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두꼭지] “MBC는 HIV/AIDS 공포 조장과 혐오 선동을 멈춰라! ‘에이즈감염 여중생 성매매’ 뉴스를 규탄한다.” 성명서를 읽고 피어오른 생각들

“MBC는 HIV/AIDS 공포 조장과 혐오 선동을 멈춰라! ‘에이즈감염 여중생 성매매’ 뉴스를 규탄한다.” 성명서를 읽고 피어오른 생각들_유나

조건만남을 통한 에이즈 감염 기사를 보고 이룸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키씽에이즈살롱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성명서(https://www.facebook.com/KissingAIDSSalon/posts/623272898062920)를 읽었다. 성명서의 전반적인 주장에 공감하면서 성매매상담소에서의 고민을 더하고 싶다. 성명서에는 알선자의 존재가 없다. 02년생이어서 피임기구를 쓸 생각을 못했다는 가족들의 한탄과 별개로 해당 사건에서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성매매라는 현장의 특수성이 강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애당초 성적 통제권을 화폐와 교환했다고 착각하는 (착각이지만 성매매과정에서는 이상하게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구매자이기에 여성이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해당 사건에는 알선자가 존재하며 알선자는 콘돔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홍보해왔다.

질병에 대한 정보제공이 제대로 되었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성매매 현장에서는 구매자와 알선자의 요구에 반하는 질병예방 조치가 불가능하다. 성명서에도 적었듯이 성매매과정에서 작동하는 권력관계, 성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관계는 성판매자가 자신의 앎대로 행동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니다. 어플을 통한 익명의 만남과 어플을 통해 화폐를 교환하는 성매매는 엄연히 다른 장이다. 실제로 채팅 어플은 성판매자들의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되기에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마찬가지로 성구매자로 인한 불법촬영 및 갈취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성구매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감수해야만 한다.

성매매의 위험성은 성적 보수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폭넓게 사고되어야 한다. 더하여 성매매는 성판매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적자기결정권을 정립할 수 있는 성교육의 부재를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꼽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국내 성산업에서의 HIV/에이즈 이슈는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 이룸도 별별신문에 창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토막 소식을 싣거나 검사방법을 알리는 정도에 그쳤다. 과거 막달레나의 집에서 관련된 책을 발간한 바 있지만 실제 상담하면서 활용한 일은 극히 드물었다. 성매매과정에서의 HIV/에이즈 이슈가 선정적으로 보도될 때면 성산업의 여성들은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공유한다. 하지만 딱히 방법은 없다. 이룸에서는 꼭 HIV/에이즈 때문만이 아니라 각종 성매개 질환, 임신 이슈 때문에 콘돔을 어떻게 하면 꼭 착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성매매과정에서 성판매자의 권리로서 피임기구 사용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말 가능한가?

활동이야기

​[성명서]성매매과정에서의 “에이즈”감염 사건보도에 대한 입장

성매매과정에서의 “에이즈”감염 사건보도에 대한 입장

10월 10일 조건만남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십대 여성의 뉴스가 보도되었다. 11일에는 십대 여성이 다니는 학교가 성매매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학교 감사에 들어간다는 내용, 에이즈를 감염시킨 구매자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내용 등이 알려졌다. 채팅앱이 에이즈 감염의 사각지대라는 기사제목까지 등장했다. 성매매과정에서는 HIV/에이즈 뿐 아니라 각종 성병이 성구매자에 의해 감염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매매과정에서의 성병감염에 대해 관심 없던 언론은 왜 유난히 에이즈 감염에만 이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나? 구매자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에 관심 갖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거나 성매매 과정에서의 성병 감염이 왜 만연한지 원인을 살피고 이에 대한 대안을 탐구하는 언론을 찾기는 힘들었다.

언론은 성매매 과정에서의 무수한 성병/임신에 대해선 조용하다 에이즈 감염에 대해서만 화들짝 놀라 단독취재 운운하며 기사화하고,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보다 강력한 통제와 관리만을 주장한다. 아마 여성이 십대가 아니었거나 알선책이 없었더라면 본 사건에 대한 기사 역시 근래 있었던 또 다른 에이즈 관련 기사처럼 여성을 비난하고 여성에게 책임을 물으며 여성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논조였을 것이다.

성매매 과정에서 성구매자로 인한 성병 감염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성매매 현장에서는 성구매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병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들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구매자들 대부분은 조건만남이라 불리는 성매매 현장에서는 더더욱 콘돔착용을 거부한다. 조건만남은 대체로 일대일 만남이고 안전장치가 없다. 이룸이 만난 십대 여성들은 대부분 피임기구를 사용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요구할 수 없는 분위기이거나 매번 거절당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몸을 보호할 장치 없이 진행되는 성매매에서 통제권은 성구매자가 쥔다. 보다 간편하게 통제권을 쥐기 위해 나이가 어리고 자원이 없는 여성들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이번 사건처럼 알선자가 있는 조건만남일 경우 알선자는 더 많은 성구매자를 모집하기 위해 더 많은 통제권을 구매자에게 제공할 것을 홍보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 역시 알선자는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다는 점을 구매자들에게 홍보하였다.

한국은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안전한 피임기구를 사용한 성적 행위가 보편적이지 않다. 여성주의적인 성교육이 전무하고 성별이중규범이 강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성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콘돔사용을 거부하고 피임도구 사용을 통한 성병예방 및 임신출산과정은 오롯이 여성 개인만의 책임으로 여겨진다. 성병 감염은 반여성주의적이고 성별이중규범에 기반을 둔 성교육과 피임 없는 성관계를 문제 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만연하다. 성매매 과정에서의 성병 감염은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피임의 통제권을 가질 수 없는 성매매의 권력관계차이 때문에 만연하다. 성매매과정에서의 성병감염의 책임을 개개인에게 물어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이 사건은 HIV/에이즈에 대한 혐오와 차별 뿐 아니라 성매매라는 현장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여 다뤄져야 한다. 성매매는 여러 권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며 아무리 여성주의적인 성교육을 받더라도 성판매자가 자신의 앎대로 성관계를 진행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성병감염과 물리적 정신적 폭력, 원치 않는 성관계와 임신을 감당해야 하는 성판매자의 현실이 에이즈에 대한 혐오적 선동을 위해 도구적으로 다뤄지는 것에 문제제기한다.채팅앱을 통한 십대 성매매는 인권의 사각지대이지 “에이즈 감염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이런 방식의 선동을 중단하라. 또한 학교가 피해 여성의 상황에 적절한 개입을 하지 못했다면 시정해 마땅하겠으나 십대 성매매의 경우 성구매의 대상이 되어도 ‘피해자’의 권리 없이 ‘대상자’로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이를 신고하지 않은 바를 문책하는 것을 넘어 과연 신고의무제 법안을 지금처럼 유지한 채 성매매 사실을 신고하는 일이 당사자를 위한 ‘보호조치’로 기능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당 사건과 언론보도로 인해 원치 않는 성병에 감염되고 한국사회의 온갖 혐오를 마주하고 겪어내고 있을 피해여성에게 위로와 힘을 전하고 싶다.

2017.10.12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논평성명서

경남 통영 성매매단속과정에서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방방지대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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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경남 통영 성매매단속과정에서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방방지대책을 마련하라!!

 

경남경찰청 풍속단속팀과 통영경찰서 질서계 소속 경찰 단속팀이 11월 25일 오후 8시부터 통영시내 일대에서 티켓다방 성매매 합동단속을 실시했다고 한다이 과정에서 통영시 광도면 한 모텔 6층에서 A(24·)씨가 12m 아래로 투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언론보도 경향신문 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단속팀은 길거리에서 발견한 성매매 알선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손님으로 가장하여 여성을 불러내서 성매매비용을 지불하고밖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객실로 진입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하자 A씨는 옷을 입겠다잠시 나가달라고 한 뒤 모텔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고 결국 26일 새벽 사망하였다고 한다.

 

이에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A씨의 죽음앞에 참담한 심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20대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성매매단속 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그동안 경찰은 성매매전담반을 해체하고 단속수사 체계를 이원화 하여 성매매단속을 생활질서계 풍속단속팀이 전담하면서 성매매 단속은 어렵고 현장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공공연하게 함정단속과 위장수사로 단속을 벌여왔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단체들은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 중심이 아닌 여성을 표적으로 한 함정수사 방식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경남 통영에서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이다경찰이 티켓다방의 티켓영업방식에 대한 제보를 받았으면티켓을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성매매 알선과 성매수자에 대한 잠복이나 성매매장소에서의 단속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적발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도 논란이 되는함정단속이라는 손쉬운 카드를 꺼내들어 여성들만을 적발하는 방식은 대단히 잘못된 단속 방식이다성매매여성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이나 가족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여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경찰은 여성들을 현행범으로 적발하기 위한 방식으로 함정단속을 하고 있으니이는 성매매알선자 처벌을 통한 성산업 축소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에도 위배 될 뿐 아니라 오히려 공권력과 경찰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게 할 뿐이다.

 

 

예상되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다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함정수사를 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도 함정수사를 인정하는 범죄유형에 대해서는 엄격히 정하고 있다미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신분을 위장하고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이버 공간에서 성매수 남성들을 적발가능한 단계까지 유도해 체포하는 수사기법을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공권력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유발한다는 지적은 물론, ‘경찰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범행을 교사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문제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한 뒤 단속하는 함정수사는 불법이며 여전히 논쟁중이다.

또한 성매매 단속이 불법적인 함정수사인지 합법적인 위장수사인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한 상황에서수사기관이 성매매단속의 명분으로 여성들을 검거하는 방식은 위장수사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며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 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나아가 경찰이 성산업구조의 사실상 피해자인 성매매여성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결국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번사건은 경찰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과 성매매여성 인권보호에 얼마나 무감각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경찰의 성매매 단속은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성매매알선 업자와 업소성매수자 단속과 처벌에 집중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이 확보된 전담인력배치가 요구된다.

 

이에 반성매매운동과 성매매여성들의 인권보호피해자지원을 현장에서 해 온 우리 단체들은 이번 경남에서 발생한 성매매 단속과정에서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다시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2014년 1127

경상남도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여성지원시설전국협의회,현장상담센터협의회,십대여성인권센터
그리고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도 같은 마음입니다.

논평성명서

청량리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성명서

청량리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성명서

끔찍하게 살해당한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강력 대응하라!!

서울 청량리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7월30일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몇 년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죄자 유모씨의 사건을 비롯하여 성매매여성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또한 자살로 희생되는 많은 사건을 접해왔다. 올해만 하더라도 여수지역에서 성매수자에 의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여성이 희생되었고, 업주들의 빚독촉이나 연대보증 압력에 못이겨 자살하기도 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청량리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여성이 살해된 사건은, 성매매여성들의 참혹한 죽음과 희생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사건발생 현재 경찰은 용의자 신원을 파악하고 범인을 잡기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하니 조속히 검거하여 사건의 내막이 정확히 밝혀지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살해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표시한다. 이번 사건은 성매매업소 집결지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불법적인 성매매가 버젖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여성들은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성매매업소를 방치하고 묵인해 온 당국의 책임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여성들을 이용하여 성매매업소를 유지해 온 업주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적이고 우발적인 살해사건이 아닌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서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우리는 분명히 하고자 한다. 사회적으로 약하고 취약한 상태에 처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이러한 범죄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좀 더 경각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삼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희생된 여성이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 그리고 또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성매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

2010년 7월 31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여성지원시설전국협의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논평성명서

포럼 웹자보 수정에 대한 [이룸]의 입장(수정)

알립니다

8월 12일, 이룸에서는 곧 개최될 공개 포럼을 홍보하기 위해 이룸의 온라인 공간(홈페이지, 네이버 해피로그, 싸이월드 타운홈피)과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종이학’에 웹자보를 게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웹자보의 일부를 수정하여 다시 게재한 상태입니다. 웹자보에서 수정된 부분은 일종의 풍자적인 합성사진으로, 한겨레21에 보도되었던 이명박 대통령 소유 건물의 유흥업소 사진과 이명박 대통령 모습을 함께 붙인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웹자보의 수정을 결정하기까지 이룸 활동가들 모두 고민이 컸으며, 무척 힘들었습니다. 사진 속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업소 사진, 그리고 건물이 대통령 소유임을 알리는 문구 모두를 삭제하라는 여성부의 ‘요청’이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룸은 여성부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요하게 거듭되는 ‘요청’에 활동가 개개인의 희생과 상처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고, 이 싸움의 과정에서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웹자보를 삭제하라는 압박에 시달리다

지난 며칠간, 이룸 사무실은 온갖 곳에서 빗발치는 전화와 업무 공간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공무원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심한 몸살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룸 상담소와 센터는 모두 성매매 여성들이 상담을 위해 매일같이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으면 방문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룸에서 업무와 상담 활동에 방해가 되니 방문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무원들은 사전에 약속도 하지 않은 채 불쑥 찾아오거나 들어와 활동가들을 당황케 했습니다.

여성부에서는 이룸의 지역구인 동대문구청 담당 공무원을 통하여, 웹자보를 삭제 조치하라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했습니다. 그리고 포럼 장소를 대여해준 기관에 연락하여 장소 대여 취소가 가능한지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 기관에서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장소 대여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처음에는 초대장을 문제 삼다가 이젠 사업 자체를 막으려 한 것입니다. 이룸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정식으로 문제제기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해당 공무원들 개인의 판단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공무와 연관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단체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식 절차도 없고, 실체도 모른 채 압력이 행사되고 있던 것입니다.

게다가 현재 이룸 상담소와 센터 각각의 대표를 맡고 있는 두 활동가들은 개인 핸드폰을 통해 공무원뿐 아니라 여성학자, 타단체 대표 등 이 일과 하등 관련이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웹자보를 내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설득하는 내용은 공무원들이 하는 말과 똑같았습니다. 이윽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동대문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전화하여 포럼 행사에 관해 알아보더니 웹자보에 문제가 있다며 삭제할 의사가 없냐고 물어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이룸에서는 몇 시간씩 내부 회의를 가졌고, 결국 웹자보를 수정하고 입장을 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웹자보를 수정하기로 결정하다

외부의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마지막 논의를 하고 있던 오늘 오전, 갑자기 센터 입구가 수선스러워졌습니다. 또다시 연락 없이, 여성부와 동대문구청 공무원들 7명이 이룸에 방문한 겁니다. 우리는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여성부 성매매정책 담당자는, “여성부에도 외압이 들어오고 있다”(외압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묻자 대답을 회피), “성매매 단체와 오래 관계를 맺어온 우리는 이해하더라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반정부적이라 생각할 수 있어 문제가 될 것이다”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성매매정책과 다른 단체들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며 계속 사진 수정을 ‘요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결정은 이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강요가 아니라 분명 ‘요청’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 법률 자문 결과 “정책결정권자인 ‘그 분’을 이런 식으로 패러디하는 건 법적으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룸에서 처음부터 요구했듯이, 이러한 요청은 ‘공문’으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보내달라고 했지만 여성부 측은 이 포럼과 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이미지를 패러디한 것만으로도 사진을 수정하든 않든 간에 이후에 어떤 ‘영향’을 받을 거고, 그 영향은 이룸을 넘어 성매매 정책에도 끼칠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이든 이룸이 선택한 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함께.

공무원들이 돌아가고, 다시 회의를 시작하는데 분위기가 침통했습니다. 우리의 결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꺾이고 있었습니다. 열 명 남짓이 모여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생각을 쥐어짜보아도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어떨지 짐작도 되지 않았고, 싸움의 상대가 누구인지도 계속 불분명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싸움에 버틸 힘이 우리에게 있느냐, 우리가 전면적으로 나설 때 준비가 되어 있느냐의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누구도 정면대결을 힘주어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이룸이라는 단체의 기조는 ‘평등한 노동과 공동의 책임’이지만 외부에서는 끊임없이 대표자를 괴롭히고 있었고, 나머지 성원들은 그에 도움을 주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또한 우리의 자율성과 활동의 자유를 위해 국가 지원을 포기한다면, 단체를 꾸려가고 반성매매 활동을 계속하기에 치명적인 어려움이 될 것이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룸의 지원에 때로는 인생이 걸려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생각하면 더욱 막막해졌습니다. 결국 그렇게 웹자보를 수정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권력 앞에 드러난 실체, 흔들리는 단체의 자율성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무엇보다 실망하고 한탄한 것은 바로 권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이룸에 계속 웹자보를 내리라고 닦달하던 공무원들은, 높은 분의 지시 없이 알아서 그 일을 행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민주화가 실현되고, 시민의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수준이 어떤지 확인한 것입니다. 그 결과란 참으로 혹독하고 씁쓸합니다.

사실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정부기관과 심지어 수사기관에서까지 나서서 사진을 고치라고 했는지.
아니오,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성매매정책이 현재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여성부의 존립이 얼마나 아슬아슬한지도요.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여전히 공무를 수행하는 분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관이나 단체는 정권을 비판할 수 없다, 나랏돈 받고 왜 대통령을 비판하느냐는 말씀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룸은 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민주 국가에서 그런 통제는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비록 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그것은 정부의 일을 현장에서 대신하는 것일 뿐이고, 정부의 지원금은 결국 우리를 포함한 시민들이 낸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성부의 전략은 잘 먹혔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로부터 점점 조여오는 어떤 힘을 느끼며 크게 불안하고 위축되었고, 더 이상의 싸움을 포기했으니까요. 이러한 압력과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성부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몹시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이룸을 비롯해 국가 정책을 위탁받는 단체들은 정부의 하부조직이 아닙니다. 이 일로 인해 우리는 독립적인 한 단체로서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당했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민간단체 활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수용할 수 없다면 왜 단체와 정부의 협력 관계를 추구하나요? 그렇게 강조하는 단체와 정부간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히려 정부에 대한 단체들의 건강한 비판과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도 이룸은 걱정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혼란과 슬픔

어쩌면 이 글은 넋두리인지도 모릅니다. 웹자보를 왜 바꿀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 말하고 싶어서요. 물론 이 글이 또 한 번 위험을 감수하는 짓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네, 우리는 참 바보입니다. 이 포럼 행사를 업무 연계 기관들에 널리 알리고, 또 우리의 연구결과를 자랑하고 싶어서 여성부와 지자체, 경찰서에까지 이 웹자보를 인화한 초대장을 만들어 손수 보냈으니까요. 더 바보스러운 것은 그 일을 별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겁이 없는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건지- 우리끼리도 혀를 끌끌 찼습니다.

오늘의 선택(?)에 대해 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할지, 그것은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부끄러워야 하나요? 비겁한 건가요? 우리는 다만 활동가들의 가슴에 이 일이 두고두고 어떤 의미로 남을지 그것이 더 걱정입니다. 자신을 배반하는 것만큼 아픈 일이 또 있을까요. 대의 또는 명분을 위해 상처입은 개인들의 자존감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안전과 교환하였습니다.

짧은 며칠 동안 우리 공동체의 정체성, 그 원칙과 신념이 하나씩 스러져가고 무너지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때-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옳고 그름이 더 이상 중요한 기준이 아니게 되고, 어느새 우리의 안전을 보호할 방법을 찾고 있는 자신이 싫었습니다. 이렇게 활동가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 일들이 자꾸 생겨나는 게 무섭습니다.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자신의 힘을 벗어난 일에 스스로와 치열한 갈등을 벌이느라 소진된 이루머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2008년 8월 26일

성매매없는세상[이룸]

* 여성부 측에서 포럼 행사 장소 대여 취소 부분과 관련하여 문의만 했을 뿐 직접적으로 대여 취소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하여,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2008/8/27)

논평성명서

<수정본> 항의서 : 성매매업소 업주의 증인 서정욱수사관에 대한 이룸의 입장

* 지난 1월 25일 처음 올렸던 항의서 내용에서 사건 담당 변호사의 의견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수정하였습니다.

항 의 서

– 성매매업소 업주의 증인 구리경찰서 서정욱수사관에 대한 [이룸]의 입장

1. 사회정의 구현과 시민들의 인권수호를 위해 애쓰시는 귀 기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이룸](이하 본회)은 성매매피해자의 인권보호와 탈성매매 지원을 위해 2004년 1월에 창립하였고 여성가족부의 인가를 받아 서울시와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 회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법률지원과 의료지원, 온·오프라인 상담, 긴급구조와 쉼터연계 등의 지원활동과 성매매 관련 교육 및 교안연구, 성매매 방지 홍보사업, 일상화된 성매매 문화를 바꾸기 위한 거리캠페인 등 대중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사건 경위

지난 2006년 11월 성매매피해여성 박OO, 이OO은 본회에 상담을 의뢰하였고, 본회는 피해여성들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성매매업소 업주 김경식 외 3인을 고소하였습니다. 2006년 12월부터 구리경찰서 폭력2팀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2007년 4월,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검찰의 약식명령이 결정되었으나 이에 불복한 피고소인들의 청구로 정식재판이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2008년 1월 17일, 본회는 박OO, 이OO의 증인심문을 위한 법원 출석을 동행하였고, 그곳에서 구리경찰서의 사건 담당자 서정욱 수사관이 성매매업주 측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4. 서정욱 수사관은 경찰조사 당시부터 성매매문제와 여성인권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007년 1월, 성매매매피해여성 박OO, 이OO과 피고소인 4인의 경찰 대질 심문이 진행되었고 본 회의 상담원과 자문 변호사가 그 자리에 함께 동석하였습니다. 일요일임에도 성매매 업소 업주, 사채업자등 4인과 장시간의 대질심문을 하면서 피해여성들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피고소인 4인은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소리 지르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이에 피해자 박OO은 몸을 덜덜 떨고 손이 축축히 젖을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수사과정에서 동석했던 본 회의 상담원은 피해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서정욱 수사관에게 피고소인들에 대한 제재를 부탁하였으나 서정욱 수사관은 “때린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말을 하냐”며 방관하였고, 그 말을 들은 업주 등 피고소인 측은 더욱 의기양양한 태도였습니다. 이러한 서정욱 수사관의 무성의한 태도는 큰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을 어렵게 경찰에 신고한 성매매 피해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본 사건의 피고인들은 야간에 고소인의 집에 불쑥 찾아가기도 했고, 여럿이 박OO을 차에 태운 채 위협한 적도 있으며, 여러 차례 심한 욕설을 퍼붓는 등 고소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협박을 저지른 사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찰조사의 편의를 위하고 수사를 돕고자 고소인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피고소인 4인을 한꺼번에 만나 바로 곁에서 얼굴을 보며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예전과 똑같은 태도로 피해여성들에게 윽박을 지르고 겁을 주었고, 담당 수사관은 그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경찰서 내 수사 환경의 안전함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수사 환경의 안전 보장은 담당 수사관에게 가장 기본적인 책무일 것입니다. 특히나, 성매매와 관련된 진술은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고 민감한 사안일 수 있습니다. 사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풍부한 진술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과정에 모두 참석했던 본회는 서정욱 수사관의 성매매 사건에 대한 관점과 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에 몇 차례 항의해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 검찰과 법원에서 이어질 조사와 판결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진 재판과정에서 다시 서정욱 수사관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은 상담원도, 변호사도, 피해여성들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5. 서정욱 수사관은 성매매 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형사 공판에 업주 측 증인으로 출석하였습니다.

2008년 1월 17일 오후 4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진행 된 본 사건의 공판에서 본회가 보호하고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어 [이룸]의 상담원이 동석해 재판에 출석한 바 있습니다. 수개월간 경찰 및 검찰 조사를 거치면서 과거의 상처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 받았던 성매매피해여성들은 이제 겨우 안정을 유지하며 생활하던 중이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지에 피해여성들은 자신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성매매업소 업주 등 피고인들이 처벌되지 않을까봐 크게 두려워하였지만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비공개 재판을 청구하여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재판에 출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렵게 재판 참석을 결정한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사건의 담당형사였던 서정욱 수사관이 업주 측 증인으로 출석한 것을 보고 매우 놀라고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또한, 서정욱 수사관이 재판정에 들어올 때 성매매 업소 업주이며 피고소인 4인중 한 명인 김경식의 누나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을 동행한 본회의 상담원과 피해여성들이 목격하였고, 이 모습을 본 피해여성들은 상담원에게 불안과 실망을 호소하였습니다. 시민의 인권과 안전을 수호하는 수사관이 어떻게 불법적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범죄자들 측의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할 수가 있는지 수년간 성매매피해여성을 지원하며 다양한 고소사건을 접해본 본회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6. 서정욱 수사관의 법정 증언은 성매매업주 등을 옹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서정욱 수사관은 피고인 측 변호사의 “박OO이 진술을 번복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를 묻는 질문에 “수사초기에는 직접적으로 강요당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직접적으로 그런 게 아니고 분위기상 강요당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서정욱 수사관의 진술을 듣고 성매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의 성매매 문제에 대해 가지는 관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 박OO은 선불금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입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 2조 4항 라 목의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의 1호를 보면 ‘선불금 제공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의 동의를 얻은 때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이탈을 제지한 경우’에는 ‘대상자를 지배·관리 하에 둔 것’으로 판단하여 ‘성매매 강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선불금은 업주의 협박이나 위해만큼이나 족쇄처럼 작용하여 선불금을 갚기 위해 성매매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합니다. 이미 2004년 9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이래, 성매매피해여성을 보호하고 업주, 사채업자등 성매매알선자를 처벌하는 수많은 선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욱 수사관은 현행 법률에도 나와 있는 ‘선불금에 의한 성매매 강요’를 ‘강요’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냈으며, 또한 직접적인 협박이나 위해, 폭력 등만을 ‘강요’라고 해석하는 것은 성매매문제, 여성인권의 문제를 바라보는 수사관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보여줍니다.

고소인 박OO 또한 서정욱 수사관의 재판 증언에 대하여 몹시 억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당시 서정욱 수사관은 “피고소인들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박OO의 주장에 “하기 싫으면 거부할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피고소인들이 (고소인들을) 폭행, 감금이라도 했느냐”라고 반복적으로 답하며 주눅 들게 했기 때문입니다. 서정욱 수사관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성매매‘강요’의 일률적인 편견에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수사 과정에서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가치판단의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관이 사건에 대한 주관적 접근으로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하면서 그것이 소극적인 진술이라 피해사실이 의심스럽다고 비난한다면 피해자들의 아픔을 호소할 곳은 어디입니까.

증인 서정욱 수사관은 성구매 남성의 신상확보 등 증거자료 제출에 대하여 “결정적 상황일 때 제출되거나 중요한 증거자료를 검찰 송치 때까지 내지 않았다”고 하여 성매매 피해자들이 제출한 증거가 신빙성이 떨어지고, 피해자들이 태도가 의뭉스럽다는 맥락의 증언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의 조서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피해자들이 일했던 업소는 구리경찰서의 지구대나 경찰서 형사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은 경찰관을 더 신뢰할 수 없었고, 오히려 피해자들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일했던 업소에 방문했던 경찰관을 만날까봐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성매매와 관련한 경찰의 범죄도 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본회에서 수임한 사건의 담당 변호사 또한 경찰 조사시 고소인들과 동석하여 조사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본 사건에 대한 서정욱 수사관의 수사 의지에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증거 제출 시기를 검찰 조사 시작된 이후로 늦추자는 제안을 먼저 해왔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들과 상담원이 그에 동의하였고, 증거자료 제출 시점을 변호사에게 일임하여, 필요한 시점에 증거자료들을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수사 진행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사건 당사자가 판단하고 결정할 일인데, 그것을 문제 삼는 의도가 무엇인지 오히려 본회와 고소인들은 서정욱 수사관에게 묻고 싶습니다.

7. 본 회는 성매매피해여성들을 보호하고 인권수호를 위해 애써야 할 현직경찰관, 더군다나 고소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관이 성매매 업소 불법 운영한 업주, 사채업자 등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해 성매매 업주등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사실에 대하여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성매매 사건의 피해자들은 더 이상 경찰을 믿고 피해사실을 진술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수사관은 사건의 목격자나 관련자 등 일반 증인들과 그 위치가 전혀 다릅니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눈으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수사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을 도리어 범죄자로 취급하고, 재판에 피고소인 측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소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다면, 어떤 피해자가 경찰을 인권의 보호자로서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성매매피해여성과 같이 ‘특수한 여성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정확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사관에게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 요구되는데, 조사 과정부터 증인 출석에 이르기까지 서정욱 수사관이 보여준 일련의 언행들은 모두가 경찰이 지양해야할 최악의 사례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성매매 업소 업주 등의 편에서 증언하기 위해 법정에 증인 출석해서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을 왜곡되게 판단/증언한 서정욱 수사관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입니다. 또한, 성매매 사건을 바라보는 수사기관의 관점과 태도가 변화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이룸]에서는 반(反)성매매 운동을 전개하며 성매매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본 사건뿐 아니라 모든 성매매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입니다. 더불어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사회정의와 인권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2008. 2. 5.
성매매없는세상[이룸]

논평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