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룸의 시대한탄③] ‘리얼돌’, ‘힐링돌’, 섹스돌’

[2019 이룸의 시대한탄③] ‘리얼돌’, ‘힐링돌’, 섹스돌’

음.. ‘리얼돌’.. 판매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인이 20만명을 돌파해 청와대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합니다. 언론에서는 ‘개인의 자유’ vs ‘존엄성훼손’ 운운하는 이분법 프레임을 반복하고 있네요. 판매처에서는 이 물건을 ‘힐링돌’이라 부르기도 한다죠? 몇 년 전 해외토픽 수준으로 논란이 되었을 때, 이 물건은 ‘섹스돌’로 칭해지기도 했습니다.
‘여성’의 특정한 신체적 이미지가 성적 대상으로만 박제되고 이와 같은 인종화가 ‘남성’의 자유와 힐링, 자위를 위한 상품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남성자위용 기구인 이 물건의 수입이 금지되어 있었던 이유는 이 물건의 ‘음란성’ 때문이었습니다. ‘리얼돌 산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 산업이 여성을 ‘음란’하게 재현해서가 아닙니다. 남성의 자위 대상으로 특정한 여성의 신체적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성차별적 사고를 반영할 뿐 아니라, 남성의 ‘성욕’을 위해 여성의 성적대상화는 당연하다는 반인권적 통념을 정상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하에 리얼돌 수입을 허가했습니다. 소위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 어떤 ‘개인’들은 여성을 성적으로 물화하고 자위대상으로 보고 있나봐요. 구입하는 사람이 없으면 상품은 그 상품성이 사라지겠죠? 어떤 ‘개인’들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 상상을 넘어 이렇게까지 보장되어 마땅한 상식처럼 다뤄지는 현실이 생경하네요. 게다가 섹스는 역사상 단 한번도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 공적이고 사회적이며 정치적으로 구성되어 온 섹스를 매 번 이렇게 ‘남성’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인 양 (성적 권리의 보장이 아닌, 성적 폭력에 대한 회피가 필요할 때는 ‘여성’ ‘개인’의 ‘선택’인 양) 후려치네요.
대법원이 한국 사회의 특정한 성별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 이렇게 확인시켜 주니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물건의 수입과 유통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과 동시에 ‘사지 마세요’. 상품은, 돈이 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잃습니다. 성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이 물건을 불매하세요. 개개인을 성별로 후려치는 일반화에 반기를 듭시다. 누군가 샀다면 낙후시킵시다.
누군가 성범죄율 운운하며 이 물건이 필요하다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물건 옹호하지 말고 여성운동에 동참하라 말합시다.

  • 2017년, 유럽최초의 ‘섹스돌 성매매 업소’에 대한 이룸의 활동한꼭지를 덧붙입니다.
    “[활동한꼭지] 성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성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에게”
    https://e-loom.org/%ED%99%9C%EB%8F%99%ED%95%9C%EA%BC%AD%EC%A7%80-%EC%84%B1%EB%B2%94%EC%A3%84%EC%9C%A8%EC%9D%84-%EC%A4%84%EC%9D%B4%EA%B8%B0-%EC%9C%84%ED%95%B4-%EB%8D%94-%EB%A7%8E%EC%9D%80-%EC%84%B1%EC%82%B0%EC%97%85%EC%9D%B4-%ED%95%84%EC%9A%94%ED%95%98%EB%8B%A4%EB%8A%94-%EC%A3%BC%EC%9E%A5%EB%93%A4%EC%97%90%EA%B2%8C/
논평성명서

[활동한꼭지] 성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성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에게

성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성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에 하고 싶은 말

유나

유럽 최초의 ‘섹스돌 성매매 업소’가 등장했다. 기사에 따르면 신체적 특징이 다른 섹스돌에 원하는 의상복장을 요청할 수 있다. (2/28/2017, 박송이 기자, 인사이트 뉴스) 얼굴, 몸매, 성기까지 ‘완전한’형태를 갖춘 섹스로봇의 출시 역시 기사화되었다.(11/1/2016, 조현경 인턴, 조선닷컴) 여성의 하체부분만 본 뜬 상품이 판매되기도 한다.(기사에 따르면 리얼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체부분이다. 04/25/2016, 헤럴드경제)

 

어떤 이들은 이런 상품이 혹은 성매매업소가 굉장히 새로운 경향처럼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이미 인형을 통한 남성성욕배출업소는 한국에서 유행이 지나간 성산업 업태 중 하나다. 로봇 기술의 발달에 발맞춰 발전을 거듭하는 해당 ‘상품’들은 여성의 몸 형태는 기본이고 다양한 신체조건과 피부색을 고를 수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와 남성중심적사회의 콜라보레이션. 성차별의 체계를 타며 특정한 욕구를 고안하고 개발한 남성성욕배출상품들은 진부하고 무궁무진하다.

 

왜 여성의 몸을 본 뜬 상품들이 ‘섹스’를 위해 만들어지는 걸까? 남성들에게 ‘섹스’는 어떤 것이기에 이런 상품이 필요한 걸까? 인형과 섹스를 하기 위해 1시간에 14만원을 지불하는 남성들의 성욕은 어떻게 구성된 걸까? 남자들은 인간과의 섹스에서 뭘 못 하기에 인형과의 섹스를 돈을 주고 하는 걸까? 왜 남성들이 더 성욕배출인형을 많이 살까? 혹은 살 것이라 예상되는 걸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남성의 성욕이 참지 못할 정도로 흘러넘쳐서 범죄까지 저질러야 해소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폭력을 행사하는 배경에는 여성은 종속되어야 한다는 착각, 여성을 성적으로 굴복시키면 여성을 종속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이러한 착각과 믿음을 옳다고 추켜 세워주며 공고히 하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남성중심적인 사회, 여성의 목소리를 성적이중규범으로 옥죄고 들리지 않게 하는 이 사회의 성차별, 남성의 기준에 맞는 피해가 아니라면 ‘꽃뱀’, ‘예민해서 공동체 분위기를 저해하는 여자’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한 몫 한다.

 

그럼에도 남성을 구매자/소비자로 두는 다양한 성산업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마냥 한 목소리를 낸다. ‘성범죄율이 높다. 어딘가 남성 성욕의 배출구가 필요해’, ‘남성의 성욕을 풀도록 기술을 개발하자.’ ‘성욕을 인형이나 로봇을 통해 풀도록 하면 성범죄율이 감소할 거야.’
남성의 성욕만을 신성시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여성을 남성 성욕의 배출구로 대상화하는 남성성욕신화를 수많은 여성주의자들은 격파해왔고, 그 과정에서 여성 인권은 성장해왔다. 이렇게 여성인권이 성장하자 남성성욕배출상품(리얼돌/섹스돌 등)을 더 잘 팔리게 하려는 이들은 드디어 이러한 상품들이 성범죄율을 낮출 것이며 여성인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속지 말자. 아무 상관없다. 성범죄율을 감소하기 위해 섹스로봇, 섹스돌이 확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위에 언급했듯 성범죄의 원인을 남성의 참을 수 없는 성욕이라 헛다리 짚은 주장일 뿐이다. 성산업의 유지에 대해서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렇게 기이한 주장을 해왔는가?
성범죄율을 줄이고 싶다면 남성의 성욕신화, 성욕과 통제/지배욕의 해체를 고민하면 된다. 여성인권을 향상시키면 된다. 섹스돌, 섹스로봇 만드는 데 돈 쓰고 힘쓰지 말고 여성주의 운동을 하자.

 

한편 섹스돌, 섹스로봇에 대한 기사들에 따르면 한국은 이와 같은 상품의 수입이 관세법상 금지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찾아보니 한국 관세법 243조 제1호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반입을 금지하고 ‘풍속을 해치는’ 이라는 기준을 ‘음란함’에 둔다. 음란함이 뭐가 문제지? 풍속을 해쳐서. 풍속을 해치면 왜 안 되는데? … 인권과 폭력, 억압의 역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보수적인 성담론과 짝꿍인 이러한 용어들을 폐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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