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조이스(두레방)

 

이고운 감독의 영화 <호스트 네이션>은 한국 내 미군 기지촌에서 일하게 된 두 명의 필리핀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들에 대한 성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과 정부기관의 넓은 망을 드러낸다. 이들은 이주여성을 착취하는 합법적인 시스템이자 정부 또한 허용하는 E-6-2 비자 제도를 통해 들어온다. 영화는 E-6-2 비자를 통해 누가 이득을 얻는지, 누가 비난을 받는지, 누가 그 착취와 범법행위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감당하는지, 그리고 누가 뒤에 남겨지는지 드러낸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마리아와 조이, 그리고 수천 명의 이주여성들이 90년대부터 E-6-2 엔터테이너 비자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한 주요 인물들과 정부기관들을 만난다. 특히 브로커정, 프로모터인 파파정과 매니저 욜리는 필리핀 여성 마리아가 한국에 입국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마리아의 생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사업을 한다”고 분명하게 밝힌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난한 필리핀 여성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연결시켜주는 것, 엔터테이너로 키워주고 ‘주스 쿼타’를 강요하지 않고 여성들이 바파인(성매매)를 피할 수 있도록 가수 훈련을 많이 시켜주는 좋은 ‘보스’ 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브로커정, 프로모터인 파파정, 그리고 매니저 욜리는 노래와 엔터테인먼트가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에서 하게 될 일과 실제로 관련이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착취가 가능하도록 승인을 허가하는 정부기관들이 그 환상을 유지시킨다. 실제로 이 인물들과 기관들 없이 마리아와 조이가 한국에 입국할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역으로 마리아와 조이 같은 이주여성들이 없다면 E-6-2 비자를 통한 인신매매와 기지촌 착취 구조에 속한 모든 개개인이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군과 같이 재정적 이익 외에 다른 형태의 이익을 얻어가는 것도 있다. 영화는 주한미군의 모순적인 행동을 가리킨다. 미군측은 기지촌 업주들을 인신매매 범법행위자라고 비난하면서도 기지촌에서 성을 구매하는 미군들이 책임과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군은 기지촌 업소들이 이주여성을 고용함으로써 실제로 인신매매가 있었다고 판단을 하면서 미군들에게 업소 출입 금지 명령을 내린다. 이런 식으로 ‘off limit’ 명령을 내리는 것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노력으로 보여, 주한미군은 국제사회에서 이 노력에 대한 박수와 칭찬을 받는다. 한편, 주한미군은 기지촌 상인들에게 미군들의 “건강, 안전,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특정 조건 제거에” 협력을 요청하지만, 결국 주한미군도 한국정부도 기지촌 상인들도 이주여성 성착취피해당사자를 진정으로 보호하거나 이들에게 구매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파파정이 영화에서 말하듯이 미군측에서 기지촌의 구매자인 미군들을 오히려 보호해준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은 인신매매를 근절해야 한다고 정당하게 주장을 한다. 하지만 군산 기지촌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군측은 착취 현장 이후의 상태와 그 현장에서 일을 했었던 여성들에 대한 책임의식이 전혀 없다. 군산 A-Town의 경우, 한국 미군 ‘위안부’와 이후 이주여성들을 고용했던 미군 외국인전용업소들이 수십 년간 운영 되다가 ‘off limit’ 당한 이후에는 마리아의 클럽처럼 이주여성들을 고용하는 한국 클럽들로 탈바꿈했다.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반복적으로 비난을 받는 인터뷰 내용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성매매 강요와 착취를 당한 후에 업주와 프로모터를 고소한 조이가 업소에서 일을 하면서 손님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파파정은 필리핀 여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일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오고 그들은 자신들의 현실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조이와 여성 단체 센터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 이주여성은 경찰로부터 의심을 받고 피해자를 비난하는(victim-blaming) 발언을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마리아는 필리핀을 떠나기 전 동네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아는 것을 곤란해 한다. 이후 군산에서 일을 하면서 심지어 어린 딸아이도 마리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된다. 마리아와 조이를 포함하여 영화의 모든 이주여성들은 역시나 가족, 이웃, 손님, 가해자, 경찰 등으로부터 비난을 당한다.

 

한편, 영화 속에서 가해자들 중 아무도 자신의 착취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영화의 가해자들은 잘못을 부인하거나, 돈으로 해결하거나,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다. E-6-2 비자 발급과정에서 승인을 해 주고 기지촌 현장을 관리해 온 기관들도 지난 25년 동안 무관심 또는 묵인으로 이 착취 구조가 가능하게 하도록 해왔다. 실제로 90년대부터 한국 정부는 가해자들을 처벌하려고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이주여성들만 한국 출입국 또는 경찰한테 잡혀서 피의자 신분으로 강제출국을 당해왔다.

 

영화에서 만나는 이주여성들은 결국 업주, 프로모터,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신을 스스로 챙겨야한다. 조이가 말하듯이 “이런 직업은 아무도 나를 존중하지 않아. 자신이 자신을 보호하고, 구해주는 수밖에 없어.” 조이는 클럽의 착취를 벗어나고 싶었을 때 프로모터나 필리핀 매니저의 도움을 받지 못 했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만했다. 마리아의 경우, 매니저 욜리는 마리아가 좋은 업주와 프로모터를 만나기 위해서는 행운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욜리는 한국에서 술 취한 손님의 불쾌한 행동이나 성추행에 대응하는 책임을 마리아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후 군산에서 마리아는 해로운 일과 위험한 손님으로부터의 보호를 기도에 맡길 수밖에 없다. 아무도 그들을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파파정은 기지촌 업주들이 이주여성들을 고용하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한다. 화면에 나타나는 기지촌 가시철조망에 갇힌 것처럼 한국 미군 “위안부’들은 큰 빚을 지고 클럽에서 도망치나 다른 지역의 기지촌에서 다시 잡혀오곤 했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조이를 처음 만나고 그의 진술을 듣기 전에 현재 기지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지촌과 현재의 기지촌은 업소 간판과 일하는 여성들의 국적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주여성들의 현실은 과거에 한국 미군 ‘위안부’들이 포주, 정부기관, 그리고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 한 채 버려진 경험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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