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네이션> 관객후기 3.

<호스트 네이션> 프로그램 관객후기

_정선

 

이젠 서울을 드나드는 게 제법 ‘가끔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내 생활권에서 많이 멀어진 탓도 있고, 아이의 생활에서 분리되지 못한 나약한 엄마로서의 삶이 정신없이 흘러간 탓도 있으리라. 아무튼 그저 순전히 옛 동료에 대한 의리(?)로 이룸 영화제 <호스트네이션>을 보러 갔다.

 

기지촌, 동두천, 미군, E6 비자, 러시아 여성들…

 

영화를 보러 가기 전까지, 내가 떠올렸던 단어. 개인적으로 2012년 반성매매 활동을 접을 때, 기지촌 성매매에 대한 이슈에서 떠올린 단어들이다. 영화는 그 후의 이야기를 보여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지하철을 탔다. 이룸 영화제 행사장 바깥은 추운 날씨에도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졌다.

<호스트 네이션> 영화는 필리핀 여성이 현지 브로커와 한국의 브로커를 거쳐 어떻게 한국 기지촌 업소에 유입되는지, 또 여성이 이주하는 과정과 탈출구를 찾는 과정이 어떠한지를 함께 보여준다. 놀라웠던 것은 감독이 직접 브로커들을 꽤 근거리에서 촬영했다는 점이다. 감독은 그들과 어떻게 관계 맺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 속에 담을 수 있었는지 흥미로웠다. 성매매 강요는 없다는 둥, 필리핀에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등의 브로커들의 이야기는 그 뒤에 이어지는 여성들의 다른 경험과 나란히 배치되며 영화 속에 자리잡고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그들이 취득하지 못한 불안정한 정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불안함, 한마디로 주도권 없이 내몰려지는 상황들. 영화는 그렇게 브로커와 여성의 극명한 경험치와 초국가적 성산업에 조력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2012년 내가 알고 있었던 기지촌의 모습은 변했을까? 러시아 여성이 필리핀 여성으로, 성구매자는 주한미군에서 한국남성으로 대체되었다는 점 이외에 특별히 변한 건 없는 듯 했다. 어떤 형태로든 빈곤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방식의 성산업은 건재하다는 것. 기지촌 내 유흥업소와 인신매매와의 연관성을 주한미군 측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내가 모르고 있었던 변화라면 변화였다. 설령 기만적인 조치라 하더라도, 주로 성구매자로서 역할을 했던 미군측이 ‘군인들의 클럽 통제’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배경도 궁금했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기존 성매매라는 틀에 ‘이주’라는 테마가 보태지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 느낌이었다. 성매매와 초국가적 이주, 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여성들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무엇이어야 할까. 거대한 물음 앞에 잠시 막막해지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따라간 두명의 여성이 내내 가슴에 남았다. 업소를 상대로 법적싸움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이주 여성이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필리핀에 두고 온 소중한 딸을 가슴에 품고 고단한 한국사회에서 그저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2019. 11. 20.
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