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한꼭지] 영화 <공동정범> 그리고 청량리 반상회 – 우리의 장소는 우리가 함께 있는 곳

한국도시연구소, 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 초청 공동정범 상영회와 GV를 다녀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담아뒀던 글을 씁니다.
공동정범 꼭 보세요! (관객 1인의 입소문)
이룸의 청량리 반상회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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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의 시간

 

작년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 대응이 한창이었을때 gate 22의 이태원 상영회에 갔던적이 있었고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찾아갔다. 내가 이 공간을 둘러싼 상황을 단편적이고 납작한 몇개의 말들 외에는 이해할 역량이 없다고 느꼈다. 매일 상황은, 사건은, 장소는 쏟아져들어오는데 나는 터져나가고 넘치고 우그러졌다. 목격자라는 역할, 활동가라는 위치는 나에게 어떤 책무를 주었지만 그걸 수행할 나라는 자리는 계속해서 좁아지는 핀조명 같았고 나는 한발로 서 있었다. 조명이 꺼지고 내 발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어둠속에 있는 발.

 

 

어떤 질문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목격자의 윤리에 관해서 였다. 이태원의 세 여성들을 보듯, 평택의 마마상과, 그리고 청량리의 우리들. 김일란 감독님은 질문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 과정들을 다 겪고 나서 버티고 나서 질문들을. 질문을 부르는 질문들을. “마음을 앞지르지 않”아 시간이 필요한.

 

졸업전 학교에서 몸담았던 공간을 잃고 뒤이어 리모델링이 시작되었고 거칠게 페인트로 그림이 그려져있던 갈라진 나무문은 유리문으로 교체되었다. 여닫이였나 미닫이였나 아니면 자동문이었는지.. 그 문의 소거는 그 시기 우리들에게 퇴거를 선언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오래되고 낡았기에 바뀌어야한다. 낡고 오래되어 불이 잘 붙는 물질들 틈에서 조심조심 살아서는 안된다. 불이 난다면 소방차는 좁은 골목길에 가로막혀 제때 도착하지 못할것이다. 안전 미관 편리성 우리는 그런 가치들이 우리를 소거한다는 듯 더욱 엉망으로 살아져야 했다. 더 얼기 쉬운 곳으로 물이 배어나는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우리는 청량리에서 작년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파쇄된 종이위의 글자들처럼 잘게 나뉘어 의미를 표면에 고정시킬수 없는 말로 되어갔다. 철거가 진행중인 청량리를 배회하는 일을 했다. 마지막 남은 사람에게 마지막 물품을 전해주려고. 마지막 남은 유리방 맞은편 마지막으로 고립된 여성들이 거주하는 달방 모텔에서 타로로 점을 쳤다. 카드위에 각자가 어디로 가게될지 적혀있었을까.

 

 

증언의 모순, 모순의 증언

 

그 시기 이룸은 갈등을 겪었고 소진이 왔다. 다 타고 남은 잿불로 움직였다.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공간의 사람들 – 쪽방 여성들과 제주 먼 섬의 바다에 갔다. 바닷가의 그림같이 잔디밭이 깔리고 흔들그네가 있는 숙소에서 십년전 청량리의 사진들과 그날 우리의 얼굴들을 찍은 사진들을 같이 펼쳐놓고 기억을 얘기했다. 우리의 장소는 우리가 있는 곳이야 라고 말하듯. 우리는 그 모진 곳에서 살아남았고 이렇게 만났다고 기억을 얘기했다. 아이를 낳았었고 늙었다고. 숲이 된 남일당 터의 운명과 청량리 588의 운명은 고층 타워팰리스를 향해 간다. 빈 땅을 차지하며 쇠락하는 것들. 철거와 강제퇴거 이후의 폐허, 그곳을 저도 압니다. 저도 그곳에 살았어요. 살고 걸었어요. 네개의 큰 지류로 나뉘는 길, 넷째 골목 초입의 유리방과 그 다음 길로 연결되는 여관골목, 그 입구에 서있던 큰 나무와 고양이, 택시로 메워져있는 두번째 길과, 청과시장 옆의 붉고 컴컴한 불빛, 굴다리를 끼고 올라가면 만나는 쪽방 언니들의 믹스커피. 좋은일 하느라 수고가 많네요 하는 인사.

 

현장활동가들에게 청량리 집결지 공간은 그리움이나 아쉬움 안타까움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그려져야 하기에 우리는 수렁에 빠진다. 고립된다. 여성들을 동원하는 철거투쟁에 각을 세우며 빈민/철거민/노동자화의 남성중심성에 반대했고 바뀌지 않은 사회에서 여성들만이 피해를 보게 되는 재개발과 폐쇄 정책에 반대했기에 이룸은 계속해서 결정을 유보했고 할수 있는 일을 했고 청량리 반상회라는 소규모의 쪽방 여성 그룹만이 남았다. 그래서 우리의 장소는 이곳이다. 우리가 겪은 일로 우리는 국가에 의한 폭력을 개인적이고 구체적으로 내밀하게 알게되었고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 곳, 벌어질 곳에서 함께할수 있다는 바람을 가진다. 우리가 수렁으로 빠지는것은 그 감정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이. 망루위의 감정들이 산란하듯 그 화염 이후의 감정이 화염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집결지라는 트라우마의 공간을 상실하며 여성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절대적 빈곤의 불안을 어떻게 묘사할수 있는가. 사고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트라우마는 상실될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이건 그런 이상한 주장이야? 그렇지 않다. 삶의 관점에서, 공간과 인권의 관점에서, 모순되는것은 다른 문턱을 암시한다. 우리는 여성들이 집결지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주장을 함께 할수 없었고 그런 운동은 없다고 여겼다. 공간의 관성이었을뿐. 그러나 여성들이 대책없이 쫓겨나는 사람들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며 단속의 형태로 이뤄지는 퇴거 – 퇴거로 완성되는 단속을 증오했다.

 

그러므로 딜레마, 모순을 드러내는 것까지. 그게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모순에 집요하다. 우리는 증언의 모순이 아닌 모순의 증언으로 다음의 폭력을, 재난을 다른 방식으로 견딜 것이다. 폭력의 핵심으로 더 뚫고 들어갈 것이다.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활동

2017년 청량리 집결지 안에서, 타로를 보다-고진달래&지윤재

2017년 청량리 집결지 안에서, 타로를 보다-고진달래 

2017년 새해 첫 프로그램은 청량리 집결지 안 모텔에서 시작하였다.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을 앞두고 여성들과 면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든 만들 목적으로 고민하던 중 신년 타로를 봐주기로 했다. 여성들이 오기 편한 장소를 물색하는 일이 관건인데 X가 쳐진 빈 가게에 들어가서 하려고 했다가 조합의 강한 반대를 우려해서 포기했고, 쪽방 여성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에서 진행할까했는데 폐허가 된 그곳은 음산하여서 포기하였다. 터벅터벅 걷던 중 업소 내에 있는 모텔이 눈에 띄였고, 이 모텔이라면 여성들에게도 친숙하기 때문에 적합하다 생각해서 갑작스레 결정하게 되었다.
장소도 완료!
이날 함께 타로를 봐준 사람은 다산콜센터 지부 조합원 지윤재였고, 내가 신뢰한 그녀가 기꺼이 이날 프로그램에 타로 리더를 해주겠다고 하니,
타로 봐줄 리더도 섭외 완료!

이제 타로 프로그램 개시하는 일만 남았다!

모텔방을 예쁘게 꾸미느라 정신이 없다. 여성들이 느낄 때 편안한 분위기면 좋겠다,
우리들의 첫 인상이 나쁘지 않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다가가서 말을 텄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우린 정성스레 그 허름한 방을 꾸미기 시작했다.
 

나와 윤재가 타로방에서 여성들을 기다리는 동안, 남은 이루머들은 가게를 돌면서 타로를 홍보하였다. 7명의 여성들이 순식간에 예약을 했고, 시간대에 맞춰서 여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본 여성들도 타로를 보면서 자신이 현재 갖고 있던 궁금함을 드러내고, 그녀들과 꽤 오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재개발로 음산한 청량리에 우린 다시 발을 딛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수 있을지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지만 타로를 매개로 여성들과 안면을 트고 재개발을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들이 어떤 것들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바램을 가져본다.

10년전 처음 청량리에 발을 딛였을 때, 여성들을 만나서 그녀들의 삶을 목격했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여전히 청량리 안에는 여성들이 있다. 그녀들이 오늘 우리에게 한 말들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질수 있을까, 그 물음이 묵직하게 남아있는 밤이다. 왠지 모르게 조금은 슬픈 밤이다.

TAROT! 나와 그녀들을 잇다.
지윤재

타로에 흥미를 갖고 배우기 시작하지는 꽤 오래 되었다.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삶의 고단함과 무게, 여러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 자체에 그리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 아직 내 스스로는 아직은 초보라고 생각 중 이룸에서 ‘언니들’을 만나 타로를 봐 줄 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아직은 내 스스로 많이 부족하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이룸에서 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어떤 사명감을 갖고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것인지, 또 언니들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차에 아직은 부족한 능력은 생각지도 않고 선뜻 제의를 받아들였다.
새삼 열공을 하면서, ‘삼촌들’의 방해로 못 보게 되면 어쩌나?, 어디론가 납치되어 쇠파이프 같은 무기로 맞는 것은 아닌가?, 떨려서 타로를 못 보면 어떡할까?, 언니들이 한 명도 오지 않으면 어쩌나? 등 끊임없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녀들과 만나다.
‘언니’라고 불리는 그들은…
남들보다 조금 진한듯한 화장이 아니었다면, 왁자지껄한 시장통에도, 고급스런 백화점에도, 길거리 어디에서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같은 모두 평범한 얼굴이었다.
진한 화장으로라도 민낯을 가려보고자 했음일까?
나름 편견이 없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언니들’하면 떠오르는 것은, 몸매 좋은 언니가 껌을 짝짝 씹으며, 반라상태로 지나가는 아저씨를 오빠라고 부르며, 걸쭉한 욕지거리를 내뱉는 이미지이니 말이다.
어디 비빌 언덕도 없이… 맨 몸뚱아리 하나로… 하루를 더 고단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어가 진한 화장이 아닐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타로를 봐주면서 ‘욕이나 한 바가지 얻어먹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질문에 카드를 펼치며 그녀들의 과거와 현재를 읽어주고, 카드가 보여주는 내용을 토대로 앞날을 얘기 해 주다보니 그 어떤 누구보다도 귀여운 수다쟁이고, 나보다 더 나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었으며, 나의 얘기에 맞장구를 치며 공감을 잘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녀들의 타로를 봐 준 것이 아니라 (초짜티가 팍팍나는) 나를 봐 준 것 같다. 청량리를 떠나오면서 나는 언니들의 민낯을 살짝 본 것 같아 그녀들과 친해진 기분이 들었고, 혹시라도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진짜 타로점을 봐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활동이야기

청량리 제 4구역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보면서.. -고진달래

청량리 제 4구역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보면서.. -고진달래

  

2016년 12월 8일 동대문구청 앞에서 청량리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 대회가 있었다. 
 
청량리 제 4구역 재개발이 확정 된 곳은 '588'이라고 불리는 성매매집결지가 포함되어있다.  현재 집결지 안 많은 업소들이 철거되었지만, 중간중간 몇 업소들이 남아서 영업을 하고 있다. 집결지에 남아있는 여성들은 마지막 철거가 되는 날까지 남아서 일을 해야하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남아있는 빚을 갚아야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곳에 남아 영업을 하는 것이 여성들에게는 유리하다고 한다. 그녀들은 강제 집행없이, 용역들의 위협없이 예전처럼 일을 할수 있기를 바랬다. 용산 집결지도 그랬듯이 재개발의 바람을 타고 집결지는 묵은 때를 없애듯이, 진작에 없어져야할 것들이 없어진다는 이유를 내걸고 이곳은 그렇게 잊혀진다. 여성들에게는 삶을 살아내야하는 공간일진대, 재개발로 자신들의 공간이 없어지는 경험을 여성들은 어떻게 겪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을 바라보는 이룸 활동가들은  용역이 들어온다는 날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예의주시하면서 몇 단체들에게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문의했었다. 
 
업주에게 3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면서, 번 돈의 반 이상을 업주에게 내고 있는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보상만큼 보상을 받고, 몸이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그 방법이 무엇일까? 현재 재개발은 진행되고 있고, 이런 방식의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지만 우린 이 안에서 할수 있는 최소한의 일들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청량리 집결지 업주들은 최대한 많은 보상을 원하고 있다. 성매매는 현재 불법이다. 불법으로 얻은 이익도 한달에 억을 넘어간다든데 재개발 보상금까지 최대한으로 챙기겠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여성들과 업주들은 상황이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같은 이익으로 묶일수 없다. 우린 업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여성에게 돌려줘야된다고 본다. 여성들은 대부분이 지역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소지가 청량리 집결지로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낙인으로 업소에 주소지를 옮기기를 꺼려한다. 설혹 주소지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월세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재개발 보상금을 받는게 아주 어렵다고 한다. 
 
업주들은 그동안 여성들이 받는 댓가를 이용해서 돈을 축적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과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나는 직접 목격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이 집회에 많은 회의감과 복잡한 마음이 든다. 
 
 
청량리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깃발과 동지들을 보았다.  그러나 내게 동지로 묶일수 없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결의대회가 있는 날 바로 내 앞에서, 청량리 집결지 아웃리치를 하러 들어가면 만나던 업주와 깡패_삼촌들이 투쟁조끼를 입고 투쟁가를 들으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웃리치 때 눈을 흘기던 업주나 깐죽깐죽 대며 뒤쫓아오던 깡패_삼촌들이 이 공간에 있었다. 또한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용역들이 쳐들어오면 용역들은 여자들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앞에 나와서 그들과 대치하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싸우자고 하면서 투쟁하는 이 기간에도 여성들은 업주들에게 깔세를 내고 있다. 이중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12월 8일의 결의대회는 이 이중구조를 보지 않으면서 재개발 싸움에서 여성-업주- 깡패_삼촌 이들을 한데 묶어 내고 있다.

너무 나이브한 발상 아닌가. 
 


 
 
활동이야기

11월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11월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11월 8일 낮, 15일 밤 청량리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양치기 소년 같던 청량리 재개발이 이제 코앞입니다.
12월에 롯데플라자가 영업을 종료하면 뒤편 쪽방이 함께 헐린다고 하고요.
내년 3월까지를 내다보았던 유리방은 한 달 안에 강제집행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합니다.
21일 새벽에는 시장통 쪽에 용역들이 출현하여 여성들이 매우 긴장했었다고 하네요.
 
이룸이 만나는 여성들은 악에 받친다는 말을 합니다.
같이 영업하던 재개발 삼촌들은 시공사에서 푼 돈을 받고 만만한 여성들 먼저 성매매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업주들은 세입자라는 명분이 있으니 보상금을 받아 나가든 더 싸우든 그럴 수 있는 위치이고 그동안에도 꼬박꼬박 세와 화대를 받아가지만
여성들은 세는 세대로 내고, 화대는 화대대로 나누면서, 단속에 대한 두려움과 강제집행에 대한 두려움, 떠나야 한다는 두려움을 견디고 있습니다. 청량리의 싸움에서 여성들에게 배당된 몫은 없지만 손털고 나갈 수가 없는 현실, 문닫기 전까지 만이라도 여기서 일을 더 해야한다는 사정이 있기에 부당한 행위들과 모욕에도 정당한 대응을 하기 어렵습니다.  
 
지자체와 시공사는 동대문구를 한층 업그레이드 하겠다며 손을 맞잡고 이 도시에 살 수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데 앞장서고, 정말 일부에게만 조금 복지혜택을 줍니다. 
업주들은 그 돈 받고는 내 새끼들 내보내지 않는다는 달콤한 말 뒤에 숨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돈을 벌고(가게가, 부동산이 벼슬입니다. 가게가 있다는 것만으로 매월 불로소득을 벌어들이고 여성들에게 참 많은 권리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업주쪽 삼촌들은 용역들이 여자들은 건드리지 않으니 니들이 앞장서라는 말을 겁도 없이 합니다. (아니 왜? 누구 좋으라고?)
그럼 언론은 흑막을 모두 가려버린채 여성들만을 부각시키며 언론플레이를 하겠지요.
그런 일들입니다.
 
이처럼 재개발이라는 이권 다툼, 남성 국가 자본의 투기에서 가장 피해를 보며 그 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여성들입니다.
이 싸움에서 우리는 약자의 위치에 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요구들을,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요? 
여성과 소수자들의 안전과 건강, 행복과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시공간을 어떻게 소망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그때그때 들려오는 이야기에 최대한 귀를 열고 들으며 주위에 수소문하여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창구가 되고, 아웃리치를 통해 관계의 접점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룸이 청량리 재개발에 관하여 일다에 기고한 글을 본 여성들이
매우 반가워하며 연락을 해왔었어요.
하고 많은 뉴스 중에 그 글을 클릭하게 된 이유는
제목에 ‘여성’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몸으로 겪고 보고 들은 일들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리고 싶은 절절 끓는 욕구와
조용히 입다물고 일하다가 나가라는 억압 사이에서 길항하고 있는 언니들을 만나는 일은
함께 온 몸이 흔들립니다.
활동이야기

10월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윤정원, 강유가람)

10월에도 어김없이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청량리는 10월 5일, 이태원은 10월 6일에 다녀왔는데요.
이번에는 특별히 윤정원(a.k.a 모름)님과 강유가람(a.k.a 고래)님이 아웃리치 후기를 써주셨습니다. 예~
윤정원 님은 청량리 아웃리치에, 강유가람 님은 이태원 아웃리치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이룸 후원회원이 된지 반 년이 넘어갑니다. 지역사회에서 산부인과의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과, 그러던 중 학생때의 친분이 있던 유나와의 인연으로 이룸에 처음 발을 들여놨습니다. 진료연계? 의료상담? 정말 아무 밑그림도 없이 막연하게 이것저것 던져보는 저에게, 이루머들은 아웃리치를 같이 가볼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웃리치 구역은 크게 유리방 구역과 쪽방구역, 여인숙 구역으로 나뉩니다. 유리방은 흔히 많은 사람들이 정육점 불빛으로 알고있는 그 이미지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여인숙은 펨푸(pimp, 집결지 골목에 나와 있으면서 성판매여성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포주. 주로 중장년여성) 들이 운영하고 수명의 여성들이 고용된 형태이고, 쪽방은 생애주기 가장 말년의 단계 언니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청량리에서도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마다 다른것들을 보겠죠. 깊이 파인 언니들의 가슴골이 보일수도, 빨간 불빛으로 기억할수도, 차창을 조금 내린채 천천히 지나가는 차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제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건 평균 15cm 가 넘는 높은 힐, 담배를 물고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있는 바 의자였습니다. 틀림없이 신체활동이 적은 직업이고, 햇빛을 적게 보기 때문에 비타민D 가 부족하여 뼈와 치아가 약할 것이고, 거기에 잘못된 자세와 허리에 무리가 가는 힐까지. 유리방 언니들의 자세에서 든 생각은, 쪽방 언니들과의 만남에서 명확해졌습니다. 중장년으로 갈수록, 이룸이 지원하는 부분은 의료지원부분이 점점 커지는데요, 디스크와 골다공증, 치아문제 같은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첫 아웃리치의 마지막 루트정도에서 눈길을 끈건 어느 한 유리방이었습니다. 쇼윈도 유리창 공간 뒤로,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그야말로 1m 정도 남짓밖에 안되는 겁니다. 고시원과 비교가 될까요. 고공농성 진료지원을 자주 다니는 친구가 이야기해준 농성장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하늘 위, 바람이 세게 불어 첨탑 주위로 60cm 남짓하게 밖에 공간을 만들지 못해, 몸을 구겨 가둔 잠을 자고 떨어질까 공포심이 계속 든다는 이야기. 서울시내 한복판 가장 번화가지만, 몸을 가둘 공간은 겨우 1m. 저기서 섹스가 가능해 라는 말이 입밖에 나오려다가 쑥 들어갔습니다. 열악한 노동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겁니다.
 
어쨌든 이 언니들은 존재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으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병과 피임 인공임신중절 정도 생각하고 시작한 이룸 후원이었지만, 아웃리치를 통해 이들의 삶과 노동을 조금은 가까이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번정도의 아웃리치를 함께 했지만, 제가 눈썰미나 친화력이 안 좋아서인지, 언니들이 자주 들고나서인지. 아직도 항상 서먹서먹하고 어색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요. 라고 썼는데 11월에 청량리를 완전히 철거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어떤 공간에서 어떤 노동을 하게 될까요.
 
 10월 6일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강유가람, 다큐멘터리 <이태원> 감독)

 

이번 아웃리치는 언니들과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1년 넘게 만나면서도 한 번도 가게 안에 들어와서 앉으라고 이야기 해주시지 않았던 

F언니도 들어와서 커피를 타주시면서 정치이야기, 추워져서 그런지 밖에 눈이온다며 

농담을 계속 하시기도 했습니다. 

 

S언니는 애지중지하는 반려견이 뺑소니에 치여서 다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치료비도 많이 나왔을 텐데 

꼭 뺑소니범이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 때마다 차를 대접해 주시던 A언니는 이번에는 신기한 미숫가루라떼를 주셨네요. 

진상 ‘손님’들에 대한 불만, 술을 많이 먹어야해서 숙취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일 하는 사람은 오래 살면 뭐하냐는 한탄까지..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아주셨습니다.

 

한 언니는 자기 업소에 있던 언니가 쉘터에 갔는데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구요, 

다른 업소에서는 이태원 업소 초입에 있는 가게 두 곳에 팻말이 쳐진 곳은 곳 이제 철거되고, 

재개발이 될 거라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언니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룸로고가 새겨진 이번 아웃리치 물품 보온병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방문해온 이룸에게 언니들의 신뢰가 쌓였다고 믿고 싶네요. ^^ 

물론 이름은 아직도 잘 기억 못하시지만 ;;; 

 

아무튼 공간의 변화에 따라 언니들의 삶의 맥락에도 변화들이 많이 생겨날 텐데요.

다음 달에도 이태원 언덕배기 언니들의 이야기를 좀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후기를 닫겠습니다.

 

활동이야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청량리588’ 재개발…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청량리588’ 재개발…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앞둔 거리에서

고진달래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일하다 가려고요’

 

재개발을 앞둔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거리에서 ⓒ 이룸

청량리 역사 바로 앞, 여자를 사려는 남자들이 넘쳐나고 성매매 일을 하는 여성들에게는 호황의 시기로 기억되는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그 곳.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588이 재개발 바람으로 시끄럽다.

 

유독 긴장이 가득한 날이다. <이룸> 활동가들이 성매매 집결지 아웃리치(out-reach, 거리상담)를 하는 날이면 구매남성과 업주, 삐끼, 성매매 여성,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섞여 있는 틈에서 이방인인 우리가 행여나 여성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하루 일당을 방해하는 재수 없는 여자들로 보이지는 않을까, 혹여나 우리 때문에 업주에게 구박을 받지나 않을까 등의 부담으로 몸이 굳어있다. 우리 뒤를 졸졸 쫓아오며 갖은 욕을 해대는 업주들이 어디선가 지켜보는 것은 아닌지 촉이 곤두서있다.

 

집결지 재개발로 어쩜 이번 아웃리치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긴장과는 달리, 음산하고 조용할 것 같은 청량리 집결지는 여전히 유리관 안에 있는 여성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이가 있고, 흥정을 하는 이가 있고, 일본어로 “가와이 가와이”(귀여워)를 연발하며 슬렁슬렁 지나가는 이가 있었다.

 

 

 

한 집 건너 한 집 빨간 스프레이 라카로 X가 그려져있다. ⓒ이룸

한 집 건너 한 집 빨간 스프레이 라카로 ‘X’가 그려져 있다. 그런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여전히 남자들의 눈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흥정할 여성들을 스캔하고 있었고, 여성들은 높은 의자에 앉아 영업 준비 중에 있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있다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다가 가려고요.’

 

청량리 유리방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A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녀는 예전만큼의 돈 벌이는 안 되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청량리에서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렇다. 이곳 성매매 집결지는 남자들에겐, 업주들에겐, 뒷일을 봐주는 깡패들에겐 성을 파는 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일 뿐이겠지만, 성을 파는 여성들에게 이곳은 하루라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절박함이 배어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쪽방 뒤 켠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곳은 밥을 해먹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빨래를 널고, 강아지를 기르고, 수다를 떠는 일상을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재개발 얘기로 술렁거리는 집결지

 

청량리 집결지 지역 재개발 시공사가 정해지고 실질적인 보상금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여성들에게 돌아가는 보상금과 이주비용이 본래 받아야하는 금액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가진 자들에게 재개발은 돈을 버는 일이지만, 그 사이에 껴있는 세입자들에겐 집 잃고 갈 곳을 찾아 이주해야하는 현실적인 일들이 막막하다. 특히나 불법 공간이란 딱지를 달고 그 곳에서 성매매를 해오던 여성들은 세입자도 아니고, 이주민도 아니다. 그저 불법을 저지른, 가시화되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아무도 앞으로 그녀들이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여성들 스스로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이것은 세상에서 지금까지 배운 ‘상처받지 않기 위한 삶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가진 자들에게 재개발은 돈버는 일이다. 이곳에서 먹고자고 살아온 여성들은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 ⓒ 이룸

청량리 집결지에서만 20년 넘게 성매매 일을 하던 여성들의 경우는 더욱 억울하다. 쪽방에서 일하던 40대 후반의 B씨가 이곳에서 먹고 자고 일한다는 사실은 동네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다. 갓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청량리에 발을 들여놓고, 이곳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다시 들어온 청량리 집결지는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주는 ‘편안한’ 곳이다. 한때 그녀는 이곳을 떠날 계획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한껏 자랑스러워했었다. 그 후 다시 만난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리며 ‘미안해요, 미안해요, 다시 돌아왔어요’ 라며 흐느꼈었다.

 

자신의 사연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곳은 성매매를 했다는 과거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면서 이질감을 느끼던 사회와 다르게, 마음 편히 밤에 있었던 진상을 욕하면서 속 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B씨는 이곳으로 주소를 이전해놓을 수가 없었다. ‘사회적인 낙인’이라는 굴레 때문에 주소 이전할 수 없었던 현실적인 상황이 지금 재개발을 앞둔 보상 문제에선 발목을 잡는다.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술 마시고 답답한 속을 풀려고 해도 풀리지 않는다. 속 시원하게 말도 못하고 자신의 푸념을 들어줄 사람 또한 딱히 없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꼬인 말투에, 술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오고 있었다.

 

‘내가 자랑스럽다는 것은 아닌데요, 내가 여기 있으면서 떳떳하지 못하는 것도 아는데…. 그런데도 억울해요. 억울해요.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돈이 움직이는 자리에 배신이 남는다

 

청량리 쪽방 안에서도 여러 소문들이 무성하게 피어오르고 여성들이 불안해질 한창 때, 유독 <이룸>으로 상담 전화가 많이 왔다. 보상금이 반쪽으로 날아갔는데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지, 남편이 이혼을 해주지 않아서 주소 이전을 청량리로 할 수 없었는데 이사 비용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이사하는 과정에서 계약한 방이 하루 전에 파기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임대주택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불법 성매매를 하는 증거를 잡으려고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CCTV를 설치했는데 철거할 수는 없는지…. 다양한 문의가 들어왔지만 실질적으로 어떠한 대안을 줄 수 없어서 우린 허탈한 시간을 보냈다.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붙인 경고. ⓒ 이룸

성매매 집결지는 철저하게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다. 돈이 무섭다는 것을 배운 곳, 그런 곳에 재개발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과 뒷일을 봐주는 사람들이 한 배를 탈 때는, 가족처럼 묶인 관계들이었다. 업주는 엄마가 되고, 이모가 되고, 깡패는 삼촌이 되던 그런 때, 여성들은 의리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고,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그래도 내가 아플 때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유일한 사람들이라고, 같은 한 솥 밥을 먹으며 정이 쌓였다고 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외로운 사람들끼리, 돈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이렇게 의존하면서 한 사회를 이뤄나가는구나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가족과 연을 끊고 이 고립된 곳으로 들어와, 구매남자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위해를 받을 때 피붙이처럼 뒤를 봐주고 걱정해준다고 믿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매매 산업 안에서 이득을 얻을 때는 여성들의 뒤를 봐주던 사람들은 재개발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성매매 여성들을 과감히 버린다. ‘삼촌’들은 이제 재개발위원회 일원이 되어 여성들을 내쫓는 일을 맡아 한다. 성매매를 하는 증거를 잡기 위해 CCTV를 설치하면서 빨리 이곳을 나가라고 협박한다. 불법 공간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보상금은 줄 수 없다고 외려 큰 소리를 친다.

 

집결지 재개발은 빽도 돈도 없는 사람, 더욱이 자신을 드러낼 방도가 없는 사람을 벼랑으로 떠민다. 같은 성매매 집결지 공간 안에 있어도 이렇듯 여성들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 그녀들은 손에 쥔 것 없이 쫓기듯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집결지 폐쇄…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집결지의 그녀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 이룸

청량리 집결지에 있는 ‘그녀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몇 십 년을 살았던 곳인데 대체 어디를 갈수 있냐고 항변을 하고 망연자실한 처지를 한탄해보지만, 그녀들에게 대안은 없다.

 

치안과 안전을 위해서, 청소년의 교육을 위해서, 지역 경제의 부흥을 위해서 성매매 집결지는 없어져야 한다고 사람들은 쉽게들 말한다. 그들의 논리 속에 그녀들은 불결한 사람이 되고, 경제적 이득에 도움이 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녀들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가는지, 그 뒤의 삶은 또 어떠할지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의 몸 하나 자신의 손으로 건사하고 싶어 하는 그녀들이다. 일당을 벌어서 병원에 가고, 그 돈으로 밥을 먹고,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월세를 내면서 떳떳하게 삶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그녀들이다. 누군가는 꼭 성매매를 해서만 가능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런 것 아닐까? 왜/무엇이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성매매를 하도록 만드는가.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또 과연 얼마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가.

 

청량리 집결지 폐쇄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청량리588’ 재개발…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기사읽기 클릭)

활동이야기

2016년 7월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2016년 7월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7월 21일에는 낮 아웃리치를 나갔습니다.
재개발 측에서 ‘7월까지 정리하라’고 여성들에게 압박을 넣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여성들은 ‘버틸 때까지 버틴다’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제 재개발 측에 붙은 삼촌들이 여성들이 단속을 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협박한다고 합니다.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건 개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참 좋은 핑계가 됩니다.

낮의 청량리

7월 27일,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 밤에 청량리를 찾았습니다.

철거분위기가 물씬 나던 낮과는 다르게 저녁에는 꽤 많은 업소들이 성업중입니다.
낮과는 너무 다르게 건재해보여서 어리둥절할 정도입니다.
간간히 재개발에 대한 언니들의 볼멘 소리도 들립니다.
성황인걸 보니 몇달은 더 갈까 싶지만 또 하루아침에 싹다 없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보건소는 검진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여성건강관리소’는 여성건강에 대해 신경쓸 것 같지만 여성들에 대해 성병검진을 하는 곳입니다.
국가가 직접 집결지를, 여성을 관리하는 것이지요.
왜 손님들을 위한 남성건강관리소는 없는 걸까요? 검사받고 들어가야 하는것 아닐까요.

개발이 되면 중고가 될 가전들

업소들이 없어지면 에어컨은 중고로 헐값에 팔리겠지요.

활동이야기

5-6월 청량리/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번 아웃리치에서는 자원활동가 강유가람님과 함께 여름용 덧신양말에 이룸 스티커를 붙여서 가지고 갔습니다. 작년부터 여러 차례 아웃리치를 나가면서 이제는 얼굴이 익숙해지고 대화도 나눈 분들이 많은데, 보이던 얼굴이 안 보여서 물으면 일을 그만두셨거나 다른 지역으로 가신 분들이 계셔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해서요. 들고 남이 많은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그 언니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실까 가끔 궁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이번에도 몇몇 가게에서는 커피를 얻어 마시며 동네 소식도 듣고 언니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나가던 술 취한 외국인이 저희 길을 막고 방해를 할 땐 한 언니가 나와서 도와주시기도 하구요. 다음 달에는 트렌스젠더 언니들을 위한 특집 기사가 실린 별별신문을 가지고 갑니다. 기대해 주세요!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6월 7일 화요일 낮에 점점 철거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청량리로 아웃리치를 나갔습니다. 녹색병원의 윤정원 산부인과 과장님이 이번에도 함께 해 주셨어요. 유리방, 여인숙, 쪽방은 각각 철거에 대해 체감하는 정도가 조금 달라보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어찌 할 바가 없으니 계속 버틴다. 시간은 걸릴 거다.”라는 말씀들을 하셨어요. 곳곳에 철거될 공간이라는 노란 스티커를 붙이러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윤정원 쌤은 쪽방 언니들의 의료지원 요청 내용을 들으며 생각이 많아 보이셨어요. 특히 4-50대의 나이에 비해 치아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이유에는 햇빛을 많이 못보고, 영양이 부족한 것, 술과 담배의 상시복용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영양제 복용을 하시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다음에는 영양제를 들고 갈까봐요!!
(저희는 못보고 지나치는 부분들을 매의 눈으로 잡아내고 이야기해주신 윤정원 쌤~~ 완전 소중해요!!)

밤의 청량리는 여전히 북적북적했어요. 구매자들도 꽤 많이 봤고요. 문 닫혀있던 가게에 새로 들어오신 언니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예전에 알고지내다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언니들을 만나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이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살아갈지, 갈 곳은 마땅치 않은데 생색내기용 이사비만 받아서는 뭘 계획하기도 애매하다는 이야기들, 온몸이 아파서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난다는 분…   참말로 답답한 일입니다.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틈바구니로 들어가려면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까다로워서 쉽지가 않지만, 어찌저찌 같이 머리 싸매보자, 남은 긴 이야기들은 사무실 놀러오셔서 같이 밥 먹으며 나누자는 약속을 하곤 아웃리치를 마쳤어요.
활동가들은 이러저러 복잡한 마음에 쉽게 청량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뭐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도를 해봐야할텐데요. 가슴에 돌덩이가 묵직하네요.

활동이야기

4월 아웃리치 후기

 

4월 21일 이태원 아웃리치_완두

밤에도 기온이 많이 올라서 아웃리치 하기에 좋은 날이었습니다. 4월 아웃리치는 언니들의 필수품, 팬티스타킹과 상담소에서 지원 가능한 내용과 방법이 적힌 미니리플렛을 가지고 언니들을 만났습니다. 보통 가게가 오픈을 안했거나 안에 손(님)이 있는 경우에는 문이 잠겨있는데요, 오늘따라 닫혀있는 곳이 많아 언니들 얼굴을 많이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를 통해 만남이 쌓이고 얼굴이 익숙해지면서 요즘 이태원에 계신 언니들이 상담으로 연결되는 기회가 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며… 5월에 다시 만나욧!
4월 27일 청량리 아웃리치_고진달래

 

떠나는 자, 남는 자                                                 
10년전에도 그랬다.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가 곧 없어진다고,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이 곳은 철거가 될거라 그랬다.
그러나 청량리 집결지는 관광객으로, 취객으로, 젊은 남자들로,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누군가로 여전히 북적댔고,
떠났던 여성들은 다시 돌아왔고, 새로운 여성들이 들어와 있었고……
변함이 없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만나는 여성들이 올해  재개발은 진짜라고 할 때도 설마 설마 했다.
건물주, 업주들이 쉽사리 협상을 하겠냐고 버틸 때까지 최대한 버티면서 장사를 하겠지 생각했다.
사뭇 다른 청량리 집결지
 
그러나, 이번 아웃리치 현장의 분위기는 살벌하고 음산했다.
한 집 건너 한 집 붉은색 라카로 그려진 X자 사이로 틈틈히 구매자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여성들은 영업 준비로 한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여성은 벌써 다른 집결지로 옮겨갔다고 한다.
어떤 여성은 최대한 청량리에 있을수 있을 때까지 있겠다 한다.
어떤 여성은 20년 살아온 이 터전을 어떻게 떠나나 한숨을 쉬고 있었고,
단 돈 몇 푼이나 될지 모르는 보상금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동동거리기도 했다.
청량리 집결지가 없어지면
여성들은 어딘가로 뿔뿔히 흩어지겠지.
오랜 시간 이 곳에 터를 잡았던 쪽방 여성들은
익숙한 풍경과 지리, 매일 매일 안부를 묻던 사람들을 두고 떠나려면 얼마나 허전하고 불안할까.
떠나는 자나 남는 자나 서럽긴 마찬가지다
누가 청량리집결지가 있었던 이 장소, 그녀들을 기억해줄까.
*4월 아웃리치에는 이룸 후원회원이자 녹색병원 산부인과장 윤정원님이 동행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별별신문 등에 건강관련 기고글로 함께 해주실 예정이에요. 감사합니다!
4월 28일 신림 아웃리치_별
두 번째 신림. 이날은 지난번보다 조금 늦게 버스오픈 전 회의 때부터 결합을 했다.
지난 신림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이룸에서 준비해간 것은 타로 상담과 성매매 관련 교육 자료.천막 테이블에서 지난번과는 또 다른 얼굴들과 함께 성매매 이야기를 했다. “성은 왜 주로 남성이 구매할까?” 와 같은 질문들.
아직 성 전반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나가고 있을 청소년들과 성매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역시 어렵게 느껴졌다. 반대로 이미 일상에서 가깝게 경험하고 있을 조건, 보도, 룸… 과 같은 일들에 대해 해석하고, 그런 상황에 놓인 자신 혹은 친구들과 연대할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이 번져갔지만 무척 어려웠다! 한번으론 되지 않는 것 같고 이루머들 역시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일단 이룸에서는 신림 아웃리치를 접고, 이후 구매자 사업 등과의 연계를 꾀할 수 있을때 다시 시작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때론 거친 말들을 툭툭 내뱉으면서도 우리의 논리를 따라와 응대해주었던 버스의 방문자들이여, 고마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EXIT 버스 활동가들과의 만남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것들을 얻어갑니다. 꼭 다시 만나요!

 

활동이야기

2016년 3월 아웃리치 후기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번 아웃리치에서는 미리 준비한 설문지와 별별신문을 들고 가게마다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도 다큐 감독인 강유가람님이 자원활동 해주셨어요. 설문지의 목적은 트랜스젠더 언니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어떤 정보와 지원을 원하시는지,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최대한을 다 적어놓고 언니들이 선택하실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들의 기대 외로 언니들이 열심히 체크해 주시고 많은 욕구들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의료지원과 심리상담 욕구가 많았고 주거지원을 원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언니들이 원하는 모든 지원을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진 않지만, 클럽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종사자들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청량리 아웃리치 

 

   다시, 돌아오다                                                  

 

2년 네팔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어떻게하면 네팔에서 배운 삶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살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네팔은 실제 내 삶의 방향을 전환시켜주었다. 그 바뀐 생활원칙과 우선순위를 지켜가면서 그 바쁜 한국에서 살아갈수 있을까, 나 자신을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내가 돌아갈 조직은 원칙과 방향을 지키면서 활동가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였기에 이룸으로 복귀는 나에게 당연한 선택이였다.

 

그리고 청량리 집결지에 돌아가고 싶었다. 가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처음 이룸을 그만두고 8년이 지나서도 난 그곳에 있는 여성들을 만나고 싶었다. 대체 청량리 집결지, 그 공간은 내게 어떤 의미이길래  이 마음은 이리도 절발했는지는 여전히 잘은 모르겠다.

 

10년 전,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가 그 곳 여성들을 만난다는 목표 하나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일이였다. 아웃리치를 하다보면 누군가 뒤쫓아오며 욕을 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그 욕들이 나를 쫄게 하지는 못했다. 배짱 두둑했다. 창문 하나 사이로 여성들과 눈짓 할수 있다거나 서로 짧게나마 안부를 물을 수있거나, 전화 번호 하나 딸수 있게 되면 그녀들앞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것이 그리 짜릿할 수가 없었다. 실제 우린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삶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위로가 되기도 했다. 울기도 했고 웃기도 함께 했다. 위안을 주고 받기도 했지만 때론 토라지기도 했고 서운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이 들었다. 차곡차곡….

 

그런 공간과 그 곳에 있는 여성들과의 이별을 하고, 나는 한동안 성매매 현장을 떠나 있었다. 다른 업을 갖기도 했고, 네팔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하면서 멀어져있었다.

낯설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청량리 집결지 그곳에, 그녀들은 여전히 있었다

 

다시 난 포장된 물품과 별별신문이 담긴 가방을 어깨에 매고 긴장감 가득하니 길을 나섰다. 많이 변했을까, 아는 그녀들은 있을까, 우린 서로를 알아볼까, 날 모른 척하면 어떡할까..

여전히 여성들은 유리방 안에 있었다. 여전히 여성들은 쪽방에 있었다.

변함이 있는듯 보이지만, 여전히 그녀들이 서 있는 집결지는 슬프고 처연했다.

 

8년만에 다시 들어간 청량리 집결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첫눈에 알아봤다.

‘저 여기 다시 들어왔어요, 새롭게 살고 싶었는데 다시 들어왔어요’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그녀가 있었고, 거친 욕으로 구수함을 전하던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고,  딸을 양육하기 위해 이곳저곳 전전하던 그녀는, 벌써 딸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날수 있는 인연인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만난 공간이 왜 다시 청량리여야했는지 처연함이 몰려와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쓸쓸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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