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3. 성매매업소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나요?

그것을 알려주마 / 이룸에게 물어봐 / 성매매 Q&A

 

도대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불편한 현장을 한 가지 ‘입장’으로 정리하고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도, 왜 성매매에 대해서는 계속 같은 종류의 논쟁만 반복되는 것인지 신기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질문들 속에 성매매에 대한 우리의 작은 궁금증들이 가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로의 ‘입장’을 점검하는 데만 열중하다가 성매매현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물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질문을 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입장’은 없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성매매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하면서, 응원해야 하는 일은 함께 응원하고, 분노해야 하는 일에는 함께 분노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힘을 모아서 조금씩 나아간다면, 함께 만든 그 길이 우리의 ‘입장’이 될 것입니다.

성매매에 대한 궁금증들이 더 구체적인 질문과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소박하게 바랍니다.

 


 

Q3. 요즘에는 여대생들도 성매매를 많이 하고, 텐프로 같은 곳에서는 ‘공식적으로’는 2차도 없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들어가고 나서는 빠져나오기 어렵더라도 이런 곳(텐프로 같이 조금 괜찮은 곳)에 들어가는 여성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꽤 있나요? 있다면 그 비율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아시나요? 너무 궁금한데, 이런 건 검색을 해봐도 답이 안 나와서요.

A. 자발적으로 성매매업소에서 일을 시작하는 여성들이 있는지와 그 비율을 질문해 오셨습니다. 사실 굉장히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이에요. 일반적인 분들 뿐만 아니라 경찰서에서도 법원에서도 이 ‘자발성’의 문제가 너무나도 궁금하신가봅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자면 ‘비자발적으로, 억지로, 본인의 의지에 반해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나쁜 것이고 여성에게 피해인 것이 분명한데, 당사자의 선택으로 시작된 성매매는 피해가 아니라 당사자 개인의 책임이 되고 그러한 성매매를 반대하거나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옳은가?’를 궁금해 하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성매매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성매매 없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성매매가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자발/비자발의 경계와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의 문제는 너무나도 복잡한 문제이니 논외로 하고,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 일을 선택하는가? 의 질문에는 거리낌 없이 yes!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길에서 두들겨 맞고 봉고차에 납치되어 감금당한 상태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죠. 질문자님이 말씀하신 ‘텐프로 같이 조금 괜찮은 곳’부터 성매매집결지의 조그만 쪽방, 전국의 여관, 룸살롱, 다방 등등에서 성매매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츄라이(면접)를 보고 일을 시작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자발성 속에는 반복되는 빈곤과 생계의 문제, 성매매여성에게 가해지는 낙인과 차별, ‘2차는 없다. 월수 1000만원 보장’과 같은 성매매 알선자들의 거짓말, 교묘하게 여성들의 수입을 갈취하여 빚을 지게하고 그 빚을 갚을 것을 종용하는 협박, 사회적으로 저평가된 여성노동의 문제, 남성중심의 성문화, 성/계급의 문제 등등이 녹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싸안고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의 자발성이 아니라 그 자발을 이끌어 내었던 환경과 사회구조가 아닐까요?

하지만 성매매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사회적인 요인들에 의해 무기력하게 성매매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에요. 여성들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적극적으로 생계/생존/삶과 연결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문제는 불법이냐/합법이냐, 반대냐/찬성이냐, 피해냐/노동이냐 의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하였다고 해서 성매매 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인권침해들, 단순히 몇 만원 뜯기는 것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폭력까지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지요.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왜 성매매를 하는가?’에만 매몰되지 말고, ‘성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로 확장/전환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여서 사실 저도 궁금한 게 있어요. 성구매자는 자발적으로 성구매를 하나요? 도대체 왜 그런 일을 자발적으로 한대요? 자발적으로 한다면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