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네이션> 프로그램 관객 후기

_오수영

 

이룸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그녀와의 첫 술자리에서 그녀 세대의 고민과 그녀의 고민을 들으면서 만취했었다. 그녀의 고민은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듣기 좋아서 목소리가 필요할 때 마다 그녀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렇게 그녀를 좋아했음에도 이룸의 후원회원이 된 건 최근일이다. 이룸이 새로운 공간을 찾고 있고, 공간이동의 가장 큰 이유가 ‘불량언니들’의 무릎 보호를 위한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후원단체를 늘리는 게 부담스러운 형편이었지만 클릭하고 말았다. 언니들의 뜨개실을 조직하고, 이룸의 행사에도 가끔 갔다. 그러다 영화제 소식을 접하고 활동 못 하는 후원회원이 손가락이라도 움직여 보자며 영화제 공유를 했더니, 초대장까지 주셨다. 사실 영화를 보러간 일요일은 전날 노동자대회 뒷풀이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셔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아마 그래서 후기를 쓰겠다고 했겠지…ㅠㅠ 졸며 깨며 영화를 봤다.

 

영화는 미군기지 인근 바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까지 오게 되는 과정을 쫓아간다. ‘가진 것은 몸뚱이’와 딸린 입 밖에 없는데 일할 곳이 없는 여성들의 선택지는 없다. 여성들은 성산업과 연결시키는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부끄러움은커녕 자랑스러워 하는듯하다. 여전히 한국에는 주한미군들이 여성의 몸을 살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이 있다. ‘기지촌’의 여성들은 가난한 한국여성에서 가난한 제3세계 여성으로 바뀌기만 했다. 그 공간안에서 여성들은 ‘쥬시걸’로 불리우며 모멸감과 폭력을 견뎌야 하고, 도망치거나 죽거나 가끔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정부와 공무원들은 이를 알고도 눈감는다. 모두가 공범이다.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감독과 기지촌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이룸과 같은 단체들이 있어 끔찍하고 암울하기만 현실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달라질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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