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한꼭지] 태안여행(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이 어려운 문제) _기용

태안여행(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이 어려운 문제)

 

마음을 가라앉혀보아요

지난 4월 26-27일 1박 2일로 충남 태안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시원한 바다를 보고, 모래 장난을 하고, 바다 속으로 첨벙첨벙 뛰어 들어갔어요. 낮에는 수목원의 꽃과 나무들과 대화하다가 저녁에는 팀대항 게임으로 불타올랐고(비냉팀 vs 물냉팀) 노래방기계로 광란의 밤을 마무리 했습니다. 분명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어요. 여행은 이렇게 잘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다녀온 기분이 마냥 쌍큼하고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왜일까요.

작업장과 반상회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여덟 분이 되셨는데 이에 따른 역동(분란, 난리 등등)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쌓인 시간과 늘어난 사람만큼 그 수준이 깊어졌어요.(크하) 지난 제주 여행 때 친구로서 평생 가자고 약속했다던 두 분이 어느새 서로를 본체만체 하시고, 새로 들어온 분에 대해서 누군가는 싫어하고 누군가는 좋아해서 편이 갈리고 말았습니다. 그뿐인가요. 서로 싫어해서 활동가에게 교대로 찾아와서 서로를 욕하던 두 분이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이 되었습디다.

아.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룸이 만들어낸 자리를 통해 두 분이 평생 친구가 되셨다는 말에 기뻐했던 우리가 참 순수했구나 싶습니다. 50-60대 어른들이, 60살은 지천명이라면서요, 대체 왜들 이러시나 답답하기도 합니다. 누가 하는 짓이 별로 맘에 안 들어도 이제 청량리도 다 없어진 마당에 경쟁상대도 아니고, 내 서방 꼬셔간 것도 아니고, 내 돈 사기쳐 먹은 년도 아니건만 뭐 그렇게 미울 것은 또 뭐냐고요.

그리고 또 역시 연결된 고민은 구성원들 간의 파워게임…이랄까  게임이라기에도 민망한 독점체제가 유지되고 있단 말이죠. 활동가들이 보기에는 눈이 땡그래지는 광경들을 언니들은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단 말이예요. 그 모습에 걱정을 되면서도 언니들이 괜찮으시면 괜찮은 건가.. 헷갈리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도를 넘어선 때가 와버렸고요.

이런 튜-울립

같은 반으로 30년 동안 지낸 것 같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누가 전학가기도 하고, 오기도 하지만 5학년 8반으로 계속 같은 반인 거예요. 그 세월이 30년인 거죠. 좋아하는 애들이랑 같이 놀고, 싫어하는 애들이랑은 본체만체 사는데 소풍날 싫어하는 애랑 강제로 같은 조가 된 것 같은 기분일까요.

하여튼. 이 관계들의 지형은 어찌나 꿈틀대는지 여행 뒤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소식들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이 변화의 속도에 또 한 번 어리둥절. 상황을 지켜보다 이룸은 반상회를 소집하였습니다. 터놓고 얘기…를 했다기보다는 우리 작업장, 반상회 안에서의 최소한의 규칙들에 대해 확인했어요. 이룸도 참 많은 고민이 됩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소풍을 함께 가야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상황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더 가깝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요. 아마 앞으로도 갈 길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