.
성별화된 피해/가해자 구도와 그 역할이 오히려 성폭력 통념이나 국가의 성폭력 안보정치에 공모하며
성역할을 강화하는데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항상 내 화두지만
고민만 무성히 쌓아가고 있는 요즘이었다.
또한 우연한 기회에 섹슈얼리티 교육을 하기도 했는데,
한국에서 ‘트랜스젠더=하리수’라고 인식되는 것을 깨뜨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생각할 때에도,
그저 하리수씨와 같은 MTF 트랜스여성이나 FTM 트랜스 남성 등 특정 존재의 가시화나 자신의 젠더 표현이나 실천을
어느 정도 상대화해보는 작업을 해도 항상 트랜스젠더는 수술이라는 의료조치와 연결된 설명이 잘 안되면서
타자화 된다는 점에 답답함도 있었다.
 
이외에도 내 나름대로 트랜스젠더라는 명명과 관련한 다양한 혼란과 답답함이 있었는데,
루인님의 강의는 트랜스젠더라는 개념-구체적인 특정 사건과 함께 작동하는-을 통해
젠더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의 축을 다양하고 섬세하게 세우기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
트랜스젠더나 성판매/성매매라고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언어 개념은 개념을 발화하는 사람에 따라
이를 명명하는 과정 속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개념의 담지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나 또한 루인님이 강의 초반에 언급하셨던 것처럼 ‘트랜스젠더, 성매매에 대해서 모른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전에 이태원의 한 클럽에 우연히 갈 일이 있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언니들을 만났다.
(“호르몬이나 맞아. 이년아”라고 서로 농담을 던지며 공연 준비를 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웃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이태원에 처음 갔었고, 거리 곳곳 검은색 바탕에 트랜스젠더라는 글씨만 새겨진 간판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태원이니까 가능했을 것 이라는 어렴풋한 추측을 했지만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영업이,
그 안에서 트랜스젠더 언니들의 삶이 이어져왔는지 궁금증만 가지고 있던터였다.
 
이 경험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루인님의 강의에서 이태원이라는 지역/공간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트랜스젠더 여성에 초점을 맞춰 ‘특정하게 인식, 기록, 소비된’ 긴 역사적 재현물을 통하여
‘고민의 초석’을 마련해주셨다는 생각 때문이다.
루인님은 이에 앞서 '트랜스젠더라는 명명이 미국에서는 젠더 규범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해석되는데에 비해
한국에서는 의료조치를 하는 사람으로 유통되어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젠더 자체, 여성 범주 자체를 재사유할 토대로 성매매를 논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이미지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존재라고 인식된다는 점,
가장 많은 트랜스젠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떠올리는 지역이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업소라는 점’
그럼에도 ‘성매매 논의에서 트랜스젠더는 사실상 없다’는 현실을 지적해주셨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루인님은 이태원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트랜스젠더의 어떤 삶의흔적이 있는지 다양한 재현물을 통해서 추적한 결과를 전달해주셨다.
 

이 외에도 루인님은 소중한 고민지점들을 많이 던져주셨는데,
이 지면에 담아내지 못한 데에 아쉬움과 강의 내용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루인님의 강의 자체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태원이라는 공간 속 국가/정부의 젠더 관리 기획,
그 안의 트랜스젠더/비트랜스젠더의 삶, 그들의 성판매/성노동에서 읽히는 사회적 구조와 다양한 의미 등
다양한 길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복잡하고 섬세하게 푹 빠져들어 만나는 여행을 하고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강의는 성매매 안에서 트랜스젠더의 삶과 언어가 부재했던 그간의 이유에 대하여,
소위 한국적 의미에서 트랜스젠더라고 인식되는 존재의 삶과 물리적 거리보다
내 스스로 인식적인 심적인 거리가 있는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숙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젠더를 넘어선 언어로 이태원 속 트랜스젠더의 삶을 만나게해주신
루인님의 훌륭한 강의에 비해 허접한 후기라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감사를 전한다.
 

활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