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 후기

  하늘도 보기에 언짢았던 모양이여요. 비가 지나간 후 우중충 했던 10월10일 토요일 저녁 6시. 시청역 대한문 앞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에 이루머들과 함께 다녀왔어요.

 
  지난 8월 여가부가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현 양성평등기본조례)’의 성소수자 인권 보호 조항이 '양성평등기본법' 취지에 맞지 않다며(읭?) 삭제를 요청했었더랬죠. 이에 대전시는 늬예늬예… 해당 조항을 삭제(!) 따박따박 세금 내고 살고 있는 대전 시민의 반을 하루아침에 지워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어요. 이에 대전에선 ‘성소수자 배제하는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 개악저지 운동본부’가, 서울에선 ‘이룸’을 포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애여성공감, 한국여성의전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여성·성소수자 단체들로 구성된 '성평등 바로잡기 대응회의‘가 꾸려져 대응해 왔어요. 허나 그 후로도 여가부는 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여가부 국정감사에 출석 예정이었던 참고인들에게 출석 거부 통보를 하는 등 여성가족부가 앞장서서 여성을 지우고, 배제하고, 거부하며 손사래를 치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으니. 오호, 통재라… 
 
  그래서! 모였어요. 또 모였습니다. 자꾸 모이게 하네, 정들게… 쨋든, 차별은 이렇게 하는 거라며=_= 낯 뜨거운 역사의 선두에 선 여가부에게 정신 차리라고! 느그가 줬다 뺏은 2번 여기 이렇게 살고 있다고! 어디 이렇게 시끄러운데 계속 안 들린다고 해보라고! 버럭 했죠. 버럭만 했게요? 이 날은 특히 사는 지역·나이·외모만큼이나 다양한 여성 성소수자 여섯 분의 1과 2사이를 넘나드는 발칙하고 아련한 삶의 이야기로 궐기대회가 한껏 무르익었다는 후문:) 여가부, 국립국어원 듣고 있나?(최근, 국립국어원이 신어 수집에서 특정성을 폄하하는 단어나, '낮져밤이‘는 신어로 등재하고('낮이밤져는 탈락했다고…) ‘성소수자’,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는 탈락됐다고 해요;;;) 그뿐이게요. 게이합창단 지보이스, 비혼여성코러스 아는언니들, 요즘 대세래요. 우주최강댄스28의 무대도 전투력 상승에 크게 한 몫 했지요.
 
  음… 모든 발언이 다 주옥같았지만 전, 민주노총에서 가족수당 지급에 있어 성소수자 가족을 인정하면서 혼인신고 하지 않은 이성애 커플이 가족수당을 받게 됐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지금 여기 모인 이유를 되새겨준 것 같았거든요.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으면 그건 다른 누군가의 삶에도 불가능이 있다는 어떤 외국 어린이의 말도 떠올랐어요. 정부기관 및 공직자의 판단과 결정에 더 큰 책임을 요하는 것은 이 때문이겠죠. 
 
  아직 우린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로 더 많이 모이지만(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여성성소수자 이슈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구체적인 사람으로, 경험으로 눈에 띄게 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안에서만 이야기 된다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에 선언문을 함께 사이좋게 나눠 읽는 모습은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서로가 여기 있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뭉클했어요.
 
 100년이 훨씬 지나 대한민국에서 다시 소환된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라는 외침. “여성은 누구인가?”, “성차별은 무엇인가?”, “성평등은 무엇인가?”라는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돌아온 이 물음에 각자 답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성소수자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으니까요.
*여성성소수자 궐기 선언*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이란 오직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없애는 것이라며, 양성평등 정책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전시는 여성가족부의 지시에 따라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의 성소수자 인권 보호 조항을 삭제 ‧ 개정하였다.
 
여성가족부는 대한민국에서는 처음으로, 이미 제정된 성소수자 인권 규범을 사라지게 한 주범으로서 역사에 남았다. 성차별 및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할 남성과 여성이 따로 있다고 말하는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을 차별과 배제의 근거로 사용하는 이 한심한 여성가족부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우리는 성별 규범에 맞추어 살도록 강요받고, 그렇지 못할 때 비난받아왔다. 머리를 길러라, 예쁘게 미소를 지어라, 여자로 생각하고 말하라, 남성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라…. 우리는 다양한 여성 중의 하나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성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성평등에 기여하는 것임을 확인한다.
 
2. 성별 임금 격차, 여성차별적 노동 환경,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은 성소수자를 비껴가지 않는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러한 차별과 폭력이 증폭된다. 우리는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워야만 온전한 우리의 인권을 쟁취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3. 트랜스젠더는 주민등록번호, 남녀화장실, 병역 등 일상적인 성 구별 체계 속에서 고통받는다. 진짜 여성임을 증명하라고 요구받으며, 당장 몸을 깎아내고 훼손할 것을 명령받는다. 건강을 담보로 비전문적인, 높은 비용의 의료조치에 몸을 맡기라고 주문한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결정을 편견없이 인정하는 사회를 원한다. 여성의 몸과 표현은 다양하며, 누가 봐도 ‘여자처럼’ 하나의 여성이 되기를 강요할 수 없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4.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여성 등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들은 ‘남자 맛을 못봐서’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애자 남성들은 남자 맛을 못봐서 여성을 사랑하는가? 이성애를 교정할 수 없듯이 우리의 섹스와 사랑을 교정할 수 없다. 우리의 섹스를 이성 간의 섹스에 비해 더 더럽거나 덜 열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동의에 의한 섹스를 성폭력이라거나 비도덕적 행동으로 폄하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성과 친밀성으로 가족을 이룰 수도 있다. 우리는 레즈비언이고, 우리는 바이섹슈얼이다.
 
5. 아동과 청소년은 여자답지 않거나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학교와 가정 등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긍정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성교육과 인권교육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6. 우리는 다양한 여성 중의 하나로서, 우리의 다양성은 사회적 자산이다. 우리는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하는 시민이며 가족과 공동체를 돌보는 사회의 일원이다. 우리의 인권은 일개 부처가 자의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헌법적 권리이고 모든 성평등, 차별금지, 인권 규범에서 중요한 가치로 다뤄져야 한다.
 
7. 우리는 여성성소수자이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인권을 보장할 책무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을 낙인찍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도록 부추기는 성차별적 의식과 제도들에 맞설 것이다. 성차별에 맞서는 모든 행동들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동과 한 편이 될 수 없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성평등이라 부를 수 없다. 성소수자의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
 
우리는 질문한다. 여성가족부가 말하는 여성은 누구인가? 성차별은 무엇인가? 성평등은 무엇인가? 
나는, 우리는 여성이 아니란 말인가?

 

2015년 10월 10일 
여성가족부의 성소수자 차별에 분노하는 여성․성소수자․인권단체 및 참여자 일동

활동이야기

[성명서]성평등에서 성소수자 배제한 여성가족부 규탄 성명

개인/단체 연명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1EwwJ1NzwLO7a1DfUQEKWcpxT_jO-C4O5iTlUY55qK84/viewform

연락/문의 : SOGI법정책연구회 나영정, 정현희 (sogilp.ks@gmail.com, 0505.300.0517)

규탄 기자회견

8월 13일 (목) 오전 10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여성가족부) 앞

주최 :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명] 성평등 정책의 정신을 왜곡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한 여성가족부는 주무부처의 책임과 자격을 스스로 훼손하였다. 여성가족부의 대전광역시 성평등조례 개정 요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여성가족부는 8월 4일 대전광역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서 양성평등기본법이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광역시가 성평등기본조례를 제정하면서 성평등정책의 주요 사항에 가. 성차별 예방 및 개선, 나. 성폭력 근절 및 안전 확보, 다. 성소수자(“성소수자”란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과 관련된 소수자를 말한다) 보호 및 지원, 라. 평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족생활 지원, 마. 그 밖에 성평등정책 추진을 위한 사업을 명시하였다.



이에 대해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가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하자 여성가족부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법”으로,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을 포함하거나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전광역시의 성평등기본조례는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취지를 벗어낫다는 입장을 밝히고 개정을 요청”하였다.



대전광역시는 성평등조례를 제정한 이후에 반성소수자 단체와 보수 개신교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자 7월 23일 브리핑을 통해서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 취지는 성 소수자도 한 명의 국민으로서 인권을 보호하자는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조례를 제정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성소수자 용어가 논란이 된다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에 대한 보호 미치 지원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여성가족부의 입장은 여성정책이 추구하고 목표로 삼아야 할 성차별 해소와 성평등 추진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고 왜곡했다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여성가족부가 주장하는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는 여성정책이 그동안 변화, 발전해왔던 역사와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1995년도에 만들어진 여성발전기본법이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한 남녀평등의 촉진, 모성의 보호, 성차별적 의식의 해소 및 여성의 능력 개발을 통하여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남녀가 공동으로 참여하며 책임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함을 그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하면서 여성정책의 출발을 알렸다면 2014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부개정하면서 “개인의 존업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는 것으로 변화 하였다. 여성정책의 방향이 가정과 국가를 위해서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성차별을 해소하여 평등을 추구하고 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것으로 목표를 변화시킨 것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정책의 목표와 방향은 모든 국민이 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성불평등을 해소하여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적지향이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성별정체성이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사회적 배제와 폭력을 경험하는 성소수자는 이러한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는 여성가족부의 주장이 어떻게 정당할 수 있는가. 성에 기반한 차별이 성소수자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인가? 성에 기반한 차별해소와 평등을 추진하는 정책에서 성소수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인가?



여성가족부의 이러한 잘못된 입장은 양성평등기본법 제정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4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될 당시에 이미 서울시를 비롯한 66개 지방자치단체 들은 성평등 조례를 제정해서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성정책의 방향이 이미 성평등으로 오랜시간 자리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이 개정되면 성소수자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서 안된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이 국회논의에서 벌어졌고, 정부가 양성평등기본법 명칭을 주장함으로써 결국 그러한 논란에 편승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전광역시가 성평등조례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 조항이 정당하고, 모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이유는 양성평등기본법과 성평등조례의 정신에 따라서 성소수자 또한 성에 기반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다른 이들과 동등한 주민으로서 이 법과 조례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어떻게 모법의 취지를 거스르거나, 정책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할 수 있는가. 이는 법과 조례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누군가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법의 취직을 거스르는 등의 상위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여성가족부의 주장은 양성평등기본법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면서, 정책의 대상에서 유독 성소수자만을 배제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니다. 성차별은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의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서 일어난다. 이것을 부정하고, 여성정책 혹은 양성평등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다. 여성가족부는 이미 한부모여성, 이주여성, 장애여성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범위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성차별을 외면하고, 성평등 정책에 대상에서 성소수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법과 조례의 정신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를 정책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번 사안에서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대전광역시에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한국교회동성애반대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반성소수자 단체와 보수 개신교계이다. 이들은 단지 성평등 정책에서만 성소수자를 배제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모든 정책을 대상으로 반성소수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가족부가 자신의 업무에는 성소수자 관련된 것이 없다고 답변하고 민원으로부터 모면하려는 것은 공적인 책임을 망각하고 저버리는 것이다.



성소수자는 성차별을 겪고 있다.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성차별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기존의 여성정책에 성소수자 여성의 경험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성소수자가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주무부처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여성가족부가 대전광역시에 성평등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성차별적 행위이며 성소수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차별적으로 대우하라는 지시이기 때문에 평등권을 침해한다. 당장 개정요구를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15. 8.

논평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