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언니작업장의 첫번째 텀블벅 도전!

 

불량언니작업장의 첫번째 텀블벅 도전

 

작업장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것 저것 오만가지를 고민해보던 이루머들은, ‘온라인 세계로 나아가보자!!!’고 결심했어요. 첫번째 기획이었던 ‘이달의 레몬청’ 8월 주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두번째 기획은 바로 이룸 안에서 해보자, 해보자 벼렀던 텀블벅입니다. 불량언니들은 이룸이 텀블벅도 하게 하네요. 이루머들과 불량언니들의 좌충우돌 첫번째 텀블벅에 많은 후원과 주변 홍보 부탁드립니다!!

 불량언니작업장 x 이룸이 텀블벅에?! 
불량언니들의 첫 여름, 손뜨개 텀블러 파우치를 소개합니다!!!
“여름 한정판 불량언니들의 패키지를 만나보세요!”

 손뜨개 텀블러 파우치

불량언니들이 한땀한땀 직접 뜬 텀블러 파우치 입니다. 알록달록 너무 예쁘죠?

“여름 한정 마지막 수량! 불량언니들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텀블러 파우치로 텀블러의 예쁨·활용도·의미를 한번에 업그레이드 시켜보세요”

 수제비누

불량언니들이 좌충우돌 만들어낸 수제비누 입니다. 
천연화장품 전문 선생님의 지도 아래 화학성분 없이 피부에 좋은 재료만 썼습니다.

앞서 후원해주신 분들의 뜨거운 반응!
“향기가 좋고, 거품이 끝까지 잘 나요!” (영화 찍느라 자외선에 지치는 페미니스트 레나 님) 
“세수할 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 이건 내 생애 최고의 비누에요…(울먹)” (취업 성공이 코앞인 페미니스트 김예나 님)

 손뜨개 수세미

불량언니들이 한땀한땀 직접 뜬 손뜨개 수세미입니다.
불량언니 작업장 시작부터 함께 한 소중한 아이템입니다.
제작자별 개성을 살린 대표 아이템 2개씩을 선정, 세트로 구성하였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에도 페미니스트 정체성과 함께! 
주변인 -아빠, 오빠, 애인, 친구, 친척 등- 에게 가사노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 성구매에 반대할 것을 권하는 의미로 선물하기에도 좋습니다 

텀블벅 좌표 : https://www.tumblbug.com/badsis001

공지사항

[후기] 노년 성판매여성 인터뷰 : 내 목소리를 들어라 자료집 후기 by.서룡

얼마전 이룸의 회원이 되어주신 서룡님께서 노년성판매여성 인터뷰집 <내 목소리를 들어라>를 읽고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서룡님이 써주신 후기를 공유합니다.

<내 목소리를 들어라>를 읽고 싶으신 분들은 이룸 홈페이지의 활동>발간물 카테고리에서 PDF 파일을 보실 수 있구요,

종이책을 받아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불량언니작업장의 각종 물품을 구매해주시면 함께 드리고 있어요~ 

 

노년성판매여성 인터뷰집 <내 목소리를 들어라> 후기

서룡

1.
내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는 비슷한 시공간에서 후원이나 기부를 핑계로 구걸하는 사람들, 위생과 거리가 먼 차림과 행색으로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술집에 들어와 떡이나 껌 같은 것을 파는 사람들이 있어 때때로 그들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그들은 모두 노년의 삶이라는 특징을 공유한다. 열정과 생기가 넘친다는 대학가에서 그러한 존재들은 굉장히 낯설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익숙해져서 하나의 풍경으로 기능한다. 지금 당장 강남역만 가더라도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 늘 같은 장소에서 껌 파는 할머니, 다리 혹은 팔을 하나 잃은 채 구걸하는 노숙인. 바쁘고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로 그 사람들은 병풍처럼 존재한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현금이 있다면 선뜻 내기도 하지만 그 행위로 내 마음에 남는 불편함을 온전히 씻어내고자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왜냐면 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빈곤이라는 삶의 굴레에서 살아가야 하고. 저 장소에서 머무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2.
투명인간과 같은 저들의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떨까 고민해봤다. 순전히 내 경험에 의한 추측이지만 단순히 사람들이 그 사람들의 존재를 이질적으로만 느끼기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감정이 있을 것 같다. 저들에 대한 동정심, 불편함 또는 부끄러움. 그래서 그들을 빨리 지나쳤으면 하는 생각도 들 것이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자료집인 “내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성을 파는 노년 여성의 구술 자료집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닿았다. 나 스스로가 그들을 마주했을 때 느낀 불편함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생각하자면 그들의 존재, 그들이 삶을 사는 모습이 일순간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한국 사회에서 노년의 빈곤은 미래의 내가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겨우내 피했던 사회의 빈곤을 노골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마주한 탓이기도 하다. 또 저들의 생존의 절박함에 비하면 지금 내 실존과 고민들은 너무 사치처럼 느껴지고, 내 불평과 불만이 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다. 나보다 더욱 좋지 않은 조건에서 사는 존재를 보면 발화 혹은 사유의 자격이 박탈되는 느낌이랄까. 많은 이들이 저 존재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봤다. 하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일순간 죄의식이나 불편함은 느끼지만 이내 휘발시킬 것 같다. 왜냐면 그러한 생각과 감정을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해결 되지 않고 본인 스스로만 아플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도 직관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3.
한국의 노년빈곤층이 수백만이라는 수치를 봤고, 우리는 그 중의 극히 일부만을 일상 속에서 직접적으로 마주한다. 아마 대부분은 88올림픽 때 미관을 근거로 철거된 판자촌처럼 도시 사람들의 죄의식을 건드리지 않을 정도의 시야로 사라질 것이다. 산속으로, 높은 언덕으로, 외진 곳으로 사라졌을 것이고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분명히 산다. 성을 파는 노년 여성이든, 낙후된 환경에서 홀로 사는 노년 빈곤층이든 분명 생활하고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그들의 흔적과 목소리와 삶은 지워지고 사회에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부정된다. 근래 선거철인지 온갖 구호가 난무한다. 국가가 어쩌니 정당이 어쩌니. 이런 사람들의 삶을 지워버린 혹은 모른척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자격이 있을까 싶다. 뭐 북반구의 복지국가 이야기하면서 그 구성원의 윤택하고, 행복한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주변부 민중의 수탈. 당장 가깝게 존재하는 중국의 노동자들이나 인도네시아의 아동 노동.. 사람들이 받는 착취와 빈곤이라는 제국주의 문제에 대해서 싹 입 닫는 사람들 느낌이랄까

4.
얼마 전 한 네이트 기사를 봤다. 자신의 성을 파는 사람들, 사회적 시선으로는 “몸을 파는 여성”들이 미투 운동의 흐름에도 차마 자신이 당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발화하지 못한다고 토로하는 기사였다.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댓글을 찾아봤다. 베스트 댓글 모두 “몸 파는 창년들이 어디서 말이 많냐”는 그 입을 닥치라는 댓글이었다. 그걸 보면서 이 사회에서는 인간이 그런 취급 받아도 되는가 싶었다. 상품으로서 팔린다면 누군가 성폭력을 당하든, 팔이 잘리든, 어떤 모욕을 당하든. 그런데 당장 자료만 봐도 한국의 성산업 규모는 굉장히 크고 그 산업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근데 대부분 단지 거기에서 살아간다는 이유로 수 많은 존재들을 없는 존재로 취급하거나 그저 혐오한다. 이러한 현실의 괴리가 뭘까 고민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본인들이 보기 싫은 불편한 것에 대해서 치열하게 사유하기보다는 그냥 쉽게 표백하고, 지워버린다고 느꼈다. 다들 꼴보기 싫은 것들 싹 다 치워버리고,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들로 가득한 걸까 왜. 여하튼 자료집 읽으면서 그 기사에 무수하게 달린 댓글들과 공감들이 떠올라서 막막하고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5.
자료집의 성을 파는 노년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남 탓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에서 그렇지만 일상적인 가정 폭력과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과정에서 직업 상실 및 공동체 해체, 사회 안전망의 부재, 모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존재와 같은 요인들이 너무 많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들 스스로 다 제 팔자고, 제 탓이라고 여겼다. 물론 그 분들은 분명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치밀하게 계산해서 움직이고, 때로는 누굴 이용하기도 했다. 그들의 삶의 주체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복잡하게 얽힌 이 정치적인 계기들인 사회적 지원과 제도, 시스템의 부재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분들은 전혀 의문 갖지 않으셨지만 그분들이 표현하신 삶속에 이미 분명 존재했다. 또 그분들에게 성매매라는 업종은 억압과 폭력으로 얼룩진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옥과 같은 사회에서 그 업종으로 인해서 먹고 살 수 있었고, 집결지라는 공간은 마찬가지로 폭력과 억압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애환과 슬픔과 기쁨 그리고 일상과 재생산의 공간이라는 참 모순적인 곳이었다. 이 모순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 없고 이걸 단선적으로 이해한다면 그 이해에서 근거한 해결은 또 다른 폭력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6.
가정이라는 공간도 그렇고, 내가 몸담고 있는 군대라는 공간도 그렇다. 참 양가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폭력과 억압이라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대로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해서 사람을 아주 당황스럽고, 난감하게 만든다. 또 의식의 흐름대로라서 글이 뒤죽박죽이지만 하고 싶었던 말 중에 하나는 이런 생각들과 고민들의 귀결은 결국 사회적 책임, 그리고 사회적 해결이라는 것이다. 노년, 빈곤, 여성, 삶, 폭력. 이런 키워드는 결코 개인적 차원의 해결로 이뤄질 수 없다. 공부가 부족해서 딱 딱 떨어지게 구체적인 답변은 못하지만 지금 이런 고민들을 놓지 않을 거다. 극복할건 극복하고 이어갈 건 이어가야지.

활동이야기

서울역 쪽방 아웃리치 후기

지난 5월 10일 밤 서울역 쪽방에 다녀왔습니다. 청량리에서 이동하신 한 언니를 뵈러 간 거에요.

지하철 출구를 나선 오르막을 따라 인적이 드문 컴컴한 길에 빌라와 쪽방이 있고, 장기숙박 하는 분들 그리고 성매매 하는 방이 있어요. 마중 나오신 언니의 손을 반갑게 잡고 같이 걸었습니다.

예전에는 꽤 장사가 되었던 곳인데 현재는 더이상 새로 유입되는 사람은 없이 성매매 여성, 호객하는 여성, 업주 모두 나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언니는 마흔 넘어 용산 갔다가 이곳을 알게 됬고 언니 가게 업주는 십대때부터 이곳을 떠나본적 없는 사람이라고 하시는군요. 부지가 국공유지라 언제고 헐릴거라고도요.

언니의 방에 앉아 사람이 와서 무척 좋아하는 언니의 반려견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왔습니다. 청량리 방보다 더 비좁아져 이불 한쪽을 조금 접어야만 깔 수 있는 방은 그래도 개중 제일 넓은 방인 축이라고 해요. 손님방은 따로 있는데 거긴 침대가 있대요.

언니는 대부분의 시간을 강아지와 이 방 안에서 보내신다고 합니다. 낮에는 술먹는 사람들이 험해서 안나가시고 밤에는 손님 있으면 일하고 아니면 말고. 안그래도 손님이 없는데 펨푸가 2, 업주 1, 언니 1로 나누니까 더 얼마 안되지만 담배값 교통비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하세요.

5월 말 청량리 재개발 사업 비리 판결이 나면서 쪽방 업주들은 흩어졌던 여성들을 규합 데모에 나섰습니다. 수완이 좋아 이미 조합과 협상하여 보상을 받고 나갔던 업주들까지 돌아와 다시 데모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죠. (유리방과 달리 쪽방은 한 가게를 제외하고 전철연 가입을 안하는걸로 단합이 되어서 한꺼번에 나갔거든요) 언니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나가시는듯 해요. 그 안에서도 규율과 눈칫밥이 굉장한 듯 해서 나 아파 못나간다 소리도 못하실까봐 걱정이 됩니다. 한 언니는 “우리 자신을 위해 하는 일” 이라고도 말씀 하셨지만 주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누가 다치시지 않고 쓰러지시지 않기를..

아웃리치 소식 또 전하겠습니다.

저 건물들 뒷편 쪽방이 있다.
활동이야기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폐쇄 토론회 후기 2탄 by 소윤

 

예전부터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을 들으면 꼭 나를 두고 하는 소리 같았다. 그동안 살면서 ‘나’를 움직였던건 나 자신이 아닌 타자들, 구체적으로 나의 친구들이었는데, 이 날도 정신차려보니 친구 손에 이끌려 대방역 여성프라자에 와 있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 토론회장 입구에 들어서니 ‘화끈한 불량언니’가 만든 귀여운 수세미들이 나를 반겼다.

“도안은 됐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나는 내 맘대로. 내 맘껏 만들거야!” 화통. 화끈한 불량언니! 식당일부터 야채 판매까지 안 해 본 일 없는 거친 손으로 뭘해도 끝내주게 잘하는 재주꾼입니다.

꼼꼼하고 체계적인 토론회 자료집만큼이나 수세미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메모지에 적힌 말이 마음에 든다. 나랑 비슷하네. 나도 누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진짜 싫은데.

토론회가 끝난 후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친구 손에 또 한번 이끌려서 소감문을 쓰게 되었다. 남들이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진짜 싫은데도 친구 따라서 소감문까지 쓰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정말 웃음이 나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토론회 들으면서 질문도 하고 필기라도 열심히 할 걸 그랬다. 어쩔 수 없다. 기억나는대로, 내가 느낀대로, 내 맘대로 쓸 수밖에.

1. ‘임파워먼트’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말 걸기’의 정치학

‘반성매매운동’과 ‘성노동 담론’ 간의 긴장과 갈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동안 여성주의를 공부하며 접해왔던 텍스트 중엔 성노동 당사자들의 에세이나 인터뷰도 있었고, 이론적 차원에서 두 담론간의 개념적 차이를 설명한 텍스트도 있었다. 그런데 집결지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긴 참고문헌을 만난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솔직히 (어떻게 이제야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지)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최근 미투 운동이 이렇게 활발한데도 어째서 집결지 여성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못했던 걸까’라는 질문도 생겼다. 집결지 여성들이 경험하는 문제들이야말로 ‘안전하게 생존할 권리’, ‘여성의 안전공간 보장’이라는 반성폭력 운동의 맥락과 긴밀하게 연관되어있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내가 자료집을 읽으며 깨달은 사실은 집결지 폐쇄 투쟁 과정에서 여성들의 ‘말 하기’ 자체가 굉장히 딜레마적인 조건에 놓여있다는 점이었다.

“가장 낙인찍히고 차별받았던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을 이루어 무엇을 주장하는 경험 자체는 특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집단을 이루어보는 경험이 여성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가지 않는다는 괴로움에 이 집단은 무감각하다.(자료집 36p.)”

“성매매 여성들은 재개발/폐쇄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하지만, 그 위기에 대해 발화할수록 집결지 이외의 장소로부터는 고립되는 이중의 억압을 겪는다. 성별화된 빈곤과 젠더폭력이 상호 교차하는 성매매의 복잡성을 담아낼, 성매매 여성이 중심이 되는 싸움 자체가 부재한다. 집결지 싸움에서 가장 쟁점이 되어야 할 성매매 여성들의 존재는 일반적인 철거투쟁, 시민권투쟁의 언어로 표상될 수 없다. 다른 언어가 절실하다.(자료집 37p.)”

여성주의에서 임파워먼트(empowerment)의 핵심은 미투 운동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스스로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집결지 여성들을 둘러싼 조건은 “위기에 대해 발화할 수록 집결지 이외의 장소로부터는 고립되는 이중의 억압”이 되는 것이다. 집결지를 폐쇄하면, 자립할 수 있는 자원이 없는 성매매 여성들이 당장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철거투쟁의 언어로 집결지 폐쇄 반대를 외치는 바로 그 순간, ‘집결지가 아닌 생존의 기반에 대한 상상력’ 역시 사라져 버린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은 성매매 여성들 뿐만 아니라 반성매매 인권 활동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자료집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그래, 집결지 폐쇄해야지. 그런데 집결지 폐쇄하면 여성들은 어떻게하지?”라는 질문은 집결지라는 공간 자체가 얼마나 모순이 팽배한 공간인지 보여준다. 집결지는 성매매 여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공간이면서도 성매매 여성들이 머무르고 구체적인 생활을 하는 거주 공간이기도 하다. 문제는 집결지를 계속 옮기며 임시적으로 생활하는 여성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거주공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자발적 조직화를 실천하기에 매우 열악한 조건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렇게 자발적 조직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집결지 폐쇄 반대가 운동의 목표가 되는 순간 “집결지 이외의 장소”에서 살아갈 권리를 말하지 못하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집결지가 아닌 생존의 기반에 대한 상상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드는 작업이 절실한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의 임파워먼트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나는 그 가능성을 신박진영 선생님의 발표내용에서 참고하고 싶다. “여기서 계속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성매매 여성들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성매매 인권활동가들은 종종 ‘왜 여성들이 스스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자꾸 개입하냐’는 질문을 듣는다고 한다. 반성매매 인권활동가들이 자꾸만 (외부에서) ‘개입’을 하니까 성매매 여성들 내부에서 ‘자율성’과 ‘자발성’에 기반한 실천이 안 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서 검토한 딜레마적 상황(발화할 수록 고립되는 이중적 억압)을 고려했을때 ‘자율성’과 ‘자발성’의 이름으로 ‘스스로 말하기’가 가능할때까지 개입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말 걸기”를 (제3자, 혹은 외부인의) ‘개입’으로 부를게 아니라 “말 걸기”를 통해서 ‘말하기-듣기-다시 말하기’라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정치학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말 걸기에 동참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2.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시화 기획과 여성의 몸

청량리 집결지 폐쇄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무척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 또한 토론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부분이었다. 성매매여성들과 업주의 관계 뿐 아니라 구청 공무원들, 구청장, 경찰 그리고 용역깡패들까지 이 사건의 이해관계에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결지 폐쇄와 관련하여 ‘연대’를 하기 위해 투쟁에 함께하겠다던 조직, 단체들과의 이해관계 역시 결코 균질적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자료집에 첨부되어있는 타임라인이 매우 복잡하게 느껴졌다. 집결지라는 공간을 둘러싸고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폭발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잠시 고민해보니 집결지가 ‘도시에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자료집에 따르면, “서울의 집결지들은 서울이 서울로 되는 경로를 따라 형성되었다”.

“집결지가 완벽히 폐쇄되고 그때까지 남은 여성이 전부 전업한다 한들 그 과정이 도시를 더욱 자본주의적, 가부장적으로 재편하는데 기여한다면 우리에게는 더 촘촘하게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도시만이 남는다. 성매매로 이윤을 축적해온 세력은 정작 더 거대해지고 교묘해지는 악순환이다. 서울의 집결지들은 서울이 서울로 되는 경로를 따라 형성되었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이 역사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면 성산업이 빈곤하고 취약한 여성들의 생존에 유일한 ‘안전망’으로 승승장구 하는 것에 개입할 수 없다.(자료집, 39쪽)”

‘서울이 서울로 되는 경로’는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한국 근현대사에서 서울은 ‘고속성장’의 상징이었으며, ‘서울 시장’이라는 권력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자리였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청계천 상인들을 몰아내고 청계천 복원을 강행했던 역사와 공권력을 투입해서 용산 철거민들을 제압했음에도 화재참사에 책임지지 않았던 역사가 ‘서울이 서울로 되는 경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깨끗한 도시, 관리된 도시를 만들어 온 폭력의 역사에는 언제나 ‘격리와 배제’가 핵심적인 통제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 동원된 공무원, 경찰, 업주, 용역깡패들이 이런 폭력적인 세계를 만들어온 공모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성중심적 가부장제에서 성구매 남성들을 비롯한 공모자들에게 ‘집결지’라는 공간은 ‘(남성들간의 이익을 교환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눈에 띄어서는 안되는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이들이 도시에서 내몰린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격리하고 배제하는 방식은 여성들의 ‘몸’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김주희(2015)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와 금융화 과정에 주목해서 “‘부채 관계(debt nexus)’라는 분석틀”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몸이 어떻게 “담보화”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예컨대 한국 사회에서 도시를 중심으로 ‘성산업’이 하나의 거대한 수익상품 구조로 자리잡고 “성매매 여성들의 채권을 담보로 거대한 규모의 대출이 일어나는 것은 여성의 몸을 합법적으로 담보화(securitization)하며 수익을 달성하는 금융경제적 실천에 의해서”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즉, “금융화된 경제에서의 ‘신용의 민주화’ 이면에는 대출 시장의 말단에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몸과 삶을 이윤의 원천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금융적 실천, 즉 ‘담보화’의 논리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http://dspace.ewha.ac.kr/handle/2015.oak/213117)

 

3. 나이, 질병 그리고 빈곤 – 상호교차성의 관점에서

사실 여성주의를 공부할 때 가장 간과하기 쉬운 지점 중 하나가 여성들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가정하고 말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즉, 여성으로서 겪게되는 경험은 결코 동일성으로 환원될 수가 없기 때문에 여성들 내부에 존재하는 이질성이 어떤 위계를 만들어내는지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스젠더-이성애자-비장애인 여성의 경험이 결코 여성들 ‘보편’의 경험이라거나 여성들을 ‘대표하는’ 입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들의 경험을 읽어낼때도 그 내부에 존재하는 차이와 서로 다른 위치들이 어떻게 상호교차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

토론회를 들으며 내가 가장 관심가졌던 변수들은 나이와 질병 그리고 빈곤이었는데, 성매매 여성들 중 특히나 질병에 취약하고 나이가 많은 빈곤한 여성들의 삶은 성노동 담론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주로 속해 있고 활동하는 공간은 캠퍼스이기 때문에 ‘건강하고 젊은 20대 중심의 대학생들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들이 더 익숙했었던 걸수도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서울에 있고, 청량리 집결지도 서울에 있는데 각자가 속해 있는 위치성에 따라 삶의 조건이 너무나 다르게 구성되는 것이다. ‘어떤 입장이 더 올바른가’의 문제라기보단,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일반화’해서 대변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단일한 입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들과의 차이와 결코 동일해질 수 없는 이질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가 끝내 서로에게 가닿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나에게 익숙한 세계를 무너뜨리고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기 위해서다.

 

토론회 후기 1탄 by 현우 보러가기

토론회 자료집 & 속기록 보러가기

 

 

활동이야기

내 목소리를 들어라 – 성을 파는 노년여성의 삶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료집(2018)

2016년 여성주의저널일다 에 연재한 기사 [기사보러가기] 를 자료집으로 엮었습니다.

발간물

스물넷에 들어와 어느새 환갑…’588 여성들’이 뜨개바늘을 손에 쥔 이유는(경향신문, 180218)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있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 ‘청량리588’에서 일하던 중장년 여성 다섯 명과 활동가들이 모여 털실로 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최미랑 기자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있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 ‘청량리588’에서 일하던 중장년 여성 다섯 명과 활동가들이 모여 털실로 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최미랑 기자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가정집을 개조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 작업장이 열렸다. 도도(52·이하 모두 별명), 갱상도언니(64), 이호(62), 멍퉁이(67), 내맘대로(59)가 코바늘을 잡고 거실 한가운데 놓인 탁자에 둘러앉았다. “낮이나~밤~이나 나는 너만 보고 싶어~” 카세트에서는 트로트가 흘러 나왔다.

앞앞이 색색깔 털실을 놓고 수세미를 만드는 중이었다. “나는 뜨다 보니 고만 모자처럼 되어부렀네.” “괜찮아요. 그런 모양이 큰 그릇 닦기에는 또 좋거든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이리저리 돌려 보는 ‘이호’에게 강사가 말했다. “이렇게 처음에 열 코, 그 다음엔 몇 코를 떠요?” “모양이 넓어져야 될 것 같은데 왜 좁아지죠?”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모인 다섯 명은 ‘청량리 588’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스물 네 살에 거기 들어갔던 ‘내맘대로’는 이제 환갑을 바라본다. 형편이 나아지면 나갔다가 어려워지면 돌아오기를 거듭했다고 한다. 가정폭력, 이혼,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살 길을 찾으려 흘러들어가 거기서 반평생을 보냈다.

청량리588로 불려온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620번지 일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성매매 집결지가 있던 곳이다. 젊은 시절 ‘유리방’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구석진 곳으로 밀려나는 것이 그 동네의 삶이었다. 중장년 여성들은 한 평이 채 못 되는 쪽방에서 먹고 자며 ‘영업’을 했다. 부엌도, 화장실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방에 머물면서 매달 200만~300만원의 ‘깔세’를 업주에게 내야 했다. 지난해 4월 청량리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마지막까지 쪽방에 살며 버티던 이들까지 모두 다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일부는 서울역으로, 영등포역으로 떼밀려갔고 결국 다시 성매매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도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서 멍퉁이(67·별명)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최미랑 기자.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도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서 멍퉁이(67·별명)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최미랑 기자.

“그래도 내 세월 다 보낸 데가 거기야.” 딸기모양 수세미를 만들던 이호는 집결지가 철거돼 슬프다고 했다. “나는 거기 징하데이.” 옆에서 실을 뜨던 갱상도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도 안 다니는 눈 오는 날에도 그 눈을 맞고 서 있어야 되고, 장대같은 소나기가 와도 서 있어야 되고.” 암에 걸린 아들 병원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그만두고 나서도 호객꾼으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진저리를 냈다. 아들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청량리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와 동대문구에 따르면 이 지역에 2020년까지 65층짜리 주상복합건물과 호텔·백화점이 들어선다. 지금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재개발 사업에 개입한 폭력조직, 그들과 결탁된 사업자들이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업소를 보호해준다며 돈을 뺏던 폭력조직은 재개발 이권에 손을 뻗쳐 여성들을 쫓아내고 이주보상비마저 가로챘다.

이룸 활동가들은 2005년부터 의료·법률지원 상담을 하면서 이곳 성매매 여성들과 인연을 맺어 왔다. 철거를 앞두고 남은 이들이 마음에 걸려, 상담으로 인연을 맺은 활동가들이 연락을 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살 길을 찾기 위해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엔 매달 한 번씩 만나서 같이 밥을 먹었어요. 삶터에서 쫓겨나니 다들 우울증이 온 거예요. 마음이 가라앉고 여름이 되자 ‘일자리를 구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고진달래 활동가는 “노인복지관에도 연락을 돌려 보았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정부가 한때 이룸같은 민간단체와 협력해 성매매를 그만두겠다는 여성들에게 월 40만원의 생계비를 주는 등의 지원을 하기도 했지만 학력이 낮고 만성적으로 가난에 시달려온 이곳 여성들이 다른 밥벌이를 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부분 집결지에서 오래 있었던 탓에 건강도 좋지 않았다.

청량리588 일대 업소가 모두 문을 닫은 이후인 지난 7월 이룸 활동가들이 청량리에서 쫓겨난 중장년 여성들을 데리고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수십 년 머물던 지역을 떠나게 된 여성들은 이 여행이 끝나고 활동가들에게 “일자리 구하는 것을 도와 달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고 한다. 해변을 걷는 유나 활동가(왼쪽)와 이호(62)의 뒷모습. 고진달래 제공.
청량리588 일대 업소가 모두 문을 닫은 이후인 지난 7월 이룸 활동가들이 청량리에서 쫓겨난 중장년 여성들을 데리고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수십 년 머물던 지역을 떠나게 된 여성들은 이 여행이 끝나고 활동가들에게 “일자리 구하는 것을 도와 달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고 한다. 해변을 걷는 유나 활동가(왼쪽)와 이호(62)의 뒷모습. 고진달래 제공.
그래서 머리를 모아 생각해낸 것이 공동 작업장이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5명을 포함한 8명이 성매매를 벗어나려고 분투 중이다. 이미 전주와 대구, 부산 등에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는 공동작업장이 있고, 서울에는 영등포구에 사회복지법인 ‘윙’이 운영하는 작업장이 있다. 하지만 고령의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택배 왔습니다.” 세 시간 남짓한 수업시간 동안 털실 상자가 세 차례 배달됐다. 그때마다 다들 아이같은 얼굴로 짝짝 손뼉을 쳤다. 후원자들이 보내주는 이 털실이 이들의 희망이다. 이룸 쪽에서 페이스북에 털실을 후원받는다는 글을 올린 뒤, 이름 모를 이들에게서 이런 택배가 오곤 한다. ‘응원해요’라는 글귀가 적힌 상자를 여니 색색의 실이 가득하다. “누구신지 몰라도 빨리 고맙다고 전해 드려야 해. 꼭 좀 전해줘.” ‘내맘대로’가 한 활동가를 붙잡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자 다섯 사람은 각자 마음에 드는 실을 골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설 연휴 동안 수세미를 만들어 오면 이룸 활동가들은 만든 사람의 별명을 꼬리표로 달아 판매하고 만든 이에게 수익을 모두 돌려줄 계획이다. 22일에는 다 함께 과일청도 담근다.

7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서 열린 손뜨개 작업장에서 참석자들이 만든 수세미. 모양은 제각각이다.
7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서 열린 손뜨개 작업장에서 참석자들이 만든 수세미. 모양은 제각각이다.

고진달래 활동가는 “액수가 크든 작든 우선 성매매가 아닌 일로 돈을 버는 경험을 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갈 곳이 있는 분들은 여기서 이미 다 떠났어요. 다른 일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만 남아 있었던 거죠. 이들을 돕는 건 사회의 책임이 아닐까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홈페이지 ▶ https://e-loom.org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eloom2003
후원계좌 ▶ KB국민은행 093437-04-010540 예금주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불량언니 작업장

다큐 <이태원>을 함께 보았습니다 & 청량리 집결지 반상회 사진전

지난 2017년 12월 20일에 이룸과 강유가람 감독이 함께 주최한 영화 ‘이태원’ 상영회가 이룸의 이웃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있었습니다.

또한 이날은 이태원과 청량리에서 찍은 사진들의 전시도 있었는데요, 영화 시작 전에 마련된 전시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감독x활동가와의 대화시간도 30분을 훌쩍 넘겼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으시고 진지한 눈빛과 질문으로 하나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상영을 먼저 제안해주신 강유가람 감독님께 깊이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분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이룸 활동가의 영화 이태원을 보고 드는 생각과 고민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영화 이태원을 보고.

 

작성 : 성지윤(기용)

 

청량리588과 후커힐은

나키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병원 앞에서 만나기로 한 날 70대시라는 얘길 들었고 나는 한 할머니에게 다가가 혹시?…라고 물었다. 그분은 아니었고, 멀리서 걸어오는 나키언니를 보자마자 한 눈에 알아보면서도 그전에 다른 분께 아는척 한게 괜히 머쓱해졌다. 난 너무 전형적인 70대 노인을 생각한거다. 영화에도 나오는, 공들여 손질한 앞머리와 쏟아질 것같이 빽빽한 속눈썹, 열손가락 파란 매니큐어까지. 청량리 언니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나키 언니가 워낙에 특별한 사람인 것도 있지만, 괜히 ‘역시 이태원인가!’ 그랬다. 칙칙한 청량리와는 다르게 힙하고 화려한 곳이었다. 이룸에서 처음 이태원 아웃리치를 가던 날도 조금은 그랬던 것 같다. 후커힐을 나와서 화려한 불빛을 보자 괜히 기분이 흥청망청해지는 것이 왠지 술을 마셔야할 것만 같은.

 

다양한 성매매 업종에 따른 여성들 사이에 선긋기, 혹은 위계가 존재한다. 룸살롱 여성들은 집결지 여성들에 대해 ‘거긴 진짜 막장’이라거나 반대로 집결지 여성들은 룸살롱 여성들에게 ‘나는 깔끔하게 연애만 하지 지저분하게 술 먹는 거 안 한다’라는 식이다. 이것의 이태원 버전이 ‘나는 드런 한국 놈들 상대 안 한다’ ‘미국은 한번 가봐야한다’일테다.

 

청량리588은 성매매를하는 것이 확실한 곳이고 이태원은 노골적으로 하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 차이가 있는데 그것이 어떤 분위기가 된다. 이태원이 덜 성매매적인 곳이라는 듯, 청량리의 청소년통행금지 푯말은 24시간인데 이태원의 통행금지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다. 이태원에 처음에 콘돔을 갖고 들어갔을 때, 마치 콘돔을 보며 키득거리는 중학생처럼 ‘어머 콘돔이야~’ 라며 웃으시는 통에 당황스러웠다. 왜 이런 걸 우리에게 주냐는 거다.

 

청량리든 이태원이든 집결지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밖을 나가지 않고 모든 일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말 말 그대로 그 곳에 일하는 공간인 가게에서 숙식까지 모두 해결하거나 매우 가까운 곳에 주거를 두고 있다. 사는 동네와 직장이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것은 분명 특별한 상황이다. 집에서 자고 나와서 일하는 내내 가게에 있다가 지척거리의 집으로 돌아가고. 멀리 나가는 일 없이 안에서만 맴맴 도는 까닭에 여성들에게 이 동네가 주는 의미가 훨씬 더 특별해진다. ‘가정 동네’가 아닌, 일반적이지 않은 동네 안에서 살면서 ‘이태원이라면 택시기사도 드러운 소리만 하는’ 외부의 시선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척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입구에만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떤 착취를 견뎌야하는 곳이다. 이룸이 이태원 아웃리치를 3년째 나가면서 개별적으로 상담하는 여성이 있어도 가서도 여성들에게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사장의 눈치와 다른 아가씨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처음 상담이 연결될 때 절대 이태원 와서도 아는 척 하지 말 것을 몇 번이나 당부한다. 그리고 이태원에서 연결된 여성들의 많은 수가 정신과 약을 복용중이다. 그녀들의 일과 이 높은 유병률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부동산을 가진 자와 아닌 자

영화를 보고 나서 참 부적절하게도 ‘역시 한국에서는 집을 사야하나..’라는 생각을 한건 나뿐이었나. 나는 세 여성들의 공통점보다는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삼숙은 ‘웨이츄레스’가 아닌 사장님이고, ‘내가 양갈보가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해도 ‘내가 아니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만 외로울 뿐, 가게를 사두었던 덕에 가난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머지 두 여성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인터뷰의 배경이 되는 그녀들이 살고 있는 집은 각자의 경제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 정부는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기지촌을 적극적으로 관리·운영한 바 있다. 미군들에게 ‘깨끗한’ 여성들을 제공하기 위해 여성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성병검진을 실시했고 여성들에게는 당신들이 외화벌이의 주역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대해 나키언니는 ‘엉덩이 국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 또한 그 동안 당신이 이 나라에 외화를 벌어다 준 공로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받는 복지 지원에 대해서도 이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신다.

 

다양한 이방인들이 드나드는, 왠지 좀 무섭고 위험한 우범지역이던 이태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그 다양성 때문에 매력적인 곳이 되었고 그 매력은 예술가들, 트렌디한 가게들을 끌어들였다. ‘나키’가 낮게 읊조렸듯 이미 이태원은 땅이 꺼질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그리고 영화 속 젊은 예술가들은 이 동네가 더 유명해지질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는 재개발 안 된다는 소문이 돈다고, 재개발되면 갈데없는 못 사는 사람은 어딜 가냐고 말한다. 하지만 아마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건 그녀의 바람이고 당위일 뿐 개발은 사람의 사정을 보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할 뿐이다.

 

청량리도 그랬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헐린다는 소문만 있고 그대로 유지되어 왔지만 어느 순간 정말로 다 헐려지는 때가 왔다. 업주들은 보상금의 액수를 두고 서로 싸우고 등을 돌렸고 여성들은 오늘 당장이라도 나가라면 나가야되는 상황을 하루하루 버텼다. 아마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의 문제일 뿐 갈 곳도 없는데 밀려나야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안타깝고 억울한 마음 외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그 고민의 단초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왜인지 ‘영화’님은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고 했다. 이룸에서 노년 성매매 인터뷰를 했을 때가 떠올랐다. 순자 언니는 인터뷰가 끝나고 ‘그거 들춰보면 쓸만한 게 없을거다’라면서 자신의 인생이 한심하다 하셨다. 언니의 낮은 한탄에 내가 좋은 대답을 찾지 못했던 그 순간이, 나에게 너무나 인상적이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혹시 ‘영화’님도 순자언니와 비슷한 마음은 아니었을까. 이태원에 사는 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참 놀랐던 것이 모자이크가 없을 거라는 점이었다. 참 소중한 이 영화를 탄생하게 해준, 영화에 출연할 용기를 내준 여성 세분께 감사드린다.

불량언니 작업장

[2018 이룸의 시대한탄 ①] 종로여관방화사건에 부쳐

[2018 이룸의 시대한탄 ①] 종로여관방화사건에 부쳐

20일 종로 한 여관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화재를 일으킨 사람은 여관 밀집 지역 중 한 곳을 방문하여 성구매를 시도했고, 여관에서 거부하자 홧김에 불을 질렀다죠.

 

흔히 여관바리(여관발이)라고 불리는 성매매는 특수한 업종이라기 보단 여관이라는 공간에서의 성매매를 통칭합니다. 어떤 공간에서든 여성접대와 성구매를 바라는 한국 남성문화의 일상적인 단편 중 하나이지요. 노래방 카운터에서 여성을 불러달라 요구하고, 마사지 업소에서 유사성행위 및 성행위를 요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피의자의 행동은 원치 않는 성행위를 요구하고 억지 부리고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여타 구매자들의 보편적인 행동들과 유사합니다. 자신을 무시한 것처럼 느꼈을까요? 무엇이 그리 화가 났나.. 성구매를 거부한 게 그리 화가 날까.. 다들 하는데 나만 못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관과 피의자 둘 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안을 종결했다지요.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성판매자를 함정단속해 온 경찰의 행태를 떠올려보면 성구매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성구매자를 단속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관바리가 성행하는 여관은 작고 허름한, 빈곤한 이들이 몸 누일 곳을 찾아가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 곳에서 성판매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중장년 여성으로 손님이 요청하면 여관을 방문합니다. 여관바리 성매매의 화대는 1만원~2만원 정도로 낮습니다. 그럼에도 중장년 여성의 다른 일자리에 비하면 아주 높은 시급입니다. 성구매가 일상인 한국남성문화와 빈곤한 중장년여성계급의 현실이 만난 현장이 여관바리입니다.

 

화재가 쉬이 진압되지 않은 이유로 열악한 지역 상황을 꼽습니다. 빈곤계층의 거주지역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문제입니다. 좁은 골목에 밀집해 있는 협소한 거주공간. 대부분의 집결지 쪽방촌과 근방의 여관이 그런 상황에 놓여져 있지요. 어떤 대안도 없이 이런 공간을 재개발하겠다고 밀면 빈곤한 이들은 또 다른 협소하고 안전하지 않은 쪽방으로 이동합니다. 꼭 방화사건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위험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빈곤한 이들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계급 상관없이 안전하게, 인간답게 살기 위한 도시 개발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의 내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이번 사건을 이유로 낙후 지역이 대책 없이 밀리거나 여관을 타겟으로 한 단속이 강화될까 염려스럽습니다. 성구매문화의 일상화, 여성 빈곤이 문제의 원인입니다. 졸속행정으로 실적만 올리는 방책을 대안이라 말하지 않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룸은 [2018 이룸의 시대한탄]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 여성주의 관련 사안에 대해 에휴.. 한숨이 나올 때마다  토막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첫글부터 정말.. 깊은 한숨이 나온다지요…..

활동

2016년 10월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with 윤정원, 강유가람)

10월에도 어김없이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청량리는 10월 5일, 이태원은 10월 6일에 다녀왔는데요.
이번에는 특별히 윤정원(a.k.a 모름)님과 강유가람(a.k.a 고래)님이 아웃리치 후기를 써주셨습니다. 예~
윤정원 님은 청량리 아웃리치에, 강유가람 님은 이태원 아웃리치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이룸 후원회원이 된지 반 년이 넘어갑니다. 지역사회에서 산부인과의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과, 그러던 중 학생때의 친분이 있던 유나와의 인연으로 이룸에 처음 발을 들여놨습니다. 진료연계? 의료상담? 정말 아무 밑그림도 없이 막연하게 이것저것 던져보는 저에게, 이루머들은 아웃리치를 같이 가볼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웃리치 구역은 크게 유리방 구역과 쪽방구역, 여인숙 구역으로 나뉩니다. 유리방은 흔히 많은 사람들이 정육점 불빛으로 알고있는 그 이미지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여인숙은 펨푸(pimp, 집결지 골목에 나와 있으면서 성판매여성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포주. 주로 중장년여성) 들이 운영하고 수명의 여성들이 고용된 형태이고, 쪽방은 생애주기 가장 말년의 단계 언니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청량리에서도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마다 다른것들을 보겠죠. 깊이 파인 언니들의 가슴골이 보일수도, 빨간 불빛으로 기억할수도, 차창을 조금 내린채 천천히 지나가는 차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제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건 평균 15cm 가 넘는 높은 힐, 담배를 물고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있는 바 의자였습니다. 틀림없이 신체활동이 적은 직업이고, 햇빛을 적게 보기 때문에 비타민D 가 부족하여 뼈와 치아가 약할 것이고, 거기에 잘못된 자세와 허리에 무리가 가는 힐까지. 유리방 언니들의 자세에서 든 생각은, 쪽방 언니들과의 만남에서 명확해졌습니다. 중장년으로 갈수록, 이룸이 지원하는 부분은 의료지원부분이 점점 커지는데요, 디스크와 골다공증, 치아문제 같은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첫 아웃리치의 마지막 루트정도에서 눈길을 끈건 어느 한 유리방이었습니다. 쇼윈도 유리창 공간 뒤로,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그야말로 1m 정도 남짓밖에 안되는 겁니다. 고시원과 비교가 될까요. 고공농성 진료지원을 자주 다니는 친구가 이야기해준 농성장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하늘 위, 바람이 세게 불어 첨탑 주위로 60cm 남짓하게 밖에 공간을 만들지 못해, 몸을 구겨 가둔 잠을 자고 떨어질까 공포심이 계속 든다는 이야기. 서울시내 한복판 가장 번화가지만, 몸을 가둘 공간은 겨우 1m. 저기서 섹스가 가능해 라는 말이 입밖에 나오려다가 쑥 들어갔습니다. 열악한 노동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겁니다.
 
어쨌든 이 언니들은 존재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으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병과 피임 인공임신중절 정도 생각하고 시작한 이룸 후원이었지만, 아웃리치를 통해 이들의 삶과 노동을 조금은 가까이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번정도의 아웃리치를 함께 했지만, 제가 눈썰미나 친화력이 안 좋아서인지, 언니들이 자주 들고나서인지. 아직도 항상 서먹서먹하고 어색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요. 라고 썼는데 11월에 청량리를 완전히 철거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어떤 공간에서 어떤 노동을 하게 될까요.
 
 10월 6일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강유가람, 다큐멘터리 <이태원> 감독)

 

이번 아웃리치는 언니들과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1년 넘게 만나면서도 한 번도 가게 안에 들어와서 앉으라고 이야기 해주시지 않았던 

F언니도 들어와서 커피를 타주시면서 정치이야기, 추워져서 그런지 밖에 눈이온다며 

농담을 계속 하시기도 했습니다. 

 

S언니는 애지중지하는 반려견이 뺑소니에 치여서 다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치료비도 많이 나왔을 텐데 

꼭 뺑소니범이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 때마다 차를 대접해 주시던 A언니는 이번에는 신기한 미숫가루라떼를 주셨네요. 

진상 ‘손님’들에 대한 불만, 술을 많이 먹어야해서 숙취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일 하는 사람은 오래 살면 뭐하냐는 한탄까지..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아주셨습니다.

 

한 언니는 자기 업소에 있던 언니가 쉘터에 갔는데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구요, 

다른 업소에서는 이태원 업소 초입에 있는 가게 두 곳에 팻말이 쳐진 곳은 곳 이제 철거되고, 

재개발이 될 거라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언니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룸로고가 새겨진 이번 아웃리치 물품 보온병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방문해온 이룸에게 언니들의 신뢰가 쌓였다고 믿고 싶네요. ^^ 

물론 이름은 아직도 잘 기억 못하시지만 ;;; 

 

아무튼 공간의 변화에 따라 언니들의 삶의 맥락에도 변화들이 많이 생겨날 텐데요.

다음 달에도 이태원 언덕배기 언니들의 이야기를 좀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후기를 닫겠습니다.

 

활동이야기

[후기] 우리가 이태원에 빚진 것_영화 <이태원> 을 보고

우리가 이태원에 빚진 것
– 영화<이태원>을 보고

완두

 
 
   이태원, 참 심플한 제목이다. 그만큼 이태원에는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 가능한 그 곳만의 풍경과 역사가 있다. 하지만 그것 그대로 영화 제목이 될 때는 이제까지 알았던 혹은 알고 있다고 믿었던 풍경에 균열을 예고한다. 누군가의 증언과 기록은 각자의 풍경이 서로의 경험과 기억에 빚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 존재 안팎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구체적인 소리와, 냄새와, 맛과, 온기로 실감한다. 내게 이 영화가 그랬다.

   이태원은 여러 인종과 종교, 문화, 정체성이 뒤섞여 있는 동시에 이태원하면 살인을 먼저 떠올릴 만큼 위험한 지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뉴타운으로 지정된 후 10년 넘게 재개발이 늦춰져 방치되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보고 모인 청년, 예술가들에 의해 활기를 띠더니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맛집, 서점이 들어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핫’해진 이곳을 [이룸]은 2015년 5월부터 <이태원>의 강유가람 감독과 함께 성매매를 경험하는 트랜스젠더/외국인/이주/여성을 만나기 위해 소방서 뒤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우사단길 일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태원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용산을 비롯한 전국 요지에 설치된 미군기지를 상대로 유흥업이 팽창한 지역 중 하나다. 지금은 당시 역사에 관심 있는 언론과 기지촌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졌듯 기지촌은 미군의 원조가 절대적이었던 시기 여성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정부의 적극적인 기획에서 설치‧운영되었다.
 


▲ 이태원 우사단로14길 일명 '후커힐'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태원에 있는 클럽에서 일한 여자들은 이 나라의 국보로 생각해야 돼. 쌍말로 말해 ‘엉덩이 국보’라고. 여자들이 보면 가족들이 셋 넷이 딸려있어. 안 딸려 있는 사람이 없어.” 라고 말하는 영화 속 나키의 증언은 이태원 클럽에서 일한 여성들이 성장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그 여성들과 이태원은 ‘성장’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
 

   주인공 삼숙, 영화, 나키는 40년 넘게 이태원에 뿌리내리고 사는 노년여성이다. 세 여성은 세간의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생계를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당시를 회고한다. 반백년 넘게 살아온 이들의 삶은 실상 폭력, 빈곤, 외로움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원은 그 세월을 함께 겪어낸 이웃과 김치를 나눠먹고, 가장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가족을 부양하고 또 잃어버린 형제를 기다리며 남은 인생을 살아내는 공간이다. 카메라는 세 여성이 이태원에서 일하고, 먹고, 관계 맺고, 노후한 주택으로 불편을 겪는 일상들을 쫓으며 관객에게 ‘지금-여기’의 이태원을 목격하길 청한다.
 

   성매매 경험 여성들은 주로 언론과 유흥업소 후기 사이트에서 오직 ‘몸’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남대문을 가도 다시 이태원 입구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는 이곳에 대한 나키의 애착과, 손수 준비한 음식들로 운영하던 업소의 40주년 파티를 열며 5년 더 장사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비치는 삼숙의 바람은 그들을 이태원 지역 주민으로서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곧, “여기 재개발 안 될 거야. 말만 그러지 안 돼. 여기 못사는 사람들 많은데 어디로 가라고 갈 데 없는데 씨발 돈 있는 사람이야 팍팍 사서 가겠지만” 이라는 영화의 말이 무색하게도 보류됐던 재개발이 재개 된다는 소식과 함께 이웃의 건물이 팔리고 철거된다. 나키는 낯선 인파속을 걸으며 “사람이 너무 많아 이태원이 꺼지겠다” 며 자본의 필요가 재촉하는 변화에 조용히 시름한다.
 

   근래 이태원에 정착한 청년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초기 값싼 월세로 흘러들어와 공방과 가게를 오픈한 청년들은 이태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공간을 꾸미거나 ‘계단장’, ‘마을투어’를 기획했다. 이들은 이곳만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면서 쇠퇴한 이태원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꿈꿨다. 하지만 도리어 이들의 활동으로 이태원에 사람들의 발길이 늘자 투자자들의 욕망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과 월세가 폭등해 청년들이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이태원은 현재 대표적인 유흥, 소비 공간으로 부상했다. 그 사이 이곳을 아끼고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의 주거와 생계는 개발과 성장으로 위장된 자본권력에 의해 내몰리게 됐다. 세대는 다르지만 기지촌 출신 노년여성들과 청년의 상황은 ‘지금-여기’ 공통의 위기를 공유한다. 그들의 상황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삶과 공간이 이처럼 반복적으로 지워졌고 또 그것이 어떤 이름으로 정당화 됐는지 짐작하게 한다.

   2010년 한국 사회의 ‘화대’는 7조원. 같은 해 영화 산업 매출 1조2천억의 5배를 넘는다(<은밀한 호황>, 김기태, 하어영, p.58). 하지만 여성에게 성매매를 시작하고, 지속하고, 중단하는 과정에서 빈곤은 떼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제까지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재개발, 도시정화, 성산업축소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 기업, 땅주인, 업주, 주변 상권과 지역주민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의 이익을 셈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누구의 손에 더 큰 이익이 떨어지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그곳에 왜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됐고 누구의 필요에 의해 지금까지 유지되었는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곳을 생계유지의 공간이자 '창녀'라는 편견어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의미화 해온 여성들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보상과 계획, 이를 위한 다각적인 논의는 공론화 되지 못했다. 지금 사회는 이유가 뭐였든 성매매여성의 존재와 공간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어떤 공간의 변화를 이야기 할 땐 그 공간에 누가 사는지를 비롯해 그 공간이기 때문에 알아야 하는 역사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태원과 더불어 [이룸]이 10년 넘게 아웃리치를 가고 있는 청량리 역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빈곤, 건강, 주거 등의 생존 문제를 오직 자본의 흐름에 의지해 스스로를 전시해온, 그렇게 거주해온 이들의 공간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진다.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친구가 지역에서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친구의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게 네가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일까?” 언제든 내쫓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지금-여기’에서 우리 역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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