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4일, 이루머들의 ‘의쌰의쌰’ 전주여행 & 전북여성인권센터 방문 후기

5월 3-4일, 이루머들의 ‘의쌰의쌰’ 전주여행 & 전북여성인권센터 방문 후기

 

이룸에는 몰아치는 성산업으로 인한 활동가들의 소진을 미리미리 막기 위해 ‘우리 그래도 나를 돌보고 서로를 돌보면서 활동하자!!’는 취지의 활동가 소진예방 프로그램 ‘의쌰의쌰’가 있습니다. 올해 의쌰는 전주여행을 다녀왔어요.

영화 시간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이런 건 또 찍어줘야하니까 굳이 부탁해서 찍었다

전주에서 자란 이루머 달래의 가이드에 따라 전주한옥마을과 전주시내를 구경했어요. 달래의 청소년기를 좇아(?) 신포우리만두를 먹고, 전주의 쇼핑 핫플레이스 엘브즈에도 갔답니다. 낯설지 않은 친숙한 분위기에, 각자의 청소년 시절 시험 끝난 날 가던 시내 옷가게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대구 시내를, 누군가에게는 안양1번가를, 누군가에게는 의정부 시내를 떠올리게 하는, 모두의 추억을 불러일으킨 마성의 엘브즈!! 나올 땐 다들 양손 가득.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도 함께 보았어요. 영화를 보고 모주를 먹기 위해 막걸리집을 애타게 찾아헤매었는데 그 시각에 운영하는 막걸리집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지점이 여러개인데 착각해서 택시타고 이동해야할 먼 곳의 지점을 예약해놓은 한 이루머의 실수로 모주는 포기하고 근처에서 맥주로 대신했어요. 그래도 우연히 찾아들어간 맥주집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서비스를 엄청나게 주셨기에 만족스러운 밤이었습니다. 이루머들은 일상의 1/3 이상을 함께하면서도 일 없이 밤을 함께 보낸 것은 처음이라며, 아름다운 밤임을 감탄하면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달래가 인도해준 전주의 쇼핑천국 엘브즈. 유행예감!!!

 

그리고 다음날에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를 방문했어요. 환영 해주시고, 많은 선생님들이 친절히 안내해주셔서 이루머들은 몸둘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자활지원센터 매장도 구경하고,

 

전주 집결지 선미촌도 함께 라운딩하고,

 

전주시청에 마련된 자활센터작품 전시판매도 구경했어요. 작품이 너무 예뻐서 이루머들 모두 폭풍쇼핑을 해버렸네요.

 

사실 이룸은 불량언니 작업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청량리 집결지가 폐쇄되고 ‘나이 든 여성들의 생계’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불량언니작업장은, 좌충우돌 해가며 완성한 과일청과 손뜨개수세미와 천연비누를 들고 3.8여성대회, 5.1 노동절, 커먼즈 등 여러 집회와 행사를 찾아가 작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반상회 회의에서 한 언니는 “여기와서 같이 밥먹고, 얘기하고, 뭐 배우고 하면서 희망이라는 게 생긴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또 몇일전에는 서울역 쪽방에서 일하는 언니네 놀러가 수다를 떨다 왔는데 ‘이룸 갈 때 말고는 나갈 일 없이 방 안에서 강아지와 지낸다’,  ‘버는 돈이 적어서 담뱃값과 교통비만 나와도 감지덕지다’는 언니 사는 얘기를 듣고 왔어요. 8명의 언니들이 해주시는 이런 얘기들, 8명의 언니들이 사는 얘기들, 그리고 바리바리 싸들고 나갈때마다 많은 분들이 해주시는 응원과 후원들을 접할 때면 ‘잘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곤 합니다. 

하지만 의욕이 솟는 일들만 맞닥뜨리지는 않잖아요. 한편으로는 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요. 작품 선정, 제작, 판매를 하는 모든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에 부딪힙니다. 활동가들의 전문성 부족, 언니들의 나이 든 신체는 고려되지 않는 상품 경쟁, 작업할 공간 부재, 작업장 안에서의 관계, 업무과다와 이로 인한 소진 및 피로도 상승…과 같은 각종 문제들이요. 또 지금처럼 각종 행사들을 찾아가는 방식만으로는 불량언니 작업장이 지속될 수는 없겠죠. 문제들을 헤쳐나가면서 작업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딪힘과, 고민이 필요할 거에요. ‘나이 든 여성의 생계’라는 우리의 고민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까하는 고민이요.  

이런 상황에서 오랜기간 자활지원센터를 운영해온 전주여성인권센터와의 만남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우리는 요즘 이런 게 고민이에요..’라고 운을 떼면 ‘그런 일이 어떻게 없겠어요’라며 겪었던 이런 일, 저런 일, 그런 일, 그리고 어떻게 해결했는지까지 풀어주신 전주여성인권센터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이루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어요. 또, 전주는 자활센터 초창기 준비단계에서 어떻게 운영했는지, 어떤 과정으로 지금의 자활센터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들으며, 앞으로 불량언니 작업장이 지속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뿌옇던 작업장의 앞날이 약간은 밝아진 기분이었습니다. 앞으로 밝혀야 할 것이 더 많이 남았지만. 열심히 밝혀보아요.

바쁘신 와중에 시간내주시고, 환대해주신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하며 1박2일 간의 의쌰의쌰 전주여행 & 전북여성인권센터 간담회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