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룸 정기 회원총회 후기

2018년 2월 23일 이룸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서울 NPO지원 센터에서 회원분들과 함께 2017년도의 예결산과 사업을 돌아보고 2018년도 계획을 나누었지요. 또한 지난 한해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게 감사장도 전달하였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 장원아 선생님, 녹색병원 정원 선생님, 초이스치과 최병철 원장님, 강유가람 감독님, 홈페이지 개편에 힘을 써준 부깽님 모두모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총회에서는 여러 회원 분들이 활동가들의 소진을 걱정해주셨고, 장기 사업 계획도 2-3년 안에 진행하기에 너무 무리가 되지 않을지 우려해주시기도 하셨어요. 더불어 후원금 조직을 통하여 재정을 어떻게 탄탄하게 꾸릴지 의견도 적극 주셨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밑거름 삼아 활동하면서 소식 계속 전하겠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쳥량리 쪽방 언니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 불량언니 작업장 물품인 수세미 판매 부스도 열었고, 참여 회원님들의 열화과 같은 성원으로 ‘완판’되었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끝으로 참석해주신 이룸의 든든한 회원여러분, 위임장을 보내주시며 계속 활동에 큰 힘을 주고 있는 모든 회원분들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총회 뒤풀이 자리에서 이룸 총회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해주신 승짱님께 후기를 부탁드렸는데요, 생생하고 정성스럽게 글을 보내주셨어요. 함께 공유합니다! “승짱님, 이룸에 보내주시는 정성과 애정에 늘 깊이 감사드려요!”

 

 

 

2018년 이룸 총회를 다녀와서

– 승짱(이룸 회원)

 

한파가 물러간 2018년 2월 22일, 일과를 끝내고 총총걸음으로 간 곳은 이룸 정기총회! 총회 장소인 서울시NPO지원센터에 들어서자 입구에 계시던 이룸 활동가 기용님, 차차님, 회원 예지님이 활짝 웃으며 반가이 맞이해주셨다. 참가자 명부에 이름을 쓰고 이룸에서 미리 준비해둔 피켓을 들고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성접대 카르텔 성구매 공화국 망해라”, “집결지를 만들어선 재개발로 없애는 국가에 침을 뱉으리”, “청량리 반상회 불량언니 작업장 사랑해요!”. 용감하고 알맹이가 꽉 찬 피켓 문구였다.

 

회장 뒤편에는 형형색색의 예쁜 수제 수세미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이것들이 이룸의 반상회 ‘불량언니 작업장’에서 언니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직접 뜬 것이라고 활동가 유나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작품 판매 수익은 언니들에게 직접 돌아가는데, 나는 ‘내 맘대로’란 작품 제목이 붙은 딸기 모양 수세미를 냉큼 집어 들었다. 디자인이 맘에 들기도 했지만, 작업하신 언니가 손뜨개 작업 때 “도안은 됐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고 하시며 화통하신 분이란 점도 좋고 식당일부터 야채 판매까지 안 해 본일 없는 거친 손을 갖고 계시다는 점도 존경스럽다. 당분간 수세미로 안 쓰고 방에 걸어놓고 쳐다볼 때마다 나의 게으름과 소심함을 날려버릴 힘을 받으려고 한다.

 

또 한켠에는 검보(콩스튜), 칠리 세이탄(콩고기), 쿠스쿠스(중동식 파스타) 등 생소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전부 난생 처음 먹어보는 것들뿐인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음식에 뺏긴 마음을 다잡으며 이룸의 활동가 별님, 이름이나 별칭은 알지만 한 번도 만날 기회가 없다가 드디어 만나게 된 회원과 인사를 나눴다.

 

금세 총회 개최시간이 다가오고 활동가 달래님이 활기찬 사회로 이룸의 활동가들을 한 분 한 분 재미있게 소개했다. 이룸의 활동가님들은 모두 여성운동의 소중한 보물이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각자 서로 다른 매력이 넘쳐서 끌린다. 총회에 참가한 회원들도 이룸과 만나게 된 계기 등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매달 오는 이룸 소식지 후원보고란에서 봐서 낯익은 이름들의 주인공을 만나서 반가웠다. 올해 이룸의 활동을 위해 함께 애써준 회원들에게 감사장과 선물 수상식이 있었는데 수상한 회원들은 강유가람·부깽·윤정원·장연아·최병철님이셨다. 강유가람님은 이태원 아웃리치를 이룸과 함께 무려 3년간 꾸준히 해왔고, 부깽님은 온라인 기술 기반을, 윤정원님은 지역연대를 구현했고, 장원아님은 기록화 연구를 지원했고, 최병철님은 이룸 내담자의 치아를 치료해주셨다고 한다. 다 같이 큰 박수를 치면서 축하했다.

 

그 다음에 총회 참가자들은 성판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외치는 가사를 담은 노래 ‘비범죄가’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면서 씩씩하고 명랑하게 노래를 불렀다. 활동가님들이 코믹하게 율동을 추며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벌써 제작한 지 3년이 되었다는데 내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현장에 있는 언니들의 외침과 뜻 깊은 메시지를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전하려는 활동가님들의 노력이 가슴이 와 닿아 찡했다.

 

그 다음에는 2017년 회계보고와 사업보고가 있었다. 이룸은 상담 지원활동으로 청량지 집결지 여성 치료회복 지원, 청량리와 이태원에서 아웃리치, 성매매 종사 여성과 상담소간 소통과 정보교류를 위한 별별신문 발행 등의 활동을 했고, 정책 및 현안 활동으로 작년 3월 철거가 시작된 청량리의 재개발 과정에서 내몰린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는 재개발 대응 활동을 했다. 청량리 집결지의 역사, 집결지에서 일한 여성들과 이룸이 함께 했던 지난 십여년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관한 논의도 2017년에 이미 시작했다고 한다.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자들도 함께 하고 있어서 앞으로 나올 결과물들이 더욱 기대된다.

 

대표적인 홍보 활동으로는 지난 해 연말에 열린 다큐영화 <이태원> 상영회가 소개됐다. <이태원>은 올해 강유가람 감독의 작품으로, 상영회는 강유가람 감독님의 제안으로 이뤄졌는데 이룸도 알리고, 또 이태원에 주둔한 미군의 역사와 얽혀 있는 중장년 성매매 여성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상영회에서 영화를 관람했는데 꽉 찬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서 이룸의 활동가들이 힘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서 뿌듯함을 느꼈다. (단지 영화 관람만으로 힘을 줄 수 있다니 횡재한 기분이다!) 또 대학에서 벌인 오프라인 캠페인, 유흥에 여성을 필요로 하는 남성문화를 비판하는 온라인 홍보 활동 ‘참유흥을 찾아서’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이룸의 연대활동으로는 유명연예인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 낙태죄 폐지 운동 등에 연대한 활동, 성형대출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사례를 보도하는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활동 등이 보고됐다. 이밖에도 2018년도 사업계획, 이룸이 공모에 도전하는 사업, 연구활동, 장기계획 등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2017년 정기총회에 참석하니, 얼마나 치열하게 이룸이 여성주의 활동을 꾸려왔는지 생생하고도 한눈에 쉽게 알 수 있었고, 따뜻한 환대와 화기애애한 연대의 마음이 오가는 분위기 속에서 무척 기쁘고 즐거웠다. 맥주 한 잔 하는 뒷풀이가 끝나고 나오자 눈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으로 눈부신 밤하늘을 쳐다보며 정답게 잘 가라는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던 시간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귀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이번 총회 피켓 문구처럼 머지않아 성접대 카르텔 성구매 공화국을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이룸의 활동에 더욱 힘을 보태고, 매해 열리는 이룸의 총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겠노라 굳게 다짐해본다. 여유가 생기면 이토록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또 한결같은 마음으로 성실하게 하고 계신 이룸의 활동가들과 멋진 언니들에게 여전히 충분치 못한 복지부분을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가오는 3월 4일 3·8성의 날 행사 때 언니들의 작업장에서 나오는 작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기를, 또 이룸과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올해를 보내기를 바란다.

불량언니 작업장

[그 회원이 알고싶다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결하는 자 ‘승짱’을 만나다_승짱

[회원 인터뷰 사업_그 회원이 알고싶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결하는 자, '승짱'을 만나다
 
인터뷰이_승짱
터뷰어_달래

 

내가 만난 성판매 여성들 중엔 술과 담배 중독은 물론이고 우울증 약과 신경안정제 약을 달고 사는 여성들이 꽤 있다. 어떤 분은 약물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본드 중독으로 정신을 놓는 여성들도 있다. 약물에 대한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대처를 하고 어떤 정보를 여성들에게 줘야하는지 몰라 무력해질 때도 있고,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자책감으로 한동안 다운된 기분에서 헤어 나오질 못할 때도 있다.
 

일본 약물 의존 여성 당사자 모임 대표 가미오카 하루에 강의가 있다는 소식에 달려간 자리에서 승짱을 만났다. 그녀가 얼마 전 우에노 치즈코의 ‘여자들의 사상’ 책을 번역하여 출판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다시 일본과 한국의 여성들을 연결하는 통역자로 마주하게 되었다.
 

가미오카 하루에와 최고의 호흡으로, 승짱의 통역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깔끔했다. 단순히 언어를 바꾸어서 전달하는게 아니라, 강연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을 듣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전달하였고 강연자는 그런 통역자를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다르크(Darc, 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약물의존재활센터) 여성 하우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 가미오카 하루에 대표의 강의와 승짱의 통역 모습

 
외국어를 능숙능란하게 잘하는 이에게 요상한 질투심과 매력을 느끼는 나는 승짱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어떻게 일본어를 하게 되었을까부터 그녀는 왜 여성주의자들의 모임들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대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에 관심 갖고 있는 사람일까, 호기심이 일면서 회원 인터뷰 첫 대상자가 되었다.

 

: 이룸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

승: 이룸이 성매매 여성들 주민번호 사건* 관련하여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달: 승짱의 요즘 관심은 무엇인가?

승: 가미오카 강연 후 책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고 관련 책들이 좋아서 번역 기획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기획하고 출판사에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을 준비 중에 있다. 가미오카 강의 온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하셔서 번역되면 좋겠다.

달: 승짱이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승: 제가 번역한 책이 두개 밖에 없긴 한데..그 전에 골랐던 것들 중엔 안 된 것도 있다. 일본 여성 임금격차 시정 관련한 책이였는데 한국에서 이 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출판되지는 않았다. 보통 여성 관련한 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녀는 무엇을 엮어내고 있는 것일까?
 
일본 유학시절 우연찮게 우에노 치즈코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주의에 한 걸음 다가간 승짱은 약물 의존자 하우스에서 살게 되면서 여성들의 약물중독 상태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만난 가미오카 하루에와 우에노 치즈코와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고, 한국의 많은 여성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사상과 활동을 전달하고 있다.
 

승: 가미오카씨는 제가 일본에 있을 때부터 한국 약물 의존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어했다. 한국에서는 약물 의존자 당사자 운동이 별로 없었고 가미오카씨는 한국의 약물 의존자 여성들과 함께 일을 꼭 하고 싶어했다. 중간에 그 역할을 제가 해주길 바랬다.

달: 어떤 의미에서 도움이 되나?

승: ‘이번에 한국에 가면 같은 약물 의존자들을 만날수 있대 오늘부터 잘 자고 잘 일어나야지’이런 일상생활의 목표가 생기고 곧 한국 친구도 생긴다는 기대도 갖게 된다. 약물 의존자 당사자 모임의 컨셉이 남을 도움으로써 자기도 회복된다인데 그런 게 너무 좋았다.

달: 왜 여성문제에 관심을 두는가?

승: 여자들의 어떤 관계, 여자들의 연결, 여자들의 삶, 이런거가 없었다면 사는 게 힘들었거다. 일본 유학 중에 우연하게 우에노 치즈코 수업을 듣게 되었고 약간 운명 같은 느낌이다. 고비고비마다 손을 잡아주고 길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게 다 여성주의자들이고 요즘도 그게 신기하다. 여성들의 삶이 힘들 때 정신적으로 기대고 서로서로 밥 한끼 같이 먹고 그런 친구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달: 승짱에게 번역과 통역의 의미는 무엇인가?

승: 통역을 하는 의미는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찾아주고 싶고 만나게 해주고 비슷한 사람들을 엮고 싶고 그런 게 되게 좋았다. 그 전에는 가미오카 씨도 혼자 알고 혼자 이야기를 듣고 했는데 일단 알리니까 사람들도 붙고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 느낌도 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지만 돈 벌 기회도 얻고 좋다.
 

강연에서 만난 승짱은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였는데 인터뷰 내내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사소한 것임을 강조하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였다. 사람들을 귀하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승짱과의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달: 마지막으로 승짱이 연결하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승: 확실히 있는데 지금 후쿠시마쪽에 많은 여성들이 반핵운동을 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고 급성백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 이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는데 그 분들의 활동을 알리고 싶다. 일본도 우리 민주화 운동도 그렇고 우리 여성 운동을 보면서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날아라 승짱!

그녀는 이룸에게도 큰 선물을 주었다.
우에노 치즈코와의 만남을 성사시켜준 것이다. 한국에 있는 반성매매 인권행동 「이룸」과 일본 여성주의 사상가를 연결시켜 준 것이다. 우리들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린 분명 이 과정 자체가 흥분된 연결임을 직감할수 있다. 어쩜 승짱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할 때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효과를 짜릿하게 지켜보고 있는게 아닐까
 

*청량리 집결지 현장지원사업을 하고 있던 이룸은, 2008년 여성가족부의 지원 대상자 주민등록번호 제출 요구에 불응하면서 현장지원사업을 반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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