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28 이룸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by.소원

이룸 공부방 1기 2회차 후기

 

6월 28일 대망의 두 번째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시간에 논의하기로 했던 글을 미리 읽지 못한 터라, 먼저 도착해서 읽으려고 퇴근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이룸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열일하고 있던 이루머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두 번째 모임 참석 회원들 모두 비 오는 날인데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우리 모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이 감사하게도 라면과 김밥을 제공해주어서 세미나 시작 전에 다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혜진이 라면 여러 개를 한번에 끓이면서 물 조절에 성공하는 솜씨를 발휘해준 덕분에 삼양라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 참치김밥, 치즈김밥, 보쌈김치도 맛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처음 온 레나, 소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이룸 자료집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대출’에 주목했습니다. 성형대출의 세 가지 축인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만 드러날 뿐이며, 이러한 연결고리들은 종래의 선불금과 달리 규제 법망에서조차 빠져나갑니다. 결국 여성을 성산업으로 빨아들이는 구조와 그 책임을 물을 주체들은 증발되고, 빚을 떠안은 여성만이 파산과 개인회생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됩니다. 유나는 이룸 상담 중 개인회생과 파산 절차에 대한 설명과 지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면서, 이 분야를 이렇게 잘 알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학자금, 주택자금 등 요즘 사람들에게 대출은 일반화된 삶의 양식이고, 빚을 지지 않고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사람들로 하여금 구조적으로 대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업 자체가 너무나도 쉽게 허가된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고 추심 방법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아예 추심을 불법화하고 상환만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주희의 토론문을 같이 읽으며 역사적으로 신용은 언제나 성별화되어 있었고 여성에게 ‘대출’은 쟁취하고자 하는 권리이기도 했음을 환기하면서, 여성이 신용시스템 안에서 경제적 주체로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와 신용시스템 바깥의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소위 ‘신용의 민주화’라던가 ‘정상적인 경제인’ 만들기가 성별화된 자본축적 속에서는 또 다른 여성 약탈로 이어지고 나아가 이를 은폐한다는 점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례를 살펴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소액대출을 장려하고 추심율을 극도로 높인 뒤 이를 빈곤 퇴치 성공으로 포장하는 것은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용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경계할 때, 다시 어떻게 생활을 영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게 됩니다. 혜진은 대출을 매개로 한 억압적 구조의 분쇄를 지향하는 동시에 당장 현실에서 마주하는 채무 해결 지원 역시 놓을 수 없는 이룸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금융화나 경제적 정상화라는 자유주의적 해법에 동의하지 않고 체제로부터의 탈주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면 신용부조와 탈주가 아닌 무엇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뻗어나갔습니다. 현우는 결국 근본적으로 신용산업을 정지시켜야하고 단계적으로는 자본에 대한 공적 통제 수준을 높여가며 직접적인 복지를 늘려가는 방식이 떠오르지만, 이는 대출 일반에 대한 대응이므로 성형대출이나 성매매와 연결된 사채시장은 다른 결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쌩은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상품으로 존재할 수 있고 사용가치로 이해되는 사회가 가부장제인데 어떤 것이 상품이다, 어떤 것이 생존의 유지에 필요하다는 전제 자체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해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복지나 공공부조라는 국가 중심의 접근에 우려가 들기 때문에 자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소규모 모임을 이루고 그 구성원들이 돈을 모아 자금을 융통하는 공동체 은행 빈고가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나 공적 해결에 대해 떠올릴 때, 여전히 국가 혹은 국가를 재조직하는 형태 이외에 다른 방식을 상상하는데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데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다음으로 ‘성형’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성형을 부추기는 의료업계와 성형을 해주는 의사에게도 분명 책임을 물어야하지만, 의료법상 브로커에게 수수료 주고 환자를 사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수료를 받았음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규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또한 미용을 위한 성형은 몸의 어딘가가 아파서 내과나 외과에 가는 것과 달리 일종의 기호성 상품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미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는 구조 역시 드러내야합니다. 그러나 성형대출이라는 합법적 금융관계는 이러한 성형산업의 약탈적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게 가로막습니다. 소윤은 이에 대한 저항으로 일체의 미용을 외모 꾸밈노동으로 규정하고 긴 머리 자르기, 화장품 버리기, 브라 안 하기 등을 실천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는 탈코르셋 인증이 올바른 페미니스트 되기 경쟁이라는 개인적 실천에 그칠 뿐 성형산업과 같은 구조를 타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해 아쉽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욕망 자체가 죄가 된 것 같아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레나는 심지어 탈코르셋 화장품까지 등장했다며 자본주의가 탈코르셋 운동마저 상품화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조직화 정치화되지 않고 파편화된 주체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면 구조를 바꾸는 운동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어서 쌩이 제시한 토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성매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반성매매운동의 논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성폭력의 경우 정조에 대한 죄를 깨려고 하지만 형식적으로 남아있고 법적 기본 형태가 강간죄에서 파생되는 형태이며 판례에서만 성적 자기결정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와 대비해서 성매매특별법 상의 성기삽입 중심적 성매매 규정을 극복하려는 논의에는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우는 일본에서 캬바걸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인 캬바쿠라 유니온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유흥업소 종사자의 권리 증진의 측면에서 접근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유나는 활동가마다 성매매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며 그것을 법으로 새기는 것에 대한 입장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고, 혜진은 성매매특별법 역시 성기결합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성매매의 법적 정의와는 별개로 문제시 삼는 성매매는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는 성상품화라고 생각하며 반성매매는 반성상품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모델 등 연예계와 성산업은 어떤 관계일까이었습니다. 모델 회사가 성형대출과 성매매 유입 통로로서 작동하는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불법촬영회 사건에서 보듯 성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윤은 아이돌 업계도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습생 때는 데뷔하기 위해서 성형을 포함해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다하고 걸그룹이 되더라도 데뷔 초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 수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할 뿐만 아니라 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혜진은 모델 에이전시가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산업 종사자를 구하는 경로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촬영회, 벗방을 방치하는 아프리카TV, 몰카가 주요 수입원인 웹하드 업체 등이 전혀 규제받지 않고 영업하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습니다. 만약 법으로 규제할 뿐만 아니라 전문수사대가 도입된다면 또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도 고민거리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풍성한 이야기로 두 시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룸 활동과 회원들의 경험과 지식이 교차하면서 이룸이 벼려온 문제의식이 담긴 글들을 더욱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루머들에게서 활동하는 가운데 만나는 딜레마를 우회하기보다 직면하려는 치열함이 느껴졌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가끔 술을 마시며 살고 있는 저에게는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하기를 미뤄왔던 질문들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 부스, 집회 등에서 이루머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습니다. 공부모임을 통해 이룸 활동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더 커졌습니다. 연말까지 매월 첫째주 목요일을 설레면서 기다릴 것 같습니다.

이룸공부방

[몹시] <혼자 살아가기-비혼여성, 임대주택, 민주화 이후의 정동> 을 읽었습니다.

송제숙씨의 책 「혼자 살아가기」와 「복지의 배신」을 함께 읽으려 했으나, 역시 책 한 권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이 책은 비혼 여성들의 삶과 언사를 통해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욕구, 정동이 어떻게 이 사회의 특정한 경향/흐름과 접속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더불어 비혼 여성의 경제적 빈곤을 한국 사회가(금융이) 어떻게 조장하고 활용하는지, 비혼 여성 스스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루머들은 제2장 비혼 여성의 불안정한 주거와 재정의 내용을 꼼꼼이 훑었고, 다른 장들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2 장을 읽으며
한국사회의 전세시스템은 완벽하게 집 장만 과정으로 침투했고 대안적인 메커니즘의 상상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부분을 주의깊게 읽었고요. 현금과 고소득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이 전세시스템의 기이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업소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대출 상품 중 참 오래 된 상품으로 ‘방일수’가 있지요. 높은 이자와 기이한 셈법을 자랑하지만 높은 보증금을 내야 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방일수도 사라질 일이 없겠지요.
 
공식적인 금융시장은 빈곤한 자를 차별합니다. 정규직-담보가 있는-남성 이 아닌 모두에게 폐쇄적입니다. 복지체계는 이성애 핵가족 바깥의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임대할 집이 있는 사람, 화폐 목돈이 있는 사람 등 이미 화폐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이를 바탕으로 빈곤한 자를 착취해서 자산을 증식합니다. 공식적인 금융과 복지체계의 차별을 문제삼아야겠지만 우리는 대체로 문제를 각개격파하려 노력하죠. 어떻게든 돈을 벌고, 어떻게든 돈을 모아 화폐 자본이 있는 사람이 되어 또 다른 빈곤한 자를 착취하려 노력합니다.
 
평생고용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서 제테크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고 이를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면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사보험과 연금을 드는 한국 사회.
아무래도 다 바꿔야겠어요.
 
# 책 안의 연구참여자들의 위치는 이루머들과 많은 부분이 겹쳤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우리의 삶, 욕구, 정동을 나눴습니다.
평화롭기 위한 소비, 나를 지키기 위해 카드를 긁는 생활
자유로웠던 내가 어느새 비루해진 이유
자유, 그 놈의 자유, 어떤 자유와 경제력
자본주의 사회에서 즐거운 삶을 구사하기 위한 조건들
노후와 이직, 활동과 생계, 나이듦, 우리가 하는 활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이런 것들이요. 우리는 불안해서 회피하고, 탐독하고, 안부를 묻고, 다독이고, 그렇게 계속 살아가겠지요.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욕망과 욕구가 사회의 커다란 흐름 위에 올라타 있음을 인지하는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성산업도 그 흐름과 같이 변형되고 교묘해지며 정상화되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음 몹시에서는, 이번에 함께 못 읽은 복지의 배신을 읽기로 했습니다.
이루머들은 과연 신자유주의에서 어떤 행위자로 기능하고 있는지 직면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우울해지겠.. 지요? 하하
 
 

활동이야기

[상담한꼭지]고백하건데 규제가 좋아졌습니다._유나

고백하건데 규제가 좋아졌습니다.
유나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나는 규제가 좋아졌다. 규제를 원한다.
 
                           
이번 주에만 초소형몰래카메라 상담이 두 건이었다. 여성들을 몰래 찍어대는 몰래카메라를 규제해야 한다. 몰래카메라는 ‘예방법’으로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초소형카메라는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2015년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 이후로 몰래카메라를 제조, 유통하는 업체들을 규제하는 법안이 상정되었다고 하는데 올해 얼른 통과되어 적용되길 간절히 바란다. 구매자(새끼)가 몰래카메라로 성행위를 찍은 것 같다는 상담전화가 오면 미쳐버릴 것 같다. 상대방의 연락처와 실명을 모르면 이건 고소를 할 수도 없다. 안경 등에 숨겨진 초소형카메라는 진짜 찍은 건지 그 자리에서 확인을 할 수도 없다.
아니 대체 살면서 이게 뭐 그렇게 필요해? 아예 이런 건 팔면 안 된다. 진짜 내가 원하는 건 위장 가능한 초소형카메라를 아예 못 팔게 하는 거다.
 
지난 주 열망한 규제는 금융 규제! 최고이자율이 27.3%가 된 날, 나는 축배를 들고 싶었다. 더 낮아져야 한다. 가파르게 낮아져야 한다. 한국의 금융을 연구한다는 어떤 자들은 이자율이 낮아져서 제1금융권의 대출기준은 높아지고, 가난한 서민의 불법 사금융 이용도가 높아질 거라던데, 가난한 사람들이 사금융을 이용하는 이유는 제1금융권의 대출기준이 높아서가 아니잖아? 그런 식으로 호도를 해대니 짜증이 났다. 대부업체들을 더더욱 규제해야 한다. 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해서, 많은 대부업자들이 대부업을 그만두면 좋겠다. 대부업이 조금이라도 목돈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사업처럼 되어 버렸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금융을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 아니 내 진심은, 금융 사업은 없어져야 한다. 돈이 없는데(‘돈이 없다’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와 동일한 의미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그걸 빌려준다는 이유로 돈 없는 사람들에게 이자까지 받아먹는 돈놀이가 대체 왜 필요해?

                                             
톡 터놓고 말하자면, 정말 내가 바라는 건 다 없애버리는 거다. 합법적인 대부업, 합법적인 초소형카메라의 영역을 따로 두는 게 아니라 다 뒤집어 버리고 싶다. 똑같이 돈놀이 하면서 ‘리볼빙 상품’이라느니 ‘마이너스통장’이라느니 포장해대는 은행도, 똑같이 돈놀이 하면서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학비부담’을 줄인다는 학자금대출도(그니까 이 나라도) 모두 위선적이다. 성희롱/성추행이랑 똑같은 행위를 할 수 있게 해놓고선 여성들 성병검사나 시키고, 2차는 안시키니까 합법적이라는 식품위생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얘기 하면 하나도 안 먹히고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고 하고, 이상적이라고 하니까 그나마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행정규제, 법 규제 얘기만 줄창 한다. 이렇게 나는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흑심을 계속 품은 채 규제빠로 탈바꿈하여 규제규제 한다.
 
 
 
 
 

활동이야기

이상한 성매매 나라의 경제 이야기 : ‘자유로운’ ‘파산불가능한’ 여성들(2015)

<이상한 성매매 나라의 경제 이야기 : ‘자유로운’ ‘파산불가능한’ 여성들>은 웹배포를 하지 않습니다.

발간물

[몹시] ‘한국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 를 읽었습니다.

몹시 후기(별)

0. 들어가며

이번 몹시에서는 베프 김주희님이 이루머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적어 손수 부쳐주신 여섯권의 책, [한국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2회에 걸쳐 나누었다. 지난 겨울 베프 때는 아직 세상에 없던 책이 여름 베프가 되자 이렇게 사무실에 도착했다니 논문의 탄생과정을 함께 하기라도 한 듯 무지 감동스러웠다. 조금이라도 더 꼭꼭 씹어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 논문은 2차, 접대라 불리우는 여성들의 몸-노동이 화폐의 순환을 떠받치고 있는 현실의 밑그림을 그려낸다. 화폐, 담보, 부채관계와 같은 경제와 실증의 단어들로 빼곡히 서술된 '구조적인 억압과 착취'의 밀도 높은 현장감은 뒷골을 서늘하게 할 만치 생생하다. 논문을 읽은 이루머들이 무력감에 휩싸일만도 하다. ㅠㅠ
 

1. 금융화된 성매매 공간과 여성들의 담보화

 
'신용의 민주화'는 가진 거 없는 자에게 선뜻 돈을 준다. 빌렸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신용이 제 의미가 무색하게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여성을 비롯한 빈곤한 자들을 채무자로 만드는 까닭이 무엇일까. 인간의 정치적, 윤리적 존재 및 행위의 근본 단위를 이름하여 ‘부채관계’로 소급 재편하기 위함이다.

‘부채관계’는 비노동, 무임금으로 치부된다고 여겨지는 여성으로서의 상품가치를 화폐로 전환하는 실천에 이미 합리성과 도덕성을 부여하고 있다. 자본의 힘은 이자청구와 채권추심의 합법성을 매개로 성매매에 대한 낙인이든 성매매 불법 여부든 개의치 않고 ‘채무자-여성’의 ‘몸-가치’를 투시하고 회수해가지만 아무런 법이나 제도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권장된다.

그런만큼 여성들의 행위성, 자발성, 자유는 그 힘의 자장 안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여성들은 자본을 대리하여 자신의 몸-가치를 계산하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을 실행하는 동시에 그 리스크를 개인의 몫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담보화'해야만 자신의 삶이 가능한 현실을 살고 있다.

담보화의 실천은 필연적으로 성매매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성매매 공간은 자원이 없는 여성에게 가능한 최대치의 신용을 주는 한편 그에 뒤따르는 고리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시장이다. 금융 공간이 성매매를 주요 이익 회수원으로 인정하자 여성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대출 자체가 선불금과 동일한 효과를 낳게 되었다. 판례에서는 채권이 성매매를 전제로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 채권이 위조되었다는 점이 더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업소의 벌금이나 임금체불, 건강에 유해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지출한 병원비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하게 된 여성이 대부업체 대출이나 카드빚으로 채무가 쌓여 파산을 한다고 해 보자. 이 여성의 대출은 채무부존재소송에서 누락되어 파산이나 개인회생으로만 변제가 가능하게 되어버린다.

이처럼 성, 즉 남성 성욕의 충족이라는 것은 그만큼 높은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사회는 광범위하고도 완전하게 신뢰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러한 신용과 대출들이 발생할 수가 있을까. 언니들은 자신이 번 액수를 실제보다 훨씬 높게 잡거나 얼마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성매매 공간으로의 진입비용, 성매매 공간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 선불금 및 대출 수수료와 원리금을 갚는 과정 전체가 수익에 이미 포함되어 있으나 이를 당연히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라야 한번 떼어먹으면 그만이지만 성노동은 나이 들거나 병들어 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어질 때까지 자발적 재생산이 가능하니 이익 회수에 더 유리하다. 여성들은 추심도 더 쉽다. 가족한테 알리겠다 한마디에 알아서 갚는다. 안갚아도 되는 돈인걸 알아도 끝까지 갚는다. 이토록 '안전한' 선불금 차용증은 ‘증권화’ 과정에서 제2, 제 3의 신용과 대출, 이윤을 겹겹이 발생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현금없이 룸싸롱 다섯개를 굴리는 사례를 보자.

이러한 사회구조 안에서 여성들은 이성적인 계산에 입각해 ‘매춘화된 성’, 성별불평등의 재생산으로서의 성을 '선택'한다. 그러한 종류의 성이야말로 상품성이 있는, 거래될 수 있는 자신의 유일한 몸-가치로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소유자-시민의 지위를 주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 교환이 이러한 성적 관계를 정당화하면서 이것을 재생산할 수 있는 주체들을 양산해낸다. 이러한 효과를 낳는 대출들이 여성 개인의 채무 형식으로만 인식되면서 성매매 정치학에서 누락되어 왔음을 논문은 분석한다.

2. 이루머들의 대화

2,1 부채의 형성과 조절

이루머들은 업소들이 대형화되는 한편 언니들이 소액의 선불금을 갚지 않고 계속 안고 가는 동향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 돈을 갚을 필요가 없고 업소에서 갚게도 안 한다. 업소는 여성이 그만큼을 땡기게 한 다음, 그 빚을 안고 가게 한다. 그 빚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지게 한다. 연대보증과 맞보증 등으로 채권을 묶어 한 사람이 손실을 내도 나머지 사람이 메꾸게 한다. 이것이 성매매의 경제 공식이다. 이때 부채가 여성을 통제, 억압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통제를 많이 하면 부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부채와 통제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종 방석집에서 계속 갇혀서 일을 하면 돈이 모아지고 부채가 줄어든다. 이처럼 성매매 경제 안에서 부채는 늘어나기도 하지만 줄어들기도 한다. 부채가 너무 크면 언니들을 다른 업소로 못보낸다. 즉 팔릴 수 없는 몸이 된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해서 성산업에 기생하는 여러 사람들을 먹여 살리게 하기 위해 부채는 유지되고 조절된다는 것이다.

잘 그려진 다혜의 부채 그래프가 이러한 부채의 조절의 역학을 보여준다. 어떤 업소에서도 일억짜리 언니를 받아주지는 않는다. 일억의 부채는 여성들을 성매매에 묶어두면서 상품으로 순환시킨다는 본래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린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다. 부채의 연결망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성매매에 남을 수밖에 없는 여성 인구를 확보하면서 다음, 다음의 여성을 끌어들이는 성격의 것이지 여성들 개인의 씀씀이에 의한 개인적 채무가 아니다. 논문은 부채에 대한 시각을 개인적인 것에서 관계적인 것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신용의 민주화가 젠더화 되어 있음을 밝힌다.

하지만 막상 언니들이 사기죄로 재판을 받을 때 판사가 이 돈 받아서 어디 썼어요? 물어보면 진짜 이상한데 썼다는 함정… 논문에서는 성매매를 하기 위해서 꼭 다 사야하는거였던 걸로 증명을 하기는 하지만, 본인들도 내가 받아서 내가 썼다고 하는데 어떻게 구조로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논문의 논리가 실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2.2 풀링 기법과 부실채권, 추심

한편 ‘풀링’ 기법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융화 이후의 성매매에서 풀링으로 위험요소가 분산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사례를 통해서 이해해보려고 했다. 대형 룸에서는 한 업소당 막 백명씩 있는데 열명의 여성이 비슷한 조건으로 열개의 대출을 한다면 관리하는게 쉽고, 상환이 안되서 처리할때도 연대보증을 서고 있으니 다른 금융기관에 팔 때도 쉽고, 받은 기관이 채권을 회수하기도 쉽고, 동시에 추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지!

뿐만 아니라 일억짜리 차용증이 신용쪽에 십퍼센트, 천만원의 가격에 팔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은행쪽에서는 천만원 내고 일억을 추심할 수 있으니 이익이지만 업주는 왜 직접 일억을 추심하지 않고 구천의 손실액을 감수하는지에 대한 평소의 의문을 해소해보려고 했다. 그 구천이라는게 상당부분이 선이자, 벌금 등 성매매 운영비용일거라고 추정된다. 관리하는 언니들이 많으니 비용을 계산해서 텄다 싶으면 추심할 시간에 업소를 굴리고 술을 파는게 낫다. 업주들은 진짜 손해를 안보고 사나보다 싶은… 업주 당사자가 추심하는걸 본 적이 없다. 그걸 보면 별로 손해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이걸 돈 주고 산 신용정보회사는 다르니 추심이 고약해진다. 추심업체 피라미드가 재미있었는데 추심행위들이 밑으로 갈수록 많아지고 지저분해진다. 불법추심금지법이 있고 언니들에게 그 법을 언급할때가 많지만 사실 처벌된 판례는 없다. 이런 추심이 이 경제의 필수적 요소라는 반증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이루머들은 지하경제 추심으로 안전한 상품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 한번 우울해지고 말았다.

2.3 업소서열화와 수입서열화

업소 서열화와 수입 서열화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하여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텐과 삼종은 기본이 다른데 정말 그런지 이루머들에게 바로 와닿지는 않았다. 순자산이 일정하다고 하면 동의가 될 수는 있을거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젊은 여성들의 업소만 보면 어느정도 일정하다 얘기할 수도 있겠는데 지역대와 나이대가 개입하면 또 다른 분석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정말 경제적 자립을 한 언니들을 본적이 없다는 점에서는 동의가 쉬웠다! 스폰이 경제적 자립은 아니니까? 성매매 시장 안에서 계속 활용되는 한에서만 경제인으로 살 수가 있다는 사실. 언니들이 수중에 들어온 돈이 적다는 설명만이 아니라 왜 돈을 못모으고 왜 못나오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의 착시효과 만으로 명쾌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상담사례를 모아나가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논문에서 제시되는 업소 서열화를 보면 사이즈가 더 중요하지 성적 서비스는 부차적이다. 그걸 보면 성적행위, 기술이라는 상품이 판매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을 파는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상품성의 기준이 성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몸, 외형으로 결정되니까.

2.4 갚을수 없는 돈, 갚지 않아도 되는 돈

다혜라는 아웃로의 사례가 흥미로웠다. 여자들이 어떻게 돈을 버냐고 되묻는, 눈먼 돈을 집어삼키는 그녀는 날카로운 동물적 직감으로 성매매 공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만이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는 존재로 나온다. 하지만 그녀 역시 지금 스폰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는 다른 여성들과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

3. 상담소에서

몹시를 마치고 난 후 상담전화를 받았다. 언니는 수년 전 맞보증 선 동료 언니가 파산할 때 이룸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상담원의 파산 권유를 거절했었다고 한다. 자신이 굴릴 수 있는 규모의 부채라고 판단했고 그 부채를 유지해야만 업소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미래의 시간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언니는 그 부채를 유지하는데만 계속해서 새로운 부채를 졌다. 그리고 당장 오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수년간 매일, 매주 돌아오는 상환일과 추심이 자살시도를 할 정도의 스트레스였음에도 언니에게는 어떻게 오늘만 막으면 앞으로 해결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남아있었다.

언니의 사례는 담보화 논문과 이어진다. 소득이냐 부채냐의 이분법적 프레임으로는 언니의 일상을, 이 행위성을 설명할 수 없다. 9월 23일 열린 성판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토크콘서트에서는 내가 번 돈이 장부에만 기록되어 있고 선불금 빚은 줄어들지 않는 비상식적인 상황에서도 언니들이 쉽게 그만두지 않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토크 참가자들과 관객들이 머리를 맞대었지만 언니들을 성산업에 고착화 시키는 구조는 쉽게 말로 정리되지 않았다. 업주와 알선자의 감금, 협박, 세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언니들은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자발성으로 성매매에 머무른다.

수화기 속의 언니에게 자신이 더 이상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사람임이 주위에 알려져 업소에서 맺어온 관계들,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빌려줄 사람들을 잃게 되는 것은 가족에게까지 추심이 들어가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큼이나 수치스럽고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언니가 파산과 탈성매매를 미룬 까닭 역시 이 수치심과 공포심 때문이다. 언니는 좋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 좋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었다.

언니들은 선불금이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끝까지 돈을 갚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돈을 떼먹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신용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신용이 언니들을 성산업으로 유입시키고 고착시키는 것이다. 이 신용이 언니들의 부채관계를 형성한다. 어떤 힘이 언니들에게 이러한 자발성을 주는가? 토크 콘서트에서 한 관객은 자신이 성매매가 나에게 적합한 노동환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고수익으로 인해 선택을 고민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폭력으로 다가왔다고 이야기했다. 여성들에게 이러한 선택이 주어지는 상황 자체에 대한 분석이 없이는 성매매 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나, 를 지탱하는 핵심이 나의 신용이 되었을 때 그 신용을 포기하는 것은 삶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여성들에게 내가 나를 이 신용과 동일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이 신용에서 비롯한 성매매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인식틀을 주는 것이 이 논문이다. 이 인식틀은 언니들의 경험, 이야기가 성매매를 새로운 사회적 현실로 구성할 수 있도록 매개가 되어준다. 여성들이 자신의 행위성으로 성매매에 발을 들여놓고 머무른다는 사실과, 이것이 착취이자 억압이라는 발화를 동시에 긍정하면서 어떻게 설득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설득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성주의적 의미투쟁이라고 생각된다.

자활의 문제는 이 신용을 재생산한다는데 있다. 이 사회가 허락하는 주체성과 자유가 신용일진데,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이 신용과 자유가 성매매를 전제로 할 것일진데 파산, 개인회생, 워크아웃, 채무부존재소송을 통한 부채 탕감이 반성매매의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주 업무인 상담소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4. 여성주의적 의미투쟁?!

여성운동이 언니들에게 탈성 자활에의 성공, 신용 이외의 새로운 주체성, 새로운 삶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제도화된 국내 여성운동이 금융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비판력을 상실한 것일 수 있다는 논문의 일갈! 어디서 이 힘을 길어올 것인가? 젠더권력관계는 금융화로의 신변종을 겪고 있다. 여성이라는 성적 타자의 몸과 섹슈얼리티가 화폐제조기가 되었다. 이 구조에 개입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반성매매 정책을 비롯한 여성운동은 헛발질이 될 수 있다… 아아…

캐슬린 배리는 계급으로서의 여성을, 이진경은 죽음정치적노동에 포섭된 자들로서의 여성을 이야기했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화폐가 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 금융은 어떤 식으로든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게 만들것이다. 그것은 자동차, 주택담보대출이고 성형대출이며 풀옵션원룸, 강남에서 텐으로 살기 위해서라면 필수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들에 포함되어 있다. 이 비용이 없는 성매매를 상상하는 것은 최소한 그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을 위한 일은 아니다. 쉽게 버는 돈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말도, 성매매가 쉽게 돈버는 일이 아니라는 말도 충분하지는 않다. 왜 여성들이 이 돈을 벌어야 하는가? 이룸의 노년여성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이 돈을 가족 재생산에 투입했다. 논문에서는 가족과 친구에게 무언가 해주기 위해, 금융 신자유주의 사회가 제시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소유자로서의 삶을 사는데 투입했다. 이 삶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성매매라는 단일 이슈에만 개입하고 성매매를 제거하는데만 집중하는 여성운동은 비판적 실천의 힘을 상실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루가 앰네스티 논평에서 앰네스티 정책을 포주의 언어라고 지적하는 것은 유효하다. 전면 비범죄화는 이러한 삶을 용인하는 실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성노동자 대상으로 보험상품이 많이 개발되지 않을까? 이런게 규제로 다 될까? 자본가들 입장에서는 성노동자를 인정하는게 이익이 되므로 그렇게 될텐데 빈틈을 알리고 작업을 하는 자체가 성노동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지는게 답답하다.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5. 나가며

성매매 경험을 새로운 사회적 현실로 재편하는 작업으로서 이 논문은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고 읽히는데 이룸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룸의 활동에 녹여내었으면 좋겠다. 이룸에서 김주희님과 논문읽기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희망찬 계획으로 몹시를 마무리하였다! 

활동이야기

기획포럼 새로고침 F5 2차 : 성매매와 사채시장의 공모관계, 해체는 불가능한가(2012)

발간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