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만약 출장 안마사가 아니였다면

 

반복되는 여성폭력 부실대응은 경찰의 반()성폭력 감수성 탓


 


출장 마사지 업소 운전기사 문 모 씨는 임씨의 집 근처에서 112로 전화를 걸어 10여 분 전 집안에 들어간 여직원과 통화가 되지 않는다. 이상하다. 성폭력이 의심된다며 신고했다.


4명의 경찰은 창문을 통해 임 모 씨가 출장마사지 업소 여직원을 성폭행하는 것을 목격했으나 밖에서 지켜보다 1시간 뒤에 집안에서 나와 성폭행 당했다고 진술하는 여성의 말을 들은 후에야 임 모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성폭행 당하고 있었다 해도 집안에 강제로 들어가면 신변이 위험할 수 있어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고 한다. 처음 이야기한 흉기가 없어서 화간으로 보인다는 말과는 너무 다른 판단과 근거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경찰이 성폭행과 인질극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음을 상상하고 피해 당사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조심했다 치더라도, 경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창문을 통해 성폭력 장면을 쳐다보는 일 뿐이었을까? 범인이 문을 열게 하는 지능적인 진압을 활용하지 못한 경찰의 감수성 없음과 무능함은 답답한 차원을 넘어선다.


임 모씨가 출장 마사지사 여성을 불러내 성폭행한 것은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 성폭력 가해의 특성 상 처음부터 성폭력을 목적으로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 또한 남성이 있는 집에 혼자 마사지 서비스를 하러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밖에 있는 또 다른 직원과 연락을 하면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진압을 하지 않은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일 수밖에 없다. 창문을 통해서 1시간 동안 경찰들은 성폭력 장면을 목격하면서도 아무런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


 


만약 출장안마사가 아니었다면?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출장 안마사가 아닌 여성이었어도 경찰은 마찬가지 대응을 했을까? 성폭력 가해자들은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출장 서비스를 해주는 일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쉽게 범죄의 타깃으로 삼는다. 물리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구할 곳이 없거나,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에 의해 정당한 수사와 적법한 해결 과정들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성의 안전을 책임지기는커녕 여성을 위협하고 취약한 처지를 악용하는 업주들과 이를 방관하는 사회는 가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문제의 커다란 원인이다. 정황상 성폭력이 의심되는 근거가 타당한 신고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이유에는 경찰의 반성폭력 감수성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자리한다.


 


 


 


 


 


 


 


 


 


 


 


 



 



 


사진:<여성폭력에 반대하는 포스터, 사진 출처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무엇을 성폭력으로 보고 무엇을 문화적 차이로 볼 것인가. 아직도 (누가 보기에) 기괴하고 변태스럽고 악랄하고 잔악무도한 강간만이 성폭력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리를 지르고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저항하며 발버둥치는 피해자만 피해자로 볼 것인가. 가해자와 경찰 뿐 아니라 이 사회의 모든 ()성폭력 감수성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비단 해당 경찰관에게만 징계를 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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