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8 여성의날 맞이 버닝썬 게이트 기획연재 2탄 : 버닝썬은 왜 유흥업소가 아니라 클럽인걸까? _유나

디자인 by 개미코

2019 3.8 여성의날 맞이 이룸의 급 기획연재 2탄 : 버닝썬은 왜 유흥업소가 아니라 클럽인걸까? _유나

 

질문 : 버닝썬은 유흥업소인가?

답 : 버닝썬은 클럽이죠.

 

클럽은 유흥 종사자를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유흥업소가 아니고, 그래서 세금을 덜 냅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다 알죠. 강남의 클럽들이 ‘아가씨’를 부른다는 사실 말입니다. 클럽에서 유흥 종사자 여성들을 부르는 것은 소위 ‘물관리’이기도 하고, 기사에 나왔듯이 특정한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노래방은 유흥업소인가요? 가라오케는요? 아니죠. 왜냐하면 클럽처럼 유흥 종사자를 고용할 수 없고 그래서 세금을 덜 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노래방 앞에 봉고차가 서면 여성들이 내린다는 사실을 압니다. 여성 그림이 그려진 노래방, 가라오케의 손님들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원하면 ‘아가씨’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노래방, 가라오케를 방문합니다.

버닝썬, 노래방, 가라오케가 유흥업소로 등록하고 높은 세금을 내면 유흥업소가 되고 아니면 유흥업소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흥업소는 남성손님의 ‘흥’을 돋운다는 이유로 여성 접대가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입니다.

아시다시피 유흥업소와 유흥종사자 고용은 합법적이기 때문에 약물강간을 조장하거나 자행하지 않는다면 유흥업소는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습니다. 강남의 수많은 룸살롱들은 성폭력이나 마약 같은 ‘불법’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로서, 다른 페미니스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약물 강간이 없고 성매매가 없다면, 유흥업소는 문제가 없습니까? 아니, 유흥업소의 테이블접대는 어떤 일입니까?

한국의 유흥업소는 다양한 업종을 자랑합니다. 텐프로, 텐까페, 쩜오, 란제리셔츠룸, 최근에는 레깅스룸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업종들은 횡이 아닌 종으로 위치합니다. 업종 이름에 따라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테이블 접대가 이루어지는 유흥업소들은 남성들의 술값과 접대비 지출금액에 따라 위계지어집니다. 유흥업소 사장, 관리자들은 남성 손님들이 술 한 병 먹겠다고 목돈을 지출하게 만들기 위해 테이블접대를 조금씩 변형합니다.

예를 들어 ‘란제리셔츠룸’은 ‘초이스’된 여성들이 남성의 무릎 위에서 홀복과 브라를 탈의하고 흰 셔츠로 갈아입은 뒤 남성이 여성의 상체를 ‘터치’할 수 있는 접대의 내용을 창출해냈습니다. 최근 등장한 ‘레깅스룸’은 운동할 때 주로 입는 레깅스를 입고 접대를 하는데, 이게 왜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을거라 업소 사장, 관리자들이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니 제가 신고했던 영상 하나가 떠올랐어요. 공개된 광장에서 여성들이 요가를 하는 장면들만 촬영한 영상 계정들이 있더라고요. 그 영상의 기이함은 운동복인 레깅스를 입은 여성들의 신체를 집요하게 훑는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이와 같이 여성의 몸을 파편화해서 성적으로 구성해 놓은 장면들을 통해 유흥업소의 관리자들은 테이블접대의 ‘서비스’ 내용을 기획하는 듯 합니다.

이처럼 유흥업소의 테이블접대는 남성의 성적 욕구로 간주되는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유흥업소의 접대일은 손님에게 맞춰주는 것 그 자체가 일이라는 특수성을 지닙니다. 손님이 갑질을 해서 문제가 아니라, 손님이 갑질을 하도록 조장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공간이 유흥업소입니다. 손님과 유흥종사자가 젠더화되어 있다는 점, 손님과 유흥종사자를 젠더화하는 공간이라는 점,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됨’을 여성의 몸 변형을 통해 구사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여성에게만 낙인을 찍는다는 점, 유흥종사자를 집단으로 희롱하고 추행함으로써 남성연대를 공고히한다는 점… 이는 레깅스를 입든, 셔츠를 입든 달라지지 않는 유흥업소 테이블접대 일의 공통적인 속성입니다. 저는 그래서 유흥업소라는 공간이 페미니즘 관점에서 샅샅이 분석되어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버닝썬을 향한 의문과 비판의 시선을 불법적인 약물강간으로부터 ‘물 좋은’ 여성들이 있어야 남성이 ‘유흥’을 즐기러 방문하는 한국사회의 유흥문화로 확장합시다. 강남 뿐 아니라 전국 도시마다 번쩍거리는 유흥업소의 존재를 질문하는 방향으로 전환합시다.

버닝썬이 아주 이상하고 유난히 버닝썬 관리자들이 못됐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한국 유흥업소의 테이블접대일과 유흥업소라는 공간, 그리고 이를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힘을 실어줬던 수사기관을 비롯한 국가의 태도가 버닝썬을 만들었습니다. 여성을 마음대로 희롱하고 추행하는 행위를 돈만 주면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남성유흥문화가 버닝썬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못된 버닝썬 관리자, 대표, 아주 이상한 클럽인 버닝썬만 제대로 처벌하면 해결된다는 착각을 잘게 부수어야 합니다. 누가? 페미니스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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